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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잘 보살피고 있나요?
‘예쁜 집’은 어디에나 있다. 유행하는 가구나 값비싼 소품 몇 개만으로 쉽게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지만 ‘취향을 담은 예쁜 집’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과 아이의 존재와 개인의 취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란 더 어렵다. 《나는 버리지 않기로 했다》의 저자인 조석경 씨는 리모델링을 통해 가족에게 꼭 맞는 집을 설계해 본인만의 정리정돈 습관으로 그 집을 정갈하게 보살피는 이다. 그녀의 노하우를 듣고 나면 지금 당장 집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싶어질지 모른다.
내가 꿈꾸던 집
“단순하면서도 서정적인 집을 꿈꿨어요. 저에게 단순하다는 의미는 집 안의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가 있고 그것을 관리하는 일이 번거롭지 않다는 뜻이에요. 그러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여유롭게 수납할 공간이 필요했고 우리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그 위치를 정하는 일이 중요했어요.
공간을 차갑게 만드는 세탁기, 냉장고, 밥솥 등의 가전제품은 최대한 밖으로 노출되지 않되 동선이 불편하지 않게 배치했어요. 그리고 온기가 느껴지는 나무 바닥, 시간의 흐름을 담은 빈티지 가구로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현재보다는 5년 후를 생각했죠. 나무는 시간이 갈수록 훨씬 더 멋스러워지잖아요. 저층이지만 거실과 주방의 큰 창문 덕분에 집 안으로 빛이 환하게 들어와요. 창으로 들어오는 빛과 바닥에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질감을 느끼고 있으면 꿈꾸던 집이 바로 여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건의 제자리
“리모델링 후에 크게 아쉬운 부분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돈이 안 되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어요. 안방의 욕실을 철거하고 그 공간을 반대편에 있는 붙박이장과 연결해서 시공했는데, 언제부턴가 물건이 쌓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당장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자꾸 그쪽에 두게 됐죠. 고민 끝에얼마 전 그 공간에 반대편과 마찬가지로 붙박이장을 설치했어요.
물건들이 방황하고 있다는 건 정확한 자리가 필요하다는 신호거든요. 그래서 이전에는 데드 스페이스였던 곳까지 수납공간으로 만들어 어수선하게 놓여 있던 물건들의 자리를 마련해 줬죠. 이젠 그 공간을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해져요.”
취향의 폭 좁히기
“본인이 좋아하는 것,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찾는 것이 중요해요. 의외로 자기 취향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저 역시 그랬어요. 저는 제가 아주 하얀 집을 좋아하는 줄알았어요. 그래서 이전 집은 벽도 바닥도 가구도 모두 화이트를 선택했는데 ‘하얀 것’은 제가 좋아하는 몇 가지 중 일부였다는 걸 집을 완성해 놓고서야 알았죠.
그때부터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날 때마다 나열해 보기 시작했어요. 책이나 SNS에서 보고 인상 깊던 공간, 여행지 혹은 영화 속 장면 등을 떠올리며 내가 꿈꾸는 공간의 이미지를 모아 보니 어렴풋이 내 취향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막연히 하얀색 집이 아니라 창 너머엔 푸른 나무가 있고, 온기가 있고, 묵직한 가구들로 집 안의 중심을 잡아주지만 어딘가 간결했으면 좋겠고…. 그런 식으로 나의 취향을 담은 집을 이미지화했어요. 구체적으로 벽, 바닥, 창문, 가구 등으로 대입해 나간 거죠. 살아보니 좋아하는 것으로 둘러싸인 일상이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지 몰라요.”
오로지 플랜A
“좋아하는 공간을 만드는 일은 플랜B 없이 오로지 플랜A로만 이뤄져요. 그러다 보니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또 필요한 물건이 생겨도 바로 살 수 없으니 때론 불편함을 감수하기도 해야 해요. 저도 전신거울이 필요하지만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고르지 못해 몇 년째 구매를 못 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언젠가 찾을 걸 생각하면 그 두근거림 때문에 아무 물건이나 대충 살 수가 없어요. 하나하나 그렇게 공들이다 보면 나를 둘러싼 물건들이 저마다 사연을 갖게 되고 모두 소중해져요.
저희 집에 오래된 빈티지 의자가 하나 있는데요, 아침마다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온 그림자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마음이 두근거려요. 그런 날은아이의 투정에도 너그럽게 대처하는 엄마가 돼요. 취향이 주는 힘이랄까요?”
습관이 된 살림
“예전에는 청소하는 방법이 궁금해 책과 블로그를 찾아보며 괜찮아 보이는 방법을 따라 했어요. 그런데 대부분 생각보다 조금 번거롭고 시간이 꽤 걸리더라고요. 유명한 청소법은 결국 지저분해진 순간의 해결법이 아닌 묵은 때를 얼마나 깨끗하게 닦아내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아주 개운하긴 하겠지만 한 번에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육아를 하면서부터는 실천하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대청소가 필요 없는 상태를 유지할 방법을 찾기로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짬짬이 살림을 하게 되었죠.
청소기를 돌릴 때 다른 한 손으로는 먼지떨이로 걸레받이 위와 가구, 조명의 먼지를 함께 떨어내고, 낡은 행주는 버리기 전 바닥을 닦아내고, 빨아야 할 수건으로 욕실의 물기를 닦았어요. 세탁기에 수건을 넣기 전에는 세탁기와 냉장고 주변까지도 닦아내고요. 내가 지금 있는 공간에서 해야 할 일은 그 자리에서 끝을 내면 하기가 수월한데 마음먹고 하려면 여간 쉽지 않거든요. 한 공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 ‘하는 김에’ 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어요.”
매일 오전 15분의 힘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오전 15분의 힘이에요. 매일 아침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바닥과 싱크대, 식탁 위를 비워요. 모든 공간을 매일 쓸고 닦지 않아도, 바닥과 가구 위에 있는물건들만 제자리를 찾아주어도 집 안이 한결 깔끔해지거든요.
개념을 청소(먼지를 쓸고 닦는 일)와 정돈(제자리에 두는일), 정리(버리는 일) 세 가지로 나누고 매번 완벽하게 해내겠다는 마음보다는 정돈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오전 15분이 모이고 모이니 손이 크게 가지 않는 집이 되더라고요.”
어디에서든 놀고 한 곳에서 치우기
“아이가 놀고 난 공간은 알록달록, 아니 얼룩덜룩에 가까워지죠. 물론 저희 집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집과 조금 달라 보이는 이유를 굳이 찾아본다면 아이 물건은 아이 방 외에는 수납하지 않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공용 공간은 아이가 없는 집처럼 보일 수 있어요. 거실, 서재, 주방 어디에서든 마음껏 놀게 허용하지만 수납 공간은 딱 한 곳으로만 정해 둬요. 장난감은 외출하기 전, 혹은 잠들기 전에 함께 치워요.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놀이처럼 해왔더니 지금까지 힘들어하진 않아요. 가족이 모든 장난감의 제자리를 알기 때문에 정돈하는 일은 정말 금방 끝나거든요. 장난감은 바구니를 이용해서 정해진 자리를 만들어 두는데, 용도가 비슷한 제품끼리 모아 두면 위치를 기억하는 게 어렵지 않고 장난감이 섞이거나 잃어버릴 일도 없어요.”
지금 아이의 모습에 집중하기
“아이 방에는 지금 시기에 필요한 물건만 있어요. 추억이 담긴 물건이나 물려받은 물건이 자리를 차지하지 않죠. 시기가 지난 장난감이나 작아진 옷, 신발은 당근마켓을 통해 정리해요. 아, 추억의 물건이라면 태어나서 처음 입은 배냇저고리 하나 있어요. 생각해 보니 저희 집에는 백일, 돌 사진 같은 아이의 기념 액자가 하나도 없네요. 그렇다고 저희가 아이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는 누가 뭐래도 당당한 딸바보인걸요. 저희 집에는 과거와 미래가 아닌 지금 사용하는 것만 있을 뿐이에요.
아이가 자라서 초등학생이 되면 아이가 고른 책상이나 침구로 방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지금 아이 방엔 제 취향을 담았다면 그때는 아이의 취향을 담아 아지트를 만들어 주는 거죠. 엄마와 함께 사용하는 놀이방이 무한한 꿈을 꿀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엄마 취향과는 사뭇 다르더라도 말이죠.”
보통의 주방이 아니더라도
“주방은 주부의 공간보다는 가족 공용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다이닝룸을 따로 만들 게 아니라 조리대부터 식탁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해 활용하도록 했죠. 리모델링 전에는 싱크대에 선 사람은 벽을 보고, 식탁에 앉은 사람들은 서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는 구조였어요. 반대로 몸이 식탁을 향해 있으면 함께하는 기분이 들어요. 설거지할 때 식탁에 앉아 그림 그리는 아이를 바라보는 일도 재미나고요. 늘 구석진 부엌에서 혼자 음식을 준비하는 엄마 뒷모습을 보고 자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가족이 밥을 먹을 때도 엄마는 계속 음식을 만들거나 설거지를 하셨거든요.
주방을 만들 때 엄마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싱크대 뒤로 있는 큰 창은 주방을 확장하기 전에 있던 발코니 창인데 창틀을 2:1로 비율을 바꿨더니 기대 이상으로 멋진 선물이 되었어요. 덕분에 저는 주방에서 사계절을 감상하고 있어요. 이 공간에 가장 오래 머무는 사람이 저라는 건 아주 큰 행운이에요.”
집 안에서 느끼는 계절
“계절과 날씨에 따라 집의 얼굴을 바꿔 주면 공간을 훨씬 더 즐겁고 편안하게 만들 수 있어요. 녹음이 짙은 계절엔 창밖 풍경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소파 위치를 옮기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스산한 계절엔 집 안의 온기를 올려 줄 패브릭이나 소품들로 분위기를 바꿔 보는 거예요. 크리스마스에는 커다란 트리를 꾸미고 조금 화려한 카펫으로 연말 분위기를 내죠. 집을 가꾼다는 건 단순히 집을 예쁘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잃어버린 나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이에요. 꾸준히 집을 사랑하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죠”
소소한 일상과 살림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살림하기좋은날’로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집을 정갈하게 가꾸는 노하우를 정리한 책 《나는 버리지 않기로 했다》를 썼으며, 홈&리빙 브랜드 이공사홈을 운영한다. 204home.co.kr
에디터 이다은
사진 조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