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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탁의 찰나
오늘도 맛있게 먹었나요?
만나서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저는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는 크리스티나 토마스 로비라Cristina Tomàs Rovira예요. 한국에서 연락이 와서 무척 놀랐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진작가들이 화보에 참여한 걸 보고 또 한 번 놀랐고요. 함께하게 돼서 기뻐요.
저도요(웃음). 영상 감독으로 알고 있지만, 사진 분위기가 좋아서 화보로 꼭 함께하고 싶었어요.
사실 제 전공은 사진이에요. 대학 때 패션 수업 과제로 간단하게 영상 촬영할 일이 있었는데, 제 영상 기술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단 걸 알게 됐어요. 더 배우고 싶단 욕심이 생겨서 장비를 구입하고 기초부터 공부해 나가기 시작했죠. 영상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더군요. 금세 흠뻑 빠져버려서 지금은 영상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패션 프로젝트가 카메라의 세계를 확장해 준 거죠.
전공이 사진이었군요. 필름 사진 같은데, 사진 작업 땐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나요?
맞아요. 사진은 언제나 필름카메라로 작업해요. 아날로그 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핸드폰 사진이나 영상을 편집할 때도 필름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하죠. 저는 주로 ‘감정’이라는 키워드로 작업하면서 어떤 장면이든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데 집중해요. 어린 시절부터 관찰력이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그런 특성이 사진 작업에서도 나오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제 작업에서 보고 싶어 하는 부분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파고들려고 하거든요. 또한 피사체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방법도 자주 활용해요. 평범하지 않은 감정을 포착하고 싶을 땐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큰 도움이 돼요. 비록 요즘은 세상에 실망할 일이 너무나도 많지만 저는 그 사이에도 가치 있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걸 발견하기만 한다면 좋은 작업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사진 찍는 걸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대답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여서 대번에 알겠어요.
맞아요(웃음). 사진과 영상으로 긴 시간 작업해 왔지만, 카메라를 쥘 때마다 행복해하는 저 자신이 느껴져요. 방에 드는 빛 한 줄기만 봐도 촬영할 가치가 있기 때문에 저는 원한다면 언제든 기뻐질 수 있죠. 그건 클라이언트 작업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카메라를 향한 이 마음은 아마 영원할 것 같아요. 그건 제 바람이기도 하고요.
사진에는 찍는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기는 것 같아요. 이번 호 주제인 ‘건강한 식탁’도 그렇죠. 식탁을 차리는 사람의 마음이 음식에 담길 테니까요.
제가 사진만큼 좋아하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몸에 좋은 음식이에요. 저는 먹는 걸 좋아해요. 너무 좋아한 나머지 제 사랑은 음식으로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다니기도 하죠(웃음).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은 기분을 좋아지게 하고, 건강에 좋은 식사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요. 맛없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누구든 기분이 나빠지잖아요.
요즘 어떤 음식을 가장 자주 먹고 있나요?
저는 채식주의자여서 항상 채소 요리를 먹고 지내요. 한창 먹성이 좋을 때도 고기보다 채소를 더 자주 찾았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결심은 아니었어요. 친구들이 파스타나 치즈를 먹을 때 저는 콩과 올리브 오일을 곁들인 감자를 해 먹었거든요. 요즘 가장 자주 먹는 건 샐러드예요. 여름엔 신선한 과일이 많기 때문에 과일 샐러드를 부지런히 즐기고 있죠. 그에 못지않게 차가운 렌틸콩 샐러드도 좋아하고요. 아, 가스파초Gazpacho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가스파초는 스페인의 대표 요리인데토마토, 피망, 오이, 빵, 올리브 오일, 식초, 얼음물을 함께 갈아서 차갑게 먹는 수프예요.
찬 음식을 좋아하는군요. 한국의 동치미 국수나 콩국수 같은 게 떠오르네요. 혹시 알고 있는 한국 요리가 있나요?
그럼요! LA에 살 때 삼겹살을 처음 먹어봤는데 중독된 것처럼 매주 찾아 먹었어요. 그땐 채식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한국 식당들을 모조리 돌아다니며 삼겹살을 먹는 게 제 즐거움 중 하나였죠. 언제나 고기보다 채소를 좋아했지만 삼겹살만큼은 예외였어요. 그 맛은 지금도 종종 생각날 정도니까요. 바르셀로나에 돌아와서도 한국 음식을 잊지 못해서 한동안 한국 식당을 열심히 찾아다녔어요. 마침 근처에 한국 채식 식당이 있어서 요즘은 그곳에 자주 가요.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먹는 스타일은 제각기 다른 것 같아요. 크리스만의 식사 습관이 있나요?
부끄럽지만 나쁜 습관이 더 많아요. 과식하고, 빨리 먹고…. 얼마나 급히 먹냐면, 제 접시에 음식이 올라온 순간 누군가 그걸 가져가려 한다면 그 사람 손까지 물어버릴 정도죠(웃음). 고치고 싶은 습관이어서 최근엔 속도에 신경 써서 식사하고 있어요. 생각처럼 잘은 안 되지만요. 또 다른 습관이 있다면, 모든 음식에 올리브 오일을 뿌리는 거예요. 기름에 굽거나 튀긴 음식은 좋아하지 않지만 음식 위에 올리브 오일을 뿌려 먹는 건 무척 좋아하거든요. 아! 식사할 때마다 치르는 의식이 하나 있는데요(웃음). 가장 맛있는 음식의 마지막 한 입을 남겨두는 거예요. 모든 접시를 비운 다음 제일 맛있는 마지막 조각을 입에 넣으면 식사가 짜릿하게 마무리되니까요.
지금 당신은 사진을 얘기할 때만큼 행복해 보이네요(웃음). 내일은 어떤 음식을 먹을 건가요?
점심에는 수박, 토마토, 견과류, 치즈를 곁들인 샐러드에 신선한 시금치로 만든 가스파초를 함께 먹을 예정이에요. 저녁에는 새로운 채식 레스토랑을 찾아가 보려고요. 벌써부터 설레네요.
앞으로도 기쁘고 건강한 식탁을 만나기를 바라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를 들려줄래요?
정해둔 목표는 없어요.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하고 싶은 게 달라지거든요. 하지만 어떤 목표가 생기든 계속해서 활발하게 작업을 해나갈 거예요. 가까운 미래에는 단편 영화를 제작할 예정인데 한국에도 소개되면 정말 좋겠네요!
H. instagram.com/cristinatomasr
에디터 이주연
Photographer Cristina Tomàs Rovi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