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eng Sheer Song

청시송, 청핀서점 홍보 디렉터

청핀서점誠品書店Eslite Bookstore(이하 청핀)은 1989년에 처음 문을 열어 현재는 40개가 넘는 체인점을 지닌 서점이다. 지하 1개 층에서 건축, 미술 도서를 판매하며 작게 시작했지만, 차츰 인문학 도서에 집중하며 분야를 넓혔다. 청핀은 처음부터 책만 있는 공간이 아니라 복합적인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됐다. 현재는 영화관, 갤러리, 음반 판매점, 식당, 호텔까지 청핀서점에서 즐길 수 있다. 2017년 7월 영면한 우칭요우吳清友 회장은 기업의 이익보다 공공의 가치를 우선시하며 대만과 중국에서 새로운 서점문화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청핀서점에서 홍보를 맡고 있어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방송국 취재 기자활동도 했어요. 청핀에서는 3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서점이 국가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놀랐어요. 청핀서점은 어떤 곳인가요?

청핀은 대만에만 40여개의 지점을 두고 있어요. 홍콩에는 네 개의 지점이, 중국에 하나의 지점이 있죠. 이렇게 여러 체인을 두고 있지만 서점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어요. 단순히 같은 서점을 다른 지역에 복사하지 않으니까요. 예를 들어 타이베이 101빌딩 옆에 있는 신의信義점은 책을 읽는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책이 백 만권이 넘고 무려 오천 종류의 잡지가 있어요. 그리고 둔남敦南점(본점)은 쉬는 날 없이, 24시간 열려있죠. 청핀호텔 옆에 있는 송언松菸점은 책을 비롯해 가죽, 금속 공예 등 무언가를 직접 만들 수 있는 경험을 강조하고 있어요. 중산역中山站에 있는 R79점은 청핀서점의 설립자인 우칭요 우吳清友 선생님(이하 우 선생님)의 마지막 작품이죠.

R79점은 지하철역 지하의 긴 통로에 있어요. 어떻게 만들어진 서점인가요?

우 선생님이 책을 판매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먼저 하셨어요. 이곳은 사람들이 출근하거나 등교할 때 5분이나 10분 정도의 시간을 소비하면서 지나가는 공간이거든요. 다만 어떻게 5분에서 10분을 한 사람의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순간으로 만들까, 고민해보라고 하셨죠.

그 짧은 시간을 하루에서 제일 행복한 경험으로 만들면 사람들은 30분 혹은 더 긴 시간을 여기서 보낼 거라고요. 청핀의 시작이 흥미로워요. 처음부터 단순히 책을 파는‘서점’으로만 시작한 게 아니었죠?

청핀은 1989년부터 서점, 갤러리, 예술 문화 공간, 그리고 생활의 품격을 올려줄 수 있는 브랜드들을 소개하는 장소로 시작했어요. 우 선생님은 인문학, 예술과 창의성이 개개인의 인생에 깃들길 바랐거든요.

특히 ‘공간’ 자체에 집중하는 곳인 것 같아요.

청핀은 장소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어요. 교회나 성당에 들어가면 마음이 안정되는 것처럼 서점에 들어오면 ‘책을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했죠. 독서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을 같이 즐기며 마음을 내려놓게 만드는 문화 장소를 만들고 싶었고요. 

그래서 지점에 따라 공연장, 영화관, 작은 전시 공간 등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죠. 모든 서점에서 1년에 오천 개가 넘는 이벤트가 열리고 대부분 무료예요. 다만 영화를 볼 땐 값을 지불해야죠(웃음).

청핀은 영어로 ‘Eslite’라는 이름을 써요. 어떤 뜻인가요?

Eslite는 고대 프랑스어로 ‘엘리트’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우 선생님이 말한 엘리트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안의 가장 밝은 면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이에요. 이런 의미를 담아 브랜드 이름으로 선택하게 되었어요.

청핀을 이야기할 때 고집스럽게 지켜온 철학을 빼고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적자를 보면서도 한번도 태세를 전환하지 않았죠.

우 선생님은 항상 이익Benefit을 먼저 생각한 후에 이윤 Profit을 생각하라고 하셨어요. 이런 사상이 청핀을 다른 곳과 구분짓게 만든 동력이었어요. 사실 선생님은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이미 호텔 주방용품으로 많은 돈을 벌었어요. 거의 오백 억이 넘는 돈이었죠. 그 무렵 선생님은 세 사람을 떠올렸어요. 

첫 번째는 의사인 알버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였어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38세에 아프리카로 떠나 의료 활동에 평생을 바쳤죠. 두 번째는 작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였어요. 헤세는 마흔부터 글을 쓰는 것과 영혼의 연결고리를 생각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떠올린 사람은 홍일대사Hong Yi라는 중국의 고승이에요. 그분은 음악과 많은 분야에서 성과를 냈지만 39세에 홀연히 출가했죠. 우 선생님도 그들과 비슷한 나이였고, 그때 자신에게 주어진 큰돈으로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다 청핀을 시작하게 됐죠.

15년간의 적자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큰 자본으로 시작했지만 2004년까지 15년 동안 손해를 봤어요.장사하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애초에 이 서점에 대한 신념이 남달라서 적자를 본 거죠. 늘 독자와 공공성을 생각한 후에 이윤을 생각했으니까요. 저희는 체인점을 낼 때 단순히 기존의 서점을 똑같이 내는 게 아니라 각 지역을 연구하고, 주민과 소통하면서 지점을 내요. 지역에서 배우고 장소의 역사와 가치를 살려야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중국 소주蘇州 지점에서는 소주의 유네스코 무형 자산과 관련된 예술가를 지점에 초청해 고객들에게 그들의 작품을 보여줬어요. 다음 세대의 젊은 고객도 문화의 이런 다층적인 면을 느낄 수 있길 바랐거든요.

우 선생님을 무척 존경한다는 게 느껴져요. 선생님은 중국과 대만에서 서점을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시킨 인물로 평가 받고 있어요. 선생님의 사상이 다른 서점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비슷한 서점이 생겨나고 있어요. 그렇기에 지금 세대는 전 세대보다 더욱 성장해야겠죠. 선생님은 늘 청핀이 성공했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하셨어요. 경영학적으로는 그 사실을 부인할 수 없으니까요.

선생님은 늘 서점에 찾아오는 손님을 극진히 대할 것을 강조했다고요.

서점에 들어오면 스트레스와 고민을 내려놓고 대접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작은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청핀의 철학이에요.

‘대접’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말하는 건가요?

예를 들자면 청핀의 어느 지점을 가더라도 책장의 맨 마지막 칸은 땅과 수평으로 배열되어 있지 않고 위로 15도 기울어져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 책들을 보기 위해 바닥에 앉아야 하거나 허리를 구부려야 하니까요. 이런 섬세한 디테일을 통해서 고객들이 대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죠. 또한 청핀이 생기기 전, 서점에 있는 책은 거의 책의 등만 보도록 진열했지만 저희는 책의 표지를 볼 수 있게끔 책을 평면적으로 나열했어요. 그리고 청핀에 있는 모든 책은 열람할 수 있고, 비닐 포장이 되어있더라도 보고 싶다면 직원에게 요청해 뜯어 볼 수 있어요. 사람들이 청핀에 오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모든 이들이 이곳에서 평등하고 눈치 보지 않기 때문이죠. 명품 매장 같은 곳은 쉽게 가기 어렵고 상황에 따라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는 장소지만, 서점만큼은 그런 장소로 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R79점에서 봤던 전시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중산구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었죠. 청핀에서 직접 기획한 것인가요?

네, 서점의 기획을 통해 열리게 된 전시예요. 전시 제목인 ‘Lee Ho’는 대만 사투리로 안녕이라는 뜻이에요. 중산구 주택에 달려있는 철창을 사진과 같이 전시하기도 했죠. 한 가지 인상적인 일이 있었어요. 95세의 아버지와 사진을 찍은 딸이 전시에 와서 사진을 보고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 아버지와 이런 사진을 찍은 것이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뿌듯하고 감동적이었던 순간이었어요.

서점에 가보니 일반적인 베스트셀러 외에도 직원들이 직접 추천한 책 리스트도 있더라고요.

 

청핀의 역사가 30년이 넘다 보니 오래 일한 직원들도 많아요. 개인마다 전문 분야가 있기도 하죠. R79점에는 ‘지하독서달인’ 역할을 하는 직원이 따로 있고 그 직원이 선택한 책을 저희가 발간하는 신문에 게재하죠. 이런 부분이 청핀이여느 서점과 구별되는 점이에요.

 

우리는 지금 시집 코너에 있네요. 좋아하는 시집이 있나요?

저는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의 시집을 좋아해요. 대만 시인 중에는 아현瘂弦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고요. 서점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모두 잠깐 앉았다 가는 모습이 아니더라고요. 대만에서는 책 읽을 때 땅에 앉아서 읽는 풍습이 있어요. 특히 나무 계단이 많은 둔남점에 가면 그런 모습을 많이 볼 수있죠.

또 하나 신기했던 건, 음반 코너에서 CD보다 LP가 먼저 보인다는 거예요. 청핀은 11년 전부터 ‘LP판 르네상스’를 시작했고 해마다 30퍼센트만큼 성장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이런 LP산업의 매출이 1억원대를 기록하고 있죠. 요즘은 앨범을 CD로만 발매하는 것이 아니라 LP로 내기도 해요.

CD도 그렇고 LP는 더욱 사양 산업의 이미지가 강한데 놀라워요. 청핀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하나요. 완전히 청핀 덕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만 내에서는 이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있죠. 2007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왜 LP가 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나요? 어쩌면 전자책과 종이책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겠네요. 먼저 기본적으로 음악을 듣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죠. CD는 디지털로 복사한 것이기 때문에 감정적이라기보다는 기계적이지만, LP는 판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더 감성적인 것 같아요. LP판은 아날로그 신호를 사용하니 더 섬세한 소리를 살려주고요. LP판 르네상스는 클래식 음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고객 연령층이 높았지만 지금은 점점 낮아지고 있어요. 한번은 서점에서 DJ와 함께 LP판으로 음악을 트는 파티를 진행했는데 실제로 젊은 고객들이 와서 신나게 춤을 추다 갔죠. 지금 듣고 있는 건 1980년대 대만의 포크 음악이에요. 방금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시간이 느려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나요?

청핀에는 LP는 물론 식료품, 공예품 등 다양한 제품이 함께 있어요. 그런데 모두 책과 함께 있어서 그런지 더욱 좋은 느낌이에요. 우 선생님이 선택한 건 왜 하필 ‘책’이었을까요?

‘천만 개의 기분, 억만 개의 영혼’이라는 말이 기억나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새롭고 많은 정신을 만들어 낸다고요. 선생님은 모든 사람이 한 권의 책이라고 말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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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Lee Hyuna

Photographer Oh Jinhy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