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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오늘을 위해서
어떤 부부를 떠올리면 마냥 웃게 된다. 오송민이와 이지보이.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사람들이다. 차분한 아내와 발랄한 남편. 유쾌한 일상 속에 숨겨진 진짜 부부 생활이 궁금했다. 단순하지만 진솔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아, 이런 결혼 생활은 정말 부럽다.
안녕하세요. 오송민, 이지훈입니다. 저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싸이월드에서 만났어요. 서로의 패션 클럽을 구경하다가 그 안에서 친해졌죠. 20대 내내 친구로 지내다가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까지 하게 됐어요. 지금은 동갑내기 부부로, 함께 ‘원파운드’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BABY, THIS IS GOOD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해 의류와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고 있답니다.
결혼 전에는 누구나 상상하는 결혼 생활이 있어요. 실제로 살아보니 어떤가요? ‘진짜’ 결혼 생활이 궁금해요.
송민: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은 게 결혼이에요. 저희는 모든 걸 같이 하면서도 따로 해요. 덕분에 더 자유롭고 편안해졌어요. 주말에는 서로 뭐 하고 싶은지 물어봐요. 제가 집에서 하루 종일 영화 보고 싶다고 하면, 남편은 쇼핑을 하고 싶다고 해요. 그럼 별다른 고민 없이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해요. 모든 걸 함께 하면서도 따로 한다는 점이 좋은 거죠.
지훈: 결혼 전과 후를 비교해 보면, 장단점이 확실히 느껴져요. 먼저 좋은 점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생긴다는 거예요. 오롯이 혼자였을 때 가질 수 없던 평온한 감정이 있어요. 생각하던 것보다 기대 이상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에요. 저와는 반대로 차분한 아내의 태도를 지켜보며 저도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학습효과를 누리기도 하고요(웃음). 저는 질서가 없는 사람인 반면 아내는 차분한 사람이거든요. ‘이거다’라고 딱 집어 말씀드리긴 어렵겠지만 어찌되었든 아내를 관찰하며 저도 점점 정돈되어 가고 있어요. 하지만 결정적인 단점은 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살 수 없다는 거죠!
함께 일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가족이 아닌 동료로서 서로는 어떤가요?
송민: 각자 프리랜서로 지내다가 같이 일을 하니 너무 불편했어요. 반대 의견이나 업무에서의 잘잘못이 동료로서가 아닌 연인으로서 기분 상하게 되는 것이 힘들었죠. 아마 처음엔 친구 관계로 시작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서로 거침없이 말하는 습관이 있거든요.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쉽게 기분이 풀리기도 하고요. 동료 이전에 친구이자 부부이다 보니 생기는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초반에 어려운 시기를 겪다가 이제는 업무를 완벽히 나누고 공간도 분리하면서 나름 노하우가 생겼어요. 모든 일을 함께 하지 않고, 각자 잘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면서 의견 충돌을 줄여갔죠.
지훈: 맞아요. 처음 3-4년간은 각자의 역할 없이 잡히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많이 싸웠어요. 물론 싸우는 이유는 사소한 것들이었죠. 이는 최수종, 하희라 부부라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둘이 앉아서 맥주 한잔 마시면 풀리는 일들이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점차 각자의 역할이 또렷해졌어요. 의견을 맞춰야 하는 일이 줄어들면서 지금은 전혀 다투지 않아요.
결혼을 실감하는 순간들, ‘결혼해서 다행이다.’ 하고 느낀 때는 언제였나요?
송민: 결혼해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순간은 불쑥 찾아오는데요. 밖에서 친구들과 놀고 같은 집으로 돌아올 때, 남편의 장바구니에 내가 좋아하는 맥주가 들어 있을 때, 약속을 잡지 않아도 주말에 같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때 결혼해서 다행이라고 느껴요. 요즘은 가까운 미래를 함께 그리면서 강원도에서 한 달 살기를 목표로 잡았어요. 먼 미래만을 바라보느라 지금의 행복을 미루지 않으려 해요. 작은 계획을 세울 때도 함께라는 게 참 기쁘죠.
지훈: 아플 때예요. 몇 년 전 밤에 컵라면을 먹고 더워서 웃통을 벗고 잤는데, 새벽에 복통이 심하게 찾아온 적이 있어요. 제 고함 소리를 듣고 아내가 득달같이 일어나 돌봐줬어요. 면허는 있지만 운전을 무서워했는데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저를 차에 태워 병원으로 데려다 주더라고요. 제 인생의 가장 큰 감동이자, 위안이었어요. 결혼 잘했다고 확신하는 순간이었죠. 가끔 아내가 의식조차 못 하는 저의 불손한 행동을 바로잡아 줄 때가 있어요. 연애할 때는 이런 부분 때문에 많이 다퉜어요. 왜 자꾸 나를 바꾸려 하냐며 막 대들었죠. 하지만 결혼하고 보니 아니고요, 아내 말 틀린 것 하나도 없습니다. 요즘은 아무 소리 안 하고 바로 잡힙니다. 이 부분은 아내도 인정해 주었어요. 저보고 스펀지 같은 사람이라고 해요(웃음). 심지어 처제한테도 인정받았어요! 아주 뿌듯해요. 점점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거니까요.
결혼은 평생을 약속하는 일이기도 해요. 영원한 사랑이 있다고 믿나요? 이 결혼의 시작이 궁금해요.
송민: 결혼을 마음먹은 건 생각보다 사소한 순간이었어요. 언젠가 둘이서 아주 멀리 맛집에 찾아갔는데,차가 많이 막히는 날이었어요. 짜증날 법도 한데 남편이 가는 내내 신나게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도착해서는 사람이 많아서 결국 먹을 수가 없었는데 “우와~ 여기 진짜 맛집인가 봐~ 다음에 꼭 다시 오자!” 하더라고요. 이런 사람이어서 결혼하고 싶었어요. 똑똑하고 돈 많고 그런 거 말고, 어떤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요. 살아보니 그래요. 결혼을 한다는 건 평생 함께 살겠다고 약속한 것은 맞지만 영원한 사랑을 믿어서는 아니에요. 영원한 사랑으로 지키려는 마음이 있다고 믿는 거죠.
지훈: 단순한 이유예요. 아내가 제 첫사랑이기 때문이죠(웃음). 지금의 저는 영원한 사랑을 믿고 있어요. 열여덟 살, 처음 사랑한 마음이 서른일곱 살의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표현하는 모양은 다를지 몰라도 그 마음만은 같으니까요.
에디터 김지수
사진 오송민, 이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