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house

식물의 집, 온실

봄 여름 가을 내내 나뭇잎과 풀잎을 곁에 두고도 겨울이 되면 또다시 그들이 보고 싶어진다. 그때마다 나는 사계절 내내 색색의 꽃과 열매들이 끊임없이 열리는 그곳, 식물의 집 ‘온실’에 간다.

가끔 ‘내게 집이 없거나 생활할 공간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곤 한다. 한겨울 추위와 한여름 더위를 막아주고, 생활하는데 필요한 공간이 되어주는 집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식물에도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고, 비나 눈을 피해 주고, 그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환경을 마련해주는 그들만의 집이 있다. 바로 온실Green house이다. 

온실은 식물이 살아가기에 필요한 광, 온도, 습도, 수분, 양분 등을 인공적으로 조절해서 식물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건축물이다.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혹은 지붕이 어떤 모양인지, 골재는 어떤 것을 썼는지 등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온실이 존재한다. 

물론 식물은 산에서도 들에서도 스스로 잘 자라지만 식물마다 특별히 좋아하는 온도나 습도, 토양 등이 있고 이 환경을 지속해서 유지해주면, 일 년 내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튼튼하고 아름답게 잘 자란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든 식물이 그들이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경우에는 그들의 집, 온실이 꼭 필요하다.

민들레는 우리나라의 들이나 산에서 잘 자라는 풀이지만 건조한 사막 지역으로 이사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온실이 있다면 가능하다. 온실에는 그 안에 있는 식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햇빛의 양이나 온도나 습도, 혹은 물을 주는 양, 비료의 양, 토양의 성분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설비가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민들레도 사막 한가운데의 온실에서 꽃을 피우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습하고 무더운 날씨를 좋아하는 관엽식물이, 건조한 사막에서 사는 선인장이 살아갈 수 있는 건 모두 온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춥고 긴 겨울 동안 앙상하게 남은 가지를 보며 초록의 풀과 꽃과 열매가 그리울 때, 온실에 가자. 온실 안 드넓은 잎의 야자수가, 붉은 백량금의 열매가 우리를 반겨줄 테니.

우리나라 최초의
온실

창경궁 대온실
A.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경궁185창경궁 내 T. 02 762 9515

창경궁 대온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온실이다. 온실 안에는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는 난대식물들이 식재되어 있다. 대온실은 1909년에 건축되었기에 여전히 옛 설비로 되어 있는데, 난대식물들이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는 시설이다. 특이한 건, 대부분 완전히 땅에 식재된 형태가 아닌 분재(화분) 형태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창경궁 대온실은 문화재(등록문화재 제83호)이기 때문에 새로운 식물을 심는 건 위험한 일이다. 결국, 이 곳은 문화재를 최대한 예전 그대로 보존하면서 최소한의 것만 추가하여 현대 사람들이 옛 온실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공간이다. 식물보다는 우리나라 최초의 온실 건축물을 관람하기에 좋은 온실이라 할 수 있겠다.

세계 곳곳의 식물을 보고 싶다면

01 사막 온실, 국립수목원
A.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415 T. 031 540 2000

서울을 조금 벗어난 경기도 포천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식물 연구 기관인 국립수목원이 있다. 국립수목원에서는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란 온실을 운영하며 아열대 식물들을 전시, 연구하고 있다.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에는 3,000여 종의 아열대 식물들이 식재되어 있고, 이 중 1,600여 종은 건조한 사막 지역에서 사는 열대건조식물들이다. 선인장과 다육식물, 그리고 공기정화식물로 잘 알려진 산세비에리아와 알로에, 그리고 멸종 위기식물인 툴비닌카르푸스 등이 있다. 이 식물들은 모두 독일 다렘식물원에서 왔다.

02 열대우림 온실, 서울대공원
A. 경기도 과천시 대공원광장로 102 T. 02 500 7335

서울대공원에는 우리가 지켜주어야 할 동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식물도 있다. 서울대공원식물원은 856평의 큰 온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곳에는 928종의 다양한 식물들이 식재되어 있다. 이 중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식물은 열대우림에서 사는 식물들이다. 잎이 넓고 키가 큰 야자수와 다양한 무늬와 모양을 가진 관엽식물, 물에 사는 수생식물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선 온실 2층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 키가 큰 열대우림 식물들을 내려다보며 관찰할 수 있다.

03 지중해 온실, 국립생태원
A. 충청남도 서천군 마서면 금강로 1210 T. 041 950 5300

충청남도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의 에코리움에는 총 5개 관의 온실이 있다. 이 중 지중해 관에는 유럽 지중해연안과 남아프리카, 캘리포니아, 호주 등 건조하고 햇빛이 강한 날씨를 좋아하는 식물들이 식재되어 있다. 요즘 집에서도 많이 키우는 다양한 향의 허브 식물과 바오바브나무, 유칼립투스,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 등을 볼 수 있다.

04 호주 온실, 한택식물원
A.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한택로 2 T. 031 333 3588

서울에서 한 시간 정도를 달리면 용인 끝자락에 한택식물원이 있다. 한택식물원에는 사막 온실과 중남미 온실, 남아프리카 온실이 있는데 이중 호주 온실이 특히 인기가 좋다. 호주 온실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자생식물 150여 종을 볼 수 있는데, 바오바브나무와 코알라의 주식인 유칼립투스, 호주 매화, 그라스 트리 등 다른 온실에서 보기 힘들었던 호주의 식물들이 다양하게 식재되어 있다. 대부분 관엽식물이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열대우림의 관엽식물과는 형태가 아주 다르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보고 싶다면

01 키친 온실, 제이드가든
A.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햇골길 80 T. 033 260 8300

강원도로 여행을 갈 때마다 들리는 제이드 가든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유럽식 정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돌 모양의 스피커에서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식물들의 이름표가 식물의 색과 비슷해 눈에 거슬림이 없다. 세심한 배려가 있는 이곳에선 우리가 식재료로 쓸 수 있는 식물들이 있는 키친정원을 볼 수 있다. 다양한 품종의 블루베리와 파, 마늘, 토마토 등이 있는데, 정원 뒤편엔 조그마한 키친 온실이 있다. 이 온실에서 재배한 식물은 바로 앞에 있는 레스토랑의 식재료로 이용하는데, 각종 외래 허브식물들과 일이년초가 식재되어 있다.

02 허브식물 온실, 강동허브천문공원
A. 서울특별시 강동구 둔촌동 산94 T. 02 3425 6448

서울 도심을 조금 벗어난 일자산 끝자락에 위치한 강동허브천문공원은 이미 이웃 주민들에겐 사랑받는 산책로이자 식물원이다. 이곳에선 외래 허브식물들을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외래 허브식물 중 하나인 민트만 하더라도 페퍼민트, 애플민트, 파인애플민트 등 다양한 품종을 한자리에서 보고, 향기를 맡아 비교할 수 있다. 이곳에 있는 허브 온실에는 사계절 내내 허브 꽃이 피는데 재스민, 로즈메리, 세이지, 라벤더, 레몬 나무, 월계수 등 다양한 허브식물들의 색과 향이 사계절 내내 가득히 퍼진다.

03 양치식물 온실, 한국도로공사수목원
A. 전주시 덕진구 번영로 462-45 T. 063 212 0652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치식물류만 식재되어 있는 유리온실이다. 양치식물이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군으로 꽃이 아닌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인데, 고사리류가 이에 속한다. 양치식물은 습한 환경을 좋아해서 온실에 들어가면 습한 기운이 가장 먼저 느껴진다. 또 꽃이 피지 않기 때문에 온실 안의 풍경이 색색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식물 한 종 한 종 고개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다른 형태와 색의 포자를 가졌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04 고산식물 온실, 평강식물원
A.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우물목길 203 T. 031 531 7751

평강식물원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면서 중심에 위치한 암석원Rock Garden에는 높은 지대에서만 사는 고산식물들이 식재되어 있다. 그리고 한 켠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온실엔 바위에 붙어사는 다육식물과 침엽수들이 있다. 이 고산식물에는 우리나라 한라산이나 백두산의 자생식물뿐만 아니라 미국 로키산맥과 네팔의 히말라야, 알프스 원산의 자생식물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지구의 온도가 따뜻해지면서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들이기에 더욱 유심히 관찰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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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선아

글·사진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