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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워 먹는 건 다 맛있으니까 | 핸디 로스터
구워 먹는 건 다 맛있으니까
핸디 로스터
굽거나 볶는 것은 아주 단순한 조리법이면서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다. 원래는 생두를 볶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보다 더 다양한 쓰임새를 가진 물건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산책을 이끌었다.
좋은 날엔
소풍을 떠나자
커피를 마시는 것의 시작은 커피나무를 심어 원두를 수확하는 일이다. 하지만 직접 커피나무를 키우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생각해 보면, 보통은 생두를 구입해 로스팅하는 것이 직접 커피를 내리는 일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로스팅은 생두를 최적의 상태로 볶아주어 커피의 신선도를 높이고, 맛과 향을 살려주는 과정이다. 시간과 열을 가하는 방식, 그리고 생두의 상태에 따라 커피 본연의 맛이 달라질 수 있다.
로스터는 원두를 볶는 기계로 수동식과 자동식으로 나뉘는데, 이번에 사용한 수망 로스터는 수동식 로스터에 속한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철판에 불을 지펴 커피를 볶는 재래식 로스팅을 하기도 한다. 핸디 로스터는 말 그대로 가볍게 지닐 수 있는 용도에 비중을 더 둔 것이다.
우연히 로스터를 봤을 때 나는 사실 커피 말고 다른 것을 떠올렸다. 어떤 것은 주어진 하나의 역할을 가지면서 고요한 빛을 내지만, 어떤 것은 보기만 해도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장난감처럼 이렇게 저렇게 써보다가 의외의 면을 발견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걸 가지고 나가 여러 가지 주전부리를 구워 먹으며 놀 시간을 궁리했다는 게 맞다. 어쩌면 점심시간 뒤의 산책이 풍요로워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무언가를 굽는 도구는 아무리 작아도 밖에 가지고 가기엔 거추장스럽다. 가벼우면 너무 작고, 부피가 크면 무겁다. 핸디 로스터는 모든 요리에 적합하지는 않지만 즐거운 대화나 산책을 연장할 수 있을 만큼 유용하다. 하나 챙겨 나간다면 직접 로스팅해 내려 마시는 커피도, 간단한 간식도, 안줏거리도 즐길 수 있다. 사실 산책의 가치는 가벼움에 있다. 궁금한 마음에 이것저것 다 들고 가봤지만 구워 먹고 싶은 견과류 한 줌과 로스터, 스토브만 챙겨도 꽤 근사한 소풍이 될 것이다.
핸디 로스터의
다양한 활용법
01. 생두
생두를 볶으면 연한 갈색을 띠면서 강한 신맛을 내고, 오래 볶으면 볶을수록 색상은 점점 짙어져 검게 변하고 쓴맛이 난다. 로스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직접 하는 데에 의의를 둔다면 아래의 방법을 참고하면 된다.
1) 핸디 로스터에 생두를 담고 불 위에서 흔들어 준다.
2) 불의 세기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불꽃과의 거리로 화력을 조정한다.
3) 골고루 로스팅이 될 수 있도록 좌우 혹은 원을 그리며 흔든다. 이때 원두의 납작한 면이 잘 뒤집어지지 않으면 한쪽 면만 검게 탈 수 있다.
4) 시간이 지나면 생두의 실버스킨(생두에 부착된 박피)이 벗겨진다. 수망을 흔들어주며 아래로 떨어지게 두거나 입으로 불어서 제거한다.
5) 로스팅이 완료되면 불을 끄고 가능한 한 서둘러 식힌다.
02. 견과류
견과류는 까다롭지 않은 재료다. 먹고 싶은 만큼 수망에 올리고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구운 뒤 살짝 식히면 된다. 다만 미리 굽거나 조미되어 나오는 것이 많으니 확인해보고 생견과류를 구입해야 한다. 생땅콩을 볶을 때는 껍질째 볶고 자연스럽게 껍질이 벗겨지면 입으로 불거나 식힌 뒤 손으로 껍질을 깐다.
03. 팝콘
로스터로 구웠을 때 가장 재미있었던 음식이다. 정말 될까 의구심을 품었지만 생각보다 낮은 온도에서 잘 튀어 올랐다. 약한 불에도 쉽게 타기 때문에 화력을 약하게 한 뒤 거리를 두고 볶아야 한다. 또한 뚜껑이 없어 종이로 살짝 덮어주고 튀기는 게 좋고 구멍이 나 있으니 버터나 오일을 미리 두르지 않도록 하자. 튀긴 팝콘은 봉지에 넣어 소금을 뿌리고 흔들어주면 쉽게 염도를 맞출 수 있다.
04. 쥐포, 오징어 등 안줏거리
산책의 계절은 동시에 맥주의 계절이기도 하다. 안주가 떨어졌을 때는 보통 있는 재료를 끌어모아 무조건 굽곤 한다. 간단하지만 구운 것만큼 맥주에 어울리는 것도 없다. 쥐포나 오징어, 생라면을 뚝뚝 잘라 구워봐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정도면 거의 만능 도구다.
닥터만 핸디로스터 DR.MAHN HANDY ROASTER
가격 5만 5천원 브랜드 왈츠와 닥터만 문의 waltz00204.godo.co.kr (070-7126-2008)
남양주 북한강가에 위치한 ‘왈츠와 닥터만’은 커피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를 기분 좋게 차려놓은 곳이다. 카페와 레스토랑, 박물관이 함께 있으며 정기적으로 음악회도 열린다. 커피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숍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제작한 핸디 로스터는 스테인리스 타공판으로 본체를 제작해 철이나 쇠로 만든 수망에 비해 안전성과 내구성이 뛰어나다.
뚜껑이 없는 구조가 처음엔 허술해 보였는데 정확한 로스팅 포인트를 찾을 수 있도록 일부러 없앴다고 한다. 하부의 요철 로고는 균일한 로스팅을 도와준다. 세제 세척도 가능하지만 손잡이 부분이 원목이기 때문에 물기를 제거한 뒤 걸어서 말리는 것이 좋다.
에디터 이현아
포토그래퍼 안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