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A Warm Heart

글월을 나눕니다
글월 문주희 X 어라운드 이주연

© 문주희

“편지를 다룬 책을 서로 소개해 보면 어떨까요? 서간문 형식도 좋고요.” 하고 운을 뗐을 때 그녀가 말했다. “손글씨로 편지를 써볼까요?” 편지에 한 권의 책을 담아 서로에게 띄우기로 하고, 하루에도 몇 번쯤 편지 가게의 그녀를 떠올렸다. 편지란 무릇 이토록 다정한 것이므로.

To. juhee From. zuyeon

《다자이 오사무 서한집》

다자이 오사무 | 읻다

“우리 집 뜰에 지금 은방울꽃이 피었어요.
딸아이 소노코가 꺾어 내 머리맡에 놓아주고 갔습니다. 편지에 함께 동봉합니다.”

To. zuyeon From. juhee

《존 치버의 편지》

존 치버 | 문학동네

“사랑하는 사람이 지닌 최악의 기질은
그 사람의 최고의 기질과 이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Things with zuyeon’s letter

01 글월 클래식 편지지 

글월에서 편지지의 면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간간이 “좋다.”는 말이 새어 나와요. 조용한 공간에서 목소리가 너무 크진 않았나 곰곰 생각하며 제 손에 들린 편지지를 확인합니다. 열에 아홉은 고전적인 디자인의 편지지가 들려 있더군요. 하얀 바탕에 검정 라인, 심심하지 않게 둘린 검은 테두리가 유난히 마음에 들어 오늘은 이 편지지에 글월을 씁니다. 너무 화려한 종이엔 잠잠한 마음이 묻힐 수도 있으니 특히 단정한 디자인에 한 자 한 자 마음을 얹어보려고요.

02 문장사전 

편지라는 단어를 담은 문장들이 보고 싶어 《문장사전》을 펼쳤어요. 연애편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생각보다 편지에 대한 어두운 통찰도 많아서 재미있었습니다. “받았을 때는 희망, 읽고 나면 실망.”이라는 말은 좀 무서웠어요. 여러 문장 중에서도 “편지는 종이에 적은 대화이다.” 라는 말이 와닿았는데요. 이 간결하고 당연한 명제에 편지쓰기의 정수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좋은 대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03 JAZZ INPESSIONS of “A boy named Charlie bro-wn” 

어떤 일을 하든 BGM은 필요합니다. 걸을 때도, 뛸 때도, 일할 때도, 잘 때도… 편지 쓸 때도 당연하겠지요. 노랫말에 글자가 따라갈 것 같아 노랫말 없는 재즈 넘버를 찾았고, 지나치게 잔잔하면 감상적이 될 것 같아 적당히 고개를흔들 수 있는 음악을 골랐습니다. 빈스 과랄디 트리오Vince Guaraldi Trio가 연주한 <피너츠Peanuts>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들으며, 어느 봄날 주희 씨와 나눈 대화를 곱씹었어요. 그날 들은 천천한 목소리를 떠올리며 적었습니다.

Things with juhee’s letter

01 포스탈코POSTALCO 

60시트 편지지 편안한 색감을 가진 편지지 시트예요. 떡 메모지처럼 한 장씩 떼어 쓸 수 있습니다. 넉넉한 편지지 양 덕분에 편지를 쓰다가 실패해도 괜찮고요. 언젠가 이 편지지와 어울리는 글월 전용 봉투를 만들고 싶습니다.

 

02 파이롯트PILOT 데스크펜 만년필 

도쿄의 한 문구점에서 구입한 만년필이에요. 만년필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유난히 손이 자주 가는 펜이에요. 글씨를 신경 써서 써야 할 땐 이 만년필을 찾아요. 보통의 EF 촉보다 더 얇아서 획이 많은 한글과 잘 어울립니다. 가격도 저렴해서 다른 고급 만년필을 우습게 만드는 가성비 좋은 만년필이에요.

 

03 카웨코Kaweco 갈색 병잉크 

버지니아 울프는 생전에 파란색 잉크를 즐겨 썼다고 해요. 그가 쓴 편지를 찾아보면 파란 잉크가 보라색으로 산화된 글씨를 볼 수 있는데요. 이걸 보고서 저도 나의 글씨 색을 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카웨코 갈색 병잉크를 구매하게 됐습니다. 차분하면서도 개성 있는 색이라서 제 만년필의 대부분은 갈색 잉크로 채워져 있어요.

H. geulwol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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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주희,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