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Hidden Way Of Seeing

조금 다른 각도
플랜트 소사이어티 1 최기웅

자신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상상하는 것, 정답 없는 길에 자신을 믿고 풀어 두는 것. 이 모든 건 결국 조금 달리 보는 일에서 시작했다. 식물들의 사교 클럽, ‘플랜트 소사이어티 1prant society 1’의 최기웅 대표는 새로운 것을 가까이 두고 잘 들여다보는 사람이었다. 그를 만나 식물 얘기를 실컷 하려고 했건만 어느 순간 계획한 질문들은 무용지물이 됐다. 인터뷰는 길을 잃었지만 또 다른 대화는 시작되었다.

먼저 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반가워요. 저는 ‘플레이크FLAKE’라는 경험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최기웅입니다. 스타트업 회사 컨설팅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디자인까지 다양한 브랜딩,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있어요. 사실 저 자신을 정확히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기가 참 어려워요(웃음). 지금의 플랜트 소사이어티 1(이하 ‘p-s-1’)을 오픈하기 전까지는 이베이의 브랜드 경험 설계 조직에 있었고요. 아마 경험을 설계한다는 분야가 조금 어렵게 들리실 텐데요.

 

조금 생소한데요. 어떤 경험으로 이해하면 좋을까요?

경험 설계는 말 그대로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이에요. 예를 들면 p-s-1은 ‘식물’이라는 매개로 다양한 문화를 데려와 새로운 경험을 제안하는 곳이에요. 이곳에서 식물은 경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는 하나의 소재가 되죠. 그 소재가 무엇이든 제가 하는 일의 본질은 경험에 있고요. p-s-1이란 공간에서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지를 디자인하는 거예요.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저를 소개하게 된 건 시대의 변화를 느끼면서부터였어요.

 

어떤 시대의 변화일까요?

음… 혹시 아주 어릴 때 꿈이 뭐였어요?

 

어… 저는 어떤 영화를 보고 변호사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꿈을 직업으로 대답한다면 기자님은 요즘 사람이 아니에요(웃음). 지금 사람들은 꿈을 직업으로 말하지 않아요. 일단 명사가 아니죠. 대부분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이런 면에서 저는 세대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단편적으로 느껴요. 꿈을 직업으로 이해한다면 그 직업을 가지게 됐을 때 꿈은 사라지게 되잖아요. 직업의 카테고리에 갇혀서 다른 일을 하는 데 제한이 생기고요. 저는 원래 디자인을 했던 사람으로서, 디자인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여서 한계를 마주하는 상황이 늘 아쉬웠어요. 경험을 설계한다는 맥락 안에서 움직인다면 더 다양한 일을 꾸릴 수 있고 제가 하는 일에 가능성을 열어 둘 수 있죠. 꿈을 직업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더 넓은 가능성을 열어 두고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요.

 

그렇게 경험을 설계하는 공간 중 하나가 p-s-1인 거네요.

그렇죠. 사실 제가 식물이 너무 좋아서 p-s-1을 오픈한 건 아니에요. 저보다 아내가 식물을 더 좋아하는데, 아내를 통해서 제가 식물을 보는 시선이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 MBTI가 강한 INTP인데요(웃음). 본래 이성적이고 공감 능력이 현저히 낮은 성격이에요. 아내는 반대로 공감 능력이 높은 성향이라 둘이 식물을 볼 때 관점이 아주 달라요. 아내는 물이 마음의 안정과 치유를 가져다준다고 느끼지만 저는 식물을 멋있는 조형적 오브제로 바라봐요. 설득이 필요 없는 존재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요.

 

설득이 필요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하는 경험 디자인과 브랜딩 컨설팅의 가장 큰 핵심은 ‘설득력’이라고 생각해요. 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브랜드 경험 안에는 설득력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식물은 아니죠. 그 자체로 멋지고 눈에 보이는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감동을 주는 존재니까요. 자연은 설득력이 필요 없어요. 이런 맥락에서 저는 식물을 키운다는 표현을 지양하기도 해요. 사람이 뭐라고 식물을 키우겠어요. 자연 그 자체인데요. 

 

하지만 화분에 담긴 식물은 사람이 노력하지 않으면 죽기도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사람은 다소 이기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자연을 화분에 가둬 두고 있으니까요. p-s-1은 사람들이 식물을 더 많이 키우도록 돕는 문화에 일조하지만 사람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존재하는, 거창한 가치관을 가진 브랜드는 아니에요. 식물 브랜드라고 해서 친환경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식물을 통한 다채로운 관점과 경험을 말하는 브랜드에 더 가깝죠. 

식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 이성적일 수도 있네요(웃음). p-s-1이 표현하는 식물 이미지가 모던하다고 느낀 이유가 여기 있었어요.

많은 식물 브랜드들이 따뜻한 감성으로 식물을 표현하잖아요. 저는 식물을 아트적인 존재로 보여주는 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분더샵과 진행한 프로젝트 ‘베란다 가드너’ 팝업 숍이 딱 그런 이미지였죠. 식물을 아트로 표현하는 시선에 가까웠어요.

그렇죠. 장소도 청담 분더샵이었는데 공간이 주는 상징성을 고민했어요. 식물 패키징도 패션 아이템처럼 표현했고요. 조명부터 장식 요소까지 화려한 이미지로 구현했어요. 낯선 시도여서 그런지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안 좋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같은 시기에 완전히 다른 가격대와 콘셉트로 키티버니포니에서도 팝업 행사를 했어요. 사실 일종의 실험이었죠. 결론은 식물을 통한 다채로운 경험으로 귀결되고요. 식물들도 사람처럼 이미지가 있어요. 어떤 식물은 블랙핑크의 제니 같은 세련됨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식물은 윤여정 선생님처럼 편안함이 느껴질 수도 있고요. 식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있다는 것, 식물을 대하는 대상에 따라 식물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기도 했어요.

 

새롭네요. 그럼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니다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신 건데, 그 과정에 불안감은 없었나요?

회사를 다닐 땐 정말 안정적이었죠. 빠른 시기에 승진도 했고 복지도 좋았고 연봉도 무시할 수 없었고요. 하지만 직급이 오르고 연차가 쌓인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일부분에선 모든 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퇴직 후의 미래가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그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더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그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 부딪힐 거라면 지금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한 거죠. 그 결심을 하고 나서는 어려운 게 없었어요. 저는 ‘자기다움’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저의 자기다움과 마주하고서 더 확신이 생겼어요.

 

대표님이 말하는 자기다움은 어떤 걸까요?

자기다움은 결국 나를 인정하는 일이죠. 자신을 인정하는 게 제일 어렵거든요.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혹시 지수 님은 자신에게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요? 갑자기 물으시니 부끄럽네요. 그걸 몰라서 제가 괴로운 것 같기도 해요.

부끄러워하면 안 돼요(웃음).

 

그럼 대표님의 매력은 뭔가요(웃음)?

저는 굉장한 매력들을 가지고 있죠. 자존감도 높고 어떤 일의 맥락을 읽는 것도 잘하고요. 이런 이야기를 뻔뻔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제 매력이고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매력을 속으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날카롭게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결국 자기다움을 만든다고 생각하고요. 어쩌면 그 자기다움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기도 해요. 그래서 제가 p-s-1을 시작할 수 있었겠죠. 제가 멋대로 산다고 해도 세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더라고요(웃음).

용기가 되는 말이에요. 벌써 마지막 질문이에요. 지금 p-s-1의 목표는 뭘까요?

안 망하는 거요(웃음). 사실 궁극적인 목표는 없어요. 제가 브랜딩 컨설팅을 할 때 제일 처음 하는 단계가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브랜드의 수명을 정하는 건데, p-s-1은 수명이 없어요. 애초에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서 내일 망해도 이상하지 않죠. 그저 이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이 단순한 마음이 오히려 p-s-1을 더 오래 유지할 거라고 믿어요.

대화가 끝나고 나는 빙산의 일각을 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기웅 대표의 거대한 바다의 한 끝만 본 것 같은 기분. 문득문득 다가왔던 그의 질문에 흠칫 놀라던 순간도 있었다. 받았던 질문들을 돌아보며 식물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곱씹어봤다. 조금 다른 생각이 결국 다채로운 인생을 만든다는 것. 이날 대화를 통해 얻은 단순하고도 중요한 가치다.

H. p-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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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최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