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low Woven Cloth

일본의 나오키 가족

천천히 짜인 옷감

반가워요. 먼저 가족 소개를 해볼까요?

안녕하세요. 우리는 ‘에미오스emiowasu’라는 이름으로 옷을 만들고 있어요. 자연에서 온 소재를 주로 사용하며, 각국의 민속복과 생활복을 모티브로 현대 생활과 스타일에 맞는 물건을 만들어요. 저와 아내 준코, 아들 소타까지 세 가족이 함께 오카야마현에서 살고 있어요. 준코는 패턴을 만들며 옷을 디자인하고 저는 전반적인 경영을 맡고 있죠. 소타는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는데요. 에미오스 일은 전혀 도와주지 않아요. 그 점이 조금 아쉽네요(웃음).

 

또래 아이들과 비슷하네요(웃음). 소타의 요즘 관심사는 뭔가요?

게임에 푹 빠져 있어요. 같이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 게임을 하니까, 자기도 따라 하고 싶은 것 같아요. 탐탁지 않지만 못하게 막지는 않아요. 소타도 가족과의 대화를 좋아하고 식사 준비를 잘 도와주거든요. 최근엔 일주일에 두 번, 준코와 함께 가라테空手道를 배우고 있어요. 단순히 게임이나 배우는데 관심이 많기보다는 친구처럼 함께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 같아요.

 

SNS에서 봤을 때는 소타의 관심사가 자연에 있을 줄 알았는데, 조금 다르네요(웃음).

소타는 학교생활을 충분히 즐기고 있어요. 친구들을 아주 소중히 여기고요. 밭일이나 장작 패기, 동물 돌보기처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함께 하면 좋겠지만, 사실 소타가 실질적으로 거들 수 없는 일들이기도 해요. 그래도 이번 겨울엔 같이 떡메치기를 하고 된장도 담갔어요. 야채와 과일을 수확하면서 버섯 씨앗 내기도 함께 했죠. 이 모든 경험이 훗날의 삶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소타가 어려워하더라도 열심히 가르쳐 주고 있는 단계예요.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과 가까운 삶을 이루고 있어요. 살고 있는 곳은 어떤지 궁금해요.

우리는 오카야마현의 ‘기비추오초’라는 지역에 살고 있어요. 옛날 그대로의 사토야마さとやま(마을 가까이에 있어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산이나 삼림) 경치가 남아 있는 동네예요. 오래된 절과 거리, 계단식 논의 아름다운 풍경이 돋보이는 지역이죠. 전통 축제도 아직까지 진행하고 있고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이 가득한 곳이에요. 여기서 우리 가족은 늘 비슷한 일상을 보내요. 낮에는 농사일을 하고 채소를 수확해서 밥을 지어 먹고 밤이 되면 기르고 있는 염소와 강아지들을 돌보는 일을 반복해요. 참, 얼마 전에는 기르던 오골계가 여우에게 잡아먹힌 사고가 있었네요…. 특별한 일상은 없지만 가끔 크고 작은 일을 경험하며 살아가요.

 

동화 같은 일상이에요. 오카야마에서 살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 왔을 때 라오스의 마을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어요. 여행하면서 그곳의 마을 풍경을 참 좋아했거든요.

 

여행의 기억이 사는 곳까지 연결되었네요. 나오키와 준코도 여행지에서 만났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중국 청두에서 만났어요. 당시에 저는 2년 동안 중국과 동남아시아, 인도를 돌아다니며 배낭여행을 하고 있었고, 준코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었죠. 준코가 티베트 여행을 마치고 중국에서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날에 극적으로 만났어요. 그날 이후 우리는 1년간 태국과 인도를 함께 여행했어요. 자주 옷을 만들어 입으며 지냈죠.

 

그럼 여행하면서 옷을 만들기 시작한 걸까요?

그렇죠. 인도에는 옷을 지어주는 테일러 상점이 많아요. 자기 체형에 맞춰 옷을 지어 입는 일이 보통의 문화예요. 저희도 처음엔 상점에 옷을 의뢰하고 맞춤옷을 받아 입는 즐거움을 누렸는데, 바라던 대로 옷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진 않았어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 입기로 한 거죠. 현지에서 짠 옷감을 가지고 손바느질로 옷을 만들었어요.

대단해요. 동남아시아 각국의 장인들과 옷을 만드는 게 에미오스의 특징인데, 여행 경험이 에미오스의 운영 방식으로 이어졌네요.

그런 셈이죠. 에미오스를 시작하고 초반에는 인도에서 손으로 짠 숄이나 니트, 재킷, 베스트, 장갑, 양말처럼 다양한 품목을 만들었어요. 태국에서는 손으로 짠 무명으로 손바느질한 옷을 만들었고요. 10년 전부터는 일본에서 직조기로 옷을 만들고 있어요. 현지 마을을 직접 방문하고 제작자분들과 소통하면서 제작하는 것이 에미오스의 가장 큰 특징이죠. 물론 요즘 시기에 직접 방문은 어렵지만 소통의 끈은 놓지 않으려 해요. 그래서 우리 옷에는 만드는 사람의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 보이는 것 같아요. 손으로 꿰매는 옷은 어딘가 따뜻한 온도가 담겨 있죠. 물건의 부드러운 표정을 발견할 수 있어요. 

 

옷을 만드는 방식이 참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이 점도 여행 때 겪은 생활 방식이 이어진 것 같아요. 인도나 태국 마을에는 자연과 인간이 균형을 잡아 공존하는 삶이 있어요. 요즘은 보기 어려운 방식인데, 우리만은 그 풍경을 닮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반드시 흙으로 돌아가는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면이나 마, 실크, 울 같은 소재는 언젠가 흙으로 되돌릴 수 있지만 화학 섬유는 100년이 지나도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잖아요. 옷감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궁리했던, 옛날의 옷 짓기 과정을 그대로 담아 가고 싶어요.

 

소타는 이렇게 멋진 옷을 만들어주는 부모님이 있어 좋겠어요.

태어날 때부터 준코가 만든 옷을 입히고 있는데요. 롬퍼스부터 시작해 바지, 모자, 셔츠까지 모두 촉감 좋은 유기농 면과 손으로 짠 천으로 손바느질해서 만들었어요. 태국 카렌족의 셔츠와 다람쥐족의 바지는 직선으로 떨어지는 느긋한 형태라서 아이가 성장해도 입힐 수 있죠. 손으로 짠 원단은 아이들이 스스로 고를 정도로 피부에 닿는 느낌이 좋아요. 그런데 소타는 학교에 들어가면서 친구들과 다른 옷을 입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나 봐요. 이제는 준코가 단순한 원단으로 만든 바지 정도만 입고 싶어 해요. 소타가 자라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변화겠죠(웃음).

 

성장하고 있네요(웃음). 끝으로 지면을 빌려 나오키네 가족의 미래를 이야기해 볼까요?

편안하게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조금씩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예요.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옷을 만들며 제작자와 손님을 연결하고 싶어요. 준코는 지금보다 더 많은 동물과 생활하고 싶다고 하네요. 저는 옆 산에 작은 가게를 차려서 우리가 만든 옷을 소개하고 직접 만든 차와 밥을 사람들에게 내어드리고 싶어요. 소타의 가까운 목표는 가라테 검은띠를 벗는 것이고요. 훗날에는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더 많은 동물들과 살고 싶다고 해요. 그러면서 돈은 많았으면 좋겠대요. 현실적이면서 낭만적인 미래를 꿈꾸고 있죠(웃음).

 

emiowasu.thebas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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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

photography Abe Nao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