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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을 이어온 철학, 끊어지지 않을 흐름
고집을 지키는 일은 어렵다. 수많은 노력과 인내, 그리고 확신이 필요하다. 이토록 수월찮은 과정을 계속 지켜나가는 브랜드는 대개 마지막이 없다. 수십 년, 수백 년을 이어갈 철학이 깊숙이 담겨 있기에.
멜버른Melbourne. 33년의 처음이 녹아있는 도시다. 데니스 파파티스Dennis Paphitis. 시작과 다음을 연결하여 이끌어갈 이름이다. 에피스테메Episteme. 피부와 감각을 통해 지식을 얻는다는 믿음을 탐구하기 위한 인스톨레이션이다. 더 북The Book. 치유, 피부, 디자인, 건축 그 이상이 담긴 책이다. 33년을 지낸 시간 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수많은 언어를 쌓아간다. 이솝의 또 하나의 언어, 수잔 산토스Suzanne Santos에게 들어본다. 그동안의 언어, 지금의 언어, 앞으로의 언어에 대해.
Chapter. 1
수잔 산토스Suzanne Santos | 이솝 최고 고객 책임자Chief Customer Officer
프로젝트 ‘에피스테메Epistēmē’를 위해 한국에 방문하셨어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에피스테메는 고대 그리스어로 지식이나 이해를 뜻해요. 우리가 이해하는 많은 부분이 감각을 통해 흡수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에피스테메라는 제목을 선택했죠. 피부는 흥미롭게도 ‘상식Common Sense’이라고도 불리는 감각의 시놉시스로 작용해요. 뿐만 아니라 신체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이어주는 인터페이스기도 하고요. 이러한 이해에서 영감을 받아 스토어 공간을 감각의 극장으로 새롭게 구성했어요. 이 새로운 공간에서 예술가 바트 헤스Bart Hess의 영상 5편을 선보이는데, 각 작품은 이솝 제품이 피부의 표면에 닿아서 신체와 감각에 영양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해요.
‘피부와 감각을 통해 지식을 얻는다.’라는 믿음을 필름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관객이 인스톨레이션을 어떻게 바라보길 바랐나요?
작년 멜버른에서 에피스테메를 시작했어요. 멜버른의 마이어 버크 스트리트의 윈도우에 작품을 설치해 각각의 제품 카테고리를 표현하는 영상을 상영했죠. 아시아, 이번에는 특히 한국의 이솝 고객들이 설치작품을 통해 확장된 영상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랐어요. 한국의 설치작품은 두 가지 주요 요소, 피부와 재료로 이루어졌어요. ‘피부’를 나타내는 구조적인 왁스 코튼과 캐리코트Carrycot로 조성한 구조물로 순환과 이동을 만들어내 방문객들이 ‘물질’을 나타내는 영상을 감상하도록 안내했죠. 영상은 이솝의 다섯 가지 제품 카테고리에 대한 피부 반응을 극적으로 표현해 오감을 자극하고 제품의 느낌을 전달해요. 설치작품을 통해 모두가 잠깐 멈춰 서서 감각을 통해 어떻게 다양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프로젝트에 영감을 준 이솝 제품에 대해 좀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요.
바트 헤스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은 어땠나요?
이솝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예술가를 선정하는 첫 단계로 예술가의 미적 특성과 주장이 우리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살펴봐요. 그의 활동은 재료와 피부의 상호작용에 관한 거예요. 더 중요하게 신체적 요소와 가상적 요소를 결합하는데 우리 제품의 경험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흥미로운 영역이었어요.
Chapter. 2
그럼 《이솝: 더 북》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게요.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오피스 동료들이 전부 이 책을 탐냈어요. 작품집을 보는 것 같았거든요. 이솝의 기업 철학과 디자인 철학이 담긴 책인가요?
《이솝: 더 북》은 이솝의 근간이 되는 가치, 즉 제품 디자인, 리테일 공간, 지적인 교류에 대한 독특한 관점과 확고한 약속을 기념하는 책이에요. 저서는 이솝의 진실을 다룬 유일한 원천으로 역사적 기록이자 우리의 동인과 매혹에 대한 관점을 보여주죠. 이 정도로까지 공개적으로 다룬 적 없지만 이 책에서는 이솝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제시해 이솝의 미스터리, 특이함, 행운과 타협하지 않는 접근법의 건전한 조합을 공유하고 차별화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 책을 통해 이솝의 세계와 내부 업무 방식을 좀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시점, 그러니까 33주년에 책을 만드신 이유가 궁금해요.
이솝 창립 33주년을 맞아 브랜드 스토리를 자세히 공유할 기회를 갖고 싶었어요. 33년이면 과거를 되돌아보기에 적절한 시기 같았어요. 무엇을 포함하고 무엇을 생략하고 어떤 순간을 기념할지 선택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이 책은 이솝 역사를 기록한 자세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이솝에 기여한 분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모음집이죠.
이솝은 33년 동안 언제나 어떤 분야에서도 ‘작품’을 탄생시켜왔어요. 이솝의 시그니처 갈색 유리병 디자인은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
이솝이 이런 유형의 패키징을 최초로 선보인 회사예요. 우리의 주된 목적은 언제나 내용물의 품질을 보장하는 거죠. 용기는 기능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과하지 않아야 해요. 우리가 미적인 요소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갈색 병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만큼이나 제품을 보호하는 기능도 수행해요. 또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약속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하고요.
이솝 그리고 데니스 파피티스Dennis Paphitis가 가장 중점적으로 책에 담으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요?
데니스의 첫 헤어살롱의 소박하지만 세심하게 구성된 환경, 제품 제작에 따른 시련, 회사의 고유한 내부 업무 방식, 지속적으로 예술·문화·자선 파트너십을 맺어올 수 있던 우연한 만남 등 이 책은 좀처럼 인식할 수 없던 교훈과 디자인 코드에 관한 통찰을 제시해서 이솝에 대해 세포 단위까지 자세히 알려줘요. 이 책이 전세계 이솝인들에게 이솝의 역사를 더 많이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원천이자 이솝 제품과 공간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고객과 생각이 같은 분들에게 이솝에 대한 깊은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자료로 가치가 있기를 바라요.
공동 저자로 참여한 제니퍼 다운Jennifer Down은 이솝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나요?
제니퍼는 2017년 인하우스 카피라이터로 이솝에 입사했어요. 그녀는 건축과 관련된 글을 쓰고 고객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어요. 이솝 브랜드에 대한 심도 깊은 지식과 이해를 갖추고 있어 창립자 데니스 파피티스와 함께 회사의 첫 번째 저서를 공동 저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죠.
《이솝: 더 북》의 사진은 모두 사진작가 야마모토 유타카Yutaka Yamamoto가 촬영한 건가요?
책에 등장하는 모든 스토어를 새롭고 일관된 이미지로 담아내기 위해 사진작가 야마모토 유타카에게 사진을 의뢰했고, 전체적인 스타일과 레이아웃 작업은 외부 아트 디렉터 쥘리앵 노테르가 맡아주었어요. 아카이브 이미지 검색과 관련해서는 소피 알렉시아데스(글로벌 패키징 프로젝트 매니저)가 오래된 제품, 캠페인 이미지 및 사진을 아카이브에서 찾아서 해당 작품에 대한 사용 승인을 소급해서 구하는 등 힘든 작업을 맡아주었죠. 스토리는 사내 라이팅 팀(다이앤 쿡, 쥘리앵 귀유, 제니퍼 다운)이 회사 전체의 수많은 주요 출처를 통해 수집했고요. 최종 내용은 데니스 파피티스와 제니퍼 다운이 저술하고, 외부 에디터 단 건이 편집을 맡았어요.
‘뉴욕 리졸리’라는 출판사와 함께 작업하셨어요. 함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리졸리 출판사가 데니스에게 수차례 연락해 이솝 북을 출간하자고 설득했고, 우리는 패션, 인테리어 디자인, 요리, 예술, 건축, 사진 분야의 고품격 서적으로 저명한 출판사이자 널리 존경받는 파트너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죠.
그럼 첫 기획부터 함께하신 건가요?
책의 콘셉트는 2017년 12월 리졸리의 프랑스 편집 회사인 카시 에디션Cassi Edition과 데니스 파피티스가 참여한 논의 과정에서 처음 제안되었어요. 초기 기획 단계에서 우리가 담고자 하는 주제, 스토리, 스토어에 대한 대략적인 스케치를 제시했고 프로세스가 진행되면서 구체화되었죠. 리졸리는 자사의 엄선된 리테일 스토어와 온라인 채널을 통해 이솝 북을 판매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판매되는 책의 커버 디자인은 이솝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것과는 약간 다른 버전이에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솝은 또 어떤 행보를 이어갈까요? 한국에서의 새로운 활동도 기대가 돼요.
이솝은 매년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고 계속해서 창의적인 컬래버레이션을 모색할 예정이에요. 적절한 시기에 여러분에게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첫인상은 잔상이 길다. 처음 맡았던 잔잔한 숲의 냄새는 여전히 좋고, 내 삶의 이곳저곳에 스며 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하여 내게 깃든 그 냄새가 변할 것 같진 않다. 그로 인해 치유되는 내 마음도.
에디터 정혜미
사진 이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