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ing Momself

해볼 만한 날들

일과 육아가 그저 버겁지만은 않다고, 오히려 아이가 있어서 도전해 볼 만한 일들이 생긴다고 말하는 엄마들의 이야기에서 반짝이는 용기를 발견했다.

오래 품어온 나만의 브랜드

김지우 | ‘스튜디오 모티프’ 운영
일곱 살 노아, 다섯 살 노엘의 엄마

“가끔 첫째 노아와 이런 대화를 해요.
“엄마도 행복해요? 엄마도 기분 좋아요?”
“응, 엄마도 행복하지!”
“엄마 사랑해요!”
엄마가 행복한 모습일 때 아이들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나 봐요.”

스튜디오 모티프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취향을 담고 있는지 궁금해요.

학창 시절에도, 직장 생활을 할 때도, 잠시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나게 되었던 시기에도 언젠가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작은 꿈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색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거나 일러스트로 무언가를 디자인하는 일이 즐겁고 행복했어요. 그저 예쁘고 아름다운 것보다는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스튜디오 모티프는 믹스 앤 매치를 기본으로 점, 선, 면 그리고 색상의 조화를 이루는 ‘모티프스러운’ 제품을 디자인하고, 그런 철학을 담아 공간을 큐레이팅 하는 브랜드예요.

 

결혼 후 남편분의 직장 때문에 타지에서 생활하셨다고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브랜드 런칭에 성공한 건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덕분이었을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특별히 텍스타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어요. 처음 직장 생활을 한 곳에서도 수입 브랜드의 라이센스 제품을 개발, 디자인하며 텍스타일 디자인 업무를 지속적으로 했고요. 그런데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구에 내려가야 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일을 안 하고 전업주부이자 엄마로 지냈는데, 아이들을 보살피고 살림을 돌보는 게 너무 귀한 일인 걸 알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공부하고 일해오던 것들을 다시는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했어요. 주어진 환경 안에서 어떻게 다시 일을 해나가면 좋을지 남편하고 끊임없이 의논하고 고민하다가 제 디자인을 시각화해 줄 제품을 구상했고, 브랜드를 런칭했어요. 월행잉과 러그가 첫 제품이었는데, 디자인한 모양과 색상이 그대로 구현되지 않아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방향을 잡고 연구해 나가며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어요. 육아하랴 일하랴 남편도 힘들었을 때였는데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많이 독려해 주었어요. 런칭 후에는 친정 엄마가 출고와 제품 퀄리티 컨트롤을 도맡아 주셨고요. 보이지 않는 가족들의 서포트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기쁜 날이 더 많겠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때로는 지칠 때도 있을 텐데요. 그런 날들에는 어떻게 마음을 추스르나요?

맞아요. 워킹맘은 몸과 마음이 늘 피곤하잖아요. 저는 아이들이 하원하는 다섯 시경부터는 최대한 일을 손에서 놓고 아이들 간식과 숙제를 챙기며 집 안을 정돈해요. 무 자르듯 일이 끝나지 않을 때도 많지만 최대한 일과 육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보려고 애쓰고 있어요. 일 욕심도 있지만 남편 내조와 육아 욕심도 있어서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욕심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이 느껴질 때 가장 지치게 돼요. 그렇지만 원래 쾌활하고 긍정적인 편이고, 가족들과 대화하면서 상황에 맞게 헤쳐 나가요. 아이들이 일곱 살, 다섯 살이 되니 육체적으로는 이전보다 많이 수월해졌어요. 몸이 덜 힘드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모티프도 더 잘 챙겨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엄마에게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해나가는 건 왜 필요할까요?

성취감을 얻는 건 물론이고,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색감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다양한 색과 패브릭을 접하게 되는 것도 좋아요. 가끔 첫째 노아와 이런 대화를 해요. “엄마도 행복해요? 엄마도 기분 좋아요?” “응, 엄마도 행복하지!” “엄마 사랑해요!” 엄마가 행복한 모습일 때 아이들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나 봐요.

 

일상에서 자기를 돌보기 위해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있어요?

개인적인 건 아니고 저희 가족이 같이 하는 일인데요. 남편이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다양한 레시피를 많이 알고 있어요. 요리해 주는 걸 좋아하고요. 아이들도 식성이 좋은 편이라 다 같이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서 먹고 즐기는 시간을 가족 모두가 소중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매주 한두 번은 꼭 의미 있는 요리를 하는 편이에요.

두려움을 깨고 새로운 길로

류진 | 기획자
여덟 살 이준이의 엄마

“‘나다움’은 휴식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일을 통해서 다듬어지고,
나다워진 부분이 그제야 보인 거죠.”

기획자로 일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작은 규모의 조직에서 폭넓은 일을 해왔기 때문에 직무를 하나로 정의하기가 어렵네요. 지난 일들을 돌아보았는데 교육 프로그램, 웹사이트, 상품, 콘텐츠, 연구 보고서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이 가장 잘 맞았어요. 최근에는 웹서비스 기획에 집중해서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기획자로 커리어를 이어갈 계획이에요.

 

최근에 휴식기를 가졌다고요.

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생활이 벅차기도 하고, 이준이가 곧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이번에 휴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일을 아예 그만두는 선택도 염두에 뒀어요. 쉬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푹 쉬고 나서 웹 서비스라는 새로운 일에 도전한 거죠?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쭉 비영리 조직에서 일했는데, 연차가 쌓이면서 여러모로 제 시야가 너무 좁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많아졌어요. 아무래도 전문성을 쌓기에는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보니, 다음 단계의 커리어를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막막했고요. 비영리 조직에는 일과 육아 두 가지를 모두 해내는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선배들이 일반 기업보다 적은 탓도 있을 거예요. 동시에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의미와 가치를 담아 더 큰 영향력을 가지는 분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편협한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틀을 깨려고 마음먹을 때 두렵지는 않았어요?

30대 중반에 커리어를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두려움이 있었죠. 하지만 길게 보면 여전히 젊은 나이이기도 하고, 이준이가 나중에 커서 이 나이에 자신의 꿈을 접고 현실에 안주하는 상황을 상상하니 그게 더 두려웠어요. 지금 제 선택이 30년 후 이준이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도전했죠.

 

몇 개월이지만, 쉬는 동안 진 씨도 이준이도 얻은 게 많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일할 때는 이준이가 어린이집에 늦게까지 남아 있어야 했는데, 하원 시간이 당겨지니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전에는 하원하자마자 저녁 시간에 맞춰 집에 데려오기 바빴는데, 밝은 낮에 놀이터에서 한참 동안 노는 이준이를 보면서 저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한편으로는 일상의 축이 이준이 쪽으로 기울어가면서 제가 그동안 휴식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충분한 휴식이 주어지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것들로만 시간을 채우면서 더 나 다워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나다움’은 휴식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일을 통해서 다듬어지고, 나다워진 부분이 그제야 보인 거죠. 일과 쉼 사이에서 나에게 가장 적합한 균형점이 어디인지 앞으로도 계속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찾아갈 것 같아요.

일과 육아로 지친 순간에는 어떻게 마음을 추스르나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마음이 너무 지치면 오히려 잠이 잘 안 오더라고요. 그 시간에 게임에도 빠져보고,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을 따라 헤매보기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을 만큼 솔직한 언어로 아주 깊숙한 마음을 풀어헤치다 보니 스르륵 졸리더라고요. 그 후로 ‘졸림일기’라고 이름 붙인 일기장에 줄줄 써 내려가곤 해요. 미리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준비하는 차원에서는 달리기와 반신욕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일을 쉬는 동안 본격적으로 달리기 훈련을 시작했는데, 변화가 너무 커서 일을 다시 시작하고서도 가능한 한 자주 달리려고 애쓰고 있어요. 달리기 횟수를 못 채우는 주에는 대신 반신욕을 해요. 여러 장점이 있지만, 달리기와 반신욕 모두 스마트폰과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점에서 정신을 쉬게 해요. 쓸데없이 나를 소진시키는 요소를 걷어내면 한결 나아져요.

 

엄마에게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해나가는 건 왜 필요할까요?

글쎄요…. 스스로 늘 묻는 질문이고 여전히 이렇다 할 답을 못 찾고 있어요. 일단 일을 하면서 얻는 에너지가 육아에 긍정적으로 스며드는 것 같아요. 앞으로 이준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하는데, 그런 점에서 교감할 수 있는 엄마이고 싶기 때문에 스스로 동기부여도 돼요. 하지만 이준이가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제가 지금의 일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일에 의미를 계속 부여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지금도 이준이가 갑자기 아플 때 조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마음이 약해지거든요. 형태나 시간이 지금과 달라지더라도 일 자체는 어떻게든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이에요. 오히려 그 고민에서 ‘나다움’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낙관도 가지고 있어요.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해서 헤매고 있긴 하지만, 여기서 멈춰버리면 이준이에게 꿈이 무엇인지 묻는 것조차 떳떳하지 못할 것 같아요.

 

일상에서 자기를 돌보기 위해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있어요?

리추얼이라는 게 삶에 일정한 패턴을 가지도록 도와준다는 건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일상을 규칙적으로 가꾸는 일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서 수면 시간도 들쭉날쭉하고요. 이준이가 태어난 후 매일 같은 시각에 자는 훈련을 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온 가족의 생활 시간표가 같아졌어요. 일상을 지탱하는 굵직한 기둥들이 먹고 자는 아주 기본적인 활동을 중심으로 세워지니 나머지는 자유롭더라고요. 저녁 차리는 시간은 그 기둥 중 하나예요. 대단한 밥상은 아니지만, 매일 퇴근 후 간단한 요리 한 그릇이라도 차려내는 과정이 큰 의미가 있어요. 하루 일과 중에 생산성이 가장 높고, 결과물도 눈에 잘 보이거든요. 저녁 식탁을 차리면서 매일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존감을 유지하게 돼요. 사회적인 자아에서 개인적인 자아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틈틈이 채워가는 나다움

이경은 | ‘미스터도치’ 운영
여섯 살 쌍둥이 유와 율의 엄마

“아이를 가장 사랑하고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엄마가 삶의 태도를
가르쳐준다면 그게 참된 교육이지 않을까요?”

키즈 아트 클래스와 공간 대여를 함께하는 ‘미스터도치’를 운영하고 계시죠? 이 공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아이들이 세 살쯤 되었을 때 물감 놀이를 하고 싶다는 말에 집 근처로 미술 체험을 간 적이 있어요. 찾아간 곳이 삭막한 상가 건물에 사방이 막힌 작은 교실이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컸어요. 저희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더 즐겁게 놀이하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저는 공간이 주는 힘을 믿어요. 같은 수업이라도 여리고 예민한 아이들에게는 모든 작은 요소들이 다르게 작용하고, 완전히 다른 과정과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하거든요.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일지라도 마음 놓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라면, 엄마도 아이도 가는 날이 기다려지고 오는 길이 기대되는 곳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으면 했고요. 비를 맞아보고 눈을 만져보고, 여름에는 잔디가 무슨 색인지, 가을에는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더 가까이 느끼고, 느낀 대로 표현하도록 돕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퇴사 후 미스터도치 오픈을 준비했다고요. 아이를 키우며 일하고, 또 새로운 일을 준비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그 과정 속에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하고 싶은 일,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못할 게 없더라고요. 출퇴근 지하철에서, 아이들이 잠든 후 새벽 시간을 틈타서 새 일을 준비했어요. 머릿속에 있는 공간을 실제로 만들어 내고 하고 싶은 수업에 대한 결을 정하는 데 1년을 쏟았어요. 감사하게도 같은 마음을 가진 미술 선생님을 만난 후부터는 앞으로 그려 나갈 수업의 방향에 대해 매일 같이 고민했어요. 유아교육을 전공한 저와 미술을 전공한 선생님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더 좋은 수업을 만들기 위해 밤마다 머리를 싸맸죠.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쉬는 시간을 확보하고 거기서 에너지를 회복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일하는 순간 안에서 저를 찾고 지키는 것 같아요. 그 시간만큼은 누구보다 일에 몰두해요. 어떻게 하면 더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있을지, 어떤 수업을 하면 아이들 집에 돌아가는 길이 더 행복해질지 고민하며 ‘나’를 지켜요. 운동도 여행도 좋지만 좋아하는 일을 나답게 할 때 살아 있음을 느껴요.

 

엄마에게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해나가는 건 왜 필요할까요?

내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엄마가 먼저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가장 사랑하고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엄마가 삶의 태도를 가르쳐준다면 그게 참된 교육이지 않을까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언젠가 꼭 그런 일을 찾고,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일상에서 자기를 돌보기 위해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있어요?

매일 잠들기 전에 아이들과 오늘의 감사함에 대해 나누려고 해요. 엄마는 오늘 일터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우리 가족 모두 다치지 않고 하루를 마무리하게 돼서 감사하고, 지금 우리가 누워 있는 따뜻한 침대가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하죠. 그러면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서로 하나라도 더 감사함을 이야기하려고 해요. 오늘 밥을 남겼는데도 엄마가 화내지 않아서 감사하고, 아빠가 퇴근하고 함께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요. 어른들도 아이들도 우리에게 당연하게 얻어지는 건 없다는 걸, 매일 감사한 일들이 참 많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해요.

경쾌함에서 따뜻함으로

김수영 | ‘렛츠러브, 쿠숑’ 디렉터
세 살 우주의 엄마

“언젠가는 내면에 채워둔 ‘내 것’에 기대야 할
순간이 올 텐데, 안에 아무것도 없다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아요. 그걸 제 브랜드를 통해 쌓고
표현하고 있으니 절대 저버릴 수 없죠.”

쿠숑은 경쾌한 색감과 귀여운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이 브랜드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결혼 전후로 문구나 이모티콘을 만드는 등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회사를 다녔는데, 마음속에서 항상 제 작업을 갈망하고 있었어요. 남는 시간과 주말에는 제 그림을 그리곤 하다가 지인들 추천으로 휴대폰 케이스를 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차차 작업 반경을 넓혀가며 브랜드를 시작했어요. 쿠숑이라는 이름은 남편이 아기 때 가지고 있던 애착 이불에서 따오게 되었는데요. 아기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간직할 수 있고 애착이 가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어요.

 

일을 하면서 임신과 출산을 한 걸로 알아요. 우주가 태어나고 그림 작업이나 브랜드 전개 방향에 변화가 생기기도 했나요?

아이가 생기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말이 딱 맞더라고요. 제2의 인생 같아요. 저는 워낙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라 처음 당장은 아주 막막했어요. 그렇지만 아이의 존재로 인한 행복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다고 하잖아요. 제 드로잉이 따뜻해졌다는 리뷰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아기가 생기기 전에는 경쾌한 느낌의 일러스트를 그렸다면 지금은 가족애나 따뜻하고 귀여운 감성이 저도 모르게 들어가는 것 같아요. 

 

아직 아이가 어려서 시간도 손도 많이 갈 것 같아요. 일하는 시간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어떻게 조율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나요?

처음에는 말 그대로 온종일 쉼 없이 아이를 보고 24시간 중반의 반도 안 되는 시간을 쪼개 일을 해야 했어요. 멋모르고 눈에 보이는 대로 하다 보니 점점 체력적으로도 지치고 일의 능률도 떨어졌어요. 아이가 많이 어리기 때문에 일단 일 욕심은 내려놓고 많이 사랑해 주자는 마음으로 밤에 작업하는 요일을 정해 두었어요. 그러니까 다시 생활 리듬도 좋아지더라고요. 혼자서는 이 마음을 다잡기까지 무리가 있었을 텐데, 남편과 엄마, 동생이 큰 힘이 되어 주었어요.

 

엄마에게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해나가는 건 왜 필요할까요?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힘들어진다는 얘기를 자주 하는 편이었는데, 아이가 생기고 나니 일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주의 엄마라는 사실은 당연히 행복하지만 우주와 분리된 나를 생각했을 때는 또 다르더라고요. 언젠가는 내면에 채워둔 ‘내 것’에 기대야 할 순간이 올 텐데, 안에 아무것도 없다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아요. 그걸 제 브랜드를 통해 쌓고 표현하고 있으니 절대 저버릴 수 없죠. 저 자체로도 빛나는 존재여야 아이에게도 당당하고 멋진 엄마로 보일 거예요.

 

일상에서 자기를 돌보기 위해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있어요?

매년 다이어리를 쓰는 습관이 있어요. 계획과 일정을 적는 플래너는 휴대폰으로 챙기고, 감정을 기록하거나 일상을 쓰는 다이어리는 최대한 매일 쓰려고 노력해요. 10대 때부터 이어 온 습관인데요. 감사하거나 속상했던 마음을 다이어리에 털어놓고 정리되는 기분을 느끼고 난 후로는 그 시간을 귀중히 여기고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임신하고 나서는 2년간 육아일기를 거의 매일 써왔어요. 새해부터는 저만의 일기를 다시 열심히 써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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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