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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인 네덜란드
캠핑 인 네덜란드
Camping in
Netherlands
기나긴 겨울이 지나간 네덜란드에 따스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바야흐로 캠핑 시즌이 시작된다. 공교롭게도 날씨 좋은 이때에 각종 법정 공휴일들이 몰려있는 것도 캠핑 생각에 설레는 이유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캠핑족이라는 이곳 문화에 자연스레 동화된 지 3년 남짓, 조금은 귀찮아 보였던 캠핑에서의 일상이 꽤 낭만적이고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일상의 반복, 그 안의 행복
느긋하고 조용한 네덜란드의 일상, 그 절정은 ‘캠핑’에 있다. 무려 3,226개에 이르는 이곳의 캠핑지역을 전부 돌아볼 수는 없었지만 캠핑지에서 받은 느낌은 ‘쉼’ 그 자체였다. 설레고 떨리는 청춘의 첫 경험이 아닌 넉넉하게 일상을 이어가는 장년층의 여유로움이랄까. 가방 가득 먹거리를 사서 나를 필요도 없고, 지도를 들여다보며 매일같이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할 일도 없다. 가까운 시내에 나가 그날의 장을 보고, 단골 카페를 만들고, 책을 읽고, 자연을 벗 삼아 숨 쉰다. 휴가기간 내내 한 곳에서만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며 지내시는 시부모님을 보며
“그게 가능해? 지겨울 것 같아” 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던 나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주어진 시간을 충분한 휴식으로 소화하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에 익숙해지면서 오직 자신을 위한 신중하고 조용한 투자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한번은 만날 수 있다는, 여행에서만큼은 극성스러울 정도로 적극적인 네덜란드 사람들이지만 ‘지치지 말 것’이라는 여행에 대한 굳은 신념이 캠핑과 만나 최적의 여가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첫 캠핑은 네덜란드 남부 미들부르크Middleburg라는 작은 해변 도시였다. 캠핑의 설렘으로 잠시 한눈을 판 사이, 기차 짐칸에 고이 얹어놓았던 가방을 도둑맞는 악재에도 우리는 여전히 즐거웠다. 그림 같았던 백사장, 저녁이면 나타나는 야생토끼들, 옆 텐트에서 흘러나오는 매력적인 독일어 악센트. 그 모든 순간이 흥미롭고 사랑스러웠다. 어쩌면 일상의 물건이 들어있는 가방을 잃어버렸기에 매일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칫솔을 사고, 속옷을 사고, 편한 트레이닝복을 준비하다 보니 뭐랄까, 이사를 왔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캠핑장 가까이에 위치한 해변을 거닐고, 캠핑과 바비큐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로 여기며 늘 고기를 구워 먹었던 것을 빼면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최고의 여행이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네덜란드의 캠핑 문화에 폭 빠져들었다.
캔버스 텐트 쇼
캠핑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듯 캠핑용품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꾸민 듯하면서도 자유롭고, 빈티지한 매력이 넘치는 이곳의 텐트 스타일링에 반한 탓이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캠핑을 좋아하는 만큼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하다. 각지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캠핑쇼에서는 캠핑 텐트와 캠핑카, 캠핑용품 등 다양한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큰 쇼의 경우, 만 2천 평이 넘는 공간에 5만 명의 관람객을 수용하는 엄청난 규모의 전시회가 진행된다. 하지만 작은 쇼도 놓칠 수 없다. 지갑이 잘 열리지 않기로 유명한 네덜란드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행사를 열기 때문이다. 작은 영화관을 만들거나 인기가 많은 캠핑 지역을 체험할 수 있는 일일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깔고 앉은 방석부터 덮고 있는 모포까지 직접 사용하고 있는 제품을 홍보하는 곳도 있다.
캠핑쇼에 흥미를 갖고 참여할 기회를 노리고 있던 나는 우연히 ‘캔버스 텐트 쇼’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주말 나들이 장소로도 안성맞춤이었다. 우리는 쇼가 열리는 우트렉Utrecht의 포트 안 드 클롭Fort aan de Klop에 도착했다. 농장 사이에 위치한 작은 잔디밭에서 펼쳐지는 아담한 이벤트였지만 기대 이상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몸만 들어가면 되도록 모든 것이 정갈하게 준비된 텐트 안에서 우리는 캔버스 텐트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포근한 담요와 개성 있는 소품들이 마치 “나를 이렇게 활용해보세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관람에 나선 네덜란드 사람들의 태도 역시 남달랐다. 제품을 체험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 야외 욕조에 첨벙 뛰어들기도 하고, 텐트 안의 침대에서 오랫동안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최자들이 만든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모두를 즐겁게 이끌었다. 이번 행사는 ‘Urbans and Indians’라는 작은 숍에서 마련한 쇼였는데, 웹사이트를 통해 보던 세련된 느낌이 곳곳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다. 나는 문득 그들이 궁금해졌다.
도시의 유랑자들
‘Urbans and Indians’는 자신들을 ‘유랑자’라고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마리엘Mariëlle과 린다Linda가 만든 아름다운 공간이다. 이들은 여느 네덜란드 아이들처럼 캠핑을 하며 자랐고, 성인이 되어서도 작은 우산 아래에서부터 커다란 벨 텐트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캠핑의 면면을 경험해왔다. 그리고 그동안 쌓은 팁을 신중하게 고른 아이템과 각종 이벤트를 통해 사람들과 나누고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 만난 두 사람은 캠핑문화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하는 내게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흔하게 접하는 캠핑숍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대부분의 물건이 기능적인 면에만 치우치다 보니 천연 소재라던가 수공예, 디자인적 요소는 배제될 수밖에 없었죠. 쉼을 위해 마련한 소중한 시간을 온갖 못생긴 물건들에 둘러싸여 지낸다는 건 불행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직접 사용할 캠핑용품을 만들고 수집하기 시작했고, 문득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있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그게 Urbans and Indians의 시작이에요.
네덜란드의 캠핑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네덜란드 사람들은 떠나기를 즐겨요. 외국으로 혹은 새로운 캠핑지로 언제나 떠나죠. 그리고 그 여행은 굉장히 현실적이고요. 너무 고되지도 않고 또 너무 호화롭지도 않죠. 캠핑에 제격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인지 네덜란드는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수의 캠핑카를 가진 나라라고 해요.
이번 캠핑 이벤트를 소개해주세요.
캠핑 이벤트를 여는 건 우리가 만든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소통’에 있어요. 사람들의 반응과 대화를 통해 다양한 니즈를 알아볼 수 있죠. 캠핑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시간은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를 창출해내요.
안락한 캠핑을 위한 두 분만의 팁을 제안해주세요.
텐트라고 생각하지 말고 또 다른 집의 개념을 도입해보세요. 집이라면 인테리어도 무시할 수 없는 포인트겠죠. 캠핑용품을 준비할 때 빈티지한 느낌과 수공예, 디자인 제품을 함께 준비한다면 나만의 캠핑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거예요. 우리 블로그에 방문하면 캠핑을 위한 여러 가지 DIY 아이디어는 물론 새로운 영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어라운드>매거진 독자들에게 네덜란드의 캠핑지를 추천한다면요?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캠핑지인 바쿰Bakkum은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해요.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또 고요하죠. 특히 켄네에르Kennemer라고 불리는 모래언덕이 압도적이에요. 야생 말들과 작은 새들의 서식지가 펼쳐진답니다. 또 하나는 드 리베링어De lievelinge라는 곳이에요. 아름다운 녹지에 다양한 분위기의 캠핑카들이 마련돼 있거든요. 네덜란드에 올 기회가 있다면 한 번쯤 가보세요.
‘숨 쉬는 텐트’라고 불리는 캔버스 텐트를 선보이는 작은 이벤트였지만 네덜란드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캠퍼들로 북적인 이번 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유럽인들의 캠핑 사랑을 한 번 더 엿본 기회였다고 할까, 보기만 해도 탐나는 이동식 샤워기와 욕조까지 모두 경험해볼 수 있었고, 아웃도어용 오븐에 구운 피자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집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나는 텐트를 또 하나의 집으로 삼고 떠도는 네덜란드의 유랑자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에디터 오혜진
글·사진 지은주 자료제공 어반스 앤 인디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