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Writing Class

엄마들의 글쓰기 수업: 내향적인 엄마가 배운 것들

혼자서도 잘 지낸다. 대화보다 생각이, 말보다 글이 편하다. 감정과 관계에 거리를 둔다. 조용히 몰입하면서 채운다. 성취보다 자기만족으로 나아간다. 평온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선호한다. 에너지를 충전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만나본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엄마들의 공통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면 틀림없이 당신은 내향적인 기질의 사람, 내향적인 엄마다. 아이 기질만큼이나 엄마의 기질도 모두 다 다르다. 저마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해야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다는걸, 나는 조금 더디게 배웠다.

모든 아이가 다르듯 모든 엄마도 다르구나. 모두가 타고난 영역과 살아온 세월, 체력과 환경 등이 다르니 당연한 일이다. 아이의 다름은 인정받지만, 엄마의 다름은 쉽게 간과된다. 아이의 기질은 세심하게 분류되지만, 엄마의 기질은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는다.

이연진, 《내향 육아》

나는 왜 이렇게 육아가 힘들까

내향적인 사람이 엄마가 된다면 어떨까. 나는 아이들의 엄청난 에너지를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이런저런 주위의 육아 조언들은 소화하기 어려웠고, 육아 지침을 강조하는 육아서는 읽기가 버거웠다. 너무 많은 말과 정보와 선택과 결정 앞에서 불안해하고 주눅이 들었다. 밖에 나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보다 아이들과 도란도란 집에서 활동하는 편이 좋았다. 내향적인 엄마는 혼자 집에서 아이들 보는 일이 괜찮았고,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세 살이 될 때까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고, 고집스러울 정도로 혼자 아이들을 키웠다.

이런 내향적인 기질과 아이들이 ‘쌍둥이’라는 특별한 상황 때문에, 엄마가 되고부터 인간관계가 좁아졌다. 고위험 산모여서 임신 기간 내내 누워 있었고, 조리원에선 두 아이를 케어하느라 바빠서 다른 엄마들과 어울릴 수 없었다. 사람들 많은 곳이면 어김없이 쏠리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피했고, 제어하기 힘든 아이들 데리고 혼자 외출은 꺼려졌다. 그러다 보니 외출이라곤 남편과 함께 나가는 주말이 유일했고, 그나마 나만의 시간이 생기면 혼자 카페에서 글 쓰는 시간이 간절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는 나날이 고립되어 갔다.

홀로 육아하는 내향적인 엄마. 나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았다. 점점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내향적인 엄마에겐 에너지 넘치는 남자아이 둘을 키우는 육아가 자기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하는 활동이었다. 재미와 자극과 체험이 아이들에게 좋다더라, 아이들의 영양과 정서와 교육은 엄마에게 달렸다, 스마트폰에 넘쳐나는 너무 많은 정보와 자극에 조급해지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반나절이면 완전히 지쳐버려서 아이들에게 끌려가기 일쑤였고, 말없이 무표정한 시간만 늘어났다.

나는 왜 이렇게 육아가 힘들까. 지친다, 힘들다, 이런 말들이 불쑥 차올라도 어디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가만히 삼키려고 애쓰곤 했다. 말한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고 괜한 부정적인 말들로 평온해 보이는 일상을 흔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났다. 마치 금이 가기 시작한 나의 삶을 어떻게든 붙여보려는 듯이. 갈수록 나는 작은 실수에도 나 자신을 크게 몰아붙이고, 다른 엄마들과 비교하며 죄책감을 느꼈다. 나의 육아 방식이 불안했고,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니라고 자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었다.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화풀이할 것 같아서 간신히 마음을 틀어막고서 작은방으로 피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겨우 한마디를 급하게 토해내고선 울음을 터트렸다. “나 너무 힘들어.”

그때 힘들었던 내 마음의 덩어리는 외로움이었다. 내 마음 내가 들여다보고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어디라도 솔직히 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었다. 아이들이 말이라도 할 줄 알았다면, 아니 그냥 내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좋았을 텐데. 아이들에게만 사랑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고립되고 단절된 엄마에게도 사랑은 필요했다.

엄마에게도 사랑이 필요해

TCI 기질성격 검사를 받아보았을 때, 나도 몰랐던 타고난 기질을 알게 되어 깜짝 놀랐다. 나는 자극추구와 위험회피 기질이 동시에 높고, 예기불안과 완벽주의 기질이 매우 높았다. 자극과 불안에 동시에 민감했고, 벌어질 일들을 미리 걱정하거나 모든 일을 잘하려고 스스로 밀어붙이다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다 느껴지면 극단적으로 포기하거나 회피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주어진 에너지는 약해서 방전은 쉽고 충전은 더딘 사람. 완벽주의 기질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기준을 둔 나머지 ‘내가 나와 어떻게 지내는가’에 대한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 말하자면 나는 아주아주 예민한 내향인이었다.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들도 저마다 기질이 다르다. 타고난 기질은 바꿀 수 없기에 받아들이고 자기다운 성장을 이뤄가는 것이 최선이다. 건강하게 육아하려면 아이들과 상황에 이끌려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엄마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고 돌봐야 했다. 내가 가진 기질들로 어떻게 건강하게 육아할 수 있을까. 내향적인 나의 장점들을 노트에 적어보았다.

나는 섬세해. 나는 집중력이 좋아. 나는 끈기가 있어. 나는 관찰력이 좋아. 나는 잘 경청하고 공감할 수 있어. 나는 규칙적인 일상을 평온하게 꾸려갈 수 있어. 나는 몰입해서 창작하는 걸 좋아해. 나는 감수성이 풍부해. 나는 타인을 잘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어. 나는 기다리고 지켜보는 걸 잘해.

내 장점들을 나열하다 보니 저절로 마지막엔 이런 문장을 쓰게 되었다.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나의 내향적인 기질은 육아에서도 꼭 필요한 장점들이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완벽한 육아도 없었다. 나는 아이들의 부모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의 부모도 될 수 있었다. 나는 나를 어떻게 돌봐야 할까. 당연하게도 사랑이 우선이었다.

육아가 힘에 부칠 때, 이제는 나를 혼자 두지 않는다. 가까운 친구들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그럼 엄마인 친구들이 서로서로 챙겨주었다. 음식을 나누자며 가져다주고, 아이들이랑 놀이터에서 만나 놀기도 한다. 서로의 집에 오고 가고, 함께 나들이를 가기도 한다. 만나지 못할 때는 달달한 디저트를 배달 보내기도 한다. 엄마들은 “조만간 보자.”는 말 대신 “지금 만나자.” 고 말했고, “힘내.”라는 말 대신 “힘내자.”고 말했다. 가깝고 작은 연대는 정말로 힘이 되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동안, 나는 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가도 헤어지고 나면 고마운 마음이 가득 찼다. 그런 날에는 같은 반찬으로 식탁을 차리고 어질러진 집 안을 치우면서도 나에게 말할 수 있었다.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리고 그 말은, “충분히 잘 살고 있어.”라고도 들리는 것이었다.

여섯 번째 수업

<참 잘했어요! 셀프 칭찬 일기>

“성인이 되어 가장 좋은 점은 내가 나 자신의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기질성격 검사를 해석해 준 심리상담가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그제야 저는 알게 되었지요. 나는 아이들의 부모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의 부모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사랑을 쏟으면서도 나에게 무심했던 시간들이 저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엄마에게도 사랑이 필요하다고요. 엄마인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내가 어떤 엄마인지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나는 어떤 기질의 엄마일까요? 먼저 아래 질문 세 가지에 답해봅시다.

Q1. 나는 ‘내향적인 엄마 또는 외향적인 엄마’입니다. 그 이유는?

Q2. 내가 가진 장점들 모두 적어보세요.

Q3. 나의 장점을 육아에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요?

내가 가진 장점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 후에는, 해내야 할 투두 리스트 말고 셀프 칭찬 일기 써보기를 추천해요. 하루에 한두 줄이어도 괜찮습니다. 하루의 끝, 아이들과 함께한 하루를 돌아보면 어김없이 후회와 자책이 밀려오지요. 그러나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곱씹기보다는 작지만 반짝이는 칭찬거리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도 힘든 육아를 무사히 마친 나에게 ‘참 잘했어요!’ 칭찬 도장을 꽝 찍어주는 것이지요. 잊지 말아요. 세상에 완벽한 육아는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이 먼저, 관계가 먼저입니다. 엄마들, 참 잘하고 있어요!

잠깐 스마트폰 치우고 아이랑 그림 그린 나, 참 잘했어!

반듯하게 종이접기를 하지 못해 짜증 내는 아이를 지켜보고 응원해 준 나, 참 잘했어!

아이들이 엉망으로 밥을 먹었는데도 화내지 않고 기다려준 나, 참 잘했어!

자기 전에 아이에게 책 한 권 끝까지 읽어준 나, 참 잘했어!

아이들에게 30분 유튜브 보여주고 커피 마시면서 스스로를 다독인 나, 참 잘했어!

이렇게 ‘삼일 신경 쓰고-다음 날 흐트러지고’를 반복하며 이만치 왔다. 한결같이 좋은 엄마가 어디 있을까. 엄마의 작심삼일로 굴러가는 것이 육아다. 이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그러니, 사랑이 먼저다. 관계가 먼저다. 육아가 힘들어질 때면 잊지 않고 꺼내 보는 귀한 조언이다.

– 이연진, 《내향 육아》

* TCI 검사는 육아뿐만 아니라 나의 일과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만일, 육아에 특화시켜 가족의 기질을 분석하고 적용해 보고 싶다면, 그로잉맘 ‘패밀리 기질분석’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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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글 고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