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About Picasso

생각하는 대로 그리는 예술가, 피카소

“나는 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그린다.”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는 말했고, 그 말은 그가 처음 붓을 든 날부터 마지막으로 붓을 놓은 날까지 유효했다.

파블로 피카소, 창문 앞에 앉아있는 여인, 1937, 캔버스에 유화ⓒ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파리로 떠난

천재 소년

미술 사조와 대표 작가의 이름, 대표작을 매치해 달달 외우던 미술 수업 시간을 통틀어,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잊을 수 없는 인상적인 이름 중 하나다. 정밀하거나 풍성한 회화 작품 사이에 돌연변이처럼 놓인 ‘마리 테레즈의 초상’은 어떤 부연 설명 없이도 기존의 형식을 파괴했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온몸과 이목구비가 쪼개져 있지만 한참을 들여다 보면 하나의 형태로 보이기도 했다. 이 그림을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을 느낀 건 100년 전 피카소와 동시대에 살았던 이들이나 나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피카소는 1881년 스페인의 말라가에서 태어났다. 미술 선생님인 아버지는 피카소의 천재성을 일찍이 알아보고 어릴 때부터 그림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학교에 입학한 피카소는 학교생활에 영 적응하지 못했지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오로지 그림, 그림, 그림에 열중하며 버텨나갔다. 이후 바르셀로나의 미술학교에 입학해 상급생들과 같이 전문적인 교육을 받자 실력은 나날이 늘어갔다. 마드리드 왕립 미술학교에도 쉽게 합격했지만, 제약이 많은 수업 방식에 답답함을 느끼고 방황하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야 만다. 그가 열일곱 살 때의 일이었다. 

1900년, 피카소가 처음 파리에 발을 디딘 후 그곳에 정착하기로 결심한 것은 예술적으로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환경에서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여느 천재들과 마찬가지로, 삶의 주도권을 쥐게 된 그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갔다. 그리고 동료들로 하여금 그를 뒤따르게 만들었다.

파블로 피카소, 마리 테레즈의 초상, 1937, 캔버스에 유화ⓒ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사랑과 이기심과

도전의 일생

1907년 ‘아비뇽의 처녀들’을 발표한 후 피카소는 미술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다. 동료 화가 조르주 브라크 Georges Braque와 함께 수백 년을 이어온 르네상스의 역사와 전통을 뒤흔들고 하나의 새로운 기법을 창조해낸 것이다. 입체주의의 시대는 1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막을 내렸지만, 이후의 그의 작품과 미술 사조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73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그의 업적은 매우 넓고 깊다. 그중에서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을 빼놓을 수 없는데, 모델이 된 여성들의 모습은 줄곧 아름답지만 그가 여성 편력가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식적으로 한 결혼은 두 번이지만 작품 속 뮤즈들은 무려 일곱 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뮤즈가 나타날 때마다 화풍이 바뀌는 등 그의 예술 세계에 여성이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평생 나는 사랑만 했다. 사랑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다.”고 피카소는 말했다.

대표작 중 하나인 ‘게르니카’는 여성이 아닌 시대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1, 2차 세계대전과 스페인내전의 비극을 겪으면서 ‘게르니카’, ‘시체 구덩이’, ‘한국에서의 학살’로 대표되는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내놓은 것이다. 50대 중반부터는 꾸준히 시를 써 내려가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기도 했다.

90여 년의 일생에서 그를 계속해서 움직이게 했던 동력은 무엇일까. 숨길 수 없는 재능을 스스로 알고 키워 나간 대담함, 거침없이 새로운 장르를 넘나드는 도전 정신,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예술적 욕구를 채워 나간 이기심 같은 것들이 아닐까. 마지막까지도 한 여인과 노년을 보낸 피카소가 주름진 손으로 천천히 화폭을 채우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파블로 피카소, 그림자, 1953, 캔버스에 유화ⓒ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피카소의 모든 것

Picasso, Into the Myth

파블로 피카소, 피에로 복장의 폴, 1925, 캔버스에 유화ⓒ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지난 5월 1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피카소 탄생 1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Picasso, Into the Myth>의 막이 열렸다. 이번 전시는 그가 본격적으로 예술 활동을 시작한 1900년 초부터 70여 년에 걸쳐 남긴 작품들을 연대기적으로 돌아보는 회고전으로,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 소장 작품 중 110여 점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라는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단연 ‘입체주의의 창시자’다. 이번 전시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입체주의 작품들은 전시장 곳곳에서 각기 커다란 존재감을 내뿜는다. 걸작들을 진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이번 전시의 특별한 점은 따로 있다. 바로 우리가 몰랐던 피카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전시를 주관하는 비채아트뮤지엄의 이지원 홍보팀장은 이번 전시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20세기의 천재 화가라 불리는 피카소는 세계를 바라보는 눈과 그 세계를 작품에 담아내는 방식이 남달랐습니다. 피카소는 다양한 각도로 본 대상의 모습을 한 면에 담은 입체주의풍의 유화 작품들로 유명한데요. 이러한 시도 전후에도 고전주의, 초현실주의 작품처럼 다양한 화풍의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한국에서 입체주의, 천재로서 유명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작품과 시도를 통해 유화뿐만 아니라 판화, 도자기, 조각 등 익숙하지 않은 피카소의 새로운 면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전시는 시기별로 총 일곱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섹션을 지나 모퉁이를 돌 때마다 다른 전개가 펼쳐지기 때문에, 피카소를 잘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가 막을 내리기 전에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는 신화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자.

ⓒ 비채아트뮤지엄

전시장에서

아이와 나눌 대화

아이와 손을 잡고 간 전시장. 피카소의 그림뿐 아니라 삶에 관한 풍성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몇 가지 배경 지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곱 개의 섹션 중 아이와 유의미한 대화를 이끌어내기 좋은 섹션과 그 이유를 이지원 홍보팀장에 물었다.

파블로 피카소, 만돌린을 든 남자, 1911, 캔버스에 유화 ⓒ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첫번째 섹션인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혁명의 시대’에서는 피카소의 대표적인 입체주의 작품인 ‘만돌린을 든 남자’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르네상스 방식을 따라가는게 아니라, 바라보는 대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낸 피카소의 용기와 창의성은 본받을 만한 부분입니다. 남들과 다른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자신을 자신만을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어린이들이 그의 용기를 본받았으면 합니다.”

파블로 피카소, 무릎 꿇은 여인 술병, 1950 ⓒ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넷째 섹션인 ‘새로운 도전, 도자기 작업’에서는 피카소의 다양한 도자기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해학적으로 그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물들과 그가 좋아했던 올빼미가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익숙한 유화가 아닌 다른 장르에 도전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낸 그의 열정과 도전 정신이 인상적입니다.”

파블로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1951, 합판에 유화 ⓒ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여섯째 섹션인 ‘전쟁과 평화, 한국에서의 학살’에서 소개되는 ‘한국에서의 학살’에서는 한국전쟁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그려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전쟁의 역사를 되짚으며, 전쟁이 어떤 아픔을 낳는지, 그리고 평화와 화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비채아트뮤지엄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Picasso, Into the Myth>


2021. 5. 1. ~ 8. 29.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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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취재 협조 비채아트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