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in Another City

우리도 한번쯤 떠나볼까?

한 달 동안 우리 가족의 집이 되어줄 숙소를 고르고, 공기마저 낯선 도시에서 살아보는 시간. 적당한 타이밍을 찾아 기대 반, 걱정 반을 품고 떠나 낯선 도시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온 가족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인생에서 한 달쯤은 느리게 살아도 괜찮더라고. 그리고 내 아이, 나, 우리 가족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우리도 한번 떠나볼까? 원하는 도시에서, 한달살기.

제주도 한달살기

진서연 가족(부부, 15개월 아이) | 언리얼 스튜디오 대표

@sistajiin

워라밸이 간절하던 순간

사실 한달살기를 로망처럼 꿈꿔오던 건 아닌데, 일에서 도망칠 궁리가 필요했달까요? 이곳으로 오기 전 50일가량을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에 치여 육체적, 정신적으로 저희 부부가 너무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인이에게도 미안했고요. 보통 프리랜서는 한달살기가 쉽게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더 어렵기도 해요. 일이 곧 수입이니까요. 하지만 지칠 대로 지친 저희 부부에게는 재충전이 정말 간절했고 인이와도 함께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큰 결심을 내렸죠. 아이가 15개월이라 해외는 애초에 고려하지 않았고 처음부터 제주도만 생각하며 계획을 짰어요.


너무나 일상적이라서 소중한

매일 스튜디오와 모니터 앞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던 저희에게 제주도의 따뜻한 햇살, 맑은 공기와 하늘, 아름다운 노을을 만끽하던 한 달이라는 시간은 정말 큰 행복이었어요. 심지어 태풍까지도요. 이렇게 가까이서 태풍에 부서지는 파도를 본 건 처음이거든요. 저희는 대부분 아이와 함께 돌아다닐 수 있는 비교적 쉬운 코스들을 선택해 다녔어요. 별다른 체험 활동을 하기보다는 서울에서 보기 힘든 자연 경관을 아이에게 많이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런 경험을 통해 인이에게 자연에서 에너지를 얻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또 가족사진을 많이 남겼죠. 돌이켜보니 사진 찍는 일이 직업인데 제대로 된 가족 여행 앨범 하나가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매일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니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았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인이가 나중에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설명과 함께 보여주려고 사진들에 그때 상황을 따서 이름도 붙여놨어요. “금능해변에서_인이_첫서핑”, “송악산둘레길에서_말을_만났다”.


조금은 흐트러져도 괜찮아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동안 열심히 다져온 인이의 생활 패턴이 무너졌다는 것인데요, 인이는 태어난 지 한 달 무렵부터 혼자 자기 방에서 자왔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저희가 함께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아이를 데리고 잤어요. 집에서는 늘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고 식사도 무척 규칙적으로 해왔는데 그것도 흐트러지게 되었고요.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엄격하게 지켜오던 규칙을 무너뜨려 조금 자책감도 들지만 전혀 후회는 없어요. 하루빨리 루틴을 되찾아주는 게 한달살기를 마치고 남은 저의 숙제랍니다.


한달살기를 고민하는 가족에게

어떤 분은 무언가를 할지 말지 결정할 때 자신이 80세가 된 모습을 상상해본다고 해요. 80세에 이 일을 한 걸 후회할 것인가, 하지 않은 걸 후회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판단이 아주 쉬워진다는 거죠.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많은 계획들을 되짚어보았어요. 늘 머리와 마음으로는 품고 살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것들이요. 한달살기도 그중 하나였고요. 여든이 되어 되짚어보면 인생에 한 달쯤은 쉬어도 되잖아요? 아니, 어쩌면 그 한 달이 인생에서 가장 반짝이는 순간이 될 수도 있죠.

02_금능해변에서인이첫서핑
08_매일아침인이원장님의손길

제주도 한달살기 TIP


1 총 비용 약 450만원 (3인 가족 기준)

비행기 티켓 25만원, 차량 탁송 65만원, 숙소 130만원, 식비 180만원, 생활비 50만원


2 숙소 선택 시 빨래가 매일 가능한 곳인지 확인할 것.


3 아이와 물놀이를 한다면 금능해수욕장을 추천한다. 해변의 모래가 곱고 경사가 완만하며 10월에도 물이 따뜻해서 아이와 함께 늦은 해수욕이 가능하다.


4 제주도 남서쪽 안덕면 화순리 언덕에 위치한 ‘두블랑’이라는 숙소는 방에서 보이는 산방산의 뷰가 멋져 추천한다.


5 서핑을 즐기고 싶다면 검색 사이트에 ‘서핑스쿨’을 검색해보자. 다양한 클래스와 장비들을 렌트해주는 업체들을 확인할 수 있다.

파리와 런던에서 한달살기

김지현 가족(엄마, 열세 살, 여덟 살 아이) | 《런던x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저자

@kitchen_comma

한 번쯤 꿈꿔본 게으른 시간

3년 전 열세 살인 큰 아이와 여덟 살인 막내와 유럽에서 한달살기를 했어요. 당시에 저는 아이들과 영어 공부가 목적인 여행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 생활, 특히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체험해보는 한달살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사정상 남편 없이 저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야 해서 영어가 통하고 치안이 좋은 나라를 고르다 보니 영국 런던이 제격이었죠. 그래서 런던만 머물까 하다가 이왕 간 김에 딸이 평소에 너무 가보고 싶어하던 파리까지 다녀오게 되었어요. 그렇게 런던에서 3주, 파리에서 2주, 총 5주를 지내고 왔어요.

 

늘 찾고 있던 ‘떠남’의 타이밍

아이들이 어릴 땐 어리다는 이유로 여행 가는 게 힘들었고 아이들도 부모도 지치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지가 않았어요. 그러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니 이제 떠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과 온종일 함께 지내며 다른 나라에서 지내보는 것 또한 큰 교육이고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을 알았기에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습니다. 특히 짧은 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특별한 계획 없이 지내보자는 게 이 여정의 목표였죠. 사실 3년 전만 해도 유럽에서 한달살기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게 쉽진 않았어요. 오히려 그 덕분에 현지 사람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엇을 먹고 사는지 살펴볼 여유가 생겼어요. 게다가 미술관과 박물관에 가서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보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을 때까지 충분하게 즐길 수 있었죠.

 

살아보며 체험하는 공부

저희 가족의 한달살기 스타일은 처음부터 확고했어요. 계획에 이끌려 가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상황과 날씨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그때그때 찾아 해보자는 것이었죠. 그래서 보통 아침에 일어나 동네의 맛있는 빵집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가보고 싶던 박물관과 미술관을 자주 갔어요. 그곳에서 아이들이 체험하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당일 현장에서 참여했고요. 아이들은 파리에서 갔던 자연사 박물관이 가장 멋진 장소였다고 지금도 이야기해요. 우리나라 박물관과 다르게 멋지고 웅장하게 전시된 동물 박제들이 아이들과 저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주었거든요.

사실 아이들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기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어요. 엄마만의 욕심이 아닐까 싶었던 거죠. 그런데 처음에는 재미없어하는 듯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좋아하고 더 가고 싶어 하고 보고 싶어 하더라고요. 참 뿌듯했어요. 아이들 스스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그 어떤 교육보다 더 크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거죠. 시간이 지나서도 가족과 함께 이야기하며 공유할 수 있는 공통된 추억을 만든다는 건 아이가 자라면서 도움이 될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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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런던 한달살기 TIP

 

1 총 비용 약 860만원 (3인 가족 기준)

비행기 티켓 240만원, 숙소 350만원, 현지 교통비 35만원, 박물관 및 미술관 입장료 20만원, 식비 65만원, 외식비 100만원

 

2 유럽도 비수기(12~3월)를 공략하면 저렴한 한달살기가 가능하다. 대신, 따뜻한 날씨는 포기해야 한다는 점!

 

3 장기적으로 묵을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뒤, 호스트에게 미리 연락해 장기 숙박 할인이 가능한지 체크해보자.

말레이시아 한달살기

김민진 가족(엄마, 일곱 살 아이) | 그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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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험들이 쌓일 수 있도록

이안이가 일곱 살인 겨울에 약 4주간 말레이시아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서 아들과 저, 단둘이 생활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제 친구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안전하면서 영어 학원이 잘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결정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엄마와 아빠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아이에게 최대한 다양한 경험과 생각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다른 도시에서의 한달살기는 최고의 선생님이자 스스로 생각 주머니를 크게 부풀릴 수 있는 레슨이죠. 평범한 일상의 행복도 좋지만 우리와 다른 문화와 언어, 음식, 사람들을 보고 만나고 느끼며 아이 스스로 체득하는 것은 정말 소중한 자산이에요.

 

영어 공부와 외국 체험의 일석이조

한달살기를 하면서 아들과 하루 종일 함께하는 건 원하지 않았어요. 둘이서 함께하다가 때로는 혼자서 생활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이안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영어 학원을 다녔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쿠알라룸푸르에는 국제학교가 많아 어학 공부만을 위해서 한달살기를 하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만족도가 크고 체계가 잘 잡혀 있다고 해요. 그래서 한국에서 국제학교를 가기 전에 다니기도 하고, 저처럼 다른 나라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보내는 부모들도 있어요. 이안이가 다닌 어학원은 몽키아라에 위치한 엘리트 어학원이에요. 한국인 원장님이 계시고 일본, 파키스탄, 중국,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수업한답니다.

참, 한국에서는 하지 않던 매일 아침 도시락 싸기가 일이긴 했지만 아이가 잘 먹고 오니 기분 좋게 적응이 되더라고요. 원장 선생님과 아이의 성향과 영어 학습에 대해 충분히 상담한 후 현지에서 테스트를 보고 반을 배정받아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나이가 아니라 실력에 따라 반을 나누죠.

 

그곳만의 특별한 액티비티 체험 

이안이도 저도 말레이시아에서 특별한 액티비티를 경험했는데요,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바로 쿠알라룸푸르 교외에서 체험한 반딧불 투어요! 전 ‘투어말레이시아’라는 업체를 통해 예약했어요. 크리스마스이브에 갔었는데 반딧불을 보기 전까지 두 시간이라는 긴 기다림이 있긴 했지만 작은 배를 타고 들어간 그곳은 정말 환상이었어요. 참, 모기약은 필수랍니다! 반딧불이들이 나무에서 뿜는 아름다운 빛 덕분에 잔잔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안이도 그때는 숨을 죽이고 반딧불이들이 만드는 빛 축제를 감상하더라고요. 다녀와서도 반딧불이들이 우리에게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물로 주었다고 좋아하는 모습에 저까지 기분이 좋고 기억에 오래 남는 시간이었어요.

말레이시아 한달살기 1 친구집 수영장

말레이시아 한달살기 TIP

 

 

1 총 비용 약 550만원 (2인 가족 기준)

비행기 티켓 140만원, 공항 벤 서비스 왕복 20만원, 숙소 130만원, 어학원 100만원, 투어 30만원, 생활비 130만원

 

2 쿠알라룸푸르의 영어 어학원을 찾는다면 ‘엘리트 어학원’을 추천한다. 한국인 원장님과 카카오톡(ID: Elite Global)으로 충분한 상담이 가능하다.

 

3 네이버 카페의 ‘일년에 한 도시 한달살기’, ‘투어 말레이시아’, ‘마이 말레이시아’, ‘스사사’를 참고하면 다양한 자료 조사가 가능하다.

 

4 숙소 ‘Plaza Acadia’는 비교적 깨끗하고 넓으며 가성비가 뛰어난 곳이다. 시내 한가운데에서 거리가 조금 있지만 일정을 잘 짜면 문제없다.

하와이 한달살기

전세영 가족(부부, 26개월 아이) | 회사원

@sseng1111

때로는 과감하게

회사원인 저희 부부는 한 달이라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남편 회사의 리프레쉬 휴가 시점과 저의 둘째 출산휴가 시기가 맞아 적절한 타이밍이 생겨 떠나게 되었죠. 처음 한달살기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고민하던 부분은 어느 도시를 갈까였어요. 시기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로 정해지면서 따뜻한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당시 만삭 임산부였던 저와 26개월인 어린아이가 함께하는 긴 여행이니만큼 혹시나 모를 상황들에 대비해 의료 시설이 잘 갖춰진 곳으로 좁혀졌죠. 최종적으로 호주와 하와이 두 곳이 후보에 오르게 되었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 후 비행 시간과 차량 이동 시간이 비교적 적은 하와이로 결정하게 되었답니다.

 

하와이로 떠나기 위한 준비들

저는 《디스 이즈 하와이》, 《저스트 고 하와이》, 《인조이 하와이》 같은 책을 틈나는 대로 읽으며 하와이의 주요 명소들과 맛집들과 관련된 정보들을 많이 참고했어요. 그 외에 좀더 구체적으로 궁금하던 하와이 해변의 수심이나 수온, 그늘 여부, 바다거북 체험 같은 정보들은 저희 가족과 비슷한 컨디션으로 여행을 떠난 지인이나 블로그가 많이 도움 되었고요.

 

따뜻한 햇살과 바다 그리고 거북이

하와이에서는 보통 숙소 근처 괜찮은 해변이나 공원을 정해 자리를 깔고 시간을 보냈어요. 다른 도시에 가면 그곳의 맞춤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가족도 있지만 저희는 그런 건 따로 신청하지 않았어요. 저희에게 한달살기는 일상을 벗어나 또 무언가를 배우고 학습하며 보내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을 가장 편안히 하며 보내는 거였거든요. 아이는 모래놀이를 하고 남편은 게를 잡아 아이에게 보여주며 웃고 즐기는 그저 평온한 나날들이었어요.

만약 오하우에서 지내신다면 꼭 노스쇼어North Shore에서 머물러 보세요. 보통 와이키키 지역에 머물면서 노스쇼어는 쓱 둘러보고 지나가는데 이곳의 비치 하나하나가 참 좋고, 특히 터틀 베이 리조트Turtle Bay Resort 내에 쿠일리마 코브Kuilima Cove는 다른 곳들에 비해 깔끔한 컨디션에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노스쇼어의 밤하늘이 정말 예뻐요. 별이 쏟아질 듯하죠. 다른 섬으로는 빅아일랜드의 칼스미스 비치Carlsmith Beach Park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특히 아이와 함께한다면 이곳을 강력하게 추천해요. 하와이에서 바다거북을 만날 수 있는 해변이 워낙 많다 보니 대단한 매력 포인트가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에선 바다거북이랑 수영도 하고 교감을 할 수 있거든요. 첫째는 요즘에도 하와이 하면 거북이 친구가 있는 곳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후회 없는 한 달의 시간

가족이 한집에 함께 산다고 해도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한 시간도 될까 말까 한 게 현실이잖아요. 한 달 내내 함께 자고 먹고 놀면서 좀더 끈끈한 가족애가 생긴 느낌이에요. 아이에게도 우리 가족이 함께하면 어느 나라, 어디에서나 잘 지낼 수 있다는 믿음과 그런 힘이 생긴 걸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혹시 한달살기를 고민 중이라면 너무 걱정 말고 떠나세요. 그리고 그 일정에는 아이 의견도 반영해주세요. 아이 역시 확실한 가족 구성원으로 거듭난 기분이 들 수 있답니다.

하와이 한달살기 TIP

 

1 생활비 1,000만원 (3인 가족 기준)

 

2 특수한 상황 때문에 의료 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를 골라야 한다면 하와이를 추천한다.

 

3 오랜 시간 머물 숙소에서는 세탁기가 있고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지, 주변에 마트가 있는지 체크하자.

 

4 하와이 내에서 이동할 때 필요한 비행기 티켓은 미리 끊어놓아야 저렴하다. 항공사들의 연계 서비스를 잘 활용하면 섬 하나 정도는 티켓을 무료로 예매할 수도 있다.

뉴질랜드 한달살기

지인미 가족(엄마, 네 살 아이) | 회사원

@gimmi0127

아이와의 온전한 시간이 필요해

한달살기를 결심하게 된 건, 전년도 말에 한국을 뒤덮은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지게 된 제 딸을 보면서였죠. 입원한 아이를 지켜보며 그간 워킹맘으로서 오롯이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한 미안한 감정들이 크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엄마와 딸의 진한 애착형성을 위해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뉴질랜드로 한달살기를 떠나게 되었답니다.

 

파란 하늘 아래 초록빛 잔디 위에서

저희가 생활한 3월은 뉴질랜드의 초가을로 아이와 생활하기에 너무나도 완벽한 날씨였어요. 산, 바다, 공원, 새파란 하늘과 낮은 구름 등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즐기기만 해도 하루가 금방 흘러갔죠. 첫 2주는 자연을 즐기면서도 틈틈이 시내를 돌아다니며 아쿠아리움,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공원, 장난감 숍들을 방문했어요. 어렵게 얻은 이 귀한 시간 동안 아이에게 가능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었죠. 하지만 어린아이의 컨디션과 한국에 돌아가서 처리해야 할 일정들을 위해 너무 무리하지 말자 싶어, 남은 2주는 숙소 근처 동네를 탐방하며 아이와 저를 위한 요양과 힐링의 밸런스를 맞추며 보냈어요.

 

어린아이도 함께할 수 있는 추천 코스

사실 미취학 아동이 해외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수업은 많지 않아요. 부모가 항상 함께 다니는 것이 보통이죠. 그런데 뉴질랜드에서는 아이도 어른도 함께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코스가 있어요. 사방이 탁 트인 멋진 뷰를 볼 수 있는 데번포트Devon Port의 빅토리아 마운틴Mount Victoria, 페리를 타고 30분이면 갈 수 있는 인근의 와이헤케섬Waiheke Island인데요, 딸아이와 함께 2km의 꽤 높은 언덕과 평지로 되어 있는 해변 산책로를 걸으며 그곳에서 열린 전시회<Sculpture on the gulf>에서 뉴질랜드 아티스트들의 조각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었어요. 자연 풍광과 어우러진 작품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네 살 아이가 걷기에는 조금은 험한 길도 있었지만 장장 네 시간에 걸쳐 함께 성공했다는 기쁨이 딸아이에게 뿌듯함을 안겨준 것 같아 그 어떤 수업보다 좋은 학습이 되었어요. 어린 자녀와 함께하신다면 꼭 추천하고 싶어요.

 

꼭 필요했던 딸과의 한달

워킹맘이어서 아이와의 초기 애착형성이 부족하다는 죄책감이 늘 있었어요. 이번 한달살기라는 시간을 통해 그 부분이 많이 해소된 것 같아 가장 좋았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서로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동지애 같은 걸 딸과의 관계에서 느꼈어요. 또 아이가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눈높이를 낮추어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물론 더 긴긴 시간이 지나야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테지만요.

11월부터는 최근 좋은 교육 환경과 낮은 물가로 각광받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조호르바루에서 두세달살기를 계획하고 있어요. 아직 네 살이라 특별히 어떤 기억이 남길 바란다기보다는,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보는 눈을 가지길 바라요. 그리고 저처럼 어린아이와 함께 떠나신다면, 육체적인 피로는 각오하셔야 해요. 현지의 교육기관에 맡기기 힘드니 오롯이 아이와 함께해야 하고, 낯선 곳에서 매일매일 지내다 보면 피로를 회복할 시간이 많이 없거든요. 그래도 다행히 뉴질랜드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때 묻지 않은 자연 덕에 매일매일 힐링은 할 수 있었죠.

아이가 너무 어릴 때 떠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네 살인 저희 딸은 그동안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중국 등 한달살기를 했던 곳에서 만난 친구들의 이름과 어느 나라에서 어떤 장난감을 샀는지까지 대부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답니다.

6.성예지(Devonport_강아지)
6.성예지(Devonport_02)

뉴질랜드 한달살기 TIP

 

1 총 비용 약 730만원 (2인 가족 기준)

비행기 티켓 80만원, 숙소 400만원, 생활비 250만원

 

2 3월의 뉴질랜드 초가을은 아이와 함께 생활하기에 완벽한 날씨다. 한국은 그 시기가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계절이기도 해 이 때의 한달살기를 추천한다.

 

3 호텔을 이용한다면 청소 서비스가 되는지, 식기세척기와 세탁기, 빨래 건조기가 모두 구비되어 있는 곳인지 꼭 체크하자. 아이와 함께 하는 장기 투숙이라 이런 서비스가 없는 곳이라면 불편함이 생긴다.

에디터 남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