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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현 — 레디투킥

어느 날, 세상에 오리 하나가 등장했다. 꽃이 총총 박힌 수모를 쓴 오리는 유난히 발이 작았지만, 문제될 건 없었다. 차가운 물에 풍덩 뛰어들 듯 컬러풀한 유머로 빠져들어 헤엄치는 레디투킥의 오리발이 있으니까. 레디투킥 양수현은 모두에게 즐겁게 수영하는 법을, 킥킥 웃는 법을 알려주려 물 밖으로 나왔다. 준비됐냐는 그의 물음에 큰 소리로 답하고 싶다. “응, 준비됐어!”

얼마 전 생일이었죠? 축하드려요. 즐겁게 보내셨어요? 

감사합니다(웃음). 어제였는데 자정에 남편이 사준 케이크를 한 조각 크게 잘라 먹었어요. 아침에는 출근했더니 작업실 친구들이 서프라이즈로 축하해 줬고요. 평소처럼 일하고 퇴근해서는 집에서 미역국도 먹었고 한 조각 먹고 남긴 케이크에 촛불도 불었어요. 

 

하루쯤 눈 딱 감고 쉬고 싶기도 했을 텐데요(웃음)

옛날에 회사 다닐 때는 생일에 무조건 휴가를 냈어요. 일 년에 딱 한 번뿐인 나의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내고 싶어서요. 브랜드를 이끄는 대표가 되면서는 완전히 쉬는 것도 마음이 편하진 않더라고요. 일이 많고, 딱히 갈 곳도 없어요(웃음). 그래도 직원들에게는 생일 유급 휴가를 꼭 준답니다. 

 

‘레디투킥READY TO KICK’의 크리스마스는 벌써 시작되었더라고요. 요즘 한창 바쁘겠어요. 

맞아요. 11월 3일부터 레디투킥의 크리스마스 시즌을 오픈했어요. 몇 가지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먼저 산타 모자를 본뜬 빨간 수영모와 파우치를 새로 출시했고요. 신제품과 더불어 ʻ빨간색’ 제품만 모아서 할인하고 있어요. 크리스마스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색깔이기도 하고 레디투킥도 빨강, 파랑, 노랑 같은 채도 높은 컬러가 연상되는 것 같아서요. 조금 촌스럽거나 과해 보일 수 있는데 한편으로 유쾌하잖아요. 마지막으로는 레디투킥만의 인스타그램 필터를 만들어서, 누군가의 착한 일을 알리는 이벤트예요. 소개된 ʻ착한 어린이’ 한 명당 레디투킥이 1,225원씩 기부하려고요. 

 

풍성한 크리스마스네요. 기부는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거예요? 

레디투킥이 세상에 발을 내놓은 지 2년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많은 분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그걸 꼭 돌려드리고 싶어서 기부를 생각했죠. 자립을 준비하는 청소년에게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어요. 크리스마스까지 열심히 홍보하려고요. 

 

물 안팎을 다루는 브랜드다 보니 겨울에는 속도를 늦출 거라 생각했어요. 수현 씨에게는 아닌가 봐요. 

확실히 여름에 매출이 훨씬 높긴 해요. 몸으로 ʻ춥다.’라고 딱 느껴지는 순간부터 매출이 떨어지죠. 근데 가을과 겨울에도 수영하기 엄청 좋아요. 실내 수영장에서 그때부터 온수를 틀어주거든요. 더울 때 재밌지만, 추울 때도 생각보다 재밌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아까부터 저쪽에 있는 수모 쓴 오리가 궁금한데요. 저건 뭔가요? 

예쁘죠? 레디투킥만의 마네킹이에요. 우리의 마스코트인 오리 모양으로 만들고 슬로건도 써넣었어요. 3D 프린트 작업으로 빈티지하게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배송 중에 목 부분에 금이 가서 진짜 빈티지가 되었죠(웃음). 명품 가방 하나 샀다는 마음으로 만든 거라 일하다가도 자꾸만 시선이 가요. 사실 이전에도 옛날 미용실에서 쓰던 것 같은 두상 마네킹이 있었는데요. 오프라인 행사를 나가면 관계자분들이나 손님들이 다가오길 주저하시더라고요. 전 그것도 예쁘던데(웃음).

“Make your own wave. Are you ready to kick?
Let’s kick the world.”

—레디투킥 슬로건

그럼 레디투킥의 시작부터 차근차근 들어볼까요? 

음, 10년 정도 디자이너로 일해왔는데 아기를 가지면서 고민이 시작됐어요. 내가 어딘가에 소속되어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요.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아이까지 있을 텐데, 나의 일을 시작할 때가 아닌가 싶었던 거죠. 만약 이 고민을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3년 뒤, 5년 뒤에 다시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았어요. 그때 제가 30대 중반이었으니까 ʻ5년 뒤에는 마흔인데, 그때는 지금보다 뭘 하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싶었죠. 

 

늦기 전에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건가요? 

꼭 브랜드는 아니었어요. 주어진 자원들로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그런 결론이 난 거죠. 좋아하는 국내 브랜드들을 살펴보니까 웬만하면 10년은 훌쩍 넘었더라고요. 나의 일이 자리 잡고 의미를 얻기 위해 10년 정도 필요하다면, 지금 시작해야 했어요. 육아 휴직이었던 1년 동안 지난 시간을 회고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만 고민했어요. 그즈음 회사를 그만두고요. 

 

치열한 고민 끝에 작게라도 내딛었네요. 지난 시간을 회고했을 때 수현 씨에게는 무엇이 있었어요? 

좋아하는 걸 꼽아보면 수영부터 자전거, 요리, 디자인…. 정말 많았어요. 디자인 일을 했으니 흔히 말하는 ʻ종이집’을 하고 싶어서 일본 출장도 다녀왔고요. 요리는 막상 살림을 해보니 그다지 즐기는 것 같지 않아서 평생 업으로 삼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다른 분들에 비해 ʻ덕질’이 부족한 분야였던 거죠. 나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흥미로운 정도를 뛰어넘어서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해야 했어요. 가만 보니 수영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할 것 같고, 나이키처럼 대형 브랜드가 아닌 이상 국내에서는 수영 관련 브랜드가 많지 않았어요. 만약 제가 만든다면 섹시하거나 너무 예쁘지 않게, 귀엽고 가족 친화적이면서 다양한 사이즈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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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명주

포토그래퍼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