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d, Wood And Me

아빠와 나무와 나, 오월학교

아빠와 함께 나뭇가지와 돌멩이로 장난감을 만들던 아이는 자라서 목수가 되었고, 가구를 만들던 목수는 가정을 이루어 곧 아빠가 되었다. 그렇게 목수이자 아빠로 살아가던 최상희 대표는 오랫동안 가족과 나무의 따뜻함이 한데 놓이는 꿈을 꾸고, 마침내 ‘오월학교’라는 이름의 공간을 완성했다.

가족의 온기를 품고

1969년부터 1982년, 약 13년 동안 어린이들의 배움의 공간이던 춘천의 한 국민학교가 새 주인을 만난건 30년이 훨씬 지난 후의 일이다. 새 주인은 디자인 가구 회사 ‘비플러스엠’을 운영하는 목수이자 한 아이를 키우는 아빠인 최상희 대표. 많은 가족이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꿈꿔오던 그에게 지나온 세월의 굴곡과 계절의 오고 감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폐교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폐교를 발견하고 약 1년여의 시간 동안, 그는 퍼즐 조각을 맞추어 가듯 꼭 필요하고 알맞은 공간을 구성해갔다. 그렇게 완성된 공간이 바로 오월학교다.

“온기를 품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어요. 아무리 화려하고 세련되어도 온기가 없다면 공간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이곳을 ‘가족의 쉼’ 자체로 만들고 싶었어요. 엄마에게는 따뜻한 햇살과 커피 한 잔으로 쉼을 제공해 주고, 아이와 보내는 날이 상대적으로 적은 아빠에게는 놀이를 통해 아이와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려고 했죠. 그러기 위해서는 창이 큰 카페와 아빠와 아이가 함께 놀이하는 목공방, 아늑하고 편안한 스테이, 그리고 가족 모두가 뛰어놀 만한 넓은 잔디밭이 필요했어요. 이 폐교가 딱 맞춤이었죠.”

폐교의 나무 바닥재를 뜯어 벽면으로 재활용하고, 자연의 녹음과 볕을 실내로 들여오도록 각 공간의 창과 가구의 자리를 고려한 덕분에 오월학교는 폐교 특유의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한층 더 따뜻한 가족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목수 아빠의 작은 바람을 담아

오월학교는 처음부터 가족을 중심으로 기획한 공간이기에 2020년 가을 가오픈 때부터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중 특히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바로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목공 수업인 ‘오월 나무 창작소’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은 엄마와 보내는 시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고, 그만큼 아이와 친밀감을 쌓아가기에 어려운 점이 있어요. 그래서 목수의 삶을 살아온 제 방식대로 그 문제를 풀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저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많은 걸 함께 만들며 추억을 쌓았어요.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나뭇가지, 돌멩이, 흙처럼 자연에서 온 재료로 놀잇감을 만들었죠. 조금 더 커서는 아버지와 함께 나무로 집을 지어보기도 했어요. 이런 추억들을 떠올리며 목공 수업을 계획했어요. 오월 나무 창작소는 아빠와 아이가 나무로 장난감을 만들어 보는 수업이에요. 그 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 공구를 안전하게 다뤄보고 아이가 좀 더 세밀한 활동을 하게 하죠. 같이 만든 장난감으로 놀면서 또다시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어요. 이 모든 과정은 작은 추억이 되어 오래도록 아이들의 마음에 깊이 남을 거예요. 단 하루라도 아빠와 즐겁게 시간을 보내본 아이는 그 시간을 평생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거든요.”

최상희 대표의 아버지가 그러했듯, 오월 나무 창작소를 찾은 아빠들은 아이를 대견하게, 또 사랑스럽게 바라볼 것이다. 아이의 소맷자락을 걷어주며, 아이 손에 망치를 들려주며, 아마 조금 다치더라도 놀이를 그만둘지 말지 결정하는 일은 아이 몫으로 돌려줄 것이다.

INTERVIEW

최상희 오월학교ㆍ비플러스엠 대표

가구 브랜드 비플러스엠을 운영하면서 오월학교를 오픈했어요. 새로운 도전을 한 이유가 있나요?

비플러스엠을 운영하면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구를 만들어 고객님 댁에 직접 가져다드렸어요. 처음 만났을 때 신혼부부였던 분들이 어느새 한 아이의 부모가 되고, 그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보면서 더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공간을 만들었어요. 저도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기 때문에 그분들과 교감하고 배려할 수 있는 적기란 생각도 들었고요. 오월학교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저의 진정성이 묻어나고 진심이 전해질 거라 생각했어요.

 

낡은 폐교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해요.

처음부터 폐교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어요. 아무래도 제가 하고픈 것들을 담기 위해서는 꽤 넓은 공간이 필요해서 여러 방면으로 모색하던 중에 우연히 이 폐교를 찾게 되었어요. 좀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처음 답사할 때는 공간이 마음에 들지 않기를 바랐어요. 정말 마음에 쏙 들어 버리면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겁이 났거든요. 하지만 이 공간을 직접 본 순간 반할 수밖에 없었어요. 건물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 그 안에 그대로 남아 있는 폐교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죠.

 

그 폐교에 비플러스엠의 색을 입혀 새롭게 리모델링했네요.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가족들이 하루를 온전히 머물게 될 스테이 공간을 꼽고 싶어요. 모든 곳에 애정을 가지고 신경을 써서 만들었지만, 스테이 공간은 특별히 객실 하나하나 개성을 살려서 자연을 온전히 느끼고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밤에는 천창을 통해 무수히 쏟아지는 별들을 보고, 개별 테라스에서 프라이빗하게 숲을 조망하고, 넓은 잔디밭에서 아이들 웃음소리도 들을 수 있죠. 멀리 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도 자랑거리예요.

 

공간을 채우는 우드 소재 가구들이 참 따뜻해요. 나무와,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일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나무는 자연의 선물이에요. 나무 자체가 자연이고 저마다 가진 개성도 다르죠. 전체적인 나무 모양은 비슷하지만 나무를 자르고 깎아서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어요. 그 과정은 저에게 정말 큰 기쁨이에요. 좋은 나무를 골라 특성을 살려 가구를 만들어 내고, 정성스럽게 만든 가구를 따뜻한 가정으로 가져다 드리는 것도 기쁜 일이고요. 제가 만든 가구가 가족의 공간에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니 이보다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이 있을까 싶어요.

 

오월학교 오픈을 위해 가족이 춘천으로 이사를 했다고 들었어요. 아들 율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힘들어하지는 않았나요?

율이는 환경의 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예요. 안정적인 공간, 익숙한 생활을 좋아해서 집에서도 본인의 영역 안에서 놀고 본인이 설정한 공간 구조대로 지내죠. 처음 오월학교의 공간을 느끼게 해주려고 춘천에 갔을 때 율이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주말마다 춘천으로 와서 학교 놀이터도 구경하고, 오월학교 앞 계곡에서 물총 놀이도 하고, 새로운 길에서 자전거도 타면서 낯선 춘천에서도 충분히 즐겁다는 걸 느끼도록 노력했죠. 다행히 점점 이 지역에 익숙해지면서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오월학교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했으니 율이에게 춘천은 오월학교 자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월학교와 목수 아빠에게 율이가 큰 영향을 받을 것 같네요.

가구를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저는 무엇이든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을 좋아해요. 고장 난 건 직접 고쳐서 사용하는 편이어서 율이 장난감이나 물건이 고장 났을 때도 작업장에서 같이 고쳐 봐요. 아빠가 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율이도 도구를 들고 거들죠. 아빠는 무엇이든 다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지 갖고 싶은 게 생기면 꼭 만들어 달라고 해요(웃음).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사고가 자연스레 커지면서 어느 순간 주변에 있는 것들을 이용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내더라고요. 오월학교를 방문하는 또래 친구들이나 형, 누나들과 모래놀이도 즐겨 해요. 삽으로 모래를 옮기고 쌓아서 모양을 만들고 길도 만들고 자연물로 다양한 세계를 만들기도 하는데, 자기가 봐도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 꼭 “내가 멋진 거 보여줄게.”라면서 엄마 아빠 손을 잡아 끌어요(웃음). 아빠와 수레도 만들고 목공 프로그램 샘플도 같이 만들어보기도 하고, 얼마 전 눈이 내린 이후부터는 부댓자루로 썰매 타기에 한창 빠져 있었어요. 비교적 허용적인 가정 분위기 속에서 자랐기때문에 춘천으로 이사를 오고 오월학교를 오픈하면서 더 자유롭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오월 나무 창작소를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반응이 뜨거워요. 그만큼 아이와 행복한 추억을 쌓으려는 아빠들이 많다는 뜻일 텐데요. 대표님은 아빠로서 아이에게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여러모로 각박한 사회지만 아이를 틀에 갇힌 생활에서 벗어나게 키우려고 노력 중이에요.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의 구분을 어른 기준으로 보지 않고 되도록 아이 기준으로 보려고 해요. 물론 크게 다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경험이나 다른 친구들을 다치게 할 수 있는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알려주고요. 아이가 관심을 가지고 해보고 싶어 하는 모든 경험을 되도록 할 수 있게 돕고, 스스로 생각의 폭을 넓혀 나가도록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많이 공유해요. 잠이 부족할 정도로 처리할 일이 많지만 아이와 보내는 아주 짧은 시간에도 대화를 시도하고, 아이가 아빠 일을 자신의 놀이로 느낄 수 있도록 함께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오월학교를 준비할 때도 현장에 같이 다니면서 저를 따라 망치질도 하고, 물건을 옮기고, 만들고 닦기도 하면서 함께 경험하게 했어요. 그때마다 아이 기분은 어떤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 많이 물어보는 편이에요. 아이가 선택하고 주도하는 놀이 안에서 되도록 크게 반응하며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율이가 아빠처럼 목수가 되고 싶다고 하면 어떨 것 같아요?

율이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존중하고 지지해 주고 싶어요. 율이의 선택이니까요.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해 보고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그 안에서 율이가 목수라는 직업을 선택한다면 제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며 도울 수 있겠죠. 옛날에 제가 아버지와 나무로 집을 지었듯이 언젠가 율이와도 함께 나무로 집을 짓는 날을 기대해 보려고요.

나무로 만드는 추억

오월 나무 창작소 부모와 함께 나무로 장난감이나 도구를 만들어보고 놀이해 보는 프로그램. 지금까지의 수업은 아이와 함께 못 없이 조립하고 색칠해 만드는 ‘우드 박스 만들기’, 오월학교에서 직접 가공한 나무로 만드는 ‘스케이트 만들기’가 있었으며, 영아부터 청소년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정규 클래스 세 타임 외 나머지 시간에는 스탠리 주니어 목공 제품을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다.


운영 시간
11:00~20:00, 화요일 휴무
수업 시간 12:00, 14:30, 17:00
예약 방법 오월학교 인스타그램 DM

아들
김로율, 6세

“원래 망치는 아빠가 위험하다고 못 만지게 하는데 수업에서 망치로 나무를 두드려 봐서 좋았어요. 처음 보는 신기한 기계도 만져보고 내가 만든 물건에 색칠을 했어요. 혼자 하지 않고 아빠랑 같이 만들어서 더 재미있었어요!”

아빠
김혜람, 36세

“평소 나무를 다룰 수 있는 공간이나 도구들을 쉽게 접하기 어려웠는데, 오월 나무 창작소에서 아이랑 나무로 무언가를 만드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돼서 정말 좋았습니다. 가구를 제작하시는 대표님이 직접 도와주셔서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고요. 아이와 더욱더 친해지는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아이가 좋아해서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월학교의 공간들

스테이 가족을 위한 숙박 시설. 모든 룸에는 넓은 개별 테라스가 있어 자연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널찍한 공간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들 수 있는 ‘멀티플레이’와 ‘에즈원’, 아늑하고 소담한 매력이 있는 ‘스퀘어’, ‘마가린’, ‘우드버리’까지 총 다섯 개 룸이다. (체크인 16:00, 체크아웃 11:00)

카페 오래전 교실이었던 자리로 오래된 나무 트러스와 교실 바닥재를 재사용해 만들었으며 오랫동안 이 공간을 지켜온 창 밖의 큰 나무를 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카페 안 쪽에 있는 스테이 고객 전용 라운지는 간단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리 도구와 식기가 준비되어 있다.
(11:00~20:00)

레스토랑 예전 관사식당으로 이용되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아담한 건물로 오월학교의 녹음 속에서 정성 가득하고 정갈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12:00~20:00)

운동장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스테이 고객 전용 운동장에는 카라반과 대형 텐트가 준비되어 있어 카라반 안에서 음식을 조리하거나 캠핑 의자에 앉아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며 캠핑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 납실길 160
instagram.com/owol_school
11:00~20:00,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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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사진 오월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