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RAL WIRE FLAME

캠핑이 아니더라도 모닥불

캠핑이 아니더라도
모닥불

요즘 같이 좋은 계절, 각자 하던 일을 끝내고서 밤 소풍을 가면 어떨까. 모닥불을 피울 때 필요한 물건들과 담요, 따뜻한 차를 챙겨 도시 근처의 숲으로, 강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의 작은 화로대를 보며 오늘은 그런 생각을 해본다.

어릴 적 나는 친구들 두세 명 정도와 함께 종종 동네 계곡에 찾아가 모닥불을 피웠다. 그저 앉아서 불을 구경하기도 하고 고구마도 구워 먹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된 이 작고 가난한 모험이 고등학생 때까지 이어졌으니, 아마 까맣게 타버린 것까지 오백 개 정도의 고구마를 구워 먹었을 것이다. 주변에 널려 있는 돌을 모아서 불이 번지지 않게 동그란 화로를 만들고, 나뭇가지들을 인디언 텐트 모양으로 세우고, 마른 낙엽을 사이사이에 흩뿌렸다. 신문지를 길게 말아 불을 옮기고 후후 불어 주면, 우리의 화덕, 난로, 이야기 저장소가 동시에 완성됐다. 불을 끌 때는 무조건 오줌을 눴기 때문에 화장실이 완성된 셈이기도 했다. 

지금도 모닥불을 피울 때면 항상 그때 생각이 난다. 요즘에는 편안한 의자와 두툼한 담요도 챙기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도 틀어놓고 그럴싸한 조명도 있지만, 모닥불 하나만 있던 그때가 괜히 그리워질 때가 있다. 수차례 편집된 유년 시절은 이제 결코 침범할 수 없는, 정말이지 위대한 아름다움이 돼 버린 걸까. 좋기도 하고 내심 답답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나는 요즘 다시 그때처럼 밤을 즐기고 싶다고 생각한다. 모든 걸 똑같이 재현할 순 없겠지만, ‘가볍게 집을 나서서 두세 시간 모닥불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다면’ 하고 바란다. 그러다가 발견한 아이템은 아주 작고 가벼운 화로대였다. 

모노랄 와이어 프레임(이하 ‘모노랄’)은 내가 찾은 가장 작은 화로대다. 그리고 가장 멋진 디자인의 화로대이기도 했다. 보통은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접이식 화로대도 무게가 꽤 나가는데, ‘모노랄’은 휴대주머니 무게까지 포함해도 겨우 980그램이었다.

게다가 제품 자체가 군더더기 없이 아주 멋졌다. 두 개의 프레임과 실리콘 섬유로 된 내열천 한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을 고정하는 방식도 너무나 간단했다. 화로 키트가 들어있는 아이보리색 캔버스 백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물론, ‘모노랄’은 백패커들에게 특히나 매력적인 아이템이 아닐까. 보통 백패커들에게 화로대는 당연히 포기해야 할 장비지만, 이 무게라면 큰 고민 없이 가방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처럼, 단지 모닥불을 피우고 몇 시간을 보내길 원하는 사람에게도 반가운 아이템이다. 화로대를 들고 가볍게 소풍을 가자니, 뭔가 거추장스러운 모습이 상상됐는데, 간단하게 고민이 끝나 버렸다. 

서른이 된 지금, 여전히 자주 얼굴을 보는 친구들과 예전처럼 모닥불 앞에 앉으면 어떨까. 장비를 전부 갖춰서 캠핑을 갔을 때의 모닥불 말고, 아무것도 없이 나섰던 어렸을 때처럼, 무작정 불놀이를 한다면. 금세 어색해져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흩어져 버릴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래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타닥타닥 나무가 갈라지는 소리, 빨갛게 보였다가 없어지길 반복하는 얼굴들, 나뭇가지로 건들 때마다 위로 떠오르던 불씨들. 그런 걸 보고 있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져서 조금 더 앉아 있자고 누군가 시간을 잡아 둘지도 모른다. 그리고 불에 넣고 구운 고구마가 맛있으니까, 그 맛을 잘 묘사하면 집에 가자던 녀석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불이 꺼질 것 같은데.” 한 마디에 다들 흩어져서 부러진 나뭇가지를 한 움큼씩 안고 오는 모습을 떠올리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 작은 화로대는 바이크 캠핑을 즐기던 일본인, ‘다케오 스나미’가 만들었다고 한다. 무게를 줄여야 하는 이유로 작은 크기의 화로대를 구해보려 나섰다가 실패하고 직접 제작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 제품을 모방한 여러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에 의견을 밝혔는데, 내게는 참 인상 깊었다. “당연히 신경은 쓰이지만 그리 연연하지는 않는다. 오리지널 제품이 가장 좋다는 믿음, 소비자들은 결국 오리지널을 선택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 모노랄 제품은 디테일이 굉장히 강하다.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카피 제품을 쓰다 보면 ‘아, 이래서 오리지널을 쓰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만약 카피 제품의 품질이 더 좋다면 우리가 반성하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의 생각도 멋지고, 제품도 멋지고, 앞으로 몇 번이고 더 하게 될 모닥불 소풍도 무척이나 기대된다. 그런데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유년시절 모닥불을 끄던 나만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TIP 

•내열천은 소모품으로 50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사용환경에 따라 더 오래 쓸 수도, 조금 일찍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
•내열천은 공기순환이 잘 되기 때문에, 장작을 눕혀서 불을 붙여야 한다. 장작을 세우면 불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
•스테인리스 메쉬, 쿠킹 스탠드 등 별도 구매 제품이 있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WIRE FLAME
설치시 36*36*28(cm)
수납시 9*35(cm)

유인터내셔널
Tel 070-4351-3135
bplsto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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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포토그래퍼 전진우

자료제공 유인터내셔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