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 Book

푸하하하프렌즈 ㅡ 건축가

왼쪽부터 한승재, 한양규, 윤한진 소장

2015년 《AROUND》 30호에서 건축가 ‘푸하하하프렌즈FHHH Friends’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당탕탕 세 친구의 정신없고 유쾌한 토크박스 한 판’이라는 다소 장황한 제목의 기획이었다. 8년이 지난 현재, 건축가 윤한진과 한승재와 한양규, 그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늙었을까? 흐느적거릴까? 아니면 여전히 반짝이는 열정으로 소란스러울까? 반가운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푸하하하프렌즈의 아지트를 찾았다.

웃는 얼굴로 세계를 제패하자.

헤어질 바엔 폭파시켜 버린다

《AROUND》에서 처음 인터뷰를 진행한 게 벌써 8년 전이에요. 감회가 새롭네요. 

승재 느낌상 1년도 안 된 거 같아요. 연락 왔을 때 반가웠어요. 

 

그때에 비해서 사무실이 좀 커졌는데, 얼마나 성공한 거예요? 

승재 일단 회사에 돈을 묻어놓은 건 없어요. 월급을 매달 걱정하는 건 똑같은데 직원이 늘어났어요. 열세 명 정도? 

 

홈페이지 보니까 ‘신입사원을 위한 안내서’가 생겼더라고요. 체계적이라 놀랐어요. 

승재 그런 게 있나? 아, 할 일 없는 누가 만들었어요. ‘IP 주소 접속하는 법’ 같은 게 적혀 있는데, 서버 연결할 때 한 번 보고 안 읽더라고요. 

 

(윤한진 소장이 젖은 머리로 들어온다.) 오랜만이에요. 오늘도 늦으셨네요. 

한진 꿈 얘기 좀 해도 돼요? 꿈에 제 아이가 나왔어요. 지금 세 살인가 네 살인데, 걔가 알 수 없는 병으로 내일 죽는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너무 멀쩡해 보여서 안 믿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전 직장 사장이 장난감을 들고 오더라고요. 그 냉정한 사람이 오니까 ‘이거 리얼이다.’ 믿게 되는 거죠. 중간에 꿈인 걸 알아서 깼는데, 다시 잠드니까 또 이어지는 거예요. 근데 양규 저 새끼 코 파고 있네. 

양규 안에 큰 게 들어 있어서. 

한진 아무튼 마지막에 아이가 저한테 안기는 거예요. 꿈인 걸 알았지만 계속 감정이입이 돼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지금 지각한 변명을 하는 거죠? 

한진 맞아요. 

 

자,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게요. 건축가의 작업실이라 하면 기대감이 생겨요. 공간 설명을 부탁드려요. 

한승재 이번에 공간 디자인을 맡은 사람은 저였어요. 이전 사무실에서는 각자 책상을 꾸며보라고 했더니 내구성도 약하고 너무 더럽고 그야말로 엉망인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는 모든 책상을 하나로 이어봤어요. 단순히 책상을 몇 개 맞댄 게 아니라 합판으로 용접해서 완전히 하나로 붙였어요. 그랬더니 이렇게 깨끗해졌어요.

깨끗한 거 맞죠? 

양규 지금 역대급이에요. 거의 모델하우스 수준이잖아. 

 

사무실이 바뀌어도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가 적힌 액자는 여전히 삐뚤게 걸려 있네요. 그런데 저건 어떤 의미예요? 

양규 저건 학성이가(직원) 쓴 사훈인데, 페이스북으로 투표해서 뽑힌 거예요. 그냥 재미로 만든 거였는데 이사할 때마다 따라다니더라고요. 제가 챙긴 적은 없으니까 누군가는 챙겨서 걸은 거겠죠? 

 

재미로 만들었다지만 과정 속에 있다는 건 어쩌면 푸하하하프렌즈가 건축을 대하는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한진 사실 그렇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긴 하지만, 동의합니다. 동의하나? 암튼 되게 막연하게 그 말이 우리를 잘 설명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 뭐랄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연결이 됐을까요? 

양규 우리 셋과는 전혀 상관없는 글이에요. 사실 저는 ‘대도무문’이라고 썼고요. 승재는 ‘호랑이처럼 밝게’, 한진이는 ‘웃는 얼굴로 세계를 제패하자’라고 썼어요. 그래서 처음에 저게 뽑혔을 땐 마음에 안 들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저 말이 푸하하하프렌즈 식구들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한진 과정 속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바뀐 건 있어요. 이전에는 누군가 우리에게 주목하면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거에 아무 관심이 없어요. 예전에는 돈도 막 벌고 규모를 키우는 것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무언가를 느끼면서 작업하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승재도 양규도 건축을 바라보는 태도가 깊어진 거 같고요. 진지해진 거죠. 

 

푸하하하프렌즈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복기해 보자면, 셋은 10년 전 건축 사무소에서 처음 만나 푸하하하프렌즈를 만들었어요. 그게 시작이고 현재는 진지한 과정 속에 있다고 말해요. 그 여정을 멀리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문득 푸하하하프렌즈의 끝이 궁금해요. 

한진 끝은 없습니다. 우리는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 

양규 우리 중에 누구 하나가 나가면 회사 폭파시킬 겁니다. 

승재 그냥 학성이한테 회사 주자.

양규 그럴 순 없지. 그냥 해체해 버려. 

기존 로고(좌)와 변경된 로고(우)

그러고 보니 로고도 바뀌었어요. 푸하하하프렌즈를 상징하는 새가 고양이한테 잡아먹히는 장면이에요. 어떤 과정을 형상화한 거예요? 

승재 원래 푸하하하의 로고는 흔하디흔한 비둘기였어요. 그런데 ‘스튜디오 fnt’ 이재민 실장님이 명함과 로고를 다시 만들자고 제안해서 고양이 얼굴을 제가 새로 그려서 합성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고양이에게 먹히는 비둘기라니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어요? 

승재 비둘기는 발에 치이도록 많잖아요. 그래서 없애버리자 생각했는데 안 없어졌어요. 사실 고양이 입속에서 기절한 거예요.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AROUND Club에 가입하고 모든 기사를 읽어보세요.

AROUND는 우리 주변의 작은 것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발견합니다.

에디터 김건태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