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그림책 작가 노인경
많은 조각이 모여 하루를 이룬다. 내 몸을 채우는 숨, 세면대에 맺혀있는 물방울, 책상 위에 널브러진 글자 조각, 손목에 걸려있는 봉지….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익숙한 파편들이 우리 삶을 채운다는 걸 나는 노인경 작가의 그림책을 보고 깨달았다. 그의 세계 안에서 물방울은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사수해온 노력이고, 가시는 감추고 싶은 자신의 본성, 숨은 아이에게 불어넣은 삶이 된다. 그 숨을 이어받은 다섯 살 아이가 지금 그의 곁에 있다. 거침없이 써나간 그림으로,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몸짓으로, ‘응’을 기대하고 물은 말에는 ‘아니’라는 대답으로 자신의 우주를 보여주는 아이. 반짝이는 순간을 모으는 엄마와 흔적을 만드는 아이의 이야기 안으로 들어갔다.
작가님 집에 초대받고 설레었어요. 여기에 이야기 보관함이 있는 거네요(웃음).
네(웃음). 저는 날마다 이야기를 모아요. 제 마음을 건드리는 사건이나 대화가 있으면 아주 사소한 거라도 적어둬요. 어디에 있었고 무슨 옷을 입었고, 이런 것들이요. 시간이 없을 땐 단어로 적어두고요.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엄청 쌓였어요. 그 이야기를 모아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들고 있어요.
최근엔 어떤 이야기를 모았나요?
아들 아루와 생선가스를 먹으러 간 일을 적어놨어요. 자주 가는 돈가스 집인데 양이 많은 편이에요. 남편 다니엘레는 큰 걸 하나 시켰고, 저랑 아루는 다 못 먹을 거 같아서 하나 시켜서 나눠 먹자고 했어요. 근데 아루는 혼자 먹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럼 네 앞에 두고, 내가 조금만 먹을게.” 그랬어요. 그런데 생선가스 부위 중 자기가 찜해놓은 게 있었나 봐요. 그걸 제가 먹었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어요. 사실 모양은 다 똑같았는데, 자기가 다 먹고 나서 엄마가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달래보고 설명했지만 안 통하더라고요.
저도 기분이 상해서 싸늘한 눈빛으로 아루를 쳐다봤어요. 그때부터 엄마 눈치를 보더라고요. 이렇게 가다간 끝이 안 좋겠다 싶었는지, 저를 쳐다보면서 웃는 거예요. 자기 나름대로 사과를 한 거죠. 저도 너무 웃긴데, 참았어요. 아직 화가 난 걸로 보이려고 얼굴을 가리고 웃으면서요. 그러고 나서 사무실에 올라갔는데, 아루가 배가 너무 아프대요. ‘엄마 손은 약손’을 해달라는 거예요. 엄마의 싸늘한 눈빛을 기억하면서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대요. 엄마가 자기한테 다시 애정을 쏟는다는 걸 느끼니까 안정을 찾더라고요. 아이도 스트레스를 받은 거겠죠. 그러고 보니 저와 감정 대립이 있을 때 아루가 항상 먼저 다가와 주더라고요. ‘나는 왜 아이에게 조차 이기려 하는 걸까?’ 하면서 반성문을 썼어요.
그림책 한 편을 본 것처럼 눈앞에 그려져요. 아이들과 있다 보면 그런 순간이 많죠?
그렇죠. 아이랑 나는 무슨 세계에 와 있을까 생각해요. 주제가 5분에 한 번씩 바뀌고, 공간이 우주로 바뀌고 바다로 바뀌잖아요. 저는 육아에서 예상하지 못함, 일상적이지 않음이 큰 즐거움인 거 같아요. 순간순간 황당해서 웃다보면 육체적인 피로감을 이겨낼 수 있더라고요.
그동안 쓰고 그린 책들에서 작은 조각에 대한 애정을 느꼈어요. 《책청소부 소소》는 글자 조각,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은 물방울, 《숨》은 숨, 《나는 봉지》는 비닐봉지, 《고슴도치 X》는 가시가 그렇잖아요.
몰랐어요. 그러고 보니 정말 제가 그랬네요(웃음). 저는 구체화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구조화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본질에 항상 다가가고 아주 작은 요소들이 남잖아요. 본질을 늘 궁금해하면서, 시각화하거나 구체화할 때 좋은 요소들을 찾아요. 그런 요소로 이야기를 만들다 보면, 그중에 더 빛나는 게 있어요. 아름다운 얘기라는 게 아니라 제 가슴속에 보석처럼 박히는 거요. 그게 예쁠 때도 있고 아플 때도 있잖아요. 그런 순간들을 적어놓고 그중에 그림책다운 이야기들, 환상이 많이 섞여 있는 이야기들을 뽑아서 책으로 만들고 있어요.
언제부터 소소한 것에 애정을 가졌나요?
20대 때는 제가 만들어낸 뭔가가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만 같고 대단한 걸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웃음). 무모한 용기가 있었죠. 지금은 그게 안 된다는 걸 알아요. 필요하지도 않고요. 제가 그림책을 만들 때 다짐하는 게 있어요. 안톤 체호프의 “작가는 진실을 사랑하는 마음과 성실함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에요. 진실을 사랑한다는 게 결국 깨어 있는 일 같아요. 살아 있는 나, 지금의 나, ‘나’로 살아가는 거죠. 저한테 주어진 순간에 집중하면서 그때 제가 추구하던 거, 좋아하던 걸 그리고 있어요.
요즘 빠져 있는 관심사는 뭐예요?
작은 대화에 집중하고 있어요. 저와 아이, 남편과 아이가 나눈 대화, 아이들끼리 나눈 대화도요. 그게 너무 좋아서 잠깐잠깐 기록하거나 스케치해요. 일기를 쓰기도 하고요. 쓰고 보니 이게 저를 위한 일인 거예요. 아이와 함께 있는데 제가 거기 없을 때가 있어요. 제가 이걸 때우는 시간이라고 여기고 있더라고요.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하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사실 육아가 버티는 시간은 맞아요(웃음). 그렇지만 덜 지루하게 나를 위해서 버티면 좋겠죠. 책 읽을 때도 필사하는 거랑 그냥 읽는 건 다르잖아요. 내 거가 되면 더 재미있어지죠. 이 일상을 내 거로 만들면 어떨까, 하면서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아이와 나누는 대화에 더 집중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 이때 빛났어. 놓치기 아까운 날이었어. 이게 소중한 순간이야.’ 이렇게 구체적으로 기록하니까 육아 스트레스가 줄어들었어요.
하루를 내 걸로 만드는 법, 조금 더 들려주세요.
디테일이 있는 삶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렇게 살고 싶어요. 하루를 생각할 때, ‘아침에 일어났다. 일을 하러 갔다. 밥을 먹었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아이와 어린이집에 가다가 어떤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꽃무늬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분명 할머니 신발일 텐데,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모든 것을 공유하는 걸까(웃음)?’ 이런 이야기를 품고 살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토요일의 기차》라는 그림책이 있어요. 거기서 아이가 할머니랑 엄마에게 이 세상의 모든 곳에 가고 싶다고 해요. 그러자 어른들이 말하죠. 이 세상은 너무 넓고 너는 작기 때문에 다 담을 수가 없다고. 네 마음속을 보는 것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고요. 그런데 아이가 말해요. 할머니와 엄마가 잊어버린 거 같다. 나는 다 담을 수 있다고. 나는 삶이 빠르게 흘러가도록 놔두지 않을 거라고요. 그게 제가 바라는 삶이에요.
비슷한 결을 가진 작가의 책이 또 있다면요?
패트릭 맥도넬의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를 좋아해요. 특별한 날, 친구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은데 친구는 모든 걸 다 가지고 있죠.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걸 찾으러 다니는 이야기예요. 제가 생각하는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작가님의 그림책 얘기를 해볼게요. 《곰씨의 의자》는 캐릭터의 성격과 색상의 대비가 뚜렷한 책이에요. 우리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곰도 토끼도 되는 거 같아요. 관계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요?
제 책은 대부분 관계에 관한 이야기더라고요. 제가 어려워하는 거,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책에 담잖아요. 저는 관계가 너무 어려웠어요. 저에겐 선이 있어요. 이 선까지는 많은 사람들과 잘 지내요. 그런데 이 선을 넘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제 생각에 그건 부정적인 감정을 나눴느냐 안 나눴느냐로 나뉘더라고요. 싫은 소리 하는 게 정말 어렵잖아요. 싫은 소리를 하면서까지 관계를 유지할 것이냐 아니냐, 이런 상황을 만들어봤어요.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봤더니, 결국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이 책을 내면서 저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그래 너도 용기 내봐. 책까지 냈는데 계속 이렇게 살 순 없잖아.” 제가 변하고 싶어서, 용기를 내고 싶어서 낸 책이에요.
작가님은 곰에 가까운 편일 거 같아요.
맞아요. 저는 제 자리, 제 리듬, 아주 작은 것이지만 그걸 잘 지켜나가려고 해요. 제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성실함이거든요. 저에게 다가오는 걸 잘 잡아서 그걸로 성실하게 만드는 편이죠. 근데 인생이란 예외적인 상황, 의외적인 상황, 즉흥적인 것이 있잖아요. 그때 주저앉곤 해요. 두려움이 많아서 그래요. 항상 그걸 뚫고 싶다고 생각해요.
엄마와 아들로 대입해보면, 곰이 엄마, 토끼가 아이일 거 같아요. 아루와 작가님의 관계는 어떤가요?
우리는 주종관계예요(웃음). 저는 살면서 이런 관계를 처음 당해봤어요. “물!” 하면 물 가져가야 하고, 바지 입힐 때도 다리 한 짝 넣으면 무릎 꿇고 다른 한쪽도 넣어줘야 하잖아요. 처음에는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엄마는 누군가를 받쳐줌으로써 빛나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어요. 주인공이 되어야 빛날 거 같지만 조연임에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게 엄마라고 생각해요. 아이와 저는 동반자예요. 아이는 제 성장을 볼 수 있는 거울 같아요. 아이는 실제로 커 가잖아요. 그러면서 능력이 하나하나 생기는데요, 제 시간이 거기에 묻어 있어요. 아이를 키워내면서 엄마도 같이 성장하는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해요.
맞아요. 육아는 힘들지만 뿌듯함이 큰 일 같아요.
미혼인 친구들은 궁금해해요. “아이만 낳으면 왜 자기 얘기를 안 하고 다 애 얘기만 하는 거야? 재미도 없는데.”라고요. 물론 저도 그런 얘기가 재미없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중에서 가슴을 찡하게 하고 빛나는 얘기도 있거든요. 그러면서 생각해봤죠. 왜 엄마들은 눈을 반짝이며 자랑스럽게 아이 얘기를 할까. 육아는 여행과 많이 닮아 있는 거 같아요. 도보 여행이요. 제가 가고 싶어서 출발을 했어요. 지도도 있고 설명서도 많아요. 여기 가면 이게 좋다고 하고, 이때는 이걸 해야 한다고 하죠. 근데 그 길에 실제 가보니 다 틀린 거예요. 내 상황과 다 달라서 이 세계는 어디지, 헤매게 돼요. 그럴 때 가끔 오아시스를 만나요. 깨달음의 순간, 내려놓음, 망신의 미학이요(웃음).
저는 궁금했어요. 분명 학교 다닐 땐 남자애들이 더 웃긴 거 같은데, 왜 아이를 낳고 나서는 엄마들이 더 웃길까? 명량해지잖아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엄마들이 많이 성장하는 거 같아요. 육체적인 피로, 절망, 고립감을 느끼면서 해탈의 경지에 이르고 오히려 낙관적이게 되는 거 같아요. ‘그걸 내가 다 겪었어. 나한테 그런 하루하루가 있었어. 나 그 삶을 살았어.’ 거기에서 오는 자랑스러움 아닐까요? 사실 아이 얘기가 자기를 얘기하는 거거든요. 그게 과해져서 “우리 아이가 뭘 해냈어.” 이러면 서로에게 고통이 되는 거지만요.
스스로 곰씨처럼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육아는 혼자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잖아요.
맞아요. 혼자 있고 싶을 때 너무 많아요. 아이와 있으면서 억울하다는 생각도 자주 했어요. 이 시간에 뭐를 더 하고 싶다 는 생각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밖으로 나가 햇볕을 쬐었어요. 유모차를 끌고 연남동에서 한강까지 간 적도 있어요. 친구들이 “너는 유모차를 끌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거야?”라고 물을 정도였어요(웃음). 그게 저만의 이겨내는 방법이었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이겨내는 방법을 각자 찾아내야 하는 거 같아요. 지금은 다행히 어린이집에 다니니까 그때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해요.
아이가 기관에 다니기 전에는 언제 그림을 그렸어요?
낮에는 저를 포기하고 아이만 봤어요. 남편이 그 시간에 아이를 볼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 엄마 몸이 필요한 순간이 12~13개월가량 있는 거 같아요. 아이를 재우고, 밤에 혼자만의 시간을 두세 시간 가졌어요. 그 시간 동안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니까 제가 지켜지더라고요. 《나는 봉지》가 그즈음 그린 거예요. 하루에 딱 두 장씩 그리자고 마음먹었어요. 준비하고 치우는 시간도 있으니까, 한 장당 5분을 넘기지 말자고 했죠.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그리고 그 외 시간에는 일기를 쓰거나 다른 걸 했어요. 그러다 보니 상황에 맞는 기법 같은 걸 찾게 되더라고요. 수채화를 한 번도 안 그려봤었는데, 그 상황에 적합했어요. 아크릴보다 간편했거든요. 물만 딱 가져오면 되고요. 《나는 봉지》를 그리면서 깨달은 게, 제가 제한된 상태을 즐기더라고요. 연필 한 자루, 색연필 두 자루, 색이 열두 개만 있는 팔레트 하나를 가지고 그렸어요. 종이도 일부러 크로크지를 썼고요. 자르는 데도 시간이 들잖아요. 시간을 아끼고 집중하는 법을 택했어요.
책마다 다양한 기법을 선보이잖아요. 쉽지 않은 일 같아요.
그림책이 많이 나오고 있고, 그 안에서 선택되려면 보자마자 이끄는 시각적인 임팩트가 있어야 해요. 내용에 맞는 시각적인 표현 방법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잘하고 싶은 어떤 선이 있는데 많은 유혹이 있어요. 제 욕심과 질투를 잘 잠재우면서 제 색깔을 만들어가는 것이 늘 힘들어요. 한번은 그림책 평론하는 분과 이야길 나눈 적이 있어요. 제가 서사에 관심이 많은 거 같다고, 스타일보다 서사에 집중하는 게 어떨까 하시더라고요. 최근에 낸 책들은 스타일을 단순화하고 간략하게 그렸어요. 제가 좋아하는 건 이야기니까 그걸 잘 전달하는 방식이라 여겼죠.
《고슴도치 X》에서 수많은 고슴도치들이 뾰족한 가시를 숨기고 부드러운 털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린스로 감고 매일 가시 검사를 받고 학교에 들어가요. 진짜 자신을 찾아 달리는 고슴도치 X를 보며 통쾌했지만, 가시를 감추려고 애쓰던 제 모습이 떠올라 편하지만은 않았어요. 작가님도 숨겨두었던 가시가 있었나요?
저는 항상 가시를 숨기는 아이였어요. 형제자매가 다섯 명인데, 그중 제가 셋째예요. “너라도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줘.” 하시길래, ‘그래 어려운 거 아닌데 뭐.’ 하면서 흐르는 대로, 하라는 대로 살았어요. 그러다 대학에 갔어요. 친구들은 모든 게 명확해 보였는데, 저만 흐릿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투쟁을 했던 거 같아요. 가시를 뚫고 저로 살려고요. 가시를 뚫는다는 게 사회가 만들어온 좋은 아이, 이렇게 하면 칭찬받을 거야, 성공할 거야, 하는 틀을 뚫어가는 일 같아요. 그리고 가시라는 게 고슴도치처럼, 남들에게는 불편해 보이지만 자신한테는 큰 강점이잖아요.
제가 제 가시를 분석해봤어요. ‘열정적이지만 과하다’였어요. 저는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으면 공유하고 싶어요. ‘이 얘기 어떤가요?’ 하면서 편집자에게 카톡을 100개도 보내요(웃음). 저랑 같이 일하는 편집자는 늘 정제된 편인데요, 이제는 오래 같이 일을 해서 저의 과한 에너지를 버거워하지 않아요(웃음). 그런 저를 보고 남편 다니엘레는 “파치엔차Pazienza, 파치엔차Pazienza.”라고 해요. 이탈리아어로 ‘참자, 참자.’예요(웃음). 물론 내성적이어서 사람을 봐가면서 그러긴 하죠. 요즘은 저처럼 이야기를 좋아하고 에너지가 많은 제 동생이나 친구에게만 그 열정을 쏟아내고 있어요.
읽으면서 제 아이도 떠올랐어요. 언젠가 자신의 가시를 발견하고 마주하게 될 거잖아요. 작가님도 책 마지막에 썼어요. 아이들에게는 자기를 알아가고 찾아가고 격려할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끝까지 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아이들은 빠른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걸 결정하는가 하면 또 어떤 아이들은 아주 많이 실패할 수도 있어요. 세 번, 네 번, 다섯 번 실패를 하면 부모는 이러겠죠. “너는 왜 하다가 말아?” 그저 과정일 수 있거든요. 그걸 기다려주고, 과정으로 받아들여 줘야 해요. 부모가 생각하는 성공이라는 잣대가 꼭 맞는 건 아니라는 걸 자각하면서요. 아이가 만들어가는 것에 ‘이 정도는 해야지 네가 어느 수준에 다다를 거야.’라고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런 건 없거든요. 좀 자유롭게 봐줘야죠.
부모로서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렇죠. 저도 룰이 많은 사람이에요. 아이에게 하지 말라는 게 많은 편이어서 계속 저 자신과 투쟁하고 있어요. 그런데 남편은 정말 자유로워요.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일곱 살 때 꿈을 결정했다고 하더라고요. 명확했대요. 남편을 보면 참 신기하고 느끼는 게 많아요. 일단 금기하는 모든 것을 안 좋아해요.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볼게요. 우리는 ‘아이는 조절 능력이 없으니까 못 보게 해야 해.’라고 생각하잖아요. 남편은 아이에게 욕구가 있으면 일단 같이 해보고 그걸 조절하는 힘을 가르치는 게 좋다고 말해요.
얼마 전에 블랙홀에 대해 아루가 물었어요. “블랙홀에 다가가면 나도 사라져?” “그럼 사라지지.” “그래도 아빠는 안 사라지지?” “아빠도 사라지지.” 그러면서 식탁으로 가 빵을 잘라 보여줘요(웃음). “학설이 여러 가지 있는데, 블랙홀에는 어떤 네모난 상자가 있대. 우리는 상자에 아주 작은 점으로 저장된대. 표면에 달라붙게 된다는 얘기도 있어.” 그리고 아루가 질문을 하면 유투브를 켜요. 같이 보고 즐기는 거예요. 아루가 찾고 싶은 걸 찾게 해주면서요. 저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죠(웃음).
최근 낸 그림 에세이 《사랑해 아니요군》의 그 모습이네요. 느긋하고 긍정적인 편 같아요.
남편은 이탈리아 사람인데,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먼저, 아이에게 아주 긍정적이에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항상 모든 것은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어.’라고 생각하거든요. 최악의 상태를 생각하면 어떤 것도 최악이 아니어서 괜찮아진대요. 저는 늘 최상의 상태를 상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다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싫었어요. 그런데 15년 정도 알고 보니 그게 긍정적인 거더라고요. 또 무척 깐깐한 편이에요. 가전 제품이 고장 나서 서비스 기사님을 부르면 질문이 너무 많아서 난처할 때가 많아요.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어찌 보면 힘든 스타일인데, 아이에게는 좋은 거 같아요. 아루에게 매일 편지를 써요. 저한테도 그랬고요. 선물 줄 때도 그냥 주는 법이 없어요. 어느 책을 펴보라고 해서 열면 메모를 따라 다른 곳을 찾아야 하고, 거기에 또 쪽지가 있어서 다른 어딜 가야 하고…. 디테일을 좋아하는 건 저와 잘 맞아요(웃음).
거실 벽이 아루 그림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요. 이것도 남편 의견이었나요?
제가 남편을 보고 처음 궁금하다고 생각했던 게 유년 시절 때문이었어요. 이야기를 듣는데,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시어머니가 집의 모든 곳에 그림을 그리게 했대요. 아직도 그게 너무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대요. 그래서 아루도 그리고 싶으면 뭐든 그리게 뒀어요. 페인트칠 하면 되니까요. 남편이 나이가 들어서까지 기억에 남고 좋았던 순간이라면 아이도 경험해보면 좋을 거 같았어요. 요즘은 종이에 그리는데요. 남편은 아이에게 자유롭게 그리라고 한 다음 그걸 벽에 다 붙여요. 그럼 자신의 머리에 있던 게 시각적으로 보이잖아요. 자기 생각이 이렇게 펼쳐진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거예요. 거기서 또다시 생각을 발전할 수 있어요.
아루는 하루에 엄청나게 많이 그려요. 폴더를 만들어줬는데요, 그걸로 영화를 만들 거래요.공룡 그림이 많아요. 공룡 이름도 써 있고요.공룡을 좋아해서 지금 거실에 붙어 있는 그림도 다 공룡이에요. 그리면서 바로 이름도 만들어내요. 그러면 아빠가 그림 밑에 써줘요. ‘피자사우루스, 까까똥사우루스, 카사우르즈, 푸마사우루스’ 등등. 어느 날은 그림을 봤는데, 모든 아이들이 눈썹이 긴 거예요. 이유를 물어보니 오늘은 누나들을 그리고 있대요. 그래서 이름도 ‘누나톱상어, 누나만치상어, 누나물고기, 누나개구리’래요(웃음).
아루는 자신의 생각을 잘 펼치는 아이네요. 부부가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태도도 궁금한데요.
자세히 보기, 애정을 갖기, 자유롭게 생각하기예요. 그걸 놓치지 않고 아이가 자라길 바라요. 애정을 가진 대상이 있다면, 그 애정을 구체화해보곤 해요. 아빠와 현미경으로 벌레를 살펴봐요. 다리가 이렇게 생겼고, 이렇게 움직이는구나. 놓아주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죠.
《사랑해 아니요군》에도 그런 글과 그림이 있어요. “내 생각엔 말이야. 비우면 다시 채울 수 있고, 서로 다른 것이 만나면 새로운 게 생긴단다. (중략) 네 맘껏 즐겨.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끝까지 해보렴(후략).”
사실 그 글은 사연이 있어요. 제가 너무 싫은 걸 적어본 거거든요(웃음). 아루는 물 잔이 있으면 잔을 무조건 뒤집어요. 두 가지 음료수가 있으면 무조건 섞고요. 그림을 잘 그리고 찢고요. 하얀색이 있으면 까맣게 만들고 싶고, 까만색이 있으면 하얗게 만들고 싶어 해요. 레고로 멋지게 쌓고 주먹으로 한 번에 부수고요. 이해하고 싶었어요. 저 행동에도 이유가 있을 텐데, 그래 내가 한번 받아들여보자, 하면서 적은 글이에요(웃음).
아루는 ‘아니요군’이라고요.
네. 어릴 때 ‘아니’부터 배웠어요. “아루야 잘 자.” 그러면 “엄마 안 잘 자.” “아루 사랑해.” 하면 “엄마, 안 사랑해.” “우유 마실래?” 그러면 “주스.” 뭐든 시키는 대로 하기 싫어해요. 본능 같아요. 사람은 다 자기가 있기 때문에 타인의 얘기를 자기화하기 전에는 무조건 아니라고 말하고, 자기 생각을 말하나 봐요. 무조건 받아들이는 게 본능이 아니라 밀어내는 게 본능 같아요.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때요?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자기 얼굴을 때렸어요. 낯을 많이 가렸거든요. 어린이집에 처음 가서도 아이들이 다가오면 멀어졌어요. 누가 자기 몸을 만지는 게 싫은 거예요. 먼저 고개를 휙 돌리고 그랬어요. 이제는 장난치고 잘 놀아요. 아루는 겁이 많고, 무언가를 시작할 때 시간이 필요한 편이에요. 그리고 그 시간은 자신이 정하죠.
《숨》에서 숨을 불어넣는 가족의 이야기를 했어요. 《사랑해 아니요군》에서도 그 이야기가 이어지는데요. 세 식구의 반짝이는 순간을 묶어보니 어땠어요?
남편의 할머니가 몇 년 전에 돌아가셨는데요. 사진 뒤에 메시지를 남겼어요. “우리는 어쨌든 다시 만날 거고, 나는 너희를 위해 기도할 거고, 너희는 나를 위해 기도해줘.”라고요. 제가 흘려보내지 않고 간직한 하루에도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어요. 내 걸로 만들고 싶어서 그리고 쓴 걸 책으로 만들면 좋겠더라고요. 여러 형태의 책이 있잖아요. 저는 그림책을 15년 만들었고, 그림책 작가가 생각하는 육아 이야기를 해보자 했죠. 장편 그림책처럼요. 에피소드도 일상적인 이야기에서 환상으로 가요. 아이들과의 이야기가 그렇잖아요. 여기까지는 일상이었는데, 다시 환상에 빠졌다가 다시 일상으로 오고요. 그림책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이 작지만 따뜻함을 주는 위로가 되고, 여유가 되고, 웃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제가 달걀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얘기인데도, ‘맞아 나도 오늘 그런 날이 있었지. 나도 그거 보고 한참을 웃었는데.’ 하면서 다시 떠올려보고, ‘나의 오늘도 정말 소중했어.’라고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엄마 호-는 약호>와 <엄마는 괴물이야!>에서 그랬어요. 맞아 나도 그런 날이 있었지(웃음).
생선가스 일화와 비슷한 거죠. 엄마들이 너무 화가 났을 때 주체를 못 해서 아이들이 보기에 괴물이 되었다고 느끼는 거예요. 저는 그때 ‘아, 내가 강자가 된 거구나.’라는 걸 알았어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는데, 약자 앞에서 엄청 비겁한 사람인 거죠. 저는 아이를 침대 위에 놓았지만 아이는 던졌다고 느낄 거 같더라고요. 그전에 엄마가 자기를 대할 때와 너무나 다르게, 차갑게 놓고 갔으니까요. 아이는 ‘나는 던져졌어. 나는 혼자가 됐어. 나는 갇혔어.’라고 느끼지 않았을까요. 참 창피한 일이지만 모든 엄마한테 비슷한 일이 있을 거 같았어요.
아이의 자아가 강해지면서, 부모의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게 힘든 일 같아요.
아이들은 대부분 아주 작은 일인데 이 세상이 무너질 거 같고, 그 감정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잖아요. 그럴 때 저는 감정을 잘 못 다스리는 편이에요. 화가 안 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요. 제 친구는 방에 가서 혼자 소리 지르고 나온대요. 저는 상대가 알아야 해소가 되는데 아이는 말이 안 통하죠(웃음). 그래도 저는 얘기해요. 소리도 조금 질러요. “나는 지금 너한테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어. 나는 정말 너 때문에 화가 나.” 과한 선이 아니고 아이가 겁먹지 않을 정도로 표현하는 편이에요. 그러면 아루는 “왜?” 그러면서 자기가 더 화를 내요. 보다 못한 남편이 “아루. 일로 와봐. 인경도. 둘이 그만 화해해.”라고 중재해줘요(웃음). 화가 난 상황에서 아이가 먼저 미안하다고 하고 다가와줘요. 용서도 잘 해주죠. 저도 후회하면서 조절을 하려고 노력해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거겠죠?(웃음)
아이를 낳기 전의 그림책들이 ‘자신을 지키는 힘’, ‘관계의 어려움’ 등 작가 내면의 고민과 경험에서 출발했다면, 아이를 낳고 나서는 아이가 만들어내는 우주가 책의 소재가 되는 거 같아요.
맞아요. 그 전에는 화자가 저 자신인 경우가 많다 보니 주인공 혼자 끌어가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이제는 대화를 하는 우리로 바뀌었어요. 아이를 낳고 이야기 소재가 너무 많아졌어요. 다음 책으로 다섯 살 아이들이 읽는 시리즈 책을 내고 싶어요. 주인공은 조카인 서율이와 아루가 될 거 같아요. 서율이가 저희 집에 매일매일 올 때가 있었는데, 둘의 대화를 적어놨거든요. 매일매일 쓰니까 제 이야기가 너무 많아 넘치고 있어요. 하루는 아루와 전시를 보고 오는데 하늘이 너무 예쁜 거예요. 아루가 “엄마 우리 하늘 나라에 가자.” 하더라고요. “하늘 나라는 그런 뜻만 있는 건 아니야. 하늘 나라에 언젠가 우리는 다 가. 아주아주 천천히 가도 좋은 곳이야. 그 전에 많은 시간을 보내자. 그리고 거기서 만나서 또 재미있게 놀자.” 이 삶을 끝내고 나서도 또 만난다고 생각하는, 이런 매일의 대화가 너무 좋아요.
아루가 어떤 아이로 클 거 같으세요?
지금처럼 말 잘 안 듣고 독립적인 아이로 클 거 같아요. 남편이 그랬더라고요(웃음). 더 크면 ‘엄마한테 차갑게 말할 때도 있겠지?’ 생각해요. 《사랑해 아니요군》 책에 ‘나는 너의 둥지’라고 썼어요. 힘들 때 기대는 존재,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 최악의 상황에 찾아주는 사람으로 인식해주면 될 거 같아요. 아루가 크면서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겪을 거 같다는 느낌이 있어요. 제가 느낀 어려움과 비슷할 거 같아요. 그럴 때 스스로 이겨낼 수 있게 지켜봐야 하죠. 그 순간이 아마 저한테는 가장 힘든 순간일 거 같아요. 어려움이 왔을 때 사람은 망신을 당하잖아요. 망신을 당해봐야 크는 건데, 제가 그 순간을 지켜봐야 하는 게 가장 어려울 거 같아요. 그때가 되면 좀 떨어져서 덜 보고 있어야겠어요(웃음).
아루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인가요?
책을 좋아하지만 특별한 것은 아닐 거예요. 책은 같이 있는 거, 그냥 있는 거, 엄마가 매일 만드는 거예요. 아루도 책을 만들고요.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 금요일은 도서관 날이었어요. 아침에 가서 여섯 시까지 놀다 왔죠.
도서관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어요?
책을 읽다가 점심을 먹고, 도서관 밖의 놀이터도 가고, IT 체험관도 가요. 어떤 날은 기분이야 하면서 도서관 다른 층의 키즈 카페도 가요. 여기서 읽다가 저기 가서 읽고. 그냥 왔다 갔다 계속 책을 읽었어요.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때는 편식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어떤 칸의 책을 다 꺼내서 봐요. 다 보고, 다음 칸으로 옮겨서 또 다 꺼내서 보고요. 그러면서 도서관에 있는 책을 두루두루 보는 거죠. 좋은 책이 뭔지 고민될 때 한 섹션을 잡고 읽으면 좋을 거예요. 그 안에 엄마가 좋아하는 책이 있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있잖아요. 그중에 마음에 들면 빌리거나 사면 좋겠죠.
아루와 읽으며 좋았던 책이 있나요?
너무 많은데요, 기억에 남는 건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누가’시리즈예요. 엄마와 아이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는 어떤 걸까를 계속 생각하게 하죠. 그 책에서 아이는 계속 실수하고 다치고 실패하고 울고 그래요. 그게 아루에게도 많은 위로가 되는 거 같아요. ‘나만 잘 못하고 슬픈 게 아니었어.’ 하면서 용기도 내고요. 제가 읽다가 감동받은 책은 《알도》예요. 아루를 재우기 전에 읽어줬는데, 그 아이의 외로움이 느껴지면서 눈물이 났어요. “아루한테도 알도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라고 했더니 “나는 알도가 필요 없어. 나한테는 엄마가 있잖아.”라는 대화를 했어요. 아루가 힘든 순간마다 그 자리에 있어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싶었어요.
아이와 그림책을 읽으면서 우리만 아는 이야기가 덧입혀지는 게 참 좋더라고요.
맞아요. 아이를 낳고 나서 그림책을 읽는 방법이 달라졌어요. 전에는 말없이 눈으로 읽었어요. 조용하고 고요하게요. 지금은 힘을 주고 목소리를 내면서 읽어야 해요. 그러면서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그림책의 영역이 넓어졌어요. 아이에게 영향을 받은 거죠.
덕분에 우리의 삶도 더 풍성해지고요. 그림책이 주는 즐거움은 정말 많지요?
정말 그래요. 먼저 웃을 수 있고 아름답잖아요. 시각적으로 아름답다는 게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림이 아름다운 책을 좋아해요. 구성이 재미있는 획기적인 책, 이야기가 많은 책도 좋아요. 아이와 놀이도 해보고,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죠. 또 그림책이 장벽이 낮아요. 두껍지 않고, 쉽고, 만만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 같아요. 그래서 제가 그림책을 하게 된 건 굉장한 행운이에요. 하면 할수록 더 좋고, 아이를 낳고 나서 더 좋아졌어요. 그림책은 100번 읽는 책이라는 말에 공감해요. 한 번 보고 조금 있다가 또 생각나요. 그리고 아이들은 정말 100번 읽어달라고 하잖아요(웃음). 그림과 글 중간에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독자가 스스로 만들어보면서 페이지는 넘어가죠. 그 여유, 빈 공간도 좋아요.
에디터 김현지
포토그래퍼 김연경, 그림 노인경, 《사랑해 아니요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