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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내가 아무튼 시리즈를 쓴다면….’ 남몰래 그런 생각해 본 적 있지 않아요?
여기, 누군가의 세계가 있다. 단어 하나로 집약되는 이 세계는 아주 작은 세계일 수도, 생각보다 커다란 세계일 수도 있다. 얼마큼의 세계이든 중요한 건 그 세계가 모여 누군가를 이룬다는 사실이다. 내 세계를 조금 더 알고 싶게 만든 책, 누군가의 키워드를 들여다보며 웃고 울게 만든 책, 내 세계를 돌아보며 나만의 단어를 헤매고 싶게 만든 책. 이 책들은 위고, 코난북스, 제철소 세 출판사가 모여 만든 ‘아무튼’ 시리즈 마흔 다섯 권의 면면이다.
01 아무튼, 피트니스 | 류은숙 | 코난북스
02 아무튼, 서재 | 김윤관 | 제철소
03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 장성민 | 위고
04 아무튼, 쇼핑 | 조성민 | 위고
05 아무튼, 망원동 | 김민섭 | 제철소
06 아무튼, 잡지 | 황효진 | 코난북스
07 아무튼, 계속 | 김교석 | 위고
08 아무튼, 스웨터 | 김현 | 제철소
09 아무튼, 택시 | 금정연 | 코난북스
10 아무튼, 스릴러 | 이다혜 | 코난북스
11 아무튼, 방콕 | 김병운 | 제철소
12 아무튼, 외국어 | 조지영 | 위고
13 아무튼, 로드무비 | 김호영 | 위고
14 아무튼, 딱따구리 | 박규리 | 위고
15 아무튼, 트위터 | 정유민 | 코난북스
16 아무튼, 발레 | 최민영 | 위고
17 아무튼, 비건 | 김한민 | 위고
18 아무튼, 양말 | 구달 | 제철소
19 아무튼, 식물 | 임이랑 | 코난북스
20 아무튼, 술 | 김혼비 | 제철소
21 아무튼, 요가 | 박상아 | 위고
22 아무튼, 문구 | 김규림 | 위고
23 아무튼, 예능 | 복길 | 코난북스
24 아무튼, 기타 | 이기용 | 위고
25 아무튼, 떡볶이 | 요조 | 위고
26 아무튼, 하루키 | 이지수 | 제철소
27 아무튼, 순정만화 | 이마루 | 코난북스
28 아무튼, 메모 | 정혜윤 | 위고
29 아무튼, 산 | 장보영 | 코난북스
30 아무튼, 여름 | 김신회 | 제철소
31 아무튼, 스윙 | 김선영 | 위고
32 아무튼, 언니 | 원도 | 제철소
33 아무튼, 달리기 | 김상민 | 위고
34 아무튼, 연필 | 김지승 | 제철소
35 아무튼, 반려병 | 강이람 | 제철소
36 아무튼, 목욕탕 | 정혜덕 | 위고
37 아무튼, 뜨개 | 서라미 | 제철소
38 아무튼, 후드티 | 조경숙 | 코난북스
39 아무튼, 인기가요 | 서효인 | 제철소
40 아무튼, 클래식 | 김호경 | 코난북스
41 아무튼, 장국영 | 오유정 | 코난북스
42 아무튼, 싸이월드 | 박선희 | 제철소
43 아무튼, 바이크 | 김꽃비 | 코난북스
44 아무튼, 술집 | 김혜경 | 제철소
45 아무튼, 아이돌 | 윤혜은 | 제철소
아무튼 시리즈 저자가 추천하는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방콕》, 《아무튼, 뜨개》
‘시절 음식’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책에도 그러한 게 있다. ‘시절 독서’라고 이름 붙이면 좋을 것이다. 한 계절에서 다른 계절로 건너갈 즈음 식전요리처럼 가벼이 읽게 되는 책.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아무튼, 스웨터》를 늘 펼쳐 읽는다는 독자를 알고 있고, 나는 그것을 큰 기쁨으로 여긴다. 겨울의 책 하니 아무튼, 여름의 책이 자연히 떠오른다. 《아무튼, 방콕》. 코로나19 때문에 ‘방콕’이라는 도시는 이제 가깝고도 먼 도시가 되었지만, 방콕이 여름의 도시이고, 그 여름의 도시에 며칠 머무는 일이, 무엇보다 마음이 통하는 이와 함께 지내며 수영하고, 독서하고, 먹고, 걷는 일이 여름을 위한 일이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 한 시리즈에 속한 책들을 요리조리 짝 맞춰 챙겨 읽으며, 계절이 오고 감을 느끼는 것은 소소한 듯 위대한 기쁨. 소설과 대설 사이. 나는 오늘 따뜻한 우엉차와 함께 《아무튼, 뜨개》를 펼쳐 보려 한다. ‘겨울이구나.’ 속삭이며.
– 《아무튼, 스웨터》 저자 김현
《아무튼, 연필》
아무튼 시리즈 안에서 《아무튼, 연필》은 무척 이질적인 에세이다. 아니, 아무튼 시리즈 바깥에서도 그렇다. 대개의 연필 애호가들이 갖고 있고 공유하는 어떤 은유와 감성들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어떤 안전지대에도 머물지 않고 독자들을 의외의 장소, 의외의 시간, 의외의 마음들 속으로 끊임없이 보내는데 이 여정이 무척 황홀하다. 연필 하나로 시대를 넘나들며 젠더 문제를 관통하고 우주(은유적 표현이 아닌 실제 우주)로까지 거침없이 뻗어간다. 연필을 발명하는 단계에서 지워져 버린 여성의 목소리, 연필이 갖는 ‘임의성’이 한 시대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와 공명하는 순간, 우주인 이소연의 연필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늘 조금 울고만다. 흑연이 부서지며 글자를 기입하는 것이 연필이듯이, 약자들이 부서지며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기입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로도 다가오는 뭉클하고 근사한 책.
– 《아무튼, 술》 저자 김혼비
《아무튼, 술》, 《아무튼, 인기가요》
아무리 이야기해도 입 아프지 않은 책이 있다면《아무튼, 술》이다. 술도 김혼비 작가의 글도 좋아하니 어쩔 수 없다. 읽기 전부터 정해져 있던 운명같은 사랑이다. 반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빠져들 거라 생각지 못했던 아무튼 시리즈도 있다. 서효인 작가의 《아무튼, 인기가요》다. 술에 이어 가요라니, 음주가무적 측면에서는 당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전까지의 나는 제대로 귀 기울여 본 적도 없으면서 인기가요는 멋없는 취향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편견으로 가득한 막귀였다는 걸 고백한다. 《아무튼, 인기가요》는 내가 몰랐던 아름다운 ‘3분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어주었다. 이제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케이팝이 빼곡하고, 나는 그게 전혀 부끄럽지 않다. 뭔가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놀랍다. 그 이유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일은 즐겁다. 《아무튼, 술집》을 쓰면서도 느꼈다. 맛있는 술과 안주 그리고 다정한 술친구들이 있는 술집은 흑역사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걸. 좋아하는 것에 대해 종이 한가득 떠들고 싶게 만들고, 그런 마음을 통해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그게 아무튼 시리즈의 힘이다.
– 《아무튼, 술집》 저자 김혜경
《아무튼, 비건》
나는 어느 날 무언가를 보았고 알게 되었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변화를 시도했다. 시도의 결과는 좋았고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았고 그러다보니 이제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이게 다다. 이게 대체 무엇에 관한 이야기일까? 요가? 해독주스? 달리기? 힌트를 한 문장 더 주겠다. “당신도 연결되었나요?” 이 글은 《아무튼, 비건》의한 문장이다. 이게 이 책 내용의 전부다. 해보니 좋을 뿐 아니라 세상과 더 잘 연결되게 하는 책이다.
– 《아무튼, 메모》 저자 정혜윤
《아무튼, 발레》
《아무튼, 발레》는 책 자체도 훌륭하지만 추천의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음흉). 나는 이 책 덕분에 아무튼 시리즈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깨달았다. 사실 나는 발레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다. 고백하면 《아무튼, 발레》를 읽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갑자기 발레리노의 꿈을 꾸게 됐다거나 발레 학원을 등록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래서 재미있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을 거라 생각한 분야에서 뜻밖의 즐거움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처음 만나는 세계의 생경함뿐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기시감의 감정 또한 있었다. 아무튼 시리즈를 즐기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역시 내 관심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저 멀리로 선택의 팔을 뻗어보자. 평소 잘 몰랐거나 무관심했던 카테고리라면 오히려 좋다. 《아무튼, 발레》가 내게 남긴 즐거움을 여러분도 느끼기를 바라며!
– 《아무튼, 달리기》 저자 김상민
아무튼 시리즈는 세 출판사가 함께 펴내는 독특한 시리즈다. A, B, C로 표기한 세 출판사의 정체는 맨 아래 숨겨두었으니 출판사 이야기에 오롯이 귀 기울여 보자.
아무튼 시리즈를 세 개 키워드로 소개해 주세요.
A 애호, 정체성, 연결.
B 애호, 협업, 발견.
C 선호, 태도, 기쁨.
출판사마다 시리즈 특징이 있을 것 같아요.
A 시작은 조금 달랐지만 지금은 연결을 많이 생각해요. 나만의 취향을 넘어 다른 세계, 생명과의 연결을 꿈꾸죠.
B 좋아하는 그 무엇을 파고들어 가는 이야기보다는 그 무엇을 좋아하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달라고 작가들에게 늘 당부해요. 좋아하는 마음 자체를 담고자 하거든요. 그에 더해, 좋아 미치겠다고 활활 타오르는 이야기보다는 오래도록 뭉근하게 좋아해 온 온기에 가까운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죠.
C 얼마 전에 저희가 펴낸 아무튼 리스트를 쭉 훑어보다가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어요. 주로 몸보다는 돈이나 마음 쓰는 걸 선호하더라고요.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기도 하고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 성향이 반영된 것 같아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액티브한 활동보다는 무언가를 보거나 듣거나 입거나 마시거나… 그런 정적인(?) 취미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C의 아무튼을 눈여겨봐 주세요.
‘정말 의외다.’ 싶던 소재가 있다면요?
A 《아무튼, 계속》. 특정 대상과 행위를 명사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행위들의 지속성에 방점을 둬 부사로 표현한 것이 생각나네요. 《아무튼, 메모》의 경우엔 키워드는 평범하지만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우리가 예상하는 메모의 한계를 넘었다는 면에서 예상치 못한 소재였어요.
B 《아무튼, 후드티》. 작가님도 책에 썼듯이 후드티로 한 권이 될까 싶었어요. 다만 비혼 문과 출신 프리랜서가 대부분일 에세이 작가들과는 다르게 기혼 유자녀 이공계 직장인인 작가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기대했고, 그런 이야기가 담겼지요.
C 《아무튼, 양말》은 구달 작가님이 먼저 제안한 아이템이에요. 투고가 출간으로 이어진 첫 책이기도 하고요. 사실 계약서를 쓰기 직전까지 ‘과연 양말로 책 한 권이 나올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초고를 받고 내적 환호를 내질렀죠. “이게 가능하네! 심지어 귀엽고 멋지잖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아무튼, 비건》. 계약 당시에는 비건이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한(물론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시기였어요. 김한민 저자가 비건이라는 주제로 쓰고 싶다기에 좋다고 이야기하자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욕을 먹거나 공격받을 수도 있을 텐데요?” 하셨어요. 나중에 초고를 받고 보니 원고에서 분노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만큼 우리 사회가 비건에 대해 공격적이었고, 그런 과정을 견뎌온 작가의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졌지요. 그런데 예상치 않게 출간 이후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이 책을 통해 많은 분이 비건을 알게 되고, 비건 지향적인 삶을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다른 아무튼과 결이 좀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아무튼적인’ 책이에요.
B 론칭 디데이로 잡았던 2017년 가을 ‘와우북페스티벌’을 가끔 떠올려요. 기획 내용도 내용이지만 세 출판사가 공동으로 만든 브랜드라는 형식이 관심사가 될 것 같아 벌인 일이었고, 다행히 많이들 부스를 찾아줬지요. 의도가 적중했을 때의 기쁨! 작은 굿즈부터 스티커, 현수막까지 같이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느낌 또한 일인 출판사를 하면서 얻기 어려운 경험이었어요. 준비와 판매에 지쳐 몹시 초췌한 모습이 기사에 실리기도….
C 모든 책이 저마다 사연을 가졌지만 지금 떠오르는 건《아무튼, 뜨개》예요. 원래 이 아이템은 서라미 작가님이 B 출판사에 먼저 제안했어요. B는 아이템이나 샘플 원고가 마음에 들었지만 당시 내부 사정으로 계약하지 못했죠. 결국 그 원고가 저희에게 왔고 출간으로 이어졌어요. 자세한 에피소드는《아무튼, 뜨개》에 실려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세요!
저자 발굴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A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요. 투고 원고도 예전 같으면 출간할 수 있겠다고 판단할 원고가 현재 시점에서는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졌죠. 예를 들어, 아무튼 시리즈가 애호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서사 과정에서 공통된 양상이 보였어요. 애호의 대상을 만난 계기, 초심자에서 숙련자로 가는 과정에서의 도전과 성취, 그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나…. 소재가 달라도 이야기 흐름이 반복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지금까지의 아무튼이 친근한 것을 신선한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했다면 이제는 신선한 것을 더욱 신선하게 그려내는 원고를 찾게 돼요. 아무래도 원고를 보는 시선이 까다로워지는 것 같아요. 저희는 소재보다도 서술 방식이 새로운 아무튼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B ‘아니면 말고’ 식으로 툭 찔러보는 투고도 많지만 투고한다는 건 그만큼 간절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거 아닐까요. 저희 출판사에서 낸 13종 중 절반이 투고 혹은 제안이었고, 준비 중인 아무튼은 모두 작가가 먼저 제안했어요. 그리고 13종 중 작가의 첫 책인 경우가 9종이에요. 주제가 좁고 넓고를 떠나서, 같은 주제라도 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마음이 가요. 취향과 기호를 담은 에세이가 범람하는 만큼 짧은 글, 얇은 책이 아니라 밀도 높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살피려고 하죠.
C 투고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요. 예전에는 원고 하나를 세 출판사에 동시다발적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출판사별로 스타일이나 아이템의 성향, 저자의 결 등을 나름 분석해 ‘전략 투고’ 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그런 원고들은 아무래도 더 신경 써서 읽게 되죠. 요즘은 기획이나 아이템 발굴에 숨을 고르는 중이에요. 이 시리즈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미 계약된 타이틀도 많고요. 초기에는 관심 있던 저자에게 ‘당신의 아무튼은 무엇인가요?’ 하고 제안했다면, 지금은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골라 그걸 잘 쓸 만한 저자를 찾으려고 해요.
우리 출판사의 ‘아무튼’은?
A ‘아무튼, 연결’. 많은 사람이 아무튼 시리즈를 취향과 동일하게 보곤 합니다. 투고하시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요. 맞는 말이지만 한편으로 저희는 아무튼이 취향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취향과 애호를 들려주는 걸 시작으로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참조하는 과정을 지나 내 앞에 있는 다른 이의 얼굴을 잘 들여다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요. 그 다른 이가 인간을 넘어서, 다른 생명까지 이어지길 바라고요.
B 출판사와 나를 동일시할 수밖에 없는데, 작년에 쌍둥이 아기들이 태어났어요. 아무튼 시리즈를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라고 소개하는데 아이들은 내가 만든 세계이기도 하고, 나를 만든 세계이기도 하죠.
C ‘아무튼, 현재.’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 미래는 어둡고 현재는 막막하니까 자꾸 과거에 얽매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젠 예전으로 영영 돌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렇다고 바라는 미래가 빨리 올 것 같지도 않고요.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을 잘 살아내는 것밖에 없는 듯해요. 스스로와 주변을 망가뜨리지 않고 저희 출판사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현재’가 C를 이루는 세계가 되면 좋겠어요.
아무튼 시리즈의 내일을 상상해 볼까요?
A 소설가들이 말하죠. 소설을 쓰다 보면 주인공이 알아서 움직이며 자기 삶을 산다고. 지금의 아무튼이 그런 느낌이에요. 자기 생명력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랄까요? 처음 시작할 때 지금의 아무튼을 상상할 수 없었듯이 앞으로의 아무튼도 상상하긴 어려워요. 다만, 한층 더 깊어지고 넓어지기를 바라지요.
B 사람들이 모이면 ‘나는, 너는 이런 주제로 아무튼 쓰면 좋겠다.’고 웃으며 이야기한다는 걸 들었을 때 놀랐어요. 견디기 어려운 시절에 즐거운 대화, 상상의 계기가 되어 기뻐요.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아무튼시리즈 해시태그 게시물이 1만 개가 넘는다는 걸 알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처음의 마음처럼 느슨하게, 소박하게, 뭉근하게, 꾸준하게 나아가면 좋겠어요.
C 아무튼 시리즈는 많은 독자와 이어준 고마운 존재예요. 그래서 끝까지 좋은 모습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커요. 큰 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저자와 아이템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론칭할 때부터 세 출판사가 약속했어요. 아무튼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너무 많은 기준을 세우지 말고 출판사의 개성을 살려 자유롭게 기획하자고. 이 느슨한 연대가 아무튼 시리즈를 지금껏 지탱해 주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시리즈도 누군가의 여가를 채우고 있을 거예요. 여가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여가는 내가 나 자신과 가장 가까운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히려 그 시간에 자신에게서 가장 먼, 자신과 가장 다른 이야기를 찾아 듣고, 그 이야기에 따라 행동하면 좋을 거예요. 지금 긴요해 보이지는 않지만 결국에는 삶에서 중요한 것이 될 일들로 채워가는 시간. 여가가 그렇게 된다면 좋겠어요.
B 특별한 취미도 취향도 애호도 없는데 아무튼 시리즈를 만들었네 싶어 가끔 웃음이 나요. 주변 편집자들을 보면서 저자 혹은 독자를 상상했어요. 출근 전에 수영하고, 퇴근하면 발레를 배우고, 맛집을 순례하고…. 안 바쁜가? 그러다 그런 친구들이 멋져 보이기 시작했죠. 사전에 여가는 “일이 없어 남는 시간”이라고 되어 있던데 여가는 일의 대립항이 아니라 내가 나일 수 있는 시간, 내가 나일 수 있게 하는 무언가가 아닐까요? 마침 요즘 레고의 성인 타깃 카피가 ‘진짜 나를 찾는 시간Keep Your Flow’이더라고요.
C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오롯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게 된 거죠. 코로나19로 많은 걸 잃었지만 그 과정에서 얻게 된 것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변화도 그중 하나인 것 같고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잘 알려면 우선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봐야 하잖아요. 그 시간을 가지게 된 거죠. 아무튼 시리즈가 누군가의 여가를 채워주고 있다는 말이 참 좋네요. 가능하다면 오랫동안 그 역할을 하고 싶어요.
에디터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