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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ne Mason of Den-holm
스티븐 존 클락 조각가
먼저 당신과 브랜드 댄-홈Den-Holm에 관한 소개를 듣고 싶어요.
저는 스티븐 클락이고, ‘댄-홈’이라는 가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가끔 인스타그램을 보고 제가 ‘Den’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Hi, Den!” 하면서 연락하죠.
‘댄-홈’을 소개할 때 ‘스티븐 클락’은 한 발짝 뒤에 있는 편 이라서 그런 오해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스티븐 클락이 댄-홈의 제품을 만들고 있는 거죠.
개인으로서 만드는 작품과 댄-홈을 위해 만드는 작품에 차이가 있나요?
저는 석회암Limestone을 이용해서 주로 가구로 활용 가능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어요. 실용적인 예술품이죠. 조각을 하기도 하고요. 간혹 댄-홈은 기능에 충실한 아이템을 만들고, 스티븐 클락은 예술 작품을 만든다고 아는 분도 있어요. 최근에는 이런 견해를 깨보려고 노력하고 있죠.
실용적인 예술품이라는 말이 조금 낯선데요.
때로는 실용적인 물건도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어요. 실용적인 물건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예술 작품보다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사는 데 더 많은 돈을 쓰니까요. 그래서 누군가 기왕 가구나 소품을 산다면, 예술적인 것을 곁에 두었으면 해요.
브랜드를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 됐어요. 하지만 이런 작업은 제가 지난 10년 동안 계속 꿈꿔오던 일이었어요. 먼 길을 돌아 왔죠. 예전처럼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열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둔 후, 벽돌 만드는 곳에 견습생으로 들어갔어요. 석공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었죠. 하지만 열아홉이 됐을 무렵, 이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일을 그만둔 이후에 1년 동안은 패션을, 2년 동안은 텍스타일을 배웠어요.
글래스고Glasgow의 아트 스쿨에서 패션을 공부했고 그곳에서 지금의 아내 바비Bobby Clark를 만났죠. 아트 스쿨을 졸업하고 맨체스터Manchester의 대학에서 자수로 학위를 받았고요. 자수 코스가 정말로 훌륭해서 그 당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학업을 다 마친 후 바비와 저는 함께 런던으로 이사했어요.
자수를 전공했다니 놀랍네요. 현재 하고 있는 작업과는 많이 다르잖아요.
제 전공과 확연히 다른 분야이긴 해요. 하지만 지금이 더 재미있어요. 바비 역시 텍스타일을 전공했지만 현재는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림도 그리고요. 전공과는 좀 다르긴 하지만 둘 다 지금의 삶에 더 만족하고 있어요.
당신 작업의 주재료는 석회암인데, 예전에 천이나 실 등 매우 연약한 재료를 사용하던 것과 비교하면 석회암은 다루기 어렵지 않나요?
예전에 사용하던 재료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저는 석회암을 다루는 것이 재미있어요. 돌이 아름다운 작품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죠. 다행히 석회암은 대리석보다 부드러워서 생각만큼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돌은 조각의 전통적인 재료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돌 말고도 조각을 할 수 있는 재료가 다양하잖아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벽돌 공장에서 견습생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돌은 저한테 매우 익숙한 소재였어요.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도 돌이 있으면 이것저것 가볍게 만들어 보면서 장난을 치기도 했죠. 한 번은 크리스마스 소품으로 아내가 부탁한 것이 있어서 만들어 봤는데 바비가 무척 좋아하는 거예요. 그때 만든 걸 보고 주위 사람들도 놀랐고요. 작품으로 팔아도 되겠다고 칭찬을 해주면서요. 그래서 그때부터 돌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저도 제가 이렇게 조각을 할 거라곤 생각도 안 해봤어요(웃음).
당신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간결함과 동시에 원시적인 느낌도 받았어요. 몇몇 작품은 전통의상을 입은 아프리카 부족 생각나기도 하고요.
간혹 사람들이 그렇게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해요. 저는 아프리카의 원시 조각을 연구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또 누가 알아요? 다음 작업으로 이어질지(웃음). 작업할 때 원시적인 느낌이 가미될 때도 있지만, 정확히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꽤 많은 작품이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이 특별히 애착을 가진 작품이 있나요?
얼마 전에 끝낸 ‘Restraint’를 가장 좋아해요.
어떤 작업인가요?
두 사람의 형상이 한 조각 안에 들어 있어요. 가끔 제 안에 두 명의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곤 하는데요, 작품이 그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가, 때때로 다른 사람이 만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요?
저는 오래된 건축물의 부분을 참고하려고 노력해요. 조각 공원에 놓인 작품이 종종 영감이 될 때도 있고요. 하지만 이것을 있는 그대로 작품에 반영하는 것은 아니고 저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다르게 연출해요.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기 때문에 아직도 패션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패션에서 다양한 영감을 받는 편이에요.
작업 과정은 보통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먼저 재료를 탐색하는 것으로 시작해요. 건설 현장에서 일 하면서 재료의 형태와 기능을 많이 익힌 셈이죠. 현재 작업하는 데 현장 경험이 참 많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저는 작업을 할 때 먼저 드로잉을 해보고 적절한 돌을 고르고 조각을 시작해요. 연장에 따라서 무늬가 달라지거나 형태가 조금씩 바뀌는데, 그 과정을 굉장히 즐겨요. 참, 가끔 테라조Terrazzo(대리석이나 돌 조각에 백색 시멘트를 섞어 견고하게 굳힌 후 기계로 갈아 광택을 낸 인조석) 만드는 일도 하고 있어요.
최근에 작업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최근에 바이런 베이Byron Bay의 레스 호텔Rae’s Hotel에 놓일 테이블 세 개를 완성했어요. 제 친구를 위해서 커피 테이블도 하나 만들었고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탬신 존슨 Tamsin Johnson과 함께 준비하는 일이 있고, 얼마 전에 주얼리 디자이너 루시 포크Lucy Folk와의 프로젝트가 끝났어요.
그녀가 운영하는 ‘PLAYA(PLAYA by Lucy Folk)’라는 콘셉트 매장이 멜버른과 시드니에 있는데요, 시드니의 본다이 비치Bondi Beach 매장에 제 소품이 몇 점 들어가게 됐어요. 현재 하고 있는 가장 큰 일은 사이드 테이블을 제작하는 것인데, 완성이 잘 되면 판매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조각가는 누구인가요?
저는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와 헨리 로렌스Henri Laurens,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를 좋아해요. 조각을 시작하기 전에는 브랑쿠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누군가 제 작품이 브랑쿠시의 작품과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제 아내도 그렇게 말하고요. 그래서 브랑쿠시의 작품을 하나둘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사실 시각적으로 보면 그의 작품은 모두 대칭과 균형에 관한 것이에요. 제 작품은 대칭과 균형과는 거리가 멀죠. 그래도 브랑쿠시는 좋아해요.
당신과 바비, 둘 다 스코틀랜드Scotland 출신인데, 호주에 온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7년 정도 됐어요. 처음 호주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멜버른에서 계속 지내고 있죠.
어떤 이유로 멜버른에 오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런던은 물가가 비싸서 생활이 녹록하지 않았어요. 아내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전에 호주에서 1년 정도 살면서 삶을 즐겨보기로 했죠. 무작정 호주로 왔어요. 바비와 저는 멜버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요. 날씨가 좋아서 제가 좋아하는 축구도 실컷 할 수 있었죠(웃음).
정착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결국 호주에서 살기로 마음먹었지만, 비자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건설 업계로 돌아가는 것뿐이었어요. 그래서 호주에 정착하고 한 5년간 건설 관련 일을 했어요. 5년정도 일을 하고 나서 이거면 됐다고 생각했죠. ‘이제 끝났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작업실 주변에 비슷한 창고형 스튜디오가 많은 것 같았어요. 레저부아Reservoir지역은 어떤 곳인가요?
이 지역은 유명한 세라믹 공장을 비롯해서 스튜디오가 많이 몰려 있는 곳이에요. 도심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교외이고 산업 지역이지만, 많은 예술가가 작업을 하고 있죠. 멋있고 창의적인 요소가 많은 동네거든요. 또 스튜디오 임대료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예술가들한테 인기가 많은 편이에요. 저는 지난해 이 작업실로 이사했는데 두 명의 화가와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작년에 작업실을 마련한 후 몇몇 화가들과 <New Slang>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열었어요. 반응도 좋았고, 생각보다 꽤 재미있어서,이런 전시를 한 번 더 해 볼 생각이에요.
작업을 하지 않는 개인적인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면서 보내나요?
요즘에는 집에서 아내와 함께 TV도 보고, 영화도 보고 그래요. 예전에는 나가서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시간이 좋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으로부터 나 자신을 떼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은 일이 끝나도 항상 작업에 대해 생각해요. 이상하게도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르는 거 있죠. 이제는 숨 좀 돌릴 때도 되었는데 말이에요.
예술가가 활동하기에 멜버른은 참 좋은 도시 같아요.
멜버른은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아가고 있어서 흥미로운 일이 많이 일어나요. 만약 누군가 영어로 이야기할 때 특별한 악센트가 있으면 이곳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색다른 뭔가가 있을 거라 여기고 호기심을 가져요. 그리고 멜버른에서 생활하면 따뜻한 날씨와 아름다운 자연 때문에 저절로 행복해질 수밖에 없어요. 개를 데리고 산책하기 좋고, 해변까지 한 시간도 채 안 걸리고요.
런던에 있었으면 누리지 못했을 일상이었을까요?
지금 만약 런던에 있었더라면, 아내와 제가 지난 몇 년간 멜버른에서 해왔던 것만큼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 런던에서 우리는 늘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여유롭고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죠.
당신의 인생에서 멜버른은 참 중요한 도시인 것 같네요.
멜버른은 제가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곳이에요. 혼자 있을 여유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동시에 예술가로서 아주 견고한 기초를 다질 수 있게 해주었죠.
예를 들면 어떤 방식으로요?
멜버른은 다양한 문화가 혼재돼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 많아요. 날마다 형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죠. 저는 스펀지 같은 사람이라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흡수하고 그것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품에 반영하기도 해요.
멜버른에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해변이요! 멜버른의 해변은 모두 아름답고 좋아요. 반려견 스카우트도 바다에서 산책하는 걸 좋아해서 매번 같이 가요. 괜찮은 미술관이 참 많은데, 개인적으로 정원이 아름다운 NGV와 현대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ACCA를 좋아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고 싶어요.
댄-홈이라는 브랜드는 지금 시작 단계에요. 첫걸음마를 떼었죠. 우선은 브랜드를 좀 더 확장 시키는 데 주력하고, 개인적으로 조각 작업을 더 많이 해보려고 몇 가지를 구상하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두 달 정도는 아내와 함께하는첫 번째 전시를 준비하느라 조금 바쁠 것 같아요. 공동 전시는 오랫동안 우리가 바라오던 프로젝트 중에 하나거든요. 바비의 그림과 저의 조각이 잘 어울리니까 멋있는 전시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ditor Kim Nameun
Photographer Hasisi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