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stoppable Journey

꿈을 향한 맥주의 시선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는 세바스찬 아르투아Sebastian Artois와 그의 아내 이자벨라 아르투아Isabella Artois가 함께 이끌어온 벨기에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다. 세바스찬이 사망한 이후 이자벨라는 ‘여성은 양조장을 운영할 수 없다’는 편견에 맞서 홀로 양조 사업을 꾸려왔다. 세계 4대 맥주로 손꼽히는 스텔라 아르투아는 국내에서 ‘비컴 언 아이콘’을 통해 여성의 꿈을 응원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여성 역시 맥주의 주 소비층이라는 당연한 명제에 시선을 두고, 여성이 이뤄가는 크고 작은 꿈에 응원을 전하고 있다.

주머니를 뒤적이니 오래전 곱게 접어둔 반짝이는 조각이 하나 손에 잡힌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그것을 조심스레 손바닥 위에 올리곤 조용히 바라본다. 꿈이라고 부르는 조각이다. 세상은 전보다 둥글고 느슨해졌지만, 아직도 누군가는 주머니 속에 오래된 꿈을 넣어만 둔다. 결혼과 출산과 육아, 특별하지 않은 인생 주기를 밟아가는 어느 여성에겐 제 색을 잃어가는 흐린 꿈만 남기도 한다. 꿈을 눈앞에 두고 주춤대는 여성에게 손을 건넨 맥주 브랜드가 있다. 목욕을 마친 뒤에 마시는 시원한 그것처럼 통쾌하고 후련한 응원과 함께다.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한 여성이 바에 앉아 맥주잔을 쥐며 노래를 시작한다. “후회하고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 노래와 함께 배경은 9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고, 노래하는 여자의 과거가 화면에 펼쳐진다. 그녀는 남자들이 건네는 빈 맥주잔을 정리하며 주문받는 웨이트리스였다. 휴게실로 들어와 멍하니 바라본 TV에선 샴푸 광고 모델이 머리를 흩날리고, 그녀는 별세계처럼 느껴지는 모델의 세계에 코웃음을 친다. 

머리카락을 휘날리기는커녕 향기 나는 머리카락은 상상도 해보지 않은 그녀였기에 TV 속 삶은 너무나 먼 얘기처럼 느껴질 뿐이다. 시간은 흘러 90년대 말이 되었고, 성실하게 걸어온 그녀가 얻은 건 매니저라는 직함. 지친 몸으로 주방에서 TV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한 여성의 모습이 들어온다. 머리를 흩날리는 샴푸 모델이 아닌 당당한 여성 정치인의 모습이. 그녀가 여전히 바 안에서 아등바등하고 있을 때 여성은 샴푸 모델에서 정치인으로, 화장실에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던 것이다. 그녀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매니저 명찰을 떼어 던지고 문밖으로 용기 있게 나선다. 시간이 흘러 다시 바에 앉은 그녀는 더는 남을 위해 움직이는 웨이트리스가 아니다. 숨겨둔 꿈에 귀 기울여 커다란 세상에 우뚝 선 당당한 그녀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인다. 작은 방에서 꿈만 헤아리던 그녀와 친구들은 어느덧 큰 꿈을 이룬 당당한 여성이 되어 화면 가득 미소를 채운다.

배우 김서형

 

“이번 스텔라 아르투아 캠페인의 ‘꿈은 단절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는 20대부터 꾸던 꿈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한 제 과거의 이야기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광고를 볼 많은 사람이 저처럼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싱어송라이터 김윤아


“캠페인 내용을 들었을 때 ‘이제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에 좋아하던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와 함께할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작업이죠.”

코미디언 송은이

 

“공개될 필름에서 볼 수 있다시피, 함께 아이콘으로 선정된 연기 장인 김서형 앞에서 연기하고, 노래 장인 김윤아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큰 도전이자 숙제였어요(웃음).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제 행보와 광고의 메시지가 맞아떨어져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촬영이었어요.”

여성과 여성과

여성의 힘으로


따사로운 봄볕에, 한여름 불볕더위에, 쓸쓸한 가을바람에, 한겨울 흰 눈을 맞으며 맥주를 마시면 “아, 시원하다!” 소리가 절로 나오곤 한다. 맥주를 처음 마시던 날에도 그랬고, 맥주를 자주 마시는 요즘도 그렇다. 꿀꺽, 꿀꺽꿀꺽…. 소리마저 시원한 목 넘김, 그리고 이어지는 감탄 “캬”! 입가에 묻은 맥주 거품을 손등으로 쓰윽 훔치는 TV 광고를 보면서 맥주가 마시고 싶어질 땐 언제나 남자 모델의 얼굴이 등장했다. 거칠고 터프한 인상이거나 조각처럼 잘생긴 미남들. 그들이 맥주 마시는 모습을 보는 건 조금 즐거웠지만, 어쩐지 입을 삐죽이게 되는 게 사실이었다. 여자도 맥주 마실 줄 아는데 왜 유독 남자만?

벨기에 프리미엄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도 이와 같은 생각으로 한국에 만연한 남성 중심의 맥주 광고를 바꿔보고자 했다. 이들은 주요 고객층인 삼사십 대 여성을 타깃으로 캠페인을 구상했다. 캠페인 이름은 비컴 언 아이콘Become an icon. 어려움을 극복하고 꿈을 향해 노력하는 여성을 응원하는 비컴 언 아이콘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펼쳐진 여성 임파워먼트 캠페인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건

나만의 길을 만든다는 것


맥주란 무릇, 일을 갓 시작하는 오전보다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고 스스로 토닥일 수 있는 한밤에 보상처럼 마실 때가 가장 맛있다. 그래서 비컴 언 아이콘은 이제 막 빛을 발하는 신인이 아닌 긴 시간을 묵묵히 일해온 여자 연예인과 함께 걷기로 했다. ‘넌 할 수 있어’를 열창한 배우 김서형, 싱어송라이터 김윤아, 코미디언 송은이가 홍보 영상의 주인공인 이유다. 남성 로커가 부른 노래를 파워풀하게 다시 부르며 보는 사람의 마음에 묵직한 무언가를 던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과연 ‘꿈은 단절되지 않는다’는 메시지와 닮았다. 영국 출신의 여성 감독 레인 앨런 밀러Raine Allen Miller, 포토그래퍼 조선희 등 캠페인의 내용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여성 스태프와 함께 꾸려진 비컴 언 아이콘은 곳곳에 여성의 손길이 닿아 더욱 진실한 에너지를 담는다.

노출 있는 옷을 입은 젊은 여자 모델이 해변에 드러누워 술잔을 들고 있는 광고는 여성의 술맛을 돋우지 못한다. 여성도 소비자로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자세로 여성의 꿈을 응원한 스텔라 아르투아는 더 많은 사람이 ‘꿈은 단절되지 않는다’에 목소리를 보탤 수 있도록 세심히 고민했다.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 스텔라 아르투아가 꾸린 새로운 길은 언제나 여성과 맞닿아 있었다.

가보지 않은 길로

나아가는 일


맥주는 사람들의 비어 있는, 혹은 넘쳐나는 마음과 함께하는 감정의 동반자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꿈은 단절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맥주를 마시는 잠깐 동안 빛을 발하고 사라지는 것은 원치 않았다. 여성이란 테마를 스쳐 지나가는 이슈 메이커에서 그친다면 진정한 의미의 캠페인이 되지 못할 거라 여겼고, 이들은 캠페인의 의미를 더 깊게 새기고자 사람들의 하루를 세심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지금 여기’에 집중했다. 대중과 가장 가까이서 숨 쉬는 매체, 유튜브, 팟캐스트, 인스타그램에 비컴 언 아이콘을 담기로 한 것이다. TV에서 20초 남짓 송출되는 ‘꿈은 단절되지 않는다’ 영상을 유튜브에 풀버전으로 공개하여 한 편의 단편 영화 같길 바랐던 초기 기획을 강조했고, 해시태그 캠페인을 통해 SNS에서도 흐름을 탈 수 있도록 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 비컴 언 아이콘의 메시지를 녹이기 위해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에 관해 끊임없이 골몰했다. 그렇게 닿은 것이 작년에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참새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이다.

스텔라 아르투아 X 김참새

몰스킨 한정판 노트

내 안의 여우를 찾아

사람들은 여우를 약삭빠른 사기꾼 이미지로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여우에게서 뛰어난 지능과 넘치는 자신감을 발견할 수 있다.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영리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당당하고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이처럼 자신을 아이코닉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몰스킨 노트에 여우를 메인 캐릭터로 담았다.

기프트 팩

당당해서 아름다운 그녀들

다양한 직업군의 여성을 담은 일러스트로 이루어진 스텔라 아르투아 기프트 팩이다. 상상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현실성을 가미하기 위해 SNS를 통해 작가가 평소 멋있다고 생각해온 여성들의 사진을 모티프로 삼았다. 꿈을 향해 움직이는 실제 여성들의 모습이 깃들어 있어 훨씬 생생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INTERVIEW

일러스트레이터 김참새

I Will Fly Free


온몸에 물감을 묻히고

놀던 날처럼

새장의 문을 연 순간, 힘없이 웅크리고 있던 참새는 날개를 크게 펼쳤다. 참새가 원한 세상은 구름과, 해님과, 달님과, 맑은 공기가 곁을 감싸는 자유로운 하늘이었다. 비상한 작은 새가 하늘에 그린 자그마한 그림은 알록달록 빛을 발하며 세상을 환히 비추고 있다. 김참새의 그림 역시 그렇다. 스텔라 아르투아와 함께한 맑은 그림의 주인, 김참새와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참새의 나날

 

요즘 곳곳에서 김참새란 이름이 눈에 띄어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그간 협업 작업이 많아서 대중과 만날 일이 많았어요. 협업에서는 상업적인 그림 위주로 진행했는데, 사실 제 전공은 페인팅이거든요. 요즘은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개인전에서는 페인팅, 설치 미술 위주의 작업을 선보이려고 해요.

 

포털사이트에 ‘김참새’를 검색하면 ‘본명인가?’라는 글이 곧잘 보이더라고요.

본명은 아니에요(웃음). 프랑스 유학 시절에 일어나자마자 영상 통화 앱에 접속해서 가족들과 통화하곤 했는데요. 시차가 있어서 제 기상 시간이 한국 퇴근 시간과 맞물리더라고요. 동생이 퇴근할 즈음 전활 걸어 시시콜콜 이야기하다 보니, 동생이 ‘참새가 또 나타났다.’고 해서 김참새가 됐죠. 앨범 아트워크 작업 때 크레디트에 들어갈 이름이 필요했는데, 첫 작업이었기 때문에 본명을 넣기가 쑥스러웠어요. 그때 별명을 써도 괜찮단 이야기를 듣고 김참새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했어요. 김참새 이름으로 발표한 아트워크를 보고 의뢰가 들어오고, 그 작품을 보고 또 다른 의뢰가 들어오고… 반복되다 보니 김참새가 활동명이 되었죠.

 

그림 속에 유난히 동물이 많아요. 김참새에게 동물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사랑이요. 저는 한 번도 동물 없이 살아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이 동물을 워낙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동물과 함께 지냈거든요. 키우던 병아리가 닭이 되기도 했죠(웃음). 지금도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이자 사랑이에요.

 

지금도 강아지 유진이와 같이 사는 걸로 알아요. 

유진이는 마음이 많이 아픈 친구예요. 한 할머니가 옛날 방식으로 키운다고 쇠사슬에 묶어놓고 키우고 있었대요. 동네 사람들의 신고로 구조되었지만, 세 번이나 파양을 당하고 입양처를 못 찾던 아이였죠. 동생이 유기견 보호 앱에서 발견해 저희 집에 오게 됐어요. 일 년 동안은 유진이도 저희도 많이 힘들었어요. 할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자주 때려서인지 술 냄새를 맡거나 남자를 보면 숨기 바빴거든요. 그래서 저희 아버지한테도 한동안은 가까이 오지 않았어요. 사료도 밥그릇에 주면 먹질 못했는데 아마 밥그릇으로 맞은 기억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산책해본 적이 없어서 잠깐만 나갔다 와도 발바닥에 피가 나고 발톱도 빠지고…. 그렇게 함께 고생하고 나니 많이 극복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아빠 옆에만 붙어 있으려고 할 정도죠. 매일매일 명랑하게 지내고 있어요.

사랑이 담겨서인지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동심이 살아나는 기분이 들어요. 어릴 때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뭘 그렸는지까진 기억나지 않지만 그림 그리는 건 좋아했어요. 엄마가 크레파스를 처음 사주셨던 기억도 나고요. 막연히 화가를 꿈꾸던 어린 시절에 동네 화가 할아버지에게 그림을 배우게 됐는데요. 큰 키에 수염과 머리는 하얗고, 항상 멜빵바지를 입고 화가 모자를 쓰고서는 100호 사이즈의 큰 캔버스에 꽃을 그리던 분이었어요. 화가보다는 산타클로스 같은 인상이었죠. 할아버지 작업실로 들어가면 늘 유화 냄새가 났어요. 화가 할아버지는 여기 있는 물감으로 마음껏 그리라고 해주셨고, 그 덕에 어릴 때는 온몸에 물감을 묻히면서 놀았어요.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일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순간을 기억하나요?

쭉 그림을 그려왔으니 고등학생 때 자연스럽게 입시 미술을 준비하게 됐는데, 지금껏 해오던 것과는 달라서 당황스러웠어요. 입시를 위해 기술을 습득하는 미술이 제겐 너무 낯설었거든요. 사춘기가 겹치기도 해서 방황하다가 미술을 그만두게 됐어요. 그림에서 손을 떼고 곰곰 생각해보니 제 인생에 미술보다 재밌는 건 없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일을 계속하면 가난할지언정 재미는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다시 미술을 하겠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어요. 오히려 그림에서 손을 뗐을 때 미술을 해야겠다고 스스로 선택하게 된 거죠.

 

프랑스로 떠난 것도 직접 선택한 일이었나요?

네. 다시 미술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찾은 미술 학원엔 화가 할아버지처럼 독특한 선생님이 계셨어요. 어느 날 신문 기사 하나를 건네며 “네가 여기 가서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해주신 분이죠. 입학만 한다면 한국에서보다는 제게 맞는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알려주셨는데, 아마 제가 한국 입시에 안 맞는다는 걸 알아채고 프랑스 유학을 권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 뒤로 프랑스 유학을 열심히 알아봤어요. 힌트를 준 건 선생님이지만 선택은 온전히 제 몫이었어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게 두려웠을 것 같기도 해요.

저는 한 번도 외국에서 사는 삶을 상상해본 적이 없어요. 또래 친구들은 대학에 입학해서 여행도 가고 연애도 하는데, 저는 재수에 삼수… 새 삶은커녕 여행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죠. 입시 미술 학원을 오가며 ‘왜 이런 그림을 그려야 하나.’라는 생각과 ‘그래도 해야지.’라는 생각 사이에서 찌들어 있기만 했거든요. 스물다섯의 늦은 나이로 해외에 나간다는 게 겁나기도 했지만, 갈 거라면 빨리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불어 알파벳과 인사말만 간신히 익힌 채 떠나게 됐죠.

 

처음엔 의사소통이 힘들었겠군요.

엄청 힘들었어요. 우리 집 강아지가 된 기분이었죠. 강아지가 사람 말을 알아듣지 못하듯, 저 역시 억양이나 표정으로만 상황을 파악해야 했어요. 웃으면서 이야기하면 좋은 얘기구나, 화난 얼굴로 이야기하면 나쁜 얘기구나 정도로요. 프랑스 학교에 입학하려면 학교에서 요구하는 프랑스어 성적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프랑스에 가자마자 어학기관에 들어갔는데, 거긴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모여 있었어요. 아무도 불어를 할 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선생님은 대뜸 회화부터 시작하시더라고요. 선생님의 어머니가 오셔서 요리를 가르치고, 요리 재료가 적힌 종이를 들고 슈퍼에 가서 재료를 사 오는 식이었어요. 불어에는 문외한인 사람들이 모여서도 대화가 어찌어찌 오가는 게, 힘든 와중에도 재밌었죠.

 

유학 생활이 한국의 입시 미술에서 느낀 위화감을 해결해주었나요?

한국에서 공부할 때와 비교하면 프랑스에서의 미술은 정말이지 재밌었어요. 화가 할아버지께 배운 자유로운 방식이 프랑스에 그대로 녹아 있었거든요. 제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그릴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았어요. 한국에서 프랑스로 미술을 배우러 왔다는 자체가 그들에겐 특이한 일이기 때문에 한국 재료로, 규칙에 어긋나게 제멋대로 작업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게 보지 않았죠.

참새와 커피, 그리고 술

 

이번 호 주제는 커피와 술이에요. 커피 좋아하나요?

네. 작업하기 전에 한 잔씩 습관처럼 마셔요. 안 마시면 정신이 덜 깨는 것 같거든요. 산책할 때도 자주 마셔요. 줄이려고 머리로는 노력하고 있지만, 심심할 때 아메리카노 한 잔, 배고플 때 라떼 한 잔, 이런 습관은 놓기가 힘들더라고요. 

 

카페도 자주 가고요?

카페에서 집중하는 타입이 아니어서 작업을 하기보단 미팅을 하거나 커피를 사기 위해 방문해요. 보통 로스팅 전문점에 가는데, 자주 가는 카페는 연희동의 매뉴팩트와 앤트러사이트예요. 산미가 있는 것보다 다크하고 묵직한 커피를 좋아하죠.

 

커피 이야기를 하니까 2016년에 진행한 개인전 <L’ÉMOTI￾ON>이 떠올라요. 전시 장소였던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었잖아요.

그 전시 오셨어요? 와, 유물이다(웃음). 어리둥절하지만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한국에 오고 정신없을 때 전시 의뢰가 들어왔고, 처음이라서 방법을 몰라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나도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하는 데만 집중했어요. 그 당시 제가 원하는 공간은 느슨하더라도 아늑한 곳이었어요. 제 작업을 가까이서 보고 호흡할 수 있는 느낌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스튜디오 콘크리트를 만나게 됐는데, 전시를 보고 커피도 마실 수 있단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전시에 오신 분들이 꼭 제 작업실에 놀러 온 손님 같았고, 그들에게 대접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평소에 커피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요?

친구요. 기분 전환할 때도 마시고, 잠을 깨고 싶을 때도 마시고, 입이 심심할 때도 마시거든요. 친구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죠. 요즘엔 아침에 냉파스타샐러드를 만들어 먹곤 하는데, 아메리카노랑 같이 먹으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어요. 디저트로 쿠키랑 먹는 것도 좋아해요.

 

요즘은 커피를 직접 내려 먹는 사람도 많아졌어요. 집에서 내려 먹기도 하나요?

집에 커피 머신이 있어서 아메리카노를 자주 마셔요. 앞서 언급한 매뉴팩트와 앤트러사이트 원두를 주로 이용하죠. 최근엔 위가 조금 안 좋아져서 디카페인 원두를 마시고 있어요. 독일 마켓에서 파는 원두가 맛도 좋고 카페인 함량도 적다고 추천받아서 마시고 있죠. 디카페인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맛있더라고요. 

 

커피로 입을 좀 축였으니 술 얘기도 해볼까요?

술은 커피에 비해 잘 마시진 못해요. 본격적으로 찾아 마신다기보단 친구랑 산책하다 맥주 한 잔 마시는 정도로 즐기고 있어요. 보통 집 근처에 있는 바에서 맥주를 마시는데, 그 가게에서 파는 문어 안주를 특히 좋아해요. 간단한 안주를 꼽자면 역시 땅콩이 최고죠. 땅콩 중에서도 무조건 짭짤한 것으로요(웃음). 가끔은 안주 없이 맥주 반 잔만 마시기도 해요.

 

저도 맥주 한 잔이 딱 좋은데, 친구랑 마시는 것보단 혼자 마시는 게 좋더라고요.

아, 혼술! 저는 혼술 문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혼자 하는 게 많아진다는 건 혼자만의 시간을 잘 가꾸고 다듬는다는 뜻이잖아요. 이모저모에 스트레스받고 치이며 사는 게 일상인데, 본인 시간마저 없으면 정말 안 될 것 같아요. 저도 유학 중엔 맥주로 자주 혼술을 하곤 했어요. 지금은 친구들이랑 마시는 일이 많지만요.

 

‘술이나 한잔할까?’라는 말이 오갈 정도로 술이 성인에겐 일반적인 음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술은 어떤 의미일까요?

위로 아닐까요? 술이 없으면 사람들은 더 힘들어질 것 같아요. 잠깐씩 기댈 수 있는 존재인 거죠. 기쁨이나 슬픔을 누군가와 나누지 않고 해소해주는, 친구 같은 술!

© 스텔라 아르투아

참새와 스텔라 아르투아


친구 같은 술로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맥주 브랜드 스텔라 아르투아와의 협업이었죠.

비컴 언 아이콘 캠페인은 ‘여성’이라는 테마가 중심이어서 개인적으로 많이 힘이 된 작업이었어요. 이번 협업은 캠페인이 중심이기 때문에 그 의의에 집중하고자 했어요. 담당자에게 타깃, 의미, 목표 등 다양한 내용을 물어봤죠. 사실 ‘꿈은 단절되지 않는다’라는 테마를 듣자마자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꿈을 응원한다는 취지가 좋았거든요.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요?

할머니가 될 때까지 그리는 거요. 말은 쉽지만 사실 어려운 일이잖아요.


 협업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협업은 많이 해봤지만 그중 가장 즐겁고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힘든 게 전혀 없었거든요. 한국에서의 협업은 대개 상업적인 내용이다 보니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어원이 퇴색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스텔라 아르투아는 작가를 최대한 배려해주어서 의미적으로도 진정한 컬래버레이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에 한옥 전시를 꿈꿔왔단 이야길 들었는데, 컬래버레이션 작업으로 한옥 전시도 진행하게 됐어요.

이전에 전시할 만한 한옥을 알아본 적이 있는데 못질할 수 있는 한옥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해야 했는데, 이번에 스텔라 아르투아 측에서 좋은 장소를 마련해주셨어요. 은연중에 했던 한옥 전시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어느 날 “한옥 전시할래요?”라면서 한옥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장소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단번에 하겠다고 했어요. 꿈인지 생신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설렜죠. ‘꿈은 단절되지 않는다’는 주제로 작업하고 실제로 꿈이 이뤄진 셈이라 신기했어요.


 작업해본 소감이 어때요?

이제 저도 친구들도 어린 나이는 아니어서 사회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많아요. 회사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은 제가 모르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을 거예요. 이번 작업이 아니었다면 저는 제 인생만 보고 살아갔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스텔라 아르투아와의 협업을 통해 친구들, 일하는 여성의 고충을 좀더 알게 되었어요. 꿈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된 거죠. 이 캠페인에 함께할 작가로 선정된 건 영광스러운 일이었어요. 담당자에게 ‘왜 하필 저예요? 왜 제가 됐을까요?’ 하고 몇 번이나 물어볼 정도로 좋았어요. 제 그림이 보태진 비컴 언 아이콘 캠페인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예요.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을까요?

올해 말까지 잡혀 있는 일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고 싶어요. 더 좋은 작업을 보여드리고 싶고, 개인전도 잘 치르고 싶고요. 최근엔 동양화 재료를 제 방식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데요. 많은 고민과 연구를 통해 개인 작업을 더 많이 선보이고 싶어요. 개인 작업이 발전될수록 협업을 하기 위한 하나의 영감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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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

자료 제공 스텔라 아르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