Writing Is Enriching

어린이의 삶을 가꾸는 글쓰기

아이가 여덟 살이 되면, 말을 하고 그림책을 읽는 시기를 지나 쓰기라는 관문에 들어선다. 아이들은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아는 것보다 내가 본 것과 느낀 것, 내 생각이 말이 되고 글이 된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살아가는 순간 여러 감정과 상황을 마주할 우리 아이들, 그때마다 작은 노트를 열어 끄적일 수 있는 힘을 주고 싶어, 《여덟 살 글쓰기》 를 쓴 오은경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를 마치고 나의 물음은 어린이의 글쓰기를 위해 무엇을 더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빼야 할까로 돌아왔다.

오은경 | 《여덟 살 글쓰기》 저자

경북 울진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25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는데 똑같은 아이를 보기 어려워 지루할 틈이 없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더 많이 배우고 자라는 중이다. 아이들이 글쓰기 공책에 쓴 이야기를 혼자만 보기 아까워 책으로 묶어주는데, 재치 있고 개성 넘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들려줄 수 있어서 좋다. 오랫동안 학교 도서관을 운영했으며, 특히 그림책과 미술에 관한 책을 좋아해서 바닷가에 작지만 아름다운 그림책 도서관을 만드는 게 꿈이다.

《여덟 살 글쓰기》를 흥미롭게 읽었어요. 어린이들과 오랜 시간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고요. 여덟 살 아이들과 어떻게 글쓰기를 하나요?

1학년 국어 교육 과정에 따라 글쓰기를 하기 시작하려면 학년 말 정도가 되어야 해요. 저 또한 겪은 일을 정확하고 조리 있게 쓸 수 있는 단계로는 교과서, 즉 교육 과정 수준이 적당하다고 여겨요. 다만 1학년이 쓰기를 아직 배우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의 말을 기록할 수 없는 건 아니에요. 그림, 낱말, 한두 문장으로도 시작할 수 있죠. 글쓰기는 교과서로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교과서 순서대로만 따르면 자칫 맞춤법, 문장부호, 띄어쓰기를 완벽하게 해야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길 수도 있어요. 저는 글쓰기가 어려워지지 않도록 국어 교과서와는 별개로 ‘똥 누듯 글쓰기’라는 공책을 마련해서 글쓰기 시간을 가져요. 대개 날씨 쓰기부터 시작하는데요, 한 문장만 쓰기도 하고 제가 받아써 주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대화를 나누며 받아써 주는 경우가 많아요.

 

한 문장도 쓰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고요.

글쓰기는 말하기, 듣기와는 완벽히 다른 새로운 기능이에요. 그것도 아주 어려운 능력이죠. 글을 처음 써보는데 쓰지 못하는 게 당연해요. 말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들였듯이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분히 글자를 경험하고 읽고 낱말 하나, 문장 하나를 자꾸 써봐야 자연스러워져요. 이제 시작인 아이들이 몇 문장을 곧잘 쓴다는 것은 매우 뛰어난 거지요. 자기가 하고 싶은 수많은 말 중에 쓸 수 있는 걸로 골라서 겨우 몇 문장을 쓰니 1학년 아이들 글은 간결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군더더기가 없는 시 같은 글을 만나게 돼요.

 

왜 어린이들이 글쓰기를 해야 할까요?

글은 표현 도구예요.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많은 사람의 삶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죠. 글 내용 때문이 아니라 글로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더 생기기 때문이에요. 내가 쓴 글로 때로는 후련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힘을 얻어요. 말 그대로 삶을 가꾸는 글쓰기예요. 미술,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글쓰기는 다른 어떤 표현 도구보다 평등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누구나 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어요. 쓰일 데도 너무 많으니 초등학교에서 중점적으로 익히는 게 좋죠.

 

학년마다 초등학교 쓰기 교육에서 무엇을 가르치는지 궁금해요.

짧게 정리하기가 매우 어려운데요. 1~2학년 교육 과정은 글자를 익히면서 겪은 일을 쓰고 짧은 글로 대상을 소개하는 글을 써요. 3~4학년 때는 정보를 조사하여 설명하는 글을 조금 더 길게 쓰는 정도의 글쓰기가 추가되고, 5~6학년 때는 논점을 정해서 쓰는 글, 즉 서평이나 주장하는 글쓰기가 더해져요. 그리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흉내 내는 말, 관용어구를 넣거나 비유하는 말, 인용하는 글을 넣어서 자신의 글을 더 풍성하게 써보는 연습을 해요. 교육 과정에 따르면 5~6학년쯤 되었을 때 주제가 드러나는 기행문 정도, 책 한 권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 정도를 쓸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교과서만 따르면 다양한 갈래의 글을 익히고 그에 따른 국어 지식을 배우기 바빠서 온전히 자신의 삶을 담은 글쓰기 교육 시간을 갖기는 어려워요.

 

아이들이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기도 전에 받아쓰기를 먼저 접하게 되는 거 같아요. 곁에 있는 부모들도 한글 지도와 글쓰기를 혼동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글을 쓰려면 한글을 알아야 하는 게 우선인 게 맞기는 하지요. ‘가나다’를 모르는데 쓸 수는 없으니까요. 특히 우리 한글은 소리 나는 대로 쓸 수 있기 때문에 가나다 소리만 알고 나면 말소리에 맞춰 비슷하게 쓸 수 있어요. 쓰려는 것만 있으면 쓰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맞춤법과 띄어쓰기까지 완벽하게 하려면 참 어려운 글자예요. 이것들을 잘하면 글이 정확하게 전달되고 글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다 배우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죠. 고학년이 되어도 여전히 틀리고요. 그런데 어른들은 맞춤법 좀 틀려도 그냥 넘어가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제 막 글자를 배우기 시작한 1학년 아이에게 부모와 교사는 끝도 없이 새로 연습할 낱말들을 가져와요. 정확한 받아쓰기를 위해 날마다 시험을 보고 심지어 점수를 커다랗게 매기면서 아이를 평가한다면 글쓰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죠. 정확하게 써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받아쓰기 실력만큼 글쓰기가 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글쓰기에 느끼는 감정은 더 나빠지기도 해요. 한글 지도는 글쓰기에 필요한 기능이지만 글쓰기를 잘하는 데는 맞춤법보다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 보여요.

생각은 부모나 교사의 질문에 대답을 잘할 때가 아니라, 이야기를 듣다가 자기 머릿속에 질문이 생기는 바로 그때 자란다. 그리고 친구의 생각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생각은 또 한 뼘 자란다. 자기 생각만 쏟아내듯 말하는 아이보다 가만히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이가 훨씬 더 글을 쉽게 잘 쓰는 것도 이런 이유다.

– 《여덟 살 글쓰기》 중에서

처음으로 글을 쓰는 아이들에게 글쓰기가 쉽고 재미있는 일이라는 걸 알려줘야 하겠어요.

글쓰기 전에는 쓸거리가 생각날 때까지 항상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물론 이것저것 다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 아이들이 뭘 하고 지내는지 보면서 그중에 궁금하거나 쓸거리가 쉽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소재로 먼저 말을 걸어봐요. 대화를 하다 보면 “아! 쓸 게 생각났다.” 하는 말이 절로 나올 때가 있어요. 그렇게 시작해도 두세 줄 쓰고 그만일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면 분명 더 쓰고 싶었던 말이 있을 거예요. 아이의 짧은 문장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나, 무엇 때문에 쓰려고 했었나 하고 다시 물어봐요. 그럼 쓴 글보다 훨씬 긴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대부분 쓸거리가 없는 게 아니라 그 말들을 낱말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막혀서 다 못 쓸 때가 많아요. 표현력이 부족하다기보다 아직 자기가 한 말을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옮겨 쓰는 게 어려워서 그렇죠. 제가 이렇게 표현해 보라고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쓰고 싶은 걸 말로 하고 그걸 글자로 옮기는 걸 도와줍니다. 표현은 아이의 말 그대로이고요.

 

글을 쓰기 전 어린이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좋아할 만한 것에 관심을 갖고 말을 걸어주는 거네요.

궁금한 게 있으면 관찰하고 궁리하고, 신기함을 느끼고 감탄해요. 그럼 말을 먼저 하게 하는 거예요. 자기가 한 말 그대로 쓰면 글이 되는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것부터 글쓰기가 시작하죠. 쓴다는 것은 아주 적극적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것과 같아요.

 

요즘 어린이에게 주변을 관찰하고 탐색할 시간이 충분한가요?

모든 아이들은 호기심이 충분해요. 다만 호기심이 무뎌질 수 있어요. 학교와 학원으로, 집으로 차만 타고 다니며 무엇인지 보지도 못할 만큼 빠르게 지나쳐 버리고, 체험 활동은 다양해졌지만 어른들이 다 준비해 놓은 것에 정한 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많아 안타까워요.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잘못했다고 혼나기 일쑤고요. 거창한 재료를 가지고 망가질까 두려워 조심조심 하기보다 운동장에서 흙과 돌을 가지고 충분히 마음껏 놀기만 해도 아이들의 호기심은 커지고 관찰할 거리는 넘쳐나게 될 거예요.

 

재미있거나 기억에 남는 일이 없어서 “쓸 게 없다.”고 말하는 어린이들이 많을 텐데요. 쓸거리의 범위를 넓혀주는 것도 필요해 보여요.

그런 고정관념은 어른들이 만들어 주었어요. 글을 쓸 때 자꾸 오늘 일어난 일 중에서 가장 재미있던 거나 기억나는 걸 쓰면 된다고 하면서 말이지요. 재미있거나 기억에 남는 일은 자주 일어나진 않아요. 날마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더라도 평범한 일이기 때문에 ‘가장 재미있던 일’에 들어가지 않아요. 그러니 ‘가장 재미있던 거 써봐, 기억나는 일 없니?’라고 해봤자 쓸거리가 생기지 않는 거죠. 우리가 일상에서 대화를 할 때 내가 본 것, 들은 것, 있던 일을 말하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말하는 일은 드물잖아요. 글 쓸 때도 마찬가지로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디서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를 물어보고 쓰게 하면 훨씬 쓸거리를 찾기 쉬워질 거예요.

 

글쓰기의 한 형태로 그림일기를 쓰게 되는데요. 내 일기지만 부모나 선생님에게 보여줘야 하죠. 그러다 보니 착해 보이는 일이나 모법적인 답변을 쓰는 아이들도 많다고요.

‘일기’ 쓰기는 참 좋은 습관이에요. 날마다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럴려면 일기는 온전히 자기만의 것이어야 해요. 쓰는 내용은 물론 쓰는 방식조차 말이죠. 그런데 그런 일기를 1학년 아이가 꾸준히 쓰기가 어려우니 대개는 ‘검사’ 받으면서 부모가 정해준 방식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해요. 저는 차라리 쓰지 못할망정 다른 사람의 글을 베끼거나 어른의 생각을 넣어서 지어내는 연습은 독이라 생각해요. 검사받는 일기가 제구실을 하긴 어려워요. 아이와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되실 거예요. 수십 년 동안 아이 일기를 검사한 어른은 많고, 고학년이 되어서도 일기를 쓰는 어린이는 드물어요. 또 일기를 쓴다는 사람 중에, 글을 잘 쓴다는 사람 중에 일기 검사 덕분에 쓰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걸요?

아이가 쓴 글에 대해서 부모가 검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감해 주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지적을 하며 읽는 것이 아니라 “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몰랐네. 동생 때문에 화가 났구나” 하고 알아준다면 어떨까? 부모에게 따끔한 일침을 던지는 글을 쓴 아이에게 “엄마가 네가 한 말을 잊지 않을게” 하고 다정하게 말해주면서 그 글을 현관 앞에 붙여놓거나 동생에게, 형이나 누나에게 읽어주며 그 마음에 공감해 주면 아이는 글이라는 게 괜찮은 표현 방법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 《여덟 살 글쓰기》 중에서

아이들이 자기만의 글을 쓰게 도와주고 싶은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누가 들어줘야 말하는 재미가 있는 것처럼 독자가 있어야 글 쓰는 재미도 있어요. 그런데 어른들은 독자로서 아이들의 글을 읽기보다 검사하는 사람으로 읽잖아요. 그 자세부터 바꾸려고 노력하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글을 쓰기 시작하면 별말도 아닌데 자꾸 색종이 같은 데 써서 편지라고 전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꼭 “글자가 틀렸네.” 하면서 지적하는 어른들을 봐요. 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쓸데없는 것 적지 마라.’ 같이 우리도 모르게 아이들한테 하는 말들이 자기만의 글을 쓰는 걸 막아버려요. 아이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우와, 그냥 듣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데. 글로 적어 놓으면 좋겠다.” 하면서 감탄을 아끼지 말아 주세요. 부모가 자기가 하는 말에 놀라워하고 기뻐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고 존중해 주면 자기만의 글을 쓰게 돼요.

 

글 쓰는 아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되네요.

우리는 아이 글을 읽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어른이 이미 정해놓은 글쓰기의 수준이나 다른 아이들의 글과 비교하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더 잘 쓰게 하고 싶기도 하거니와 사실 아이들 글을 읽으면 뭔가 모자란 부분이 있는 것 같지요. 글자는 또 얼마나 많이 틀렸겠으며 썼던 말은 왜 자꾸 다시 쓸까요? 하지만 이렇게 자꾸 평가당하기만 하다 보면 우선 글을 쓰기 싫어져요. 또 겨우 쓰더라도 남들이 잘 썼다고 할 만한 글을 짐작해 따라 쓰게 되죠. 어른들이 아이 글을 읽을 때 제일 먼저 가져야 하는 태도는 “글을 읽게 해줘서 고맙다.”여야 합니다. 비록 “고맙다.”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읽는 사람은 그런 마음이면 좋겠죠. 그리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공감하는 태도도 도움이 돼요. 뭐가 틀렸는지 지적받으려고 쓴 글이 아니니까요. 작가가 되려고 심사를 받는 것도, 공모전에 내려고 쓴 것도 아니고 ‘내가 이런 일을 겪었어, 이런 마음이 들었어.’라는 걸 전하려고 쓴 글이거든요. 그러고 난 다음에 뭔가 좀 부족하다면 궁금한 게 있다고 물어보면 돼요.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났는지, 어떻게 했길래 재미있었는지, 무슨 소리가 난 걸까 하고 질문하는 거예요. 그리고 다시 한번 “아, 그렇구나.” 하고 공감해 주는 겁니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꾸준히 글을 쓰는 게 아이들의 생각을 키우고 마음을 정리하는 좋은 습관이 될 거 같은데요, 하루하루 기록하는 재미를 알아가는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글쓰기가 있을까요?

저도 사실 꾸준히 하는 건 잘 안되는 편이에요. 그나마 학교에서는 시간을 정해두니 가능했고요. 공책에 길게 쓰기는 참 어려워요. 그래서 요즘은 포스트잇을 자주 사용해요. 사랑해, 고마워 같은 말 말고 “집에 돌아오니 설거지통에 그릇이 가득하다. 금방금방 하면 일거리가 아닌데… 괜히 쌓아뒀다.” 이렇게 짧은 몇 문장을 떠오르는 대로 포스트잇에 적어서 가족이 모두 볼 수 있는 곳에 붙여보는 건 어떨까요? 가족마다 포스트잇 색깔을 다르게 해서 하루에 한 장씩 붙여가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사실 일주일에 한두 장이라도 꾸준히 하면 충분해요. 한 달에 한 번씩 날짜별로 늘어놓고 사진 찍어 보관하면 그대로 가족의 기록이 되지 않을까요? 또 부모와 아이가 주고받으면서 ‘말로 하는 글쓰기’를 해보는거예요. 부모가 말하면서 그대로 쓰는 것만 봐도 아마 크게 배울 거예요. 방금 아이와 경험한 일을 시작으로 한 문장을 말하면 다음 사람이 그다음 문장을 이어서 말하는 식이에요. 이때는 어른이 끼어 있기 때문에 글이 훨씬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아이 생각을 건드는 문장을 끼워줄 수도 있어요. 글자를 직접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이도 신나게 말을 이어갈 거예요. 물론 이렇게 신나게 말하다 보면 말한 내용이 아깝기 마련이죠. 그럼 어른이 받아써 주고 다시 한번같이 읽어보세요. 그 글의 글쓴이로 아이와 어른 이름을 모두 적어두고요. 아이가 직접 쓰지 않아도 ‘아, 글은 이런 거구나.’ 하고 경험하게 되고 무엇보다 부모와 공감하는 글 한 편을 함께 썼기 때문에 뭔가 통한다는 느낌도 더 크게 들 거예요.

 

아이들이 쓴 글을 문집처럼 엮어 함께 읽는다고요. 가정에서도 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공책에 꾸준히 쓴 글을 그대로 엮는 정도예요. 때로는 달마다, 때로는 계절마다 엮습니다. 날짜 순대로 엮기도 하고 주제별로 모으기도 해요. 우리 반은 일주일에 두세 편씩 쓰는데 대개 다 싣는 편이에요. 달마다 엮을 때는 프린트기를 이용해서 중철을 해 책으로 묶는데 소식지 같은 느낌이 들어요. 가능하면 자주 이렇게 엮어서 아이들과 함께 읽으려고 노력해요. 특히 1학년은 친구들이 자기 글을 읽어주면 아이들의 글쓰기에 대한 관심과 태도가 크게 달라지거든요. 글을 읽다가 그때가 떠올라 친구한테 “너 이거 기억나?” 하면서 물어보고 그때 이야기를 다시 나누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가정에서는 그냥 공책으로 두지 말고 타이핑도 하고 아이가 그려놓은 그림이나 낙서들도 같이 넣어서 책으로 엮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포토북 사이트를 이용하면 적은 쪽수와 낱권으로 묶어내는 게 쉬운 편이잖아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자기 이름으로 책 만들기를 참 좋아해요. 반드시 책 표지에 작가 이름을 넣어주시고요!

여덟 살 글쓰기

글 오은경 | 이규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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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