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logue in the dark

어둠속의대화

어둠속의대화

스무 살 무렵이었을까요. 병실에 누워 계신 할아버지가 더 이상 눈도, 입도 열지 않으실 때에 저는 항상 할아버지의 귓가에 대고 이런 저런 이야길 했습니다. 나 왔어 할아버지, 하고요. 사람의 마지막 감각은 청각이라고, 숨을 쉬는 이상 모든 걸 다 듣고 계신다고 간호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거든요. 그땐 할아버지가 눈을 뜨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프다는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저 들리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지요. 그러고 보니, 어둠 속의 대화 후 제가 느낀 마음도 그 때의 마음과 조금 닮아있네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누군가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처럼, 이 체험에 대해 조금이나마 말해주고 싶어요.

어둠 속에서
바라보는 것들
김건태

‘어둠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어요
함께 걷는 사람의 손은 참 따뜻하네요.’

‘어둠속의대화DIALOGUE IN THE DARK’는 1988년 독일에서 처음 시작한 이후로 현재까지 전 세계 30개국에서 약 850만 명 이상이 참여한 국제적인 전시 프로그램이라고 해요. 빛이 없는 공간 안에서 100분의 시간 동안 손과 발의 감각, 냄새, 공기의 변화, 그리고 안내자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길을 찾는 거죠. 어둠 속에서 다양한 색을 찾고, 느림에 대해 생각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경험을 해요. 체험을 마친 다음 저에게 생긴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집에 있을 때면 불을 끄고 가만히 무언가를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는 점이에요. 눈을 감은 채 손가락 감각에만 집중해 사물의 굴곡을 만져보기도 하고요. 사랑하는 사람, 오래 기억하고 싶은 얼굴이 있다면 한번쯤 눈을 감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손끝으로 기억하는 얼굴은 오랫동안 잊혀 지지 않을 것 같거든요.

어둠을 그림으로 표현한
일러스트레이터의 이야기
이현지

‘빈 안경과 캄캄한 책,
허공에 손과 발을 맡기는 기분이에요.’

처음엔 겁이 많이 났어요. 어둠이란 건 막연한 공포심을 일으키곤 하니까요. 나도 모르는 곳에서 처녀 귀신이 나올지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가만히 떠올려보면, 어둠이 훨씬 편했던 순간도 있었네요. 엉엉 울고 싶을 땐 이불 속에 포옥 들어가고 싶은 것처럼 말이에요. 입을 맞출 때도 그렇지요. 어쨌든, 이 체험은 소개말처럼 ‘완전한 어둠’ 속에서 진행 됐잖아요. 그런데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 해도 놀랄만한 어둠이었어요. 입구에 섰을 땐 100분을 어떻게 견뎌내나, 싶었거든요. 나도 모르게 누군지도 모를 옆 사람을 꼭 잡아버릴 정도로 무섭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다 마치 빛 한줄기가 새어오듯 로드마스터님의 목소리가 들려온 거죠.

분명한 건,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에게 일종의 애틋함을 느끼게 될 거란 것.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체험에 임하든 따뜻한 어둠을 느낄 거란 사실이에요. 어렸을 적의 기억처럼 많은 감각이 살아 숨 쉬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지요. 실은, ‘내 삶에 온전한 100분의 어둠’을 선물 받은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래서 요즘은 친구들과 통화를 할 때면 늘 이 체험에 대한 이야길 해요.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라고.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더라도, 무뎌진 감각들과 추운 감정들에 따뜻한 활기를 심어 줄 거라고 말이에요.

어둠속의대화
진행자와의 대화
조정화 팀장

‘어둠속의대화’를 처음 접했을 때 마치 우주 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날의 신비롭고 설레는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체험을 마치고 난 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관람객들이 남겨주신 후기를 옮겨 적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아요.
‘어둠=얻음’, ‘새롭다’,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휴식을 취했다’,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니 그제야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다’, ‘편안했다’, ‘재미있었다’, ‘누군가가 보고 싶다’, ‘행복하다’, ‘또 오고 싶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소중한 사람과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싶다’, ‘잊고 있던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로드마스터(길 안내자)’의 성향에 따라 프로그램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나요?

모든 여행이 그렇듯 함께하는 동행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여행의 분위기와 색깔은 달라져요. 함께 했던 로드마스터를 잊지 못하고 다시 어둠 속으로 찾아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다른 로드마스터를 만나기 위해 매번 다른 지인들과 다시금 어둠 속을 찾아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이처럼 ‘어둠속의대화’ 체험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의사가 되기 위해 유학을 하던 여학생이 방학 중에 관람을 하러 온 적이 있었어요. 체험이 끝나갈 무렵 그 친구가 물었지요. “이제 끝나는 건가요?” 로드마스터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 친구는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어요. 그러고는 가만히 자기 안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는 미술인데 부모님은 의사가 되기를 원한다면서, 이 체험이 끝나고 다시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다는 이야기였죠. 어둠 속에서 가장 솔직한 시간을 가졌던 자신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어요. 사실 기억이나 인연은 둘 중 한 사람이라도 그 끈을 놓지 않는 한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로드마스터는 지금 가장 솔직한 이 순간을 기억하겠다고 학생과 약속했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자신의 꿈을 잃지 않는 한, 가장 특별하고 아름다운 사람일 거라는 말과 함께 말이죠.

관람을 마치고 나서 사람들이 어떤 마음이 되었으면 하나요?

특별한 여행이 끝나고 난 후의 소감,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의 감동, 그리고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한 뒤의 여운은 그것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각자만의 감상을 가지고 돌아가셨으면 해요.

이 체험을 어떤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어둠속의대화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71
Tel 02 313 9977
Open

화~금 11:00~20:00, 토~일 10:00~19:00 (월요일 휴관)
dialogueinthed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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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건태

그림 이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