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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그림, 힐마 아프 클린트
작업실에 있는 힐마 아프 클린트의 사진, 1895, Wikipedia
우리는 그림을 볼 때 그림 속에서 작가가 주는 힌트를 최대한 찾으려고 노력한다. 어떤 그림은 그림이 주는 힌트가 너무 선명해 우리를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하고, 어떤 그림은 아무리 봐도 수수께끼 같아서 그림 곁에서 서성거리게 만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 이런 보이지 않는 마음을 그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가고 싶어 하는 목적지가 정확하다면 그 목적지를 그리면 되겠지만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이미 세상에 없거나, 떠나고 싶은 곳이 미지의 세계라면 그 그림들의 모습은 새로운 형태일 것이다. 여기 보이지 않는 세계와 만져지지 않는 마음만을 평생 그리다가 떠난 화가가 있다.
“내 그림들은 내가 죽어도 20년간 세상에 알리지 말아줘.”
1944년 10월 21일, 82세의 한 여인이 이런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힐마 아프 클린트Hilma af Klint. 그녀는 스웨덴의 추상 화가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서양 추상 회화의 선구자인 칸딘스키와 몬드리안보다 앞서서 추상 회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비교적 세상에 늦게 알려진 이유는 작가가 스스로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대중에게 작품을 공개하는 것을 죽는 날까지 염려했다.
힐마 아프 클린트, Altarpiece No. 1 Group X, 1915, 캔버스에 유화, 개인 소장
힐마 아프 클린트의 드로잉
힐마 아프 클린트는 평생을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렸다. 그녀는 친했던 여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영향을 받아 영적 세계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물리적인 세계에서 나아가 영적 세계를 탐구하는 일. 클린트는 우리가 사는 세계와 또 다른 세계에 영혼들이 존재한다고 믿었고, 동료들과 함께 ‘The Five’라는 그룹을 만들어 영혼이나 사후 세계와 연결된 영매 훈련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세상을 떠난 여동생을 꼭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영혼과의 만남을 꾸준히 노력했고, 그 과정을 드로잉으로 기록했다. 영화 〈퍼스널 쇼퍼〉에서는 영혼과의 대화를 그림에 담아낸 힐마 아프 클린트의 존재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추상 드로잉은 마치 누군가와 약속한 듯이 규칙적이고 균형감이 돋보인다. 반복되는 원형들, 계단처럼 상승하는 삼각형들이 그 예다. 또한 꽃이나 물방울 같은 이미지를 도형화한 것도 특징이다. 다양한 색과 도형과 선을 활용해 도달할 수 없는 어떤 곳으로 도달하는 장면을 그린 것 같기도 하다.
2018년 가을부터 겨울 뉴욕의 구겐하임에서 힐마 아프 클린트의 회고전이 개최되자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녀의 그림을 보고 갔고,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쏟아냈다.
“이 그림들은 계시다.”
영국의 유명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힐마 아프 클린트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리고자 했던 그녀의 마음은 〈미래를 위한 그림〉이라는 전시 타이틀로 대표되었다. 이보다 앞서 2014년 스웨덴의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는 힐마 아프 클린트의 작품을 자신들의 상품에 콜라보레이션한 바 있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 화가로 살아가며 새로운 시도를 한 그녀의 작품은 이제 반세기를 지나 우리 시대에 인정받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 그리고 세상에 없는 존재를 만날 수 있다는 그녀의 믿음은 희망과 신념의 존재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강인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희망과 한숨, 걱정과 불안이 수없이 오고 간 2020년의 봄, 힐마 아프 클린트의 그림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미래는 여전히 아름답고 찬란하다.
힐마 아프 클린트, They Ten Mainstay IV, 1907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
글 프랜시스 보르젤로 | 옮김 주은정 | 아트북스
16세기부터 현대까지 여성 예술가들이 표현한 자화상 200여 점을 모아놓은 책이다. 서양 미술사에서 간과되어 온 여성 예술가들을 자화상으로 만나보고, 여성이자 미술가로 살아갔던 그들의 목소리와 삶에 귀 기울여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할리나 디르스츠카 | 다큐멘터리 | 독일 | 94분
2019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힐마 아프 클린트의 다큐멘터리가 올해 한국에서 개봉 예정이다. 코로나19의 여파 때문에 언제 개봉할지 미정이라고는 하나 한국에서 그녀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대가 된다.
Water
The Real Group
스웨덴 출신 세계적인 아카펠라 혼성 그룹인 ‘더 리얼 그룹The Real Group’을 소개한다. 1987년 1집 발매 이후 지난 30년간 20여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세계 최고의 아카펠라 그룹으로 인정받고 있다. 모든 곡을 직접 만들고 편곡하는 그들의 음악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Water’와 ‘Pass Me The Jazz’다. 스웨덴의 민속 민요 같은 리듬과 소박하면서도 경쾌한 아카펠라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에디터 이다은
글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