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ces Hidden There

그곳의 조각들을 모아
김송이 — 포토그래퍼

김송이—Photographer

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종종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 김송이입니다. 의류 브랜드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글과 사진, 그림은 제가 아끼는 저만의 작업들이라고 생각해서 저를 소개할 때 빼놓지 않고 말하는 키워드예요.


송이 씨의 필름 사진을 좋아해요. 주로 공간을 찍고 있는데, 자연스럽고 일상적이지만 특유의 로맨틱한 분위기가 새롭게 느껴지더라고요. 주로 어떤 순간에 카메라를 드나요?

처음엔 제 주변에서 자주 보이는 것들을 찍곤 했어요. 어느 순간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분위기의 장면을 볼 때 시선을 멈추게 되더라고요.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처음 가는 장소와 대면했을 때, 또는 익숙한 공간이라도 다른 분위기로 연출되었을 때요. 공간에 비춘 따뜻한 빛과 온도, 그로 인해 생긴 다채로운 색감들이 중요한 배경이 돼요. 같은 공간이라도 그곳을 이루는 요소에 따라 무드가 확연히 달라지니까요. 아마 제 사진을 자연스럽게 느끼시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거예요. 공간을 이루는 작은 조각들이요.


공간 자체보다 공간을 이루는 요소에 시선을 두고 있네요. 그런 순간이 돋보였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처음 파리에 갔을 때였어요. 그곳에서 셔터를 누르던 모든 순간이 전부 기억에 남고 특별했지만, 당시 묵었던 에어비앤비의 호스트인 ‘마샤’의 집이자 작업실에서 찍은 사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녀는 그림을 그리며 사진도 찍는 예술가였는데, 마샤가 느끼는 영감을 뒷받침해 주듯 그 작업실에는 많은 서적과 음반, 그녀가 직접 그린 그림이 가득했어요. 온 집 안 구석구석을 천천히 살펴보아도 온통 새로운 것투성이였죠. 늘 저만의 작업실을 갖는 꿈이 있었는데, 마샤의 집은 한마디로 저에겐 환상적인 꿈의 공간이었어요. 언젠가는 그림과 음악, 사진이 가득 담긴 커다란 창을 가진 작업실을 갖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어요.

송이 씨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지네요.

아쉽게도 저의 작업 공간은 조용한 카페가 대부분이에요. 집은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작업에 집중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지금은 사라졌지만 1년 정도 작업실을 마련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 도구와 온갖 빈티지 소품과 서적을 채워 놓고 주로 새벽에 작업을 하곤 했어요.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아끼는 연주곡을 틀어 놓고 나무로 된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썼죠.그때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요.

 

그곳에서도 글과 사진, 그림 작업을 계속했군요.

저는 늘 수집하고 있어요. 그게 단어든, 장면이든, 머릿속에서 번뜩 떠오르는 어떤 상상이든 말이에요. 그 모든 순간을 어떤 형태로든 남겨두려 해요. 나중엔 제가 쓴 글과 직접 찍은 사진들로 채워진 책을 만들고 싶어요. 그때를 위해 지금은 자료를 모아두고 있는 단계예요. 같은 장면이라도 제가 발견한 이야기를 글과 사진, 그림으로 각기 다르게 상상할 수 있어요. 얼른 작업실이 생겨서 느리지만 꾸준하게 남길 저만의 기록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네요.

 

송이 씨의 작업실은 따듯한 온기로 가득할 것 같아요.

그런가요(웃음). 저는 좋아하는 게 참 많아요. 여러 가지 일을 시작했다가 그만두기도 해봤어요. 그 과정에서 꽤나 많은 취미가 생겼죠. 필름으로 공간 사진을 찍는 일도 그중 하나였고요. 누가 보면 너무 잡다할 수도 있고, 별 볼 일 없는 것들일 수도 있지만 나중에 생길 제 작업실은 하고 싶은 일들을 가득 모아둔 보물 창고 같은 공간이었으면 해요. 그곳에서 제 취향을 이해하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좋은 기억을 만들어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요. 자주 꺼내어 곱씹어 볼 수 있는, 잔잔한 순간이 모인 공간을 상상해요.

H. instagram.com/flatt_white

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김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