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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단단한 걸음
언커먼하우스
40년간 가구를 만들어온 아버지와 나무를 공부한 딸이 있다. 언커먼하우스는 오랜 세월을 지켜온 가구 공장의 문을 닫고 은퇴한 아버지 정명희 선생과 그의 딸인 정영은 대표가 함께 세운 국내 가구 브랜드다. 한국의 틀에 박힌 집 구조 속에서 조금은 특별한, 자기다운 공간을 만들고 싶은 딸은 아버지가 손수 만든 가구가 필요했다. 그렇게 가족을 위한 가구를 하나 둘 만들다 아버지는 가구업계에 복귀하게 되었고 딸은 다시 나무와의 인연을 이어가기로 했다.
경기가 좋던 그 시절 일산, 고양, 파주에는 가구단지가 줄을 이루며 국내 가구 시장에 활기가 넘쳤다. 이케아 같은 다국적 리빙 가구와 먼 나라에서 들여오는 저가 가구가 유행하면서 그때의 명성은 추억으로만 남게 된 오늘이지만 그 속에서 언커먼하우스는 거꾸로 걷는 방식을 택했다. 일산의 깊은 곳, 투박한 공장 건물 속에 숨겨진 쇼룸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제조 방식까지. 아주 느리지만 정성스러운 걸음이다. 이들이 만든 모든 과정은 시대를 거스름과 동시에 반드시 오래 이어질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겉으로만 멋진 공간은 지양하고 싶었어요. 제조지에서 모든 거품을 빼고 오롯이 우리 가족이 만든 가구만이 주목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죠. ‘오늘은 언커먼하우스 쇼룸에 꼭 한번 가보자.’라는 의지를 가지고 찾아오실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인정받는다면 이것이 우리만 할 수 있고 또 우리만 가진 강점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늘 동기부여하고 있어요.”
아버지의 가업을 잇는 딸의 이야기란, 동화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뚝 선 나무가 하나의 가구가 되기까지, 아버지와 딸이 함께 일하며 동료가 되기까지. 그들을 잇는 것은 어쩌면 단단한 나무의 힘이 아닐까. 그녀가 나무를 좋아한 이유는 가구 공장 옆, 작은 집에 살던 어릴 때의 추억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바닥부터 수도, 시멘트 공사까지 아버지가 직접 만든 집에는 나무로 새긴 날들. 도장에 딸의 이름을 새겨 선물했던 작은 나뭇조각들까지. 집안 곳곳을 장식했던 그 날의 기억들은 오늘도 이어진다.
“딸아이가 가구 일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아직도 새롭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전공을 나무 관련 쪽으로 택했을 때도 가구 일을 이어받아 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죠. 우리네 인생은 참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재미난 여정인 거 같아요. 매일 세상에서 제일 귀한 딸과 얼굴을 맞대고 작업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경험해 보지 않으면 잘 모르실 거예요(웃음).”
어린 시절엔 부모님 직업을 머나먼 남의 일처럼 바라봤다. 밖에서 어떤 일을 하시든 집에선 오롯이 부모이고 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일을 시작하고 나서 부모님의 인생에 일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자연히 알게 됐다. 언커먼하우스의 아버지와 딸은 같은 일을 하며 서로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깊은 이해와 앎은 부녀 사이를 더욱 애틋하게 만든다.
“아버지는 제가 태어난 순간에도 가구 하는 사람, 지금도 가구 하는 사람이에요. 사실 제조업은 변수가 정말 많아요. 어릴 때 비가 많이 오거나 강풍이 불면 새벽부터 가구 공장 시설물 관리로 걱정하시던 기억이 있어요. 당시에는 아버지의 부지런함과 수고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가업을 이어받고 있는 이제야 아버지가 겪었던 그간의 노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요즘입니다.”
한 세대가 끝나면 자연히 또 다른 세대가 열린다. 하지만 그 전의 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곳에 남은 과거의 흔적은 앞으로의 시간에 영향을 주는 법이다. 정성스레 잘 만들어진 가구는 그 주인과 함께 나이 들어 간다. 언커먼하우스의 내일은 ‘대물림’이라는 이름으로 ‘한국형 빈티지 가구 문화’를 이끌어 가는 일에 집중한다. 언커먼하우스에게 ‘흔하지 않은 가구’는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을 가지면서도 현대인의 생활감이 잘 반영된 가구다. 그렇기에 대물림해서 쓸 수 있는 빈티지 가구의 요건을 고려해 가구를 만든다. 내가 사라지더라도 튼튼하게 남아 내 소중한 이들을 지켜줄 가구, 오늘이 끝나도 내일을 살아갈 가구가 여기에 있다.
“아버지의 일을 딸이 이어간 것처럼, 우리가 만드는 가구가 대를 이어 물려받아 쓸 수 있는 가구가 되었으면 해요. 더 나아가 언젠가 대물림 시스템이라는 키워드가 국내에서 고유명사처럼 자리 잡아서 선대의 좋은 것을 후대에 대물림하는 문화가 존경받고 널리 알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하죠. 자식에게는 그런 역사를 품은 가구가 오랜 가족 간의 사랑을 기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줄 것이고 후세와 이어질 가족 간의 끈끈한 연의 연결고리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H. linktr.ee/uncommonhouse
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