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 To Mom

울타리를 함께 만드는 일

아이와 놀며 생활하기 막막한 나날에 그림책은 고맙고 즐거운 길잡이가 되어준다. 한 발 한 발 딛다 그림책을 통해 아이를 바라보고 세상을 이해하는 힘을 느낀 이들은 네이버 그림책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 모여들었다. 댓글을 나누던 횟수가 늘면서 만나서 그림책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놀이도 한다. 그림책으로 만든 울타리에서 엄마와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정유진 그림책 활동가, 일곱 살 이안이와 다섯 살 이엘이의 엄마
하예라 《라키비움J》 기자, 여섯 살 연아의 엄마
임수민 초등학교 교사, 여덟 살 진우와 여섯 살 시우의 엄마

그림책으로 이어진 단단한 관계

현지 반가워요. 아파트 단지인데 나무가 크고 도시에서 자주 못 보던 꽃들이 많네요.

유진 여기는 저랑 수민 씨가 사는 아파트예요.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그림책 한 권을 읽고 바깥과 집 안에서 간단한 놀이를 하려고 여기서 만났어요.

현지 세 분은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유진 ‘제이그림책포럼’이라는 네이버 그림책 카페에서 만났어요. 활발하게 활동하던 예라 씨랑 댓글을 주고받다가 서로 가까이에 산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처음 만난 날,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게 된 히스토리와 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하다 아침에 만나 점심도 건너뛰고 아이들 하원 시간에 헤어졌어요(웃음). 좋아하는 게 같으니 마음이 잘 맞아서 그림책 강의나 전시, 북토크를 함께 다니면서 자주 만났죠.

예라 돈독히 모임을 가지다가 ‘아이들 연령대가 비슷하니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도 같이 만나볼까?’ 한 거예요. 저는 아이가 하나인데, 외동은 애정 과잉과 결핍이 동시에 존재하잖아요. 함께 어울려 그림책을 읽으며 좋겠더라고요.

유진 몇 번 만나다 아이들이 좀 편해 보여서 이제 그림책으로 놀이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보고 재미있게 놀았다는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모임 이름을 ‘제이 유치원’으로 정하고 활동했는데, 어느새 아이들이 자랐어요.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가 생기면서 연령대를 나눠보려고 한 팀을 더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어요. 댓글을 많이 남겨주셨는데, 지역이 멀거나 아이 연령대가 안 맞아서 아쉽던 차에 쪽지가 온 거예요. 프로필 배경 사진을 보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분이더라고요. 만나는 장소를 단지 앞 카페로 정했더니, 수민 씨가 무척 놀라워했어요(웃음). 수민 씨와 아이들이 함께하면서 모임 이름도 ‘제이 아틀리에’로 바꿨죠.

현지 오늘 읽은 책은 뭐예요?

수민 《붕붕 꿀약방: 반짝반짝 소원을 빌어요》라는 책인데요. 우리나라의 계절 시리즈 그림책으로 가을 숲속의 곤충 친구들이 꿀약방에 모여서 가을 축제를 준비하는 이야기예요. 오랜만에 아이들과 바깥에서 활동하려고 출판사 블로그에서 독후 활동 자료인 약 봉투를 출력해서 아이들에게 줬어요. 나무와 흙을 살피며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약이 될 만한 걸 찾더라고요. 실컷 돌아다니며 주운 약들을 모아놓고 보니 멋진 약국이 된 것 같아 저도 신이 났어요.

유진 바깥에서 책을 읽은 다음 집 안으로 들어와 사탕을 만들었어요. 아이들은 소원을 말한 뒤 쿠키 틀을 직접 골라 녹인 설탕을 붓고 스프링클을 뿌렸어요. 설탕을 녹이려고 자리를 비운 틈에 서로 설탕을 먹여주고 있더라고요. 단 걸 많이 먹을까 걱정되면서도 어찌나 이쁘던지요(웃음). 책에 나온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어. 미운 마음 하나 없는 지금처럼 말이야.”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현지 엄마표 놀이, 그림책 독후 활동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있거든요. 함께하면 조금 수월할 거 같아요.

유진 어렵고 특별한 활동을 한다기보다 일상의 주제와 관련된 그림책을 읽고 실제 경험과 연결시키려고 해요. 고민해서 책을 고르고 날이 좋으면 되도록 실외 활동을 하려고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로 구성해요. 이번 《붕붕 꿀약방》으로 여러 활동을 의논하면서 책 내용에서 연결 지은 요리 활동으로 ‘소원사탕 만들기’와 꿀벌 음악인 ‘왕벌의 비행’으로 음악 활동을 생각했어요. 바깥에서는 가을 계절을 느낄 수 있는 활동으로 ‘가을 열매로 약 만들기’를 하면 좋겠더라고요. 그러면 ‘책은 제가 읽을게요. 음악은 제가 만들게요. 나는 그림을 그릴게요. 나는 식사를 준비할게요.’처럼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어요. 그때그때 각자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예요.

예라 미리 계획을 세울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갑자기 “오늘 날씨 너무 좋은데, 내일 놀이터에서 만날까요?” 해서 만나기도 하고, 이혜리 작가의 《달려》를 읽고 그냥 달리기만 할 때도 있어요. 노래를 부르다가 어떤 놀이로 이어지기도 하고, 순간의 아이디어로 채워질 때가 더 많아요. 악보를 그리진 않지만 저절로 음이 떠오르는 책이 있거든요. 《투둑 떨어진다》라는 그림책에 반복되는 구절 ‘떨어진다, 떨어진다. 퍽 떨어졌다. 감. 딱 떨어졌다. 호두.’에 간단하게 멜로디를 붙여서 불러줬는데, 네 번째 페이지부터는 다 같이 “떨어진다, 떨어진다.” 하면서 합창을 하는 거예요. 그때 참 뿌듯했어요.

수민 그렇게 읽은 책은 몇 달이 지나도 그 음을 기억해요. 혼자 책을 읽으면서 멜로디를 넣어서 불러요. 예라 씨 음악은 듣고 있으면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어요.

예라 모여서 책 한 권을 읽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자가 목표라면 목표인 거죠.

현지 모임의 책과 활동은 매번 바뀌겠네요?

예라 맞아요. 음악을 전공한 저는 주로 음악 놀이를 담당하는데요, 오늘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연주하며 아이들과 놀았어요. 날개를 달아주고 벌이 위이잉 날아가는 듯한 빠른 음형들을 몸짓으로 표현하고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를 구분하며 높이 핀 꽃과 낮게 핀 꽃을 따러 다니는 꿀벌로 변신하는 거예요. 뭔가를 익히지 않아도 되니까 음악에 맞춰서 활동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벌을 피아노로 표현할 때 이런 소리가 나는구나. 이런 음악에서 내 몸은 이렇게 움직이는구나.’ 하고 아이가 내면에서 느끼는 걸로 충분해요. 아이들은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 음악이 변하는 걸 경험하고, 음악에 귀 기울여 표현해요. 아이들이 좋아하고 표현할 것을 상상하며 준비하니까 우리도 재미있고, 또 하고 싶어요.

수민 이 모임에 합류해서 신선했던 건, 하나의 활동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게 명확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따라간다는 거예요. 활동이 특별하다거나 다른 엄마들이 생각하지 못할 아이디어가 있는 건 아니에요. 놀이터에서 놀 때 미션을 주면 아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요. 각자 탐험 가방을 싸 오라고 하고, 도착했더니 한 엄마는 깃발을 들고 있고, 다른 엄마는 사파리 입고 망원경을 걸고 있어요. 놀이터 곳곳에 사탕 같은 거 숨겨놓으면 정말 재미있어하죠. 아이들 중심으로 흘러가는데 엄마들이 옆에서 톡톡 엉덩이 쳐주면 아이들이 자기 욕구를 발산하고 표현해요. 헤어질 때 아이들도 재밌는 시간을 보냈고, 엄마들도 뿌듯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게 정말 멋있더라고요. 이 모임을 하면서 제 육아관도 조금 바뀐 것 같아요.

현지 어떻게요?

수민 이분들은 내가 여기에서 잘해야 한다거나,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게 없고 서로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격려해 주더라고요. 어른들 사이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아이들한테도 적용이 되고요. 제가 제일 많이 배운 건 아이를 기다려주는 마음이에요. ‘우리가 이걸 준비했으니까 너희들이 빨리 이걸 하고 그다음에는 이거야. 내가 예상한 반응은 이건데, 왜 이걸 안 하니?’가 아니라 ‘그래. 너는 그렇구나?’ 기다려주니 결과가 더 멋있더라고요.

예라 근데 얘기하다 보니까 행동가가 있어야 모임이 이어지는 거 같아요. 추진력이 강한 사람.

현지 유진 씨요?

예라 맞아요. 핼러윈 때도 집에 갔더니 테이프로 거미줄을 만들고 휴지로 사탕을 포장해서 유령처럼 걸어 놓았더라고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백희나 작가님 특집으로 모닝빵을 구름빵이라고 포장해서 벽에다 붙인 뒤에 잡아보라고 하고, 목욕탕에 《장수탕 선녀님》이 있고….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걸 아이디어로 실행하는 편이에요.

유진 매번 그렇지는 않고 일 벌이고 싶은 날이 있어요. 우리가 만나면 같이 책 한 권 읽잖아요. 책은 계절에 따르거나 책꽂이에 있는 책을 보고 고를 때도 있고, 핼러윈이나 설날 같은 이벤트와 묶기도 하고, 어린이 미술관이나 박물관 전시를 보고 관련 책으로 정하기도 해요. 우리 아이들하고만 할 때는 거창하게 느껴지고, 금방 끝나 아쉽던 것도 여러 아이와 하면 노는 행위와 반응이 더 재미있어요. 어찌 보면 이 모임은 제 꿈의 실현 같아요. 책에서 본 것들이 입체적으로 느껴지면 좋겠는데,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우리 집이니까 주제랑 관련된 책을 모아놓거나 장식을 꾸미곤 해요. 아이들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호기심이 들고 재미있도록요.

현지 엄마들이 만나면 아이들끼리 놀라고 내버려 두기 쉽잖아요. 저도 자주 그런 편이었는데, 좀 반성 되네요. 흥미로운 놀 거리를 던져주니까 아이들이 더 즐거워하는 거 같아서요.

수민 저도 그럴 때 있어요. 아이들이 잘 놀면 눈 안 마주치고 싶을 때도 있거든요(웃음). 그런데 유진 씨는 정말 부지런히 아이들과 놀아주더라고요. 아이들이 물감 가지고 놀고 싶다고 하면 “다음에 하자.”가 아니고 김장 매트 같은 걸 가져와서 “여기서 해.” 하고, 재료도 조금씩 꺼내는 게 아니라 거침없이 한 통씩 꺼내주고.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유진 그래서 저희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요. 보여주려고 하는 놀이가 아니라 연출이 없거든요. 활동을 모아 보고 싶어서 네이버 카페를 따로 만들었는데, 사진이 잘 나오는 건 포기했어요(웃음).
수민 제가 가장 놀란 건, 저희가 모인 날 저녁 준비를 할 때 아이들이 재료 손질을 할 수 있게 호박, 당근 같은 걸 조금 남겨두더라고요. 아이들이 사용할 칼이랑 도마를 두고, “자 너희가 썰어 봐.” 해요. 아이들이 처음 준비 단계부터 같이 하도록 하는 걸 보면서 정말 놀랐어요. 사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빨리 준비해서 먹고 치우고 싶기 마련인데, 자기 집을 제공하면서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건 쉽지 않잖아요. 샌드위치 만들 때는 한 접시에 빵이랑 채소를 나눠 줬는데, 거기에 지렁이 젤리도 있었죠?

유진 정말 넣어야 할 것만 딱 줘버리면 “이걸 다 넣어야 해?” 하면서 약간 스트레스를 받는 거 같아요. 선택지를 여러 개 두고 넣고 싶은 사람은 넣고 뿌리고 싶은 사람 뿌려요. 멋있게 만들어야 하고 모든 재료를 다 넣어야 하고 보기에 좋아야 하는 게 아니고 그냥 네가 먹고 싶은 거 넣어서 먹어, 네가 맛있게 먹으면 되는 거야, 하는 거죠.

수민 그러면 평소에는 절대 생각도 못 할 것들을 넣어요. 제가 또 놀란 게, 만약에 저희 애가 케첩 올린 데 초콜릿 시럽을 넣으려고 하면 “그거 맛없을 텐데?”라고 얘기할 것 같은데, 유진 씨는 “그래? 한번 해볼래?” 해요.

유진 맛없으면 자기가 안 먹겠죠(웃음). 한 번은 우유에 밥을 말아 먹는다길래 “그래?” 하며 봤더니 맛있대요. 그럼 할 말이 없잖아요. 그다음에는 치킨을 물에 넣어 먹겠다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소스가 씻겨나가서 맛이 좀 떨어질 수 있어.”라고 일러주긴 해요. 근데 한번 먹어봐야 자기도 깨우치더라고요. ‘그래 내가 먹을 거 아니지.’ 하면서 두는 편이에요(웃음).

예라 아이들이 웃긴 게 자기가 한 건 먹어요.

수민 제가 준비했으면 절대로 샌드위치 재료로 지렁이 젤리는 준비하지 않았을 텐데(웃음). ‘잘 먹네? 네가 즐거우니까 됐어.’ 하고 저도 조금씩 허용하게 되더라고요.

현지 우와, 지렁이 젤리 샌드위치라니. 아이들의 즐거운 얼굴이 상상되네요. 오늘 보니 아이들이 놀다가도 그림책을 자주 꺼내 보더라고요. 아이들이 책과 가까이 지내는 거 같아요.

예라 최근 피터 시스의 《아이스크림 여행》이라는 그림책을 읽었어요. 책에 ‘망고 폭발, 바닐라 토네이도.’ 같은 메뉴가 나올 때 아이가 재미있어하더라고요. 책을 읽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 이름을 하나씩 읽어요. “엄마는 외계인이래. 딸기가 사랑에 빠졌대.” 하면서요. 그리고 마음에 드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골라서 먹어요. 아이는 책을 읽었다기보다 어떤 체험을 했고, 책을 읽고 나면 이렇게 재미있는 일도 생기는구나, 생각하는 거 같아요. 일상으로 연결하기 쉬운 게 음식 소재 그림책이에요.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그림책은 책에 관심 없던 아이도 좋아할 거예요.

유진 저도 책을 일상과 가까이 경험하는 일부로 두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이 책에서의 경험이 실제 네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알려주는 거죠. 그리고 전 책을 잘 정리하지 않아요.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바닥에 놔두면 아이들이 집에 들어오면서 시선이 책으로 가요. ‘저거 못 보던 건데?’ 싶은가 봐요. 잠자리에서 읽어준 책도 바닥에 그대로 놔요. 어제 재미있던 책이 있으면 아침부터 보는 거예요. 책은 원래 근처에 있는 거구나, 알려주고 싶었어요. 쉬거나 장난감 가지러 가다가도 ‘이 책이 여기 있네?’ 하면서 볼 수도 있고요. 책을 편하게 대하길 바라서 아끼지 않으려고 해요. 찢어지면 속은 상한데 이건 진짜 잘 본 거잖아요. 진짜 좋아했다는 거니까요.

수민 아이들이 고양이를 좋아해서 고양이에 관한 책을 빌려오면 그림에 흥미를 보이며 책에 관심을 가져요. 또 어디 놀러 가면 근처 서점에 가서 사달라는 책을 꼭 사주고요. ‘아, 책은 내가 기분 좋을 때 내가 재밌는 데 갔다 와서 읽는 거구나.’ 하고 책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산 책은 집에 와서도 들고 다니면서 밥 먹을 때도 한 번씩 보고 “엄마 아쿠아리움에서 산 책 그거 다시 한번 읽어줘.” 해요. 또 아이에게 좋아하는 작가님이 생기면 같은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봐요. 그러면 “엄마 얘가 여기도 나와.” 하고 발견하면서 재미를 느끼더라고요. 책을 읽어줄 때 재미있는 요소를 살려서 읽어주는 것도 흥미를 높이는 좋은 방법 같아요. 애들이 그림책을 보고도 만화 영상 보듯이 낄낄대면서 웃거든요. 그런 책은 다음에도 또 반응이 좋아요.

현지 모임을 할 때 아이들이 또래인 것도 중요하지만 엄마들의 교육관이나 관심사가 맞아야 오래 유지되는 거 같아요.

수민 저는 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아기 낳고 키우면서 제일 걱정됐던 게 ‘내가 이 아이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아이를 힘들게 하면 어쩌지?’였어요. 항상 조심하려고 노력해요. 모이면 육아 고민도 나누는데, 이야기하다 보면 길이 보일 때가 있어요. 저희 애들이 마음이 여리고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좀 어려워하는데, 처음에는 마냥 답답하기도 하고 조금 아쉽더라고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아들의 상을 마음속에 갖다 놓고 아이를 자꾸 거기다 비교하는 느낌이었죠. 같이 모임을 하면서 얻은 것 중에 또 하나는 제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들을 발견해 줘요. “진우는 이런 점이 너무 좋아요. 이런 면이 있네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 아이들이 여리지만 그 안에 심지가 단단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의 좋은 점을 보게 되니까, 이 모임이 고맙고 좋아요.

현지 내 아이만 보지 않고 상대 아이들의 장점을 봐주는 건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어려운 일인데요. 마음으로 함께 아이를 키우는 느낌일 거 같아요.

예라 저와 남편은 아이가 하고 싶다는 건 할 수 있게 해주자는 이야기를 자주 나눠요. 어디 갔을 때 주변을 열심히 탐색하고 그 안에서 다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육아를 해요. 그런데 내가 아이를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는 환경을 주려면 정말로 위험할 것 같은 요소들은 제거해 줘야 한다는 걸 아이 키우면서 많이 느꼈어요. 예전에는 편하게 키우는 게 하고 싶은 걸 허용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부모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울타리가 필요해요.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의 아이들과 놀 수 있는 공간을 놔주니까 더 많이 허용할 수 있고, 아이도 그 안에서 다치거나 상처를 받더라도 얼마든지 이겨낼 힘이 길러지는 거 같아요. 이 모임도 제가 사전 개입을 해서 만든 울타리예요. 계획은 했지만 어떤 결과를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즐거워요. 정기적으로 만나니까 만날 때 보면 내가 변하는 거나 아이들이 성장한 것들을 서로 잘 알아요. 그럴 때마다 “쟤 왜 저러지?”가 아니고 “어머 바뀌었네. 잘하네?” 같은 얘기를 나누니까 마음이 편하고 더 믿음이 가요.

현지 우리가 그림책을 읽고 자란 세대는 아니잖아요. 그림책은 어떻게 좋아하게 된 거예요?

유진 아이를 낳고 여러 육아서를 보다가 전은주 작가님의《웰컴 투 그림책 육아》를 읽었어요. 그림책으로 육아를 한다는 것과 아이랑 그림책을 읽고 다양한 주제로 대화한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더라고요. 성인이 되어서도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게 제 바람인데, 그림책은 아이랑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아름다운 매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은주 작가님이 ‘제이그림책포럼’을 열면서 카페에 가입했고 그림책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 열렸어요. 대표님이 소개하는 책과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재미있어서 ‘나도 그림책으로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림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렇게도 그림책을 보는구나, 들여다보는 재미에 푹 빠져서 북클럽을 열고 모임을 하면서 그림책을 뜯어보기 시작했어요. 제 느낌을 공유했더니 ‘그렇게 볼 수 있네요. 와, 이런 것도 봤어요?’ 하는 댓글이 달려요. 내가 느낀 걸 나누면서 그림책을 보는 재미가 계속 쌓이고, 아이들과도 재미있게 읽어요. 그리고 여기선 책을 많이 사도 뭐라고 하지 않아요(웃음).

수민 저는 직업이 초등학교 교사니까 아이들 낳기 전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좋아하고 모임에 참여한 건 아이를 낳고 나서예요. 아이들과 같이 나누는 것도 행복하고 학생들하고 읽고 활동하는 것도 재미있는데 제가 힐링 받는 게 제일 커요.

예라 저도 처음에는 음악 교육적으로 접했어요. ‘달크로즈’라는 음악 교수법에 음악 동화를 창작하는 과정이 있어요. 그림책을 선정해 그에 맞는 음악을 작곡해야 했는데, 마침 가르치던 학생 집에 앤서니 브라운의 《똑똑! 누구세요?》라는 책이 있었어요. 그림책을 잘 모르던 때라 학생에게 그 책을 빌려서 음악 동화를 만들었어요. 그림책과 음악을 결합해서 수업을 해봐도 재밌겠다, 생각만 하다가, 아이를 낳고 그림책이 더 좋아졌어요. 아이가 친구들과 갈등이 있을 때 속이 상해도 꾹 참는 편이에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하는 친구에게 매번 맞춰주면서 속상한 일도 많았죠. 그런데 어느 날 하원 길에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엄마, 오늘 내가 그 친구한테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놀래.’ 했더니 친구가 들어줬어요. 《알사탕》에 나오는 동동이처럼 용기를 내서 얘기했어요.”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서 나눈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가 아이는 그 상황에서 자기를 동동이로 대입해서 말을 한 거잖아요. 아이의 잠재력과 용기를 끄집어내는 데 그림책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현지 아이들을 통해 그림책이 일상에 들어오긴 했지만 그림책을 같이 좋아하면서 각자의 꿈을 나누고 응원하는 것이 이 모임의 원동력인 거 같아요.

유진 우리가 누군가의 엄마로 만났지만 꿈이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것부터 시작인 것 같아요. 내가 뭘 좋아하고,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해요. 느리지만 같이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생기거든요. 서로를 응원하고 일상을 존중해 주면서 나아가는 거예요. 모두 엄마이기 때문에 그림책큐브를 함께 만드는 ‘모앤모’ 활동은 주로 아이들 자고 난 새벽에 회의를 했어요. 아이를 키우는 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하는 일이 아니고 모든 엄마가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나가는 거다 보니 잘한다고 칭찬을 듣거나 인정을 받는 건 어려워요. 근데 모앤모나 제이아틀리에는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실현하면서 결과가 눈에 보여요. 함께 성장하는 걸 보니까 정말 재미있고 성취감도 크죠. 처음 카페 활동할 때 친구가 “요즘 뭐 하는데 그렇게 얼굴이 좋아?” 물었어요. 제 얼굴이 좋아 보여서 뭔가 재미있나 봐, 하면서 카페에 가입하고 활동을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는 그 친구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잘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10년 넘게 알고 지냈으면서도 전혀 몰랐거든요. 사람은 내가 하고 싶은 걸 부끄럼 없이 말하고 대화를 나눌 사람이 있을 때 행복한 것 같아요. 상대를 나랑 똑같이 뭔가 하고 싶은 사람으로 보고, 서로의 꿈을 존중하고 응원해 주니까 연대가 생겼어요. 맨날 제자리인 느낌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같이 하니까 뭔가를 해내게 돼요. 혼자였다면 아이들 성장 단계마다 하고 싶은 건 포기하고 아이들만 바라봤을 텐데, 이 연대 안에서 제가 버티는 거 같아요.

예라 저는 독자 기반 그림책 매거진 《라키비움J》에서 클래식음악과 그림책을 연결하는 기사를 쓰고 있어요. 그림책을 깊이 보니까 제가 알고 있던 지점들이 맞아 들어가는 것들이 생겨요. 기사를 쓰면서 좀더 알게 된 지점들을 연결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클래스로 구현할 아이디어를 제이 아틀리에에서 실험하는 거예요(웃음). 그림책을 통해서 클래식음악을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고 반대로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그림책과 같이 엮어서 보여주고 음악의 배경을 알려주는 자리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것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수민 아이들이 좀 더 크고 나서도 “이 그림책 신간 봤어요?”물으면 “이런 그림 좋지?” 하면서 서로 그림책으로 이야기하고 같이 취미생활 공유하는 친구처럼 지냈으면 좋겠어요. 함께 고민도 나누고 서로 응원도 하고 위로도 해주면서요. 아이들도 나중에 컸을 때 ‘엄마가 우리랑 놀아준다고 힘들어했지.’가 아니라 ‘우리랑 즐겁게 책 읽고 친구 엄마들하고 같이 놀았지.’ 하고 기억해 주면 좋겠고요. 우리가 연대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들도 알아서 좋은 사람들을 찾아갈 거 같아요. 우리가 그림책 모임을 하고 있지만 그림책은 저희를 이어주는 매개이고 다 같이 좋아하는 관심사잖아요. 그림책 아니었어도 좋아하는 걸로 만나면 함께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거 같아요. 저희가 그런 거처럼 아이들도 용기를 내는 모임이 되면 좋겠어요.

유진 저에게 이 모임은 계획하지 않은 대로 흘러갔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목표지향적이고 완벽주의 성향이던 제가 제이그림책포럼에서 활동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육아하면서 그림책으로 이런 활동들을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고, 이렇게 좋은 인연들을 만나게 될 거라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계획도 중요하지만 너무 계획에 얽매이면 주변에 좋은 기회들을 놓치는 거 같아요.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해봤는데 아니면 다른 거 하면 되지.” 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제가 그림책을 좋아하면서 성장했으니까 애들에게도 “네가 좋아하는 거 찾아봐. 네가 다양하게 해봐야 무얼 좋아하는지 알지.” 하고 조금 더 여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되었고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 하면서 곁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발견하는 삶을 살면 좋겠어요.

예라 취미를 공유하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모임은 관심사가 같고 또래 엄마이면서 지역이 가까운 삼박자가 맞아야 지속 가능한 거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저희는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림책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지역 도서관에서 열리는 그림책 수업에 참여해 보면 어떨까요? 우연히 자꾸 만나는 분이 생길 테니까 그렇게 다가가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소원사탕 만들기

재료


설탕 40g, 물 1Ts, 스프링클, 종이 호일, 쿠키틀(선택)



만들기


1 설탕 40g에 물 한 숟가락을 넣고 잘 섞어요.


2 전자레인지에 3분가량 가열하여 설탕을 녹여요(타지 않게 1분 30초 정도 가열한 후 시간을 추가해 알갱이 없이 시럽 형태로 만들어요).


3 종이 호일 위에 쿠키틀을 놓고 녹은 설탕물을 적당히 부어요.


4 스프링클을 뿌려요(뿌린 후 설탕물을 위에 더 부어주면 사탕 안에 스프링클이 들어가요).


5 냉동실에서 사탕을 굳혀요(두께에 따라 시간 차이가 있어요).


6 쿠키틀을 벌리며 사탕을 떼어주면 완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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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

포토그래퍼 정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