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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샌드위치
그들에게 집에서 만든 샌드위치를 대접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초대한다고 해도 바다 건너 우리 집까지 녀석들이 올 수 없었다. 그래서 버스, 전철, 비행기, 자동차 그리고 배를 타고 그들을 만나러 갔다. 예상대로 그 정 많은 녀석들은 내가 쭈그리고 앉아 손을 내밀기만 해도,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우도에는
개가 많아
우도에 가기로 한 후, 한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그곳에 대해 묻고 다녔다. 지인들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예쁜 바다색을 볼 수 있어.”, “거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땅콩 아이스크림을 꼭 먹어!”, “자전거나 오토바이 타고 한 바퀴를 돌면 후련해져.” 같은 대답을 해줬다. 어느 날, 취재가 끝나고 선배와 저녁을 먹다가 그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선배의 답은 뜬금없었다. “우도에는, 개가 많아.” 처음에는 장난을 치는 줄 알고 웃어넘겼는데, 선배는 사뭇 진지했다. 우리는 튀김을 먹다 말고 개에게 해줄 수 있는 일에 대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을 놓고 고민하다, 결국 선배가 제안했던 ‘개를 위한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라는 책에서 이름을 빌렸고, 우도의 개들이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개의 건강에 좋으면서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한동안 바빴다. 그렇게 분주하게 준비를 끝내고 비행기를 탔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뭔가 잊고 온 느낌이랄까.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씻을 준비를 하다 화장품을 챙겨오지 않은 것을 알았을 땐 이미 늦어버렸다. 커다란 배낭 안에는 온통 개를 위한 것들뿐이었다.
내가
샌드위치 요리사
게스트하우스에서 차려준 아침 식사를 먹으며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수프를 한 입 먹고 빵을 꺼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통조림을 뜯어 샌드위치를 쌌다. 주인아저씨는 그런 내 모습을 몇 번이나 흘끔 쳐다보셨다. 개 사료를 잔뜩 늘어놓고 샌드위치를 싸고 있는 내 모습이 그리 아름답진 않았겠지. 처음엔 아저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려고 했으나, 궁금해하는 눈빛이 재미있어 미루다가 끝내 말하지 못했다. 아저씨도 눈치만 보다가 결국 내게 그 이상한 음식이 무엇인지 묻지 못하신 것 같다. 샌드위치를 싸서 배를 타고 우도로 향하다 문득 아저씨 표정이 생각나 웃음이 터졌다.
아저씨는 나를 얼마나 이상한 아가씨로 봤을까? 개 사료 먹는 여자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책이 나오면 한 권 보내드릴까’ 생각하다가 관뒀다. “우리 집에 묵은 한 아가씨는 개 사료로 샌드위치를 싸서 나가더라고요”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모습을 상상하니, 역시 안 알리는 편이 서로에게 즐거울 것 같다. 우도에 도착하고 선착장 앞에서 스쿠터 하나를 빌렸다. 우도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세 시간 남짓이면 충분히 돌 수 있는 작은 섬이다. 그 섬에 부는 바람을 맞으며, 하루를 보낼 생각을 하니 들뜨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배낭까지 메고 스쿠터에 앉으니, 꼭 배달원이 된 기분도 들었고. “기다려라, 멍멍이들아!” 혼잣말로 기합을 불어넣고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담 너머를
잘 들여다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개들이 많진 않았다. 선배 말에 의하면 개들의 집합 장소 같은 게 있어서 거기를 찾으면 된다는데, 아쉽게도 그런 건 찾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히 ‘잘’ 들여다보니 개들이 보였다. 우도를 비롯한 제주 전역에는 낮은 돌담이 많다. 사람 허리 밖에 오지 않는 높이의 담이 무엇을 지켜줄 수 있는지 잠시 고민하게 되지만, 그보다 높은 담을 쌓을 이유가 없었다고 믿고 싶다. 아니면 돌을 쌓다 지쳐서 그만큼만 쌓자고 합의를 했을지도 모르고. 그런 돌담을 따라가다 보면, 담이 무너져 있는 곳들이 있다. 그 사이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개가 있었다. 담 뒤에 볕이 잘 드는 곳에 앉아 쉬고 있는 개들. 담 너머로 불쑥 고개를 내미는 나로 인해 살짝 놀라는 눈치였지만, 대부분의 개가 그렇듯 이내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가방을 내리고 준비한 샌드위치를 접시에 예쁘게 담았다.
개들이 먹을 음식인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냐는 얘기를 들을지도 모르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주고 싶었다. 사람이 먹는 음식도 어차피 입에 털어 넣으면 다 똑같은 음식인데, 보기 좋은 떡이 먹는 이를 더 기분 좋게 하지 않던가. 개들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는데, 말을 하지 못하니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금세 그 생각은 생뚱한 것이 되어버렸다. 개들은 음식 냄새가 나자 분주하게 달려와서 먹기 바빴고 내가 준비해간 예쁜 색의 접시는 3초도 되지 않아 쓰레기가 되었다. ‘개들이 나이프로 우아하게 접시 안에서 먹길 바란 거야?’ 이런 얘기를 자신에게 하며 웃어넘겼다. 그래도 이왕 마음먹은 거, 끝까지 예쁜 접시에 강아지용 쿠키와 샌드위치를 담아주었다. 개들은 접시까지 먹어 치울 기세였기에, 다 먹는 걸 지켜보고 접시는 잽싸게 빼 와야 했다.
강아지, 개
그리고 주인
우도를 한 바퀴 돌며, 다양한 개들을 만났다. 그런데 역시 가장 사랑스러운 건‘강아지’였다. 고양이도, 곰도, 호랑이도, 소도. 어린 시절은 왜 그렇게 예쁜지 모르겠다. 외계인이 인간을 봐도 같지 않을까? “지구에 사는 인간이라는 종은 아이가 시간이 지나면 어른이 되는데, 어른보다는 아이일 때가 예뻐. 어른이 되면 생김새뿐만 아니라 마음도 좀 못나지는 경향이 있어.”라고 말할 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 됐건, 강아지들은 보기만 해도 미소 짓게 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해녀의 집’이라는 가게에서 처음 만난 강아지들의 이름은 ‘바다’와 ‘써니’였다. 녀석들이 귀여워 샌드위치를 주려다 가게 안쪽에서 회를 치던 주인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회칼을 들고 있는 험상궂은 분이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샌드위치를 좀 줘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아저씨는 겁먹은 내가 민망해지도록 활짝 웃더니
“그럼! 아이고 우리 새끼들 호강하네. 매일 생선 찌꺼기같이 남은 음식만 먹다가, 육지 개들이 먹는 고급 음식도 먹어보고.”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부엌에서 일하며 신경을 안 쓰는 듯했는데, 어느새 내가 샌드위치를 주는 곳으로 나와계셨다. 강아지들에게는 조금 컸던 샌드위치를 손으로 일일이 부숴서 먹여주던 아저씨의 손은 거칠고 투박했다. 하지만 만져보지 않아도 따뜻할 거란 느낌이 들었다. 그 후로도 강아지와 가족들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미는 한 마리여도 강아지는 늘 두 마리 이상씩 무리 지어 있었고, 그 가까이에는 늘 주인이 있었다. 주인들은 개들을 마당에 내버려둔 것 같아도 개가 짖거나 으르렁거리면, 창문이나 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내가 새끼들을 해칠까 봐 어미 개가 끙끙거리며 ‘저 여자 좀 내쫓아요’ 하는 표정을 지으면 주인은 웃으며 그런 개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내가
미안
개들에게 샌드위치를 나눠주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보는 앞에서 음식을 꺼내면, 녀석들은 꼬리를 흔들며 달려와 그것들을 맛있게 먹어주었다. 마치 내가 오랫동안 녀석들을 보살펴준 사람이란 착각이 들 정도로 졸졸 따라다녔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개들은 사람을 잘 따른다. 유기견이 유기묘보다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일까. 고양이들은 적당히 사람을 피할 줄 안다. 사람들도 길 고양이를 위해 밥을 주지만, 녀석들이 아프다거나 도움이 필요해 보이지 않으면 집으로 데려가려는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가까이 가면, 금세 달아나 버리니 멀리서 잘 살아주길 응원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들은 다르다. 쉽게 사람의 눈에 띄고 주인이 아니더라도 금방 따라가 버린다. 그렇다 보니 개장수에게 잡혀가기는 일도 잦고, 구조되어 유기견 센터로 옮겨가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개들이 종종 있다
유기견 센터에서 잠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난 개들은 밖에 나가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움직이지 않거나, 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오줌을 지렸다. 천성이 사람을 따르게 되어있는 녀석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제주에서는 좀처럼 겁먹은 개들을 만나기 힘들었는데, 딱 한 마리의 개가 아직도 머리에 남아있다. 접시를 내밀었더니 도망쳤고, 멀리까지 따라가서 더 가까이에 놓아줘도 간격을 좁히지 않았다. 아무리 눈인사를 하고 웃어 보여도 녀석은 마음을 열지 않았다. 다가가면서 나도 모르게 계속 “내가 미안해”라고 중얼거렸다. 동물들을 놀라게 하거나 본의 아니게 해를 끼치고 나면 나도 모르게 ‘미안’이란 말이 튀어나오곤 한다. 그 언어를 알아들을진 몰라도,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면 좋을 텐데. 녀석을 따라가다 인적이 드문 골목에 접시를 놓아주고 돌아 나왔다. 내가 사라진 것을 보고 녀석이 그것을 단숨에 해치웠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너를 위한
샌드위치
우도에서뿐만 아니라, 제주로 나오고 나서도 많은 개를 만났다. 올레길에서, 마을에서, 산에서. 개들은 어디를 가나 자유롭게 돌아다녔고, 나는 그런 개들을 만날 때마다 아는 체를 했다. 손이나 턱 주변이 침 범벅이 되어도 좋다고 웃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서도 나는 누구 하나에게 제대로 말을 걸지 못했다. 나머지 방 사람들은 다 모여서 놀고 술도 마시던데, 그런 게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제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던 해녀 아줌마들도 마찬가지다. 바다 근처를 걸으며 자주 보이는 해녀들에게 말을 한번 붙여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다. 우연히 내 앞에 해녀 할머니가 막 나오는 걸 보게 되었는데도, 나는 망설이다 말 걸지 못했다. 결국, 개들을 제외하곤 누구에게도 먼저 다가가지 못했다. 꼭 누군가에게 다가갈 필요는 없지만, 그래서 더 행복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때 바다에서 막 나와 물을 뚝뚝 흘리며 걸어가던 해녀에게 말을 걸었으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아줌마가 잡은 전복이나 문어를 선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곤 어느 낮은 돌담 안에 함께 들어가 밥을 한 끼 얻어먹으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상상도 해본다. 용기가 부족했다. 놀이터에서 소꿉장난할 때, 모래로 만든 샌드위치를 모르는 친구에게 서슴없이 내밀던 용기는 어디로 숨어 버렸을까. 다음에는 좀 다른 샌드위치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해녀를 위한 샌드위치, 경비아저씨를 위한 샌드위치, 옆집 여자를 위한 샌드위치, 세탁소 가게 아줌마를 위한 샌드위치, 지하철 역무원을 위한 샌드위치……. 그게 누구든 샌드위치 하나쯤은 맛있게 먹어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확신을 가져본다.
개를 위한 샌드위치에 들어간
영양 간식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몇 사람이 개를 위한 좋은 음식들을 지원해줬다. 단칼에 거절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아래의 음식을 보내준 이들은 ‘개들이 맛있게 먹고 건강해 주길 바란다’는 말만 짧게 덧붙였다. 분명 조금씩만 보내주면 된다고 했는데, 커다란 두 상자에 담겨왔던 개를 위한 음식들. 덕분에 나까지 배부른 기분이 들었다. 고마운 마음에 그들의 사이트도 함께 소개한다.
01. 치킨 라이스 CHICKEN RICE
양질의 닭고기와 쌀로 만든 간식으로 영양보충에 제격이다. 단백질, 지방, 칼슘 등의 영양이 적절하게 균형이 잡혀 있어 간식을 통해 부족한 영양을 공급해줄 수 있다. 일반적인 뼈다귀 껌 모양을 하고 있지만, 적당한 단단함으로 강아지들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다. 또한, 이가 간지러운 시기에 적당히 물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될 수도 있어 애견들의 치아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가격 4천3백 원
판매처 이리온몰(irionmall.co.kr)
02. 인스팅트 INSTINCT GRAIN FREE NUTRITION
요즘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들에게는 피부병이 흔하다. 사람들도 아토피나 알레르기에 시달리듯, 동물들도 환경이 만들어내는 병을 피해갈 수가 없다. 이 제품은 건강한 피부와 털을 위한 오메가 지방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전 연령과 품종을 위해 완전하고 균형 잡힌 영양분으로 만들었기에 어떤 개에게도 믿고 먹일 수 있다.
가격 3천8백 원
판매처 이리온몰(irionmall.co.kr)
03. 비스킷 BISCUITS
처음 비스킷을 보고 집어 먹을 뻔했다. 사람들이 먹는 쿠키처럼 예쁜 모양으로 생겼고, 안에 들어간 재료들도 쿠키 사이로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피자러버, 피넛러버, 치즈러버, 캐롤러버, 펌킨러버 등으로 재료와 모양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오트밀, 현미 가루 등을 베이스로 채소, 견과류, 육류 등을 첨가해 그 맛을 더했다. 끝까지 먹어보고 싶은 마음을 참고, 개들을 위해 양보했다.
가격 5천 원
판매처 펫비스트로(petbistro.co.kr)
04. 밀스 MEALS
샌드위치 사이에 들어간 사료. 국내 사료회사연구원과 수의사의 조언을 받아 긴 시간 연구 끝에 만들어진 유기농 수제 사료라고 한다. 고단백 영양 사료로 성장기에 있는 강아지들, 출산 또는 수술 후 회복기에 있는 개들에게 적합하다. 우도에서 개들에게 나눠줄 때, 가장 인기가 많은 샌드위치도 이것이 들어간 종류였다. 방부제가 첨가되지 않아서, 꼭 냉장 보관을 해줘야 한다.
가격 3천 원
판매처 펫비스트로(petbistro.co.kr
에디터·포토그래퍼 박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