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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
언젠가부터 ‘무인양품’ 혹은 ‘무지’라 불리는 브랜드가 우리 생활에 가까워졌다. 무인양품은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판매하는데,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실용성 덕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들은 ‘무인양품은 브랜드가 아닙니다’라는 문장을 자신들의 징표로 삼았다. 무인양품이라는 이름이 버젓이 있는데, 브랜드가 아니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그래서 무인양품은
브랜드가 아닙니다
‘브랜드Brand’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특정한 제품 및 서비스를 식별하는 데 사용되는 명칭이나 기호, 디자인을 총칭한다’라고 나와 있다. 이런 뜻을 생각해보고 무인양품을 떠올리면 자신들을 브랜드가 아니라고 소개하는 것이 조금 이해가 된다. 그들의 제품에선 어디에서도 상표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가격표가 붙어있긴 하지만 깔끔하게 떼어낼 수 있는 스티커로 제작되어 있고, 모든 제품에서 가격표를 떼어내면 그것이 어느 브랜드의 제품인지 알기 어렵다. 그들은 개성이나 유행을 상품으로 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상표의 인기를 가격에 반영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좋다’ 혹은 ‘이것이 아니면 안 돼’와 같은 강한 기호성을 권하는 상품 생산을 지양하는 것이다.
그런 무인양품에게는 굽히지 않는 고집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징을 ‘간결함’으로 삼았고, 모든 면에서 간결함을 좇고 있다. 1980년도에 설립된 이래로 ‘생산 과정의 간소화, 소재의 선택, 포장의 간략화’라는 세 가지 발상을 기본으로 단순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무인양품의 제품에는 포장이란 것이 거의 없다. 상품 본래의 색이나 모양을 존중하며 과도한 포장을 하지 않아 자원을 절약하는 점까지 노렸다. 그들은 상품을 화려하게 만드는 것을 배제하고 제품의 ‘근본’을 생각하는 것에만 몰두해왔다. 아주 작은 제품일지라도 놀랄 만한 편리함과 실용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은 모두 시대의 미 의식과 잘 맞아 떨어졌고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되었다.
아무것도 없으나
모든 것이 있다
2001년, 무인양품은 ‘하라 켄야’라는 사람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한다. 이미 일본 사회에서 어느 정도 크게 회자된 브랜드를 맡는 것이 하라 켄야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 어려운 중책을 놓고 ‘세계’를 생각했다. 이 브랜드를 세계로 끌고 나가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는 출발 당시부터 ‘노 브랜드No Brand’를 지향했던 무인양품의 가치를 ‘이것으로도 좋다’까지 끌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한 ‘이것으로도 좋다’라는 문장이 조금은 물처럼 들릴 수도 있다. ‘이것이 좋다’ 하면 되는 것을 왜 두루뭉술하게 ‘이것으로도 좋다’라고 말하는 것인지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곱씹어 생각하다 보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째서 무인양품이 그로 인해 더 멀리까지 나아가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물이 좋다’라는 말과 ‘물로도 좋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보면 어떨까. ‘물이 좋다’라는 말이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기호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태도에 익숙해졌다는 것이기도 하다. 취향이라는 가치와 더불어 언제부턴가 필요 이상으로 기호를 드러내는 것이 존중받게 되었다. 하라 켄야는 ‘~으로’라는 말에 억제나 양보 그리고 한발 물러선 이성을 담았다. 주변의 것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취향을 제품에 담고 싶었던 것이다.
무인양품을 위해 진행한 그의 몇 가지 프로젝트는 화제가 되었다. 하얀 배경에 냉장고 사진을 덜렁 얹고 한쪽 구석에 무인양품의 로고를 새긴 사진. 그는 이것을 두고 “기능을 더하고 디자인을 더하면서 정작 물건에서 필요한 사소한 역할들은 간과됩니다. 오히려 물건을 기본으로 되돌리고 보편 위에서 생각할 때 보이지 않았던 역할의 기능성과 디자인의 틈이 보이죠.”라고 말했다. 그의 디자인엔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있고, 모든 것이 있어도 티를 내지 않는다.
이런 그의 마음을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게 했던 것이 ‘지평선 시리즈’이다. 그는 하늘과 땅이 맞닿는 남미의 지평선 위에 무인양품의 로고를 올렸다. “비어 있다는 건 곧 모든 게 있을 수 있다는 잠재성을 내포합니다. 사진으로 찍은 지평선은 아무것도 없는 풍경이지만 사실 세상의 모든 것이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브랜드, 제품, 그리고 디자인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들이 지금까지 무인양품을 끌어왔고, 그들은 미래를 보길 멈추지 않고 있다.
디자인의 디자인
하라 켄야 지음|안그라픽스|248쪽|128x188mm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인 하라 켄야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자신이 관여한 여러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자신의 생각을 밝힌 책이다. 디자인에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구성되어 있다. 무인양품과 하라 켄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무지 코리아
muji.com/kr
Tel 1577 2892
에디터 박선아
자료제공 무지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