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의 산책:SPINACH

시금치

SPINACH

시금치

오늘 아침 슈퍼에 갔더니 겨울 해풍을 견디며 노지에서 자란 해남 시금치가 입구 앞 진열대를 푸르게 메꾸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푸르름은 우리가 왜 ‘제철 채소’를 먹어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서 이제 막 수확되어, 계절과 땅의 기운을 온몸에 머금고 있는 그들은 최상의 맛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겨울 채소인 시금치는 한파에 견디기 위해 온몸에 힘을 꾹 주기 때문에 당도가 올라간다. 카로틴처럼 단맛을 내는 영양소의 함유량이 다른 시기에 비해 높은 것이다. 시금치뿐만 아니라 모든 제철 음식은 언제나 풍부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어떤 재료가 제철인지 헷갈린다면 일단 채소가게로 가자. 입구 한복판,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가장 많이 쌓여 있는 것이 바로 제철 채소다. 시금치는 보다 짙은색의 잎사귀, 보다 짙은 분홍색의 뿌리를 가진 것이 좋다. 잎사귀의 흰 맥이 뚜렷하고 벌레 먹거나 시든 잎이 없는 것, 싱싱한 향을 머금고 있는 것으로 고르자.

불과 십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시금치가 오직 나물 반찬이 되기 위해 자라나는 채소인 줄 알았다. 생크림이나 치즈와 함께 프라이팬에 넣는 행위는 서양사람이 된장찌개를 끓이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었다. 시금치 라자냐, 시금치 피자, 시금치 수프를 먹어보지 못했다면 평생 그러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가게 <플랜트>의 이번 주 식사 메뉴는 ‘크리미 시금치 크로켓 버거’이다. 게살 크림 고로케의 변형판으로 게살 대신 볶은 시금치와 버섯, 콘을 패티모양으로 만들어 튀겼다. 양배추와 당근으로 만든 코울슬로(잘게 썬 양배추와 여러 채소들을 마요네즈와 버무린 것)를 함께 끼워 넣은 이 버거를 드신 손님들이 시금치를 떠올릴 때, 씁쓸한 맛 대신 부드럽고 따뜻한 맛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겨울의 시금치에서는 정말 고소한 풀맛이 난다.

RECIPE 01
시금치를 갈아서
페스토로 만들다

아이에게 당근과 피망을 먹이기 위해 잘게 썰어서 볶음밥에 넣었다든지, 연근을 다져 넣은 햄버거를 만들었다는 젊은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음에서 우러나온 아이디어에 감탄한다. 여러 요리들이 탄생한 배경을 찾다 보면 이렇듯 뜬금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뻔뻔하게도 세상에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어떤 이유와 어떤 우연, 궁리에서였든 하나의 온전한 요리가 되어 오랜 시간 식탁에 오르고 끝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간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내가 시금치 페스토를 처음 만들게 된 이유는 우습게도 바질의 가격 때문이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나 할까.

재료

시금치 100g, 올리브 오일 2~3Ts(테이블스푼), 잣 조금, 면 100g, 생크림 3Ts(테이블스푼), 마늘 1쪽, 훼타치즈 혹은 파르메잔치즈, 소금, 후추

TIP 시금치는 뿌리 부분의 여러 줄기 사이에 흙이나 모래가 껴있기 쉬우므로 꼼꼼히 세척해야 한다. 밑부분을 잘 펼쳐 흐르는 물에 씻거나 10분 정도 물에 담가놓자.

만드는 법

냄비에 시금치가 잠길 정도의 물과 소금 한 꼬집을 넣고 끓인다. 물이 팔팔 끓으면 잘 씻은 시금치의 줄기 부분을 넣고 10초간 기다렸다가 잎 부분까지 모두 넣어 휙휙 저어준다. 색이 변하면 바로 건져내어 찬물에 헹군다. 키친타올이나 마른 천 등으로 물기를 제거한 뒤 올리브 오일, 시금치 삶은 물 약간, 잣을 넣고 믹서기에 잘 갈아 페스토로 만든다. 마늘을 얇게 썰어 후라이팬에 올레오 오일 약간과 함께 볶아 향을 낸다. 미리 만들어 놓은 페스토와 생크림, 소금, 후추를 넣어 간을 맞춘다. 삶은 파스타 면을 소스와 함께 버무린다. 그릇에 담아 치즈를 뿌려 마무리한다. 기호에 따라 마늘과 함께 양파, 베이컨, 버섯 등을 볶아서 만들어도 좋다.

RECIPE 02
시금치와 버섯을 간장으로
볶아서 노른자와 비비다

시금치와 베이컨, 치즈 위에 노른자를 터뜨려서 먹는 비스마르크 피자! 나에게 혁명적인 음식이었다. 계란밥을 좋아하는 제일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노른자를 터뜨릴 때 느끼는 희열인데 피자에서 그 맛을 볼 수 있다니. 시금치 잎의 주름 사이로 스며드는 노른자와 베이컨의 짠맛. 여기에 식감을 위한 버섯을 추가한다면 꿈의 조합이다.

재 료

시금치 100g, 맛타리버섯 100g, 베이컨 2줄, 버터 5g, 간장 1ts(티스푼), 소금, 후추


TIP 흙이 묻어 있는 싱싱한 시금치를 그대로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에 세워 보관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깨끗이 씻은 뒤에 물기를 제거하고, 살짝 데쳐서 냉동실에 보관하자.

만드는 법

시금치는 잘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손으로 뜯어 줄기와 잎으로 나눈다. 프라이팬에 버터와 베이컨을 넣고 잠시 볶다가 맛타리버섯, 시금치 줄기, 잎 순으로 넣어 볶는다. 소금, 후추로 간을 해 그릇에 담고 노른자를 얹어 마무리 한다. 기호에 따라 고소한 치즈를 갈아 뿌려 먹어도 좋다.

RECIPE 03
시금치를 삶아서
땅콩된장에 버무리다

스물다섯이 넘어가면서부터 배가 고프면 면이 아닌 쌀밥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잘 지은 밥에 국물 한 사발, 그리고 적당하게 착한 맛의 반찬들이 올려진 식탁. 특별하게 맛있는 한 그릇의 요리보다 평가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요리들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지금 소개하는 요리가 그렇다. 왜 먹는가, 무엇을 요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바뀌어 가는 시대와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에 의해 끝없이 변하는 것 같다.

재 료 

시금치 100g, 미소 2Ts(테이블스푼), 간장 1ts(티스푼), 올리고당 1ts(티스푼), 설탕 2Ts(테이블스푼), 빻은 땅콩 1Ts(테이블스푼)


TIP 시금치는 추운 겨울을 견뎌내는 채소이기에 매우 강력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그중 체내 결석을 만드는 수산을 제거하려면 잘 데친 후 물에 헹구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 기름으로 요리할 시에는 기름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별다른 처리가 필요 없다

만드는 법 

시금치 페스토를 만들 때처럼 10초 간격으로 줄기와 잎을 넣어 삶아주고 색이 변하면 바로 건져내어 찬물에 헹군다. 이 과정은 영양소와 맛의 손실을 줄여준다. 헹군 시금치는 자루에 건져 물기를 뺀 뒤 가볍게 젓가락 등으로 물기를 짠다. 볼에 미소, 간장, 올리고당, 땅콩을 넣어 섞고 시금치와 함께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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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