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GO TO SCHOOL IN LONDON

키즈브랜드 ‘탐베레’ 홍보실장 허수영

학교에 다니며 많은 것을 배운다. 공부를 하면서 나와 잘 맞는 친구를 발견하고, 관계를 쌓고, 좋아하는 것을 찾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힌다. 배움의 터전을 태어난 나라에 한정 짓고 싶지 않아서,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이국에서 아이를 교육해 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런 이유로 두 아이와 런던으로 떠난 허수영 씨의 소식이 궁금했다. 몇 번의 서머스쿨을 보내보고 홀로 두 아이를 챙겨 떠나온 여정은 어떠했으며, 이 세상 속에서 이 세상 너머로 나아간 아이들이 터득하고 있는 배움은 무엇일까. 몸으로 배운 지식과 태도로 스스로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참, 설렌다.

세상 속에서

세상 너머로 나아가는

반가워요. 지금 살고 있는 곳을 소개해 주세요.

저와 두 아이들은 영국 노스 런던 쪽에 살고 있고, 남편은 일 때문에 한국에서 지내고 있어요. 런던에서 지낸 지 1년이 좀 지났어요.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한국에 돌아왔어야 했는데, 사정상 여름까지 지내게 되었네요. 주거지로서의 런던은 2존부터 9존까지 아주 넓게 퍼져 있어요. 그중 사람들이 런던이라고 생각하는 관광지로서의 런던은 주로 1존에 몰려 있고, 저희가 살고 있는 동네는 2존 세인트존스우드 지역이에요. 이곳은 아메리칸 스쿨이 있고, 일본 사람들도 많이 살아서 주변에 아시안 식료품점도 있어요. 런던에서 안전하다고 손꼽히는 동네 중 하나죠. 집에서 걸어서 7~8분 거리에 리젠트 파크도 가까이 있고요. 요즘 한국에서 인기 있다는 숲세권과 비슷해요.

 

영국에 지내보기로 마음먹게 된 일이 있었어요?

막연하게 첫째 지우가 아주 어릴 때부터, ‘지우와 여행을 많이 하고 싶다. 외국에 나가 살아보고 싶다.’ 하는 몇 가지 바람이 있었어요. 혼자 이것저것 찾아보는 걸 좋아해서 베를린의 서머스쿨도 알아보고,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인터내셔널 스쿨도 찾아보고, 미국의 서머캠프도 알아봤어요. 몸이 열 개라면 모두 다 경험해 보고 싶었죠. 그러던 중 영국에서 두 번의 여름방학을 보내게 되었어요. 열 살 여름방학에는 햄프스테드에 있는 어학원 랭귀지 코스를 다녔고, 열한 살여름방학에는 현지 아이들과 같이 듣는 디베이트 코스에 등록해서 다녔어요. 처음부터 영국 유학을 해야겠다고 시작한 게 아니라서 우연히 등록했던 열 살 여름이 지금 우리를 이곳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준 것 같아요.

 

혼자 두 아이를 데리고 떠나왔다고 했어요. 준비하는 과정부터 정착까지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다시 처음부터 해보라고 하면 안 한다고 할 거예요(웃음). ‘내가 여길 왜 혼자 온다고 했지?’ 하는 생각을 수십 번도 더 했으니까요. 영국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출발하기까지 채 3개월도 안 걸렸어요. 영국 사립 학교 중에 선택 가능한 학교들은 입학시험이 따로 있는데, 다행히 한 군데 학교가 한국에서 입학시험을 볼 수 있었어요. 시험을 치르고 10월 말쯤 학교에서 입학 허가를 받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영국 비자 신청과정을 거쳐 2019년 12월 31일 런던에 도착했어요. 아이둘, 캐리어 세 개, 총 열한 개의 가방과 함께요. 직접 여러 학교를 방문해 보고 어디가 좋을지 고려해서 온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혼자 검색하고 준비해서 온 거라서 어떤 곳일지 궁금하고 걱정도 있었어요. 다행히 입학 절차 과정에서 소통이 잘된 학교가 행정 시스템이나 교육과정도 좋은 곳이더라고요. 영국에 아이들 교육을 목적으로 왔기 때문에 학교가 마음에 든 이후 그 밖의 일들은 큰 고민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 편이에요. 지금 살고 있는 집도 현지 부동산에 직접 연락해서 본 세 집 중 두 번째 집이었는데, 1년이라는 한정된 조건 아래 학교랑 가까운 곳, 안전한 곳, 창문이 예쁜 곳, 이 세 조건을 충족해서 바로 계약하자고 했죠.

 

방과 후에 아이들이 초록 가득한 정원에서 신나게 뛰어놀더라고요. 한국에서도 아이들 놀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생겼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여기저기 학원으로 떠도느라 공원이나 놀이터에 다니지 않는 것과 사뭇 다른 풍경 같아요. 그곳에서 가족의 하루 일과는 어때요? 

보통 아침 일곱 시에 하루가 시작돼요. 여덟 시가 등교 시간이기 때문에 간단히 아침을 먹고 교복을 입고 걸어서 15분정도 거리에 있는 학교로 가죠. 보통 세 시 반에서 네 시 사이에 두 아이를 픽업해요. 영국 학교에 와서 가장 좋은 부분이 방과 후 시간이에요. 봄 학기에 지우는 넷볼Net ball 클럽에 참여하라는 권유를 받고 일주일에 한 번 방과 후에 넷볼을 하러 다녔어요. 애프터 스쿨까지 마치면 오후 다섯 시가 금방 되죠. 그래서인지 여기 친구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고 방과 후 대부분 집에서 보내요.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 따로 학원에 갈 시간이 없기도 하고 학습의 대부분은 학교 수업 내에서 다 이루어지는 편이에요. 제가 듣기로 Y6 친구들은 ‘Common Entrance Exam’이라고 해서 중학교 과정으로 진급하기 위해 따로 입학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여기서도 ‘Grammar School’이라고 부르는 공립 학교나 좋은 사립 학교들은 경쟁률이 치열해서 학원은 아니지만 튜터 수업을 받는 친구도 있다고 들었어요. 절반 이하의 친구들이 스포츠나 음악 같은 방과 후 외에 수학이나 에세이 같 은 과목의 학습적인 튜터를 받는 것 같아요. 두 아이들도 방과 후로 일주일에 한 번 테니스 레슨을 받으러 다니는 게 전부였어요. 

또 여기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이 잠을 아주 일찍 잔다는 거예요. 지우는 한국에서 영어 학원 한 군데만 다녀와도 집에 오면 저녁 여덟 시가 넘어서 저녁을 먹고 숙제를 하고 나면 열 시가 넘어 자러 갈 준비를 했거든요. 여기 엄마들한테 얘기했더니 너무 놀라더라고요(웃음).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보통은 저녁 여섯 시에서 일곱 시 사이에 온 가족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고 여덟 시에서 아홉 시 사이에는 자더라고요. 지우 친구 중에 저녁 여섯 시면 자러 간다는 친구도 봤어요(웃음). 그래서 저희도 여기 와서는 되도록 정해진 시간에 저녁을 먹고 일찍 잠드는 습관이 생겼어요. 지금 집에는 티브이가 없어서 노트북이나 태블릿기계는 사용하지만 티브이를 안 보는 것도 새로운 변화고요. 이곳에서는 시간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가 컨트롤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두 아이들은 학교 생활에 만족하나요? 영국 학교의 커리큘럼이 궁금해요.

네. 둘 다 학교를 너무너무 좋아해요. 런던 시내에 있는 사립 학교들은 보통 건물이 크지 않아서 하준이와 지우는 같은 학교지만 서로 다른 빌딩을 써요. 여행 왔을 땐 몰랐는데, 런던 시내에 있는 빅토리안 양식이나 조지안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에 학교 이름이 적힌 깃발 하나가 꽂혀 있거나 건물 입구에 보일 듯 말 듯 하게 ‘School’이라고 적힌 곳들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국의 사립 학교들이에요. 런던은 사립학교뿐 아니라 공립 학교들도 대부분 교복을 입어서 만 6세부터 시작하는 Y1 과정의 어린 친구들도 학교에서 정해주는 컬러의 양말과 구두를 신고 넥타이를 메고 학교에 가요. 일주일에 두 번은 교복, 세 번은 ‘PE kit’이라고 부르는 학교운동복을 입고 가죠. Y1에서 Y3까지를(우리나라로 치면 1학년에서 3학년까지) ‘Pre-prep’ 과정이라고 부르고, Y4에서 Y6까지를 ‘prep’ 과정이라고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 빌딩별로 ‘Assembly’라는 전체 조회 시간이 있는 거 말고는 두 과정의 커리큘럼이 달라요. ‘Pre-prep’ 과정은 우리나라 초등학교처럼 담임 선생님 한 분과 보조 선생님 한 분이 거의 모든 과목을 다 가르쳐요. 여기도 메인 과목은 영어, 수학이더라고요. 매일 영어와 수학 시간이 있고, 과학과 역사, 음악, 미술, 체육, 요가, 프랑스어, 컴퓨터 수업이 있는데, 우리나라 통합 교과처럼 역사와 미술 수업을 통합해서 가르치거나 수학과 과학을 융합해서 가르치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음악, 미술, 컴퓨터, 요가, 체육 수업에는 전문 선생님이 따로 계시고 한국과 특별히 달랐던 점이 종교 수업이에요. 유럽이라는 대륙이 그렇지만 그중 런던은 워낙 다민족, 다문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이슬람과 힌두교, 기독교, 카톨릭을 배우고 명상하는 시간이 있어요. 영국 학교는 대부분 9월인 가을에 시작해서, 가을, 봄, 여름 세 학기로 나뉘어요. 

 

학기 사이에 중간 방학인 ‘Half term’이 있고 학기아이들 수업 중 기억에 남는 배움이 있다면요?

‘Pre-prep’ 과정은 하프 텀을 기준으로 한 학기에 두 가지 큰 주제를 가지고 수업이 진행되는데, Y2 커리큘럼 중 ‘런던 대화재’ 사건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있었어요. 역사 시간에 먼저 선생님이 런던 대화재 이야기를 들려주고, 대화재가 일어난 시대의 건축 양식인 튜더 하우스에 대해 배운 뒤, 미술 시간에는 튜더 하우스를 직접 만들어보고, 영어 시간에는 같은 주제를 가지고 뉴스 기사처럼 저널도 쓰고 크리에이티브 라이팅인 시도 쓰는 식이에요. 아이들이 주제와 많이 친숙해질 때쯤 런던 대화재가 났던 푸딩레인으로 가서 직접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필드 트립 수업을 해요. 이때쯤에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런던 대화재에 푹 빠져서 전문가가 되어 있어요(웃음). 대화재가 끝난 뒤 불에 전소된 세인트 폴대성당을 ‘크리스토퍼 렌Christopher Wren’이라는 당대의 건축가가 재건하는 걸 배우면서 배움은 역사에서 건축으로 옮겨 가요. 끝이 없이 이어져 가는 방식의 커리큘럼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런던 대화재가 1660년대 일어났다.’ 한 줄로 단순하게 끝날 수도 있는 내용을 가지고 반 학기 내내 깊이 파고드는 방식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영국 학교는 따로 교과서가 없어요. 선생님이 각 학년에 맞는 정규 과정 안에서 커리큘럼을 정하고 자료를 만들고 가르치는 방식이에요. 아침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담임 선생님과 그날 배울 것, 배운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어요. 오늘은 온라인수업 마지막 시간에 아이들이 모두 포켓몬 이야기를 하니까선생님이 “우리 포켓몬 수업을 한 번 해야겠네?” 하고 웃으면서 이야기했어요.

 

지우는 영국 나이로 11세부터 런던 학교에 다니는 건데요. 지우를 어릴 때부터 봐오던 선생님이 말리기도 했다고요.

영국은 엄마가 아이를 따라 올 수 있는 가디언 비자가 공식적으로 12세까지만 유효해서 급하게 준비해서 왔어요. 그런데 이 나이가 한국에서는 선행 학습을 목적으로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고, 수학은 보통 1~2년, 빠른 아이는 3~4년 앞서서 진도가 나가는 시기라고 알고 있어요. 저학년에 영어, 고학년에 수학에 힘을 줘야 한다는 게 엄마들 사이의 정설이죠. 지우를 어릴 때부터 봐오신 영어 유치원 원장님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 저를 말리셨던 것 같아요. 원장님은 영어 때문에 제가 영국행을 결심했다고 생각하시고 일부러 전화까지 주셨는데 제 얘기를 듣고 어머니 뜻을 알겠다고, 대신 영국에 가서도 한글 책은 절대 놓지 말고 꼭 읽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열두 살쯤이면 아이들의 모국어가 거의 완성이 되는 시기라, 같은 또래들 사이에서도 한글책 읽기에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해요. 책을 읽는 수준과 함께 머릿속에 배경지식도 엄청나게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죠. 아마 그런 이유에서 지우 나이가 아주 중요한 시기라, 자칫 한국에서 공부해 나가던 흐름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하셨던 것 같아요. 저는 영어도 주된 목적 중 하나였지만, 어른이 되어서 자기 문화에 이미 다 젖어서 경험하는 외국 생활과 조금 더 열려 있는 어릴 때 하는 경험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영어 점수만 생각한다면 한국만큼 최상의 환경이 없잖아요(웃음).

두 아이가 어떤 문화적 경험을 배우길 바랐나요?

제가 영국에 와서 카페에서 주문을 하거나 마트에 가면 사람들이 “How are you?”라고 물어요. 우리는 거기에 대한 답을 너무나 많이 들어오고 배워서 이미 머릿속에서 외우고 있죠. “I’m fine. and you?” 그런데 “I’m fine.”까지 대답하고 그다음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봤더니, 다들 웃으면서 눈을 맞춰가며 “How are you?”라고 되묻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되묻고 싶다고 가게에 들어설 때마다 늘 생각하지만, 막상 나오는 대답은 “Thank you. I’m fine.” 여기서 말이 끊어지는 거예요.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거랑 입에서 나오는 게 달라요(웃음). 마트에서 계산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오늘 어때요? 잘 지내세요?”라고 물어본 적이 한평생 없었으니까요. “How are you?”라고 물었을 때, “I’m good. How are you?”라고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기까지 9개월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문화를 받아들이는 건 그만큼 어렵고 시간이 필요한 일이에요. 왜 그런 경험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입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시험 점수를 높이는 것도 아니지만, 넓은 세상에서 남과 잘 어울리며 살아가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아이들이 적응력이 빠른 편 같아요. 지우는 영국 학교에서 여학생 회장도 되었다고요.

학교에서 고학년이 되면 매년 학교를 대표하는 헤드 걸과 헤드 보이를 뽑아요. 학교 오피스 옆에 역대 회장들 사진과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있거든요. 처음 학교에 서류 제출하러 갔던 날 지우가 그걸 한참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저한테 다가와서 조용히 “엄마 나 여기서는 회장 못 할 수도 있을 거같아.”라고 했던 게 기억나요. 학교에 간 첫날이라 저는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지, 반에는 어떤 친구들이 있을지, 무슨 과목들을 배우게 될지, 교실 모습은 어떤지 같은 걸 신경 쓰고 있었는데 지우는 그날부터 회장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었던 건지도 몰라요. 선생님들이 지우에게 회장선거에 한번 나가보라고, 서포트해 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여기 선생님들은 수업에 들어와서도 “이 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반이야.” “나는 이 학생을 좋아해.” 같은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자유로워요. 뒤에서 몰래 하는 게 아니라 앞에서 대놓고 하는 편이라고나 할까요. 여러 사람에게 추천을 받은 데다 본인의 의지가 무엇보다 강해서 회장 선거에 나가기로 결심했죠. 

선거 전날, 언니 오빠들이 연설하는 유튜브도 찾아보고 열심히 연구하더니 밤 열한 시까지 연설문을 쓰고 고치고 반복하더라고요. 다음 날 아침 셔틀버스 타기 직전까지 계속 수정을 거듭했어요(웃음). 저보고 읽어봐 달라고 했는데, 제가 충고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한국에서는 회장 선거할 때 약간의 유머가 필요하잖아요. 패러디나 삼행시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영국 학교의 회장선거 연설은 아주 진지하고 아카데믹한 분위기였다고 해요. 왜 내가 회장이 되어야만 하는지를 1분 30초 정도 연설하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투표로 지우가 여학생 회장으로 당선이 되었어요. 아이가 너무나 좋아해요. 저도 학교생활 하면서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한국에서는 어떤 교육을 받아왔는지 궁금해요.

둘 다 다섯 살이 될 때까지 기관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지냈어요. 지우가 다섯 살이 되는 해 하준이가 태어났고, 이제는 좀 어디든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미 대부분의 기관이 접수가 끝난 상태였어요. 부랴부랴 급하게 원서를 넣은 두 곳에 다 떨어지고 유치원의 벽이 높다는 걸 깨달았어요(웃음). 그때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새로 생긴 영어유치원이 유일하게 지우에게 문을 열어준 곳이라 다니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뽑기 운이 없다고 여겨서, 처음부터 집에서 가까운 공립 학교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어 유치원에 다니면서 동네 친구가 한 명도 없었는데, 집 앞 공립 학교에 보냈더니 같은 아파트에만 해도 또래 아이들이 엄청 많이 있더라고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동네 친구들과의 교류, 또래 집단에서의 안정감도 필요하다 생각해서 공립에 보냈는데, 잘한 선택이었어요. 어딜 가나, 똑똑하고 인성이 바른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공립 학교에 가면 상대적으로 등하교시간이 덜 걸리기 때문에 책 읽는 시간이 많아진다고 공립학교를 권하시는 분도 있던데, 사립이든 공립이든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할 의지만 있다면 어디든 좋을 것 같아요. 거기에 학교의 분위기도 영향을 미칠 거예요. 아이들이 학교 친구들과 학교 외 활동을 많이 하고 참여를 많이 하는 분위기의 학교에서는 자기만의 시간표를 만들어 나가기가 조금은 더 어렵겠지만,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친구라면 사립의 장점을 100퍼센트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뭐든 지나치게 많이 하는 걸 선호하지 않아서, 영어와 운동 그리고 독서 시간 확보, 자기 공부 시간, 이 정도면 아직은 적당한 것 같아요. 하준이는 누나 따라 모든 교육 기관을 대물림하듯이 다녔어요. 둘 다 유치원 때부터 영어 학원에 다녔고, 지우는 특별히 본인이 원해서 동네에는 없는 합기도장을 찾아 통인시장에 있는 50년 된 도장에 다녔어요. 3년 정도 다녔는데, 저는 한 번 정한 곳에 꾸준히 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지우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미술 학원도 1년 정도 다녔는데, 하준이도 누나 따라 배웠지요.

영어 유치원을 고민하는 부모들도 참 많은데요.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본 부모로서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요?

별다른 고민 없이 시작된 영어 교육이지만, 영어 유치원에 안 보냈어도 저는 영어 공부는 시켰을 것 같아요. 저는 학창 시절에 영어 과목을 좋아했고 꽤 잘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와서 네이티브처럼 영어로 말하는 제 또래 한국 친구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나요. ‘왜 나는 어릴 때 외국에 나가 살지 않았을까. 그럼 저 아이들처럼 영어를 할 수 있었을 텐데….’ 극복할 수 없는 뭔가가 그들과 나 사이에 있더라고요. 우리는 중학교 1학년 때 A, B, C부터 시작한 세대니까 영어를 언어가 아니라 학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런데 지우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처음 든 생각이 ‘내가 이렇게 배웠더라면 지금보다는 더 영어로 말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았을까?’였어요. 

목표가 외국에 사는 아이들처럼 영어를 하는 거라면 영어 유치원을 추천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교육할 거고, 특별히 외국에서 지내고 싶은 목표가 없는 사람이라면 영어만을 위해서 영어 유치원을 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엄마표 영어나 영상 매체로 많은 부분이 채워지는 시대니까요. 지우는 영국 학교 선생님들에게 적응이 정말 빨라서 놀랐다는 말을 듣고 한국에서 영국 학교에 다녔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수업을 이해하고 또래 친구들과 의사소통하는 데 처음부터 아무 문제가 없었던 건, 그만큼 영어 유치원에 투자한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학부모들과 마주칠 일도 많을 것 같아요.

오로라 엄마 클라우디아와 얘기하다 인상 깊었던 대화가 있어요. 클라우디아는 딸이 셋인데, 아이들이 모두 다른 성향이래요. 첫째인 오로라는 조용하고 눈에 띄는 편이 아니고 아기 같은 친구예요. 그래서 집에서 먼 거리에 있는, 오로라 성향에 잘 맞는 세컨더리(중학교 과정)를 선택했다고 했어요. 둘째는 나서길 좋아하고 활달한 편이라 어느 동네에 있는 어떤 학교가 잘 맞을 거라고 하고요. 아이 성적이 아니라 성향에 맞는 학교를 다 꿰고 있고 그런 교육관이 아이의 학교 선택에 최우선 기준이 되기 때문에 아이가 커서도 좋아하는 일을 택하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길 바란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성적 위주로 교육을 하고 학교를 선택하잖아요. 또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모두가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는 일이 어렵고, 뒤늦게 발견되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엄마들 에피소드는 너무 많아요. 한 친구는 몇 군데 세컨더리에 합격했는데 그중 영국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여학교에 합격을 했어요. 당연히 그 학교에 갈 줄 알았는데, 아이가 남녀공학에 다니고 싶어 한다고 딸 의견을 따라 집에서도 멀고 랭킹도 훨씬 낮은 학교에 보내기로 했더라고요. 부모 가할 수 있는 서포트는 해주지만 그 결과는 전적으로 아이에게 맡기는 게 정말 다른 태도인 것 같아요. 엄마들은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 학교 이야기도 많이 하고 SNS도 활발하게 해요. 우리가 드라마를 많이 보는 것처럼 여기 부모들도 영화를 정말 많이 보더라고요. 저녁 먹고 맥주에 영화 한 편, 이런 식이에요.

아이들도 친구들이랑 자주 어울려 노나요?

하준이의 친구 죠지의 엄마 에브게니아와는 거의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아요. 그 집 아들이 이틀에 한 번은 우리 집에 와있거든요. 여름방학이 있는 7월에는 지우 친구 수키와 하준이 친구 죠지, 수키 동생 리오까지 매일 우리 집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한국에서는 사실, 학교는 일찍 끝나도 각자 학원스케줄이 달라서 함께 놀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런던에 온 이후 아이들이 친구들이랑 노는 걸 보면 꼭 제가 어릴 때 자라던 동네랑 비슷한 느낌이에요. “오늘은 너네 집 놀러 갈게. 내일은 우리 집으로 와.” 따로 약속 잡지 않고 그냥 매일 아이들이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같이 놀던 그 시절 같아요. 아이들이 어울려 놀 때 엄마들도 같이 모이진 않고, 한 집에 아이를 몰아 보내고 그 집에서 저녁까지 다 먹고 올 때도 있고 자고 오기도 하는데 그걸 ‘슬립오버’라고 불러요. 그 슬립오버를 여름에 거의 매일 하다시피 했어요. 애들이 정말 아무 데도 안 다니는구나, 실감하는 순간이었죠(웃음). 방학땐 정말 매일 놀기만 하더라고요. 지우가 친구 수키랑 특히 슬립오버를 많이 했는데, 여름방학이 끝날 때쯤 런던 토박이인 수키가 모나코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그 빈자리가 클 것 같았죠. 이사 간 지 6개월이 넘었는데 지금도 매일 전화를 하고 주말에 두세 시간씩 통화를 해요. 둘이 꼭 다시 만나게 해주고 싶어서,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다시 런던에 와야 할 것 같아요(웃음). 하준이는 여기서 학교 친구 몇 명과 댄스 수업을 듣는데 수업이 있는 날이면 죠지 엄마가 하준이와 죠지를 함께 데려가서 하루종일 챙겨줄 때가 있어요. 한국에서는 누나 친구들 만날 때 따라다니거나, 엄마 스케줄에 맞춰 다닐 일이 많았는데 이렇게 친구 엄마가 돌봐줘서 너무 좋아요. 지금부터 벌써 하준이 가면 어떡하냐고 슬퍼하는 눈빛을 보면 참 정이 많은 가족 같아요.

 

지금 지우와 하준이가 가장 즐거워하고 몰입하는 배움은 뭐예요?

지우는 학교에서 배우는 거의 모든 과목을 좋아하지만 특히 영국에 온 뒤로 수학과 아트를 좋아하게 되었대요. 학교에서 아트 시간에 학교 대표로 뽑혀서 상을 받아 와서 속으로 좀 놀란 적도 있어요. 사실, 한국의 입시 미술 기준으로는 잘 그리는 실력이 아니라는 걸 엄마인 저도 알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보는 기준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지우가 어릴 때부터 줄곧 그려온 그림이 <마이 리틀 포니> 하나여서 아트 시간에 포니를 그렸더니, 선생님이 너무 잘 그렸다고 너는 정말 재능 있는 아이라고 하셨대요(웃음). 여기는 남들이 안 하는 것, 자기만의 세계에 포인트를 주는 건지 아트 선생님과 상담할 때도 지우의 그런 부분을 칭찬해 줬어요. 그런 분위기다 보니 요즘 그림을 많이 그려요. 종이나 태블릿 가리지 않고요. 사람 그리기는 자신 없어 하지만, 동물 그리는 걸 정말 좋아해요.

하준이는 축구의 나라 영국에 왔지만 제 기대와 달리 축구에는 여전히 관심이 없네요(웃음). 영국으로 오기 전 눈에 띄는 종이란 종이는 다 뭔가로 접어놓을 만큼 종이접기에 몰입해 있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만들기를 좋아하지만, 제가 가장 인상적인 건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Cursive writing’이라는 핸드라이팅하는 것도 좋아해요. 학교에 싱잉레슨을 전문으로 하는 선생님이 새로 오셨는데, 선생님 이메일을 받고 학교 합창단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이건 전적으로 선생님 영향인 것 같은데, 그 이후로 집에서 자꾸 처음 듣는 노래를 불러요. 그리고 노래 배우는 시간이 정말 즐겁다고 이야기하고요. 한국에서라면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을 배움인데,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의 흥미와 재능을 끌어낼 줄 아는 선생님의 역량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껴요.

 

한국과 영국 교육의 차이를 많이 체감한 거 같아요.

에서 지켜보고 지우에게 전해 들은 가장 큰 차이점은, 영국 교육은 칭찬을 많이 해주고 아이가 잘하는 부분을 더 끌어내려고 하는 점이에요. 한국은 아이가 잘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려고 하는 교육이잖아요. 지우가 처음 영국 학교에 갔을 때 그림을 하나 그렸더니 친구들이 몰려와서 ‘Lovely’, ‘Very good’, ‘Cool’ 하면서 칭찬해서 놀랐대요. 한국에서는 반에서 그림을 제일 잘 그리는 한 친구만 아이들이 인정해 주고 다른 친구들한테는 잘한다는 이야기를 절대 안 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여기서는 서로 잘한다는 칭찬이 아주 흔한 일이라는 거예요. 선생님들은 더해요. 아이들이 질문에 대답을 하거나 발표할 때마다 ‘Lovely’, ‘Brilliant’, ‘Exellent’ 이렇게 칭찬하느라 바빠요(웃음). 이런 부분은 조금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죠.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 그리고 잘하는 걸 더 칭찬해 주는 것. 그런 교육이라면 아이들이 자라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자존감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영국에 영어를 배우러 오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고학년 때 오려면 영어 외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공부의 질과 양이 상당해서 영어는 미리 완성하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과학에서는 바이러스의 원리와 병리학에 대해 배우고, 역사 시간에는 영국의 농민운동이 가지는 의미와 역사적 배경을 배우는 식이에요. 영어 단어만 해석하는 정도로는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기가 어려운 수준이에요. 하지만 저학년 친구들은 또 얘기가 달라요. 하준이가 다닌 Y2 과정에서는 우리나라 영어 유치원에서 6~7세 때 배우는 파닉스를 아직 가르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린 나이에 오면 더 적응이 쉽다고 하는 것 같아요.

지우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적극적인 아이 같아요. 잘하는 아이라도 자라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텐데요.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나요?

많은 부모가 비슷할 것 같지만, 저도 아주 사소한 고민을 해요. 학업적인 부분과는 별개로 생활 습관 같은 것. 샤워하러 가기 전에 벗어놓은 옷을 세탁기에 안 가져다 놓는다든지,놀고 난 자리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 것, 동생이랑 별거 아닌 일로 싸우는 일 등등 ‘왜 이걸 모르지?’ 하게 되는 사소한 것들이요. 사실 지우가 공부도 1등, 운동도 1등 하는 완벽한 아이는 아닌데요, 스스로 욕심이 있어서 뭐든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큰 편인 것 같아요. 시험 문제를 많이 틀리고 오는 날이면 100미터 밖에서 표정만 봐도 알아요. 속상한 게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죠. 틀리는 걸 싫어하는데, 잘못된 부분을 지적당하는 것도 꺼려요. 모르는게 있으면 알려고 해야 하는데, 자기가 모르거나 틀린 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모습이 보일 때가 있어서 속상해요.

 

가정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 같아요. 아이들을 대할 때 어떤 노력을 해요?

제가 좋아하는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아이가 엄마를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엄마 말을 잘 듣게 된다고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엄마를 사랑하겠지만, 우리 엄마여서 사랑하는 것 말고, 아이들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교육도 그렇게 접근해요. 아이들이 뭘 좋아하고 있나, 그게 저한테 가장 큰 관심사예요. 지우는 아직도 자기가 노는거, 좋아하는 걸 저한테 모두 얘기하는데 그게 정말 고마워요. 게임도 엄마 몰래 숨어서 하는 친구들이 클수록 많아지고 그것 때문에 엄마랑 갈등도 생긴다고 들었는데, 저는 지우가 게임을 하면 무슨 게임을 하는지, 요즘 제일 좋아하는 게임은 뭔지 알고 싶고 물어봐요. 그래서 가끔 자기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엄마들을 마주치면 조금 안타까워요. 우리가 연애를 처음 할 때 그렇잖아요. 저 사람은 뭘 좋아할까, 나를 어떻게 하면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연구가 엄마와 아이 사이에도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관계는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다 보면 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줄 수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문구가 하나 있어요. 바로 《WEE》 매거진 창간호에 실린,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에요.

 

두 아이를 케어해야 하는 타지의 생활이지만 모처럼 맞이하는 여유로운 나날일 거 같아요. ‘나’에게 지금 시간은 어떤 의미예요?

여유가 있다는 점이 의외로 외국 생활에서 가장 힘들고 지치는 부분이에요. 대기업을 다니거나 전문 직종은 아니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 후 지우를 낳은 뒤 약 18개월 정도의 공백을 제외하고 늘 뭔가 일을 찾거나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블로그 마켓이라는 걸 10년 전 시작해서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들로 이어져 온 건데, 영국에 온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내가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고 외부적인 일로 미팅도 없는 일상이 너무 지루하고 ‘이렇게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에 괴로웠어요. 제가 생산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여기서 저도 공부를 해보면 좋을 텐데, 두 명을 케어하면서 내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고요. 지금의 외부적인 상황이 좀 나아지면, 영국 와서 처음 접해 본 캘리그래피도 다시 배우고 싶고, 한국에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 무료로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뒤 가족의 바람과 꿈이 궁금해요.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서 가끔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정리가 안 될 때가 있는데 이번 영국행을 준비하면서 저는 ‘교육’ 카테고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새롭게 배우는 것들, 그러나 나는 몰랐던 부분들, 매일 새롭게 느끼는 이곳의 모습들이 락다운 속에서도 제 심장을 뛰게 해요. 프랑스 가수 카를라 브루니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욕망 없이는 삶도 없어요. 여행에 대한 욕망이거나 다른 민족, 문화, 언어, 음악 등을 알고자 하는 욕구일 수도 있죠. 그게 바로 Quelque chose(말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죠.’ 한국에 돌아가서도 아마 이런 욕구가 샘솟으면 또 어디론가 떠날 꿍꿍이를 할지도 모르겠어요. 아이들만큼이나 저도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관계를 많이 형성했는데, 그런 관계는 중독성이 있어서 더 확장해나가고 싶어요. 또 외국에서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아이들의 서포트 역할이 아니라 나의 재미있는 일로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이제 런던에도 모나코에도 싱가포르에도 사르데냐에도 친구가 있으니까,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기가 좀 더 쉽지 않을까요. 그때엔 남편도 조금 여유가 생겨서 함께 떠나길 바라요. 우리 가족 모두가 같은 꿈을 꾸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에디터 김현지

사진 허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