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hing That Keeps You Alive

북스테이 모티프원
당신의 단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누군가의 아침과 밤이 있는 곳. 긴긴 대화와 겹겹이 쌓인 책들이 있는 곳. 어쩌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단 한 가지를 찾을 곳. 파주 헤이리 마을의 모티프원에는 수많은 인생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의문을 가지고 모티프원에서 하루를 보낸다.

듣는 사람의

바다가 있는 곳

모티프원motif 1을 지키는 이안수 선생은 인생의 후반전을 고민하며 파주 헤이리 마을을 떠올렸다. 20년 이상의 직장 생활을 마친 후 미국에서의 대학 생활, 오랜 세계 여행까지. 인생 전반전의 여행을 마친 선생은 마침내 정류할 곳으로 예술 마을 프로젝트가 시작되던 헤이리 마을을 택했다. 고향인 김천도, 오래 몸담던 서울도 아닌 낯선 마을 헤이리는 그에게 여러 가치관이 부딪히는, 다양한 사람들과 지혜를 나누며 성장할 기대가 있는 공간이었다.

“가장 먼저 아침을 열고 밤을 마무리해요. 머무는 분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저의 첫 번째 의무죠. 새벽에 눈을 뜨면 창문을 열고 음악을 틀어요. 창밖 새들의 이야기가 작게 들리면 음악 소리를 조금 낮추고요.”

선생의 하루는 창 너머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으로 시작해, 모티프원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듣는 사람의 너머에는 깊은 바다가 있다. 수많은 이야기가 쌓여도 넘치지 않을 드넓은 바다가. 선생의 바다는 모티프원이었고 16년간 모티프원에는 저마다의 인생 이야기가 켜켜이 쌓였다. 선택의 기로, 오랜 응어리, 깊은 외로움. 여러 인생들은 각자의 의문과 고민을 품은 채 찾아왔다. 사람들이 익숙한 집을 떠나 새로운 공간에서 하루를 묶어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선생은 그 이유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발견’에 있다고 말한다. 그 발견은 모티프원을 채운 1만 4천여 권의 책에 있을 수도 있고, 그가 직접 만든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공간 자체에 있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모티프원에서 낮과 밤을 보내며 혼자 묵혀놓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어 보이기도 한다. 내일이면 사라질 오늘의 고백이 마음을 자유롭게 한다.

“여기선 자신을 괴롭히던 외부에 맞서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어요. 저와 긴 대화를 나누며 답을 찾을 수도 있고, 홀로 책을 읽으며 답을 찾아 숙고할 수도 있죠. 어쩌면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내일이면 그저 남이 될 수도 있는, 그래서 눈치 볼 필요가 없는, 결국엔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 모티프원에 있어요.”

가족이

돌아올 자리

모티프원이 더 궁금했던 이유는 SNS에 가끔 올라오는 ‘동거일기’ 글 때문이었다. 이안수 선생과 그의 아내 강민지 선생은 각자의 일과 여행, 그리고 삶을 위해 자연스레 별거를 택한 부부다. 따로 일상을 보내다 서로가 보고 싶을 때 파주와 서울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두 분이 만나는 날을 기록한 글이 그날의 동거일기가 되는 것이다. 곧 한 권의 책으로 묶일 두 분의 동거일기는 통념을 뒤로한 가족의 추억이 촘촘히 새겨졌다. 흩어져 살았던 가족의 중심을 잡아온 아내만의 시간이 남편의 시선으로 다정히 기록되었다. 글과 사진으로 역어본 가족의 지난 장면들은 저마다 우리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모티프원은 게스트하우스지만 훗날 흩어진 가족이 모일 ‘집’이기도 하다. 연극배우인 큰 딸이 놓고 간 DVD와 대본, 낡은 수첩들이 손님들이 묵어갈 방 한쪽에 그대로 남아 있다. 모티프원의 공간이 더 따뜻하고 익숙하게 느껴지는 건 가족들의 삶이 배어 있는 까닭이다.

“늘 함께 사는 것이 가족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가족이란 멀리 떠나 있다가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공간과도 같아요. 언젠가 모티프원이 문을 닿으면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가족들의 둥지가 될 수도 있겠죠.”

매일을 함께 보내지 않기 때문에 마주하는 시간은 더욱 각별해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보낸 일상엔 서로가 모르는 또 다른 경험이 있다. 늘 새로운 남편, 아내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약속처럼 만나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귀 기울이는 하루하루가 모여 부부의 소중한 동거일기가 쌓여간다.

여행자가

정주할 곳

창작 동기를 뜻하는 ‘Motif’, 그리고 숫자 ‘1’. 모티프원은 게스트하우스이기 전에 아티스트가 머무는 창작 공간이기도 하다. 모티프원에서 말하는 아티스트는 예술을 창작하는 사람, 또는 인생을 살아가는 평범한 여행자를 뜻한다. 예술 창작이 모티프로 시작하듯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도 동기가 필요한 법이다. 모티프원은 여행자에게 묻는다. ‘당신의 인생에서 평생을 추구할, 단 하나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모티프원에는 수많은 책들이 있지만 제가 가장 아끼는 책은 머물다 가신 분들이 남긴 방명록이에요. 어떤 분은 저와의 대화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하고, 중대한 선택을 앞둔 분은 이곳에서 해답을 얻기도 해요. 하지만 정작 더 큰 가치를 배운 건 저 자신이에요. 모티프원에서 나눈 대화는 새로운 생각을 낳고 제가 몰랐던 저 자신을 발견하도록 도와줘요.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죠.”

A.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38-26 

H. motifone.co.kr

인생을 시간 때우기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살아 있기 때문에 그저 사는 것이라고. 집 없는 여행자처럼 산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동기’가 필요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길을 잃어도 언제든 돌아갈 집이 있는 것처럼, 삶의 의미가 희미해지면 내가 살아갈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다. 만약 삶의 모티프를 찾는 것이 버겁다면 누군가와 대화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모티프원에서 매일 밤 이뤄지는 긴긴 대화처럼 나의 모티프를 발견하는 순간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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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이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