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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그레이엄
Paris 11-15th November 2015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로 도시 전체가 비명 속에 떨었다. 그리고 여기, 그날의 공포를 빛과 그림자, 잔잔한 침묵으로 표현한 사진작가가 있다.
Interview
사진작가 폴 그레이엄 Paul Graham
책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2015년 11월에 벌어진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사건을 위로하고 싶어요. 당신도 파리에 있었다고요.
당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부상을 당했어요. 파리의 비극적인 주말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과 같은 마음이었어요. 그때 저는 파트너와 어린 아들과 함께 아파트 안에 꼭 붙어있었고, 그곳에서 모든 것이 변하면서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 순간들에 대해 생각했어요. 시간은 느리게 흐르거나 거의 멈춰버린 것 같았지만, 천천히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더군요.
그날의 작업을 담은 책이 《Paris 11-15th November 2015》이에요. 어떤 책인가요?
우리가 파리에서 머물던 아파트의 책장, 커튼, 바닥을 가로지르는 햇살 등의 단순한 이미지를 나타냈어요. 몇 초 또는 몇 분 간격으로 동일한 장면을 두세 장의 사진으로 나눠 담았죠. 세계는 마치 다시 시작하기 위해, 다시 움직일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어쩌면 다시 살아가기 위해 제가 의식적으로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고요. 책의 중간 부분에는 완전히 검은 색 종이가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요. 거기에 제 파트너가 우리 아이를 보호하듯 안고 있는 이미지를 넣었습니다.
붉은 소파, 나무 바닥, 블라인드 너머의 빛, 그리고 아기를 안고 있는 한 여인까지. 그런 장면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요?
파리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으며 인생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며 햇살처럼 사소한 것들도 여전히 아름답다는 것. 사랑이 중요하며 끝내 영예를 얻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고자 했어요.
얼핏 보기에는 차분한 장면들 같지만,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숨을 죽이게 돼요. 긴장감이 흐르죠. 당신은 침묵으로 더 많은 것을 말할 줄 아는 사람 같아요.
물론 사진이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지만, 언어나 문화, 방언 및 인종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죠. 사람들은 감각적 관찰을 통해 제가 작품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할 수도 있고, 또 마치 사진 스스로가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다만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조심스러워요. 지금의 인터뷰처럼 제가 말하거나 사용하는 일부 단어들로 인해 무언가가 제한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해요. 수년 후, 이전 작품들을 다시 돌아보면서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Paris 11-15th November 2015》 이후 눈 여겨 보는 것이 있다면요?
저는 ‘오락과 재미를 위한’ 사진에는 점점 흥미를 갖지 못해요. 영리한 작품, 드라마, 독특하고 놀라운 주제를 가진 사진들 말이죠. 그런 게임에 뛰어들 생각도 없어요. 유흥이나 오락을 원한다면 록 콘서트나 영화를 보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면 돼요. 제가 관심을 가지는 작품은 무에서 유를 만들고, 우리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것에서 무언가를 창출하는, 훨씬 더 위대한 예술가적 업적에 해당되는 것들이에요. 그러한 점에서 저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업을 무척 존경해요.
이미 당신 역시 그런 작업을 하고 있죠(웃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현재 프랑스 미술관 ‘Arles Rencontres’에서 ‘고래의 순백The Whiteness of the Whale’이라는 전시를 하고 있어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에서 만든 세 개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죠(같은 이름의 책도 있습니다). 다가오는 2019년에도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고 싶어요.
Paris 11-15th November 2015
폴 그레이엄 | MACK
MACK 출판사는 영국 런던을 베이스로 예술가와 작가, 큐레이터와 함께 예술ㆍ사진 관련 서적을 출판한다. 영국 출신의 폴 그레이엄은 지난 2015년 파리에서 벌어진 연쇄 테러 사건을 잔잔한 시간의 흐름으로 기록하며 역설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에디터 김건태
사진 폴 그레이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