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A More Natural Space

머물수록 자연스러운

사람을 감싸는 공간이 변하면 그 생각도, 감정도, 앞으로의 시간도 바뀐다고 믿는 사람들. 그들 각자의 언어는 달랐지만 끝에 서 있는 바람은 모두 같았다. 어쩌면 너무 멀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생각은 그들이 만든 자리에서 아주 조금씩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더퍼스트펭귄The First Penguin. 다른 말로 ‘T-FP’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다. 현재는 공간 디자인을 넘어서 브랜딩까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카페 진정성, 파치드 서울, 롼스 등 카페 공간뿐만 아니라 병원, 사무실, 정육점 등 이들이 디자인하는 공간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T-FP는 이들만의 특별한 스타일은 추구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 더 다양한 사람이 오랜 시간 자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다양한 공간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낯선 공간이 더 생겼으면 하는 거죠. 

결국엔 이런 생소한 경험들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고,

또 그러기 위해서 우리 역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좀 더 넓고 깊은 공간 경험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요.

T-FP 사람들

사람의 틀을 세우는 이들의 마음

 

김혜빈 디자이너

 

 

 

디자인한 공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어디인가요?

카페 바스크요. 바스크는 커피와 베이킹을 하는 젊은 부부 대표 두 분이 운영하는 카페인데, 공간과 클라이언트 그리고 브랜드의 합이 가장 좋았던 프로젝트였어요. 20평 남짓 되는 작은 매장에 카페, 베이킹실, 로스팅실 등 많은 프로그램을 넣기 위해 내부에 단차나 낮은 파티션을 두는 등 사람들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보장해줄 수 있는 다양한 공간적 장치들을 재미있게 배치해서 기억에 많이 남는 프로젝트예요.

자신만의 시그니처 건축 스타일이 있나요?

편하고 자연스러운 공간 속에 작고 낯선 디테일을 숨겨놓는 걸 좋아해요.

공간을 만들어내고 싶은 이유와 그 원동력은 뭘까요?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상상한 모습 그대로 이용되는 것도 재미있지만 다양한 모습을 가지며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을 누리는 사람들을 볼 때 일종의 즐거움을 느껴요. 이런 것들이 궁금해서 계속 공간을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공간 디자인이란 어떤 것일까요?

그 안에서의 기분 좋은 일상을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 좋은 공간이라 생각해요.

 

T-FP만의 강점과 회사에서 ‘이건 내가 가장 자신 있다’ 하는 점은 뭘까요?

각 구성원이 가진 개성과 능력이 다양하기 때문에 팀 조합에 따라 색다른 방식으로 발휘되는 시너지가 가장 큰 강점이라 생각해요. 제가 회사에서 가장 자신 있는 거라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단,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죠.

하진구 디렉터

 

 

 

디자인한 공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어디인요?

종로구 행촌동 저희 집이요. 디자인적 의미를 가진 공간은 아니에요. 엄청 멋있지도 않고요. 게다가 현재진행형이에요.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이죠. 집은 현재의 나를 투영한다고 생각해요. 살아가면서 취향과 모습이 바뀌고, 그에 따라 공간도 자연스레 변하겠죠. 공간은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쓰고 있는 이와 하나가 되어 유기체처럼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간을 디자인할 때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나요?

그곳에 머무는 사람을 생각해요. 공간과 사람이 동떨어지지 않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죠. 그리고 빛이요. 건축을 하지 않아서 처음부터 빛을 계획할 순 없어요. 실내 조명으로는 한계가 있죠. 그래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에요.

 

앞으로 어떤 공간을 디자인해보고 싶은지 궁금해요.

장례식장이요. 사람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인 장례식장은 가장 효율적인 공간이에요. 프로그램대로 각 실이 구성되어 있죠. 떠나는 사람, 보내는 사람 모두 마음을 다하여 행복한 마무리를 지어줄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좋은 공간 디자인이란 어떤 것일까요?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디자인이요. 예를 들어 걸어가다가 멈추게 할 수도 있고, 그 디자인을 보려고 찾아가게 할 수도 있고요. 행동하게 만드는 것. 좋은 디자인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회사에서 ‘이건 내가 가장 자신 있다’ 하는 점은 뭘까요?

T-FP에서 저요? 얼굴 담당이에요. 자리도 문 바로 앞이죠. 제일 불편한 자리인데 제가 가진 유일한 강점으로 회사에 봉사한다고 생각해요. 사무실 문을 제가 가장 먼저 열어드리고 인사도 드리죠. 이곳까지 오시며 느끼던 걱정과 떨림도 잊게 만든답니다. 당연히 회사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감이 대폭 상승할 테고요. “네,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찡긋).”

최성신 디자이너

 
 
 

디자인했던 건축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은 어딘가요?

가장 최근에 작업한 오프셋과 롼스Lawns가 아닐까 싶어요. 자연을 가장 잘 끌어왔다고 해야 할까요. 오프셋에서는 창밖으로 잔잔한 물이 보여요. 카페인데 공간의 많은 부분을 좌석이 아닌 자연에게 내어줬죠. 롼스에서는 창밖으로 앞에 자리한 공원의 계절 변화를 볼 수 있어요. 삭막한 도시에서 자연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큰 위안을 주는 것 같아요.

 

자신만의 시그니처 건축 스타일이 있나요?

저만의 뚜렷한 스타일은 추구하지 않아요. 대체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작하는 편이죠. 여유가 생기면 자연을 찾아 떠나요. 자연은 정말 완벽하게 조화로운 설계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연은 경이로움, 아름다움, 즐거움, 편안함 등 많은 영감을 주는 공간이에요.

 

공간을 만들어내고 싶은 이유와 그 원동력은 뭘까요?

어릴 적부터 평면도를 그리며 놀던 게 기억나요. 제가 그린 공간 안에서 벌어지게 될 일들을 상상하는 거죠. 같은 공간이라고 해도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수많은 옵션이 생기게 되거든요. 그런 상상만으로도 재미있으니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공간을 디자인해보고 싶은지 궁금해요.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들의 교육 시설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현재의 교육 시설은 너무 딱딱하고 획일화되어 있더라고요. 좀 더 좋은 공간을 경험한 아이들이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공간이 아이들의 생각과 상상에 한계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 해보고 싶은 건 유니버설 디자인이에요. 이것도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알게 된 건데, 유모차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때 문득 장애인도 생각이 났어요. ‘우리나라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보기 힘든 이유가 있구나.’ 하고요. 모든 게 너무 빠르게 흘러가요. 분명 느릿한 디자인도 필요한데 말이죠.

 

공간이 사람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공간의 시작은 집이 아닐까 싶어요. 저희 아버지는 미적 감각이 뛰어난 분은 아니었지만, 집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이셨어요. 가족들이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집을 가꾸고 수리하셨죠. 옥상에는 가족들만을 위한 텃밭과 정원도 있었어요. 그 집에서 행복한 경험을 많이 쌓았어요. 그 따뜻한 기억이 디자인할 때 공간을 사용하게 될 사람들의 행복을 좀 더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요.

전재형 디자이너

 
 

 

직접 디자인한 공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어디며,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교로터리 커피바요. T-FP에서 제가 진행한 첫 프로젝트이기도 하고,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소재, 형태, 시공 방법 등을 많이 고민했거든요. 공간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위한 디자인이었어요. 특히, 바 테이블 위에 놓인 테이블 램프는 서교로터리만을 위해 제작했죠. 3개의 원으로 이루어진 서교로터리의 CI를 입체적으로 재해석해서 최적의 비율을 연구했어요. 회사와 저, 모두에게 의미가 깊은 프로젝트예요.

 

공간을 디자인할 때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나요?

공간을 이루는 객체들을 디자인하기보다는 객체들 사이의 비움을 디자인하려고 노력해요.

 

자신만의 시그니처 건축 스타일이 있나요?

완결성의 미학을 추구해요. 많은 산물이 있지만 그것들 모두 포용하고 담을 수 있는 공간까지 맥락이 같길 바라는 거죠.

공간을 디자인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요?

상호 관계가 가장 어려워요. 법의 규제, 현장의 조건, 견적의 한계, 고객의 요구, 회사의 방향성 등 백지에서 이상을 실현하기에는 현실에 많은 제약이 서로 얽혀 있죠. 프로젝트마다 각기 다른 상호 관계들의 접점을 찾는 일이 기본인 만큼 가장 어려운 일이에요.

 

앞으로 어떤 공간을 디자인해보고 싶은지 궁금해요.

미술관이요. 프로그램이 바뀔 때마다 같은 공간에서 다양한 해석이 이루어지는 곳이잖아요. 저는 평소에 작품 외에도 전시 기획과 공간 구성을 눈여겨보며 미술관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데, 영감을 주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상상은 무척 설레는 일이죠.

 

T-FP만의 강점과 회사에서 ‘이건 내가 가장 자신 있다’ 하는 점은 뭘까요?

저희 회사의 강점은 팀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 개인의 뛰어난 능력과 다채로운 색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넓은 스펙트럼을 구사하는 팀이고, 덕분에 제가 항상 배우고 성장하고 있어요. 이렇게 멋진 동료들 사이에서 키(신장) 하나만큼은 가장 자신 있어요.

 

T-FP 의 공간들


그들이 채워간 자리를 둘러보면

Booth Gallery


부스갤러리

북촌 계동길에 위치한 카페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만큼 선명한 콘셉트를 담고 있다. 공간 외부에는 단 하나의 작품이 걸려 있고, 내부의 작은 부스 안에서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풍경은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남긴다. 갤러리의 특성을 두 가지 관점에서 보여준 함축적인 공간이다. 잠시 멈춰서 작품과 커피를 함께 감상해보면 어떨까.

 

Parched Seoul

파치드 서울

숨겨진 장소에 더 숨겨진 방법을 택한 카페가 있다. 좋은 무드를 가진 카페들이 넘쳐나는 요즘, 파치드 서울은 구석진 자리와 포스터 간판으로 그 공간만의 색깔을 확실히 입혔다. 역설적인 표현 방식이 오히려 사람들의 발걸음을 움직이고, 건조한 서울에서 서로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구조로 그들만의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Pppizza

피피피자

피자 모양을 닮은 테이블이 모여 있는 모습이 앙증맞다. 애니메이션 속 공간 같은 이곳은 피자집이 분명하다. 홍제역 주변에 위치한 이 공간이 담고 있는 색감은 길을 가던 당신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지도 모른다. 비프윈드밀이라는 이름의 메뉴는 시그니처로 오직 피피피자에서만 맛볼 수 있다.

Offset

오프셋

 

약수역 주변에 위치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우리는 잔잔히 비치는 물빛을 마주한다. 도시의 건물에서 소소한 자연을 발견하는 일은 무척 소중한 순간이다. 입구 쪽엔 카페가 선택한 책들이 정리되어 있다. 시집부터 소설, 사진집까지 다양한 책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잔잔한 물빛을 보면서, 좋은 책을 들고 잠시 쉬어가기. 의미 있는 하루가 될 것이다.

T-FP 대표

최재영

T-FP는 2012년에 시작했죠.

네 맞아요. 거슬러 올라가면 복잡한데, 제가 2009년에 창업을 했어요. 공간에 기반을 둔 사업이었고 틀 자체는 카페였죠. 자기경영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곳이었어요. 아무래도 생소한 전개를 가진 곳이다 보니, 딱 맞는 공간 디자인 업체를 찾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공간을 만들었고, 이후에 하나둘 요청을 받아 일을 하다 보니 공간 디자인이 본업이 된 게 2012년 4월쯤이에요.

 

그럼, 지금의 회사명도 그때 정하신 걸까요?

그렇죠. 이어령 선생님의 《젊음의 탄생》이라는 책에 나오는 문구 중 하나예요. 무리를 지은 펭귄들이 움직이다가 용기를 낸 어떤 펭귄이 먹이를 잡기 위해 바다로 몸을 던지면 그 뒤에 있는 펭귄들이 따라서 바다로 뛰어든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문장을 통해 떠올린 이름이었고, 퍼스트 펭귄 앞에 ‘The’라는 정관사만 붙여서 명사로 쓰고 있어요.

 

맨 앞에 선 펭귄처럼 T-FP도 선구자적 성향을 가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자기경영 카페를 시작하면서 생각한 가치관이라, 지금은 방향이 조금 달라졌어요. 우리가 하는 디자인이 늘 새롭고 선두에 서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아니에요.

 

관점을 열어놓고 시작한다는 뜻이네요.

네, 그렇죠.

 
최근 작업한 공간은 어떤 곳들인가요?
 

아마 2018년 후반기 작업들이 될 텐데, 작은 공간들이지만 어떤 개념과 가치가 물리적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진 곳들이에요. 예를 들어 오프셋, 부스갤러리 같은 곳이요. 작은 공간일수록 그 곳이 가진 정체성이 명료하게 담겨야 최종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결국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갖게 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죠.

현재는 어떤 공간을 진행 중인가요?

지금은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동안은 식음 공간 위주로의 작업이 많았는데, 요즘은 다양한 장르를 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병원 공간 디자인도 하고 있고,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건축도 함께 하고 있어요.

 

건축도 진행하고 있는지는 몰랐어요.

저희는 건축사 자격이 없어서 해당 지역의 건축사와의 협업을 통해서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 역할은 디자인 위주의 제안이죠. 건축 법규나 행정적인 역할은 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해주시는 거예요. 협업의 방식을 택하는 거죠.

 

현재 공간 디자인과 브랜딩을 함께하고 있는데, 그 시작이 궁금해요.

제가 마케터 출신이라 자연스럽게 공간 디자인 외 브랜딩에도 중점을 두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쪽의 니즈들이 더 잘 보였죠. 하지만 처음엔 잘 못했어요. 초기엔 공간 디자인이나 시공만으로도 벅찼거든요. 생존의 단계를 거쳐 어느 정도 안정기를 찾고 일을 맡겨주시는 분들이 꾸준한 상태를 유지하면서부터 브랜딩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조금 더 다른 개념의, 더 밀도 있는 작업들을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저희가 상업공간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하다 보니 공간 또는 건축적 완성도 외에도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많이 보였어요. 그래픽과 그에게서 파생되는 애플리케이션들, 공간의 스타일링과 작은 소품들, 그리고 나아가서는 운영자의 철학과 태도가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를 고민하다 보니 브랜딩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본격적으로 전문적인 브랜딩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저는 특유의 정제된 이미지가 일관성 있게 표현되는 것이 T-FP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러 성향을 가진 팀원들이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스펙트럼이 넓다는 점이 저희의 강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일관성을 가진 경향들은 모든 프로젝트를 감독하는 저의 역할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알게 모르게 제 성향이 드러나는 부분이죠. 사실 이 점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극복해야 할 저희의 숙제이기도 해요.
 

T-FP는 ‘우리는 미래를 바꾸려는 사람을 돕습니다.’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죠. 이 문장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할 때 생각한 문장이에요. 멋지게 보이려고 꺼낸 문장은 아니고요. 우리는 클라이언트와 그 공간에 들어선 사람들의 미래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으로 디자인을 시작해요. 이런 생각을 통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일할 때 더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구겐하임 미술관의 어떤 문장을 보고 가치관의 흐름을 찾았어요. ‘공간을 바꾸면 시간이 바뀌고 시간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미래가 바뀐다.’는 문장이었는데, 결국 공간을 바꾼다는 행위가 미래를 바꾼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거죠. 그렇게 저희 회사의 사명이 결정됐어요.

 

사람의 미래를 바꾸는 공간이란 참 어렵고도 멋진 일이에요. 이런 점 이외에 좋은 공간이란 어떤 곳일까요?

저도 아직 해답을 못 찾은 질문이기도 해요. 신규 채용 시 면접자들에게 요청하는 서류 중에 ‘좋은 공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에세이가 있어요. 현재 팀원들끼리도 이 주제의 에세이를 써서 공유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제 생각은, 좋은 공간이란 사람과 대상이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었어요. 사람이 그 대상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여길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공간이라는 거죠.

 
공간을 만들 때 지양하는 점이 있나요?
 

첫째로, ‘작품 하지 말자.’는 생각을 가져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먼저 생각하려 하는 거죠. 디자인할 때 목적과 수단, 두 가지 관점 다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목적 지향적인 디자인만 한다면 저희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더 많이 주목받을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중요한 기능과 가치들을 희석해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겠죠. 일시적으로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과 사용자 사이가 어색해지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어요. 그래서 클라이언트의 근본적인 요구를 놓치지 않고 상기하려고 노력해요.

 

저는 공간 디자인에서 아름다움과 불편함은 동반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부분에서 어떻게 합의점을 찾는지 궁금해요.

우선 공간이 가져야 할 콘셉트를 가장 먼저 생각해요. 거기에 맞춰 공간을 채우는 수많은 요소의 방향성을 맞추려고 노력해요. 이때 콘셉트를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동반되는 어떤 불편함이 생길 수 있는데 여기에는 허용할 수 있는 한계치, 즉 임계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지점을 넘어서면 브랜드와 공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 있겠죠. ‘나는 이 공간 도저히 불편해서 못 오겠어.’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는데, 그 이전까지는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콘셉트를 유지하고 지켜내기 위한 임계치를 설정하고 딱 거기까지의 불편함을 허용하는 거죠. 

 그런데 불편함은 주관적이라 그 선을 찾는 것도 어려운 과제일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중요한 건 경험이죠. 저희에겐 과거에 거친 수많은 사례들이 존재하니까, 이 정도는 괜찮다는 지점을 예측할 수 있어요. 부연해 설명하자면,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공간을 찾는 소비자들이 공간을 소비하기보다 자신의 커피를 찾고 소비해주는 것을 더 바란다면 공간이 주는 편리성은 어느 정도 접어두고 가는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는 거죠. 이 경우 공간보다 커피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T-FP의 시작점과 현재에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처음엔 생존의 단계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려 노력했죠. 그 때문에 지금 돌이켜보면 후회되는 작업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 배움의 시기를 거쳐서 현재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지금은 성장의 과정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단계 같아요. 긴 호흡으로 이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시기죠.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요?

우리만의 이상실현이나 디자인적 성취에만 초점을 맞춘 작업 방식은 안 하려는 노력은 계속 하고 있어요.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공간이 있나요? 저는 하진구 디렉터님이 이야기한 장례식장이 기억에 남아요. 사람의 마지막을 담은 공간을 작업하고 싶다는 이야기였죠. 

장례식장 이야기를 저도 들었는데 같이 도전해보고 싶은 공간이에요. 저는 딱 어떤 공간이라고 말하기보다는 그냥 안 해본 걸 해보고 싶어요. 당분간은 안 해본 작업들의 의뢰가 들어오면 긍정적으로 결정할 생각이에요.

 

지금의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은 어떤 곳일까요?

저를 포함해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공간에 대한 경험치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다양한 공간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낯선 공간이 더 생겼으면 하는 거죠. 결국엔 이런 생소한 경험들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고, 또 그러기 위해서 우리 역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좀 더 넓고 깊은 공간 경험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요.

 
 H. t-fp.kr

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