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없이 흔적을 남기는 사랑

양윤아 — 비건타이거

어느 날엔 옷을 다 벗고 싶었다. 동물을 괴롭히지 않고 탄생하는 옷이 몇 없다는 말을 들은 날이었다. 처음엔 체온을 지키기 위해, 그다음엔 품위를 위해 인류는 옷을 입었다. 입다 보니 너무 당연해져서 이제는 생명이 희생된 옷을 아무렇지 않게 매일 입는다. 무고한 고통과 죽음을 차마 벗지 못한 채 산책을 나선 어느 날, 호랑이를 한 마리 만났다. 채식하는 호랑이 ‘비건타이거’란다. 동물을 해치지 않고 옷을 만들고 있다기에 이야기가 궁금해 호랑이를 따라 나섰다. 화려하고 멋진 옷을 입은 호랑이의 뒤태가 사뭇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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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타이거는 모피 동물의 고통을 종식시키고 소비자들에게 좀더 넓은 선택권을 주고자 ‘CRUELTY FREE’라는 슬로건으로 만든, 잔혹함이 없는 국내 최초의 비건 패션 브랜드예요. 모피뿐만 아니라 생명을 착취하여 생산된 소재는 사용하지 않죠. 비건타이거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소재를 직조하고 선정하여 디자인하며, 책임감 있는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어요.”

BORN TO BE WILD-코끼리

동물관광산업으로 착취당하는 동물에 관한 경각심을 뿌리에 두고 진행한 시리즈예요. 코끼리 트래킹, 코끼리 쇼, 호랑이와 사진 찍기, 돌고래 쇼 등의 이야기로 구성했죠. 이 로브는 코끼리를 모티프로 텐셀 모달을 사용해 디자인했어요.

BORN TO BE WILD-호랑이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제작한 타이거 프린트 셔츠예요. 앞 여밈 진주 단추도 비건으로 제작했죠.

모피 농장의 유령들

모피로 만들어지기 위해 착취 당한 동물을 모티프로 유령 패턴 제작해 시리즈를 구성했어요. 리사이클 폴리에스터와 식물성 폴리에스터로 만든 원피스예요. 식물성 폴리에스터는 석유 대신 콩기름을 사용해서 제작했죠.

가장 먼저 이 질문을 해보고 싶었어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행복해지는 거요. 상대를 사랑하며 행복을 느끼고, 그런 제 모습을 또다시 사랑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사랑이 상대를 위하는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진짜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에 빠진 기분과 내 주변의 모든 걸 사랑하게 돼요. 기분이 충만해지죠.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그런 충만함은 느낄 수 없어요. 

 

국내에서는 최초로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VEGAN TIGER’를 론칭하셨지요. 저는 그 뿌리가 사랑이었다고 생각해요. 오늘 천천히 사랑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우선 근황부터, 요즘 굉장히 바쁘시다고요. 

바쁜 와중에도 최고로 바쁜 시즌이에요. 보통 때는 디자인 라인을 점검하고, 샘플실이나 시장에 다니느라 바쁜데요. 지금은 패션쇼 준비 기간이어서 눈코 뜰 새도 없어요. 모델 선정, 스타일링 점검, 전체적인 착장 확인…. 요즘은 피팅 들어가는 시즌이라 모델과 만나서 어떤 옷이 어울릴지 미팅하고 확인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동시에 초대장과 홍보도 준비하고 있고요. 하루 24시간이 부족하죠. 

 

식사는 잘 챙겨 드세요? 

아침은 굶고, 점심을 4시에 먹을 때도 있고…. 그래도 사무실이 있는 장충동은 비건 식당이 꽤 있어서 바쁘면 배달로라도 시켜 먹고 있어요. 오늘은 집에서 김치찌개 먹고 나왔어요(웃음). 

 

돌발 질문 하나 해볼게요. 지금 윤아 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언젠가부터 가치를 사업적으로만 생각하게 돼서 저한테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해 보려니까 기분이 묘해요. 첫째는 생명, 둘째는 꾸준한 실천, 셋째는 사명이에요. 저는 어쨌든 비건 패션 브랜드로서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사명이라는 건 성공이라고도 말해볼 수 있겠네요. 

 

국내에서는 최초로 생긴 비건 패션 브랜드예요. 2020년 대통령상 수상, 2021년 포브스 2030 파워리더 선정, 뉴욕 패션 위크 참여…. 이미 탄탄한 성공 궤도를 그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브랜드의 출발이 반려묘 ‘앙꼬’라고 알고 있어요. 

친한 친구와 함께 사는 고양이를 보면서 막연하게 키우고 싶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어요. 희망사항 같은 거였는데, 그즈음 또 다른 친구를 통해 입양 절차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기회가 닿아 고양이를 입양했어요. 그렇게 만나게 된 고양이가 바로 앙꼬죠. 이 작은 고양이가 지닌 온기가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꿨어요. 앙꼬를 만나자마자 너무 사랑해 버렸거든요.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같이 살게 된 초반에는 악몽도 참 많이 꿨어요. 앙꼬를 잃어버리는 꿈, 아픈 꿈, 죽는 꿈…. 앙꼬를 만나기 전까지는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건 저였어요.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기에도 아까운 시간에 다른 생명에게 시간을 쏟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죠. 근데 앙꼬를 만난 후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내가 행복한 만큼 동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내가 이렇게 앙꼬 덕분에 행복한데 우리 앙꼬도 행복할까?’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마음이었어요. 

 

조심스럽지만… 앙꼬가 지금은 곁에 없다고 들었어요. 

3년 전에 급성 심장병이 왔는데, 입원한 지 사흘 만에 떠났어요. 엄청난 슬픔이었죠. 1년 내내 운 것 같아요. 낮에는 일해야 하니까 정신 차리고 있다가도 직원들과 헤어지면 차에 앉자마자 울고…. ‘사람이 이렇게 많이 울 수가 있구나.’ 싶었어요. 죽어서 앙꼬를 만난다는 보장만 있으면 죽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힘들었지만, 앙꼬가 죽던 마지막 날로 돌아가겠느냐 묻는다면 그러고 싶어요. 어떻게든 살아 움직이는 앙꼬를 보고 싶어서요. 앙꼬는 제 삶의 터닝 포인트에요. 지금의 저로 만들어 주었거든요. 그 이전의 저는 육식도 정말 많이 했고 멋 내는 걸 워낙 좋아해서 모피도 많이 입고, 희귀한 가죽 제품이 나오면 사 입던 사람이었어요. 

 

앙꼬를 향한 사랑이 진로도 바꿨지요. 패션 디자이너를 그만두고 동물보호단체에 들어가셨다고요. 

저는 기분이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에요. 좋든 싫든 제 상태를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죠. 어릴 때부터 작은 불의만 봐도 바로 지적하고, 정정하고, 따지곤 했어요. 이전엔 그 주체가 저였다면, 앙꼬를 알게 된 이후로는 동물이 됐고요. 동물 방임, 학대…. 미디어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제대로 보도되지 않으니까 SNS에서 접하게 됐는데요. 주변에서 동물 학대가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더라고요. 특히 2010년 구제역 사태가 결정적이었죠. 가축이 390만 마리나 살처분됐어요. 너무 안타깝고 슬펐어요. 우리 인간은 억울한 일이 생기면 광장에서 촛불이라도 들고, 탄원서라도 쓰고, 안 되더라도 어떻게든 표현을 할 수 있는데요. 동물은 인간이 대변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좁고 더러운 케이지에서 태어나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도 아무도 모르는 거죠. 그때 생각했어요. ‘아, 내가 대신 싸워주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동물보호단체에서 동물 학대 담당자로 구인 공고가 난 거예요. 큰 고민 없이 지원했어요. 제 적성에 너무 잘 맞았어요. 매일 비슷한 전화가 엄청나게 걸려오는데 한 번도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거든요. 

 

어떤 전화가 와요? 

동물 학대 신고 전화, 개장수를 만났다는 전화, 구조 요청 전화…. 동물을 위해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모든 연락에 정성껏 임했어요. 제가 지키고자 하는 생명이 고통받는다는 제보는 화나고 슬펐지만, 그걸 없애는 일을 하고 있다는 데서 사명을 느꼈죠. 동물보호단체에서 일하면서 또 한 번 삶이 변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 컸지 실천하는 건 크게 없었거든요. 채식 생활도 동물보호단체에 있으면서 시작됐어요. 근무 시간엔 채식하는 게 단체의 원칙이었거든요. 밥해 주시는 분이 계셔서 어렵지 않게 맛있는 채식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불편한 실상을 접하는 게 힘들지 않았어요? 

힘들지만 알아야 한다고, 제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많은 걸 알게 됐죠. 반려동물 학대뿐만 아니라 축산업, 패션 산업… 다양한 업계에서 동물을 해하는 활동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어요. 인간이 편하고 즐겁게 생활하기 위해 어떤 생명은 계속 착취당하고 있던 거죠. 아무래도 저는 패션 업계에 있던 사람이니까 패션 산업 기반으로 자료 조사를 많이 하게 되었는데요. 막연하게 모피 문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제가 아는 것 이상으로 착취가 너무 많더라고요. 그간 생각 없이 소비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 착취를 낳은 건지 생각하고 반성하게 됐어요. 해결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털이나 가죽을 사용한 겨울 의류만 조심해 왔는데, 또 어떤… 착취가 있나요? 

일례로 양털이 있죠. 처음에는 저도 양털은 깎는 거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근데요, 양털을 깎을 때 반려동물 털 깎듯 어르고 달래면서 찬찬히 깎는 게 아니거든요. 산업화되어 있는 일이니까 노동자가 채취한 만큼 일당을 받는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과정이 굉장히 폭력적이죠. 무턱대고 양털을 얻으려고 양한테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빈번하고, 그러다 골절이나 상처가 나는 일도 많아요. 쭈글쭈글한 털은 깎기 어려우니까 살점까지 깎아내는 일도 있고요. 그렇게 몇 번을 채취하고 가치가 없어지면 양들을 배를 태워 보내요. 한 달 동안 커다란 컨테이너로 이송되는 양의 마릿수만 해도 어마어마하죠. 

 

그 양들은 어떻게… 돼요? 

양고기로 소비돼요. 이미 양모 채취 과정에 존재하는 사이클이죠. 그런 걸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착취 없는 옷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정말 없는 건가요? 

윤리적으로 채취할 수 있는 소재도 비윤리적으로 접근하거든요. 실크도 그래요. 고치 안에서 누에가 탈피한 다음 채취해야 하는데 고치 안에 누에가 들어 있는 채로 삶아서 뽑아내요. 우리는 나방이 될 때까지 기다려줄 수가 없으니까요. 물론 한참 빠르게 산업화되던 시대에는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인간 문명이 발전해 온 과정이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되잖아요. 식물성 소재도 개발되었고, 수많은 섬유공학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합성 소재도 많은데 굳이 우리가 이 시대에 이런 소재를 이렇게 폭력적으로 사용해야 하나 싶은 거죠. 여전히 그 시점에 머물러 있는 건 우리가 이 시대에 짚신을 신고 마차를 타고 다니는 거랑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은 윤리적으로, 양에게 고통을 가하지 않고 양털을 채취하는 농장도 있어요. 사람들이 지적하면서 문제가 대두된 덕분이겠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산업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대체 소재를 만들 수 있고, 좀더 윤리적인 방법으로 동물성 소재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물론이죠. 조금만 노력하면 대체재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는데 굳이 생명한테 고통을 줄 필요가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비건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보자 싶었어요. 비동물성 소재로 옷을 만들자고 생각한 거죠. 

 

주변 반응은 어땠어요? 

동물보호단체에서 일하다 보니 활동가 친구가 많았는데요. 그 덕에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다만 그런 친구들도 제 브랜드가 이런 분위기일 줄은 예상 못했죠(웃음). 이렇게 패턴과 색이 많기보다는 천연 염색된 내추럴한 이미지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물론 지인이 아닌 사람들은 공격적인 반응도 보였죠. 초반에는 몇몇 플랫폼에서 크라우드 펀딩도 여럿 했거든요.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공간이다 보니까 ‘동물 팔아서 마케팅한다.’, ‘넌 그럼 채소만 먹고 사냐, 채소는 안 불쌍하냐.’는 식의 이야기도 많았어요. 그러다 인식이 확 바뀌는 일이 있었지요. 4대 패션 위크에서 ‘퍼 아웃Fur Out’을 실천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했거든요. 명품 브랜드에서 지속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사람들 인식이 비로소 변한 것 같아요.

반가운 일이지만, 국내에는 비동물성 소재를 만드는 곳이 많지 않다고 들었어요. 작업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비건타이거는 100퍼센트 식물성 레더만 사용하는 건 아니에요. 합성 소재나 인조 소재가 섞인 것도 많이 쓰거든요. 비건타이거를 론칭하고 처음 3-4년 정도는 식물성 소재가 거의 없었어요. 초반엔 파인애플 레더 같은 게 나왔는데, 가방이나 소품을 만들 정도의 적은 양이었거든요. 그러다 지속가능한 패션, 비건 패션이 화두에 오르면서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 발생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그때 식물성 레더가 본격적으로 출현했죠. 그 이전에는 외국에 아무리 오더를 넣어도 응답을 못 받기 일쑤였어요.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같은 경우엔 원사만 1만 톤 이상을 구매해야 한다는 원칙 이 있기도 했고요. 특히 겨울 소재를 구하기가 힘들었죠. 울 느낌의 포근한 소재를 찾고 싶은데, 울이 들어가지 않은 소재가 없었어요. 꼭 1퍼센트, 2퍼센트라도 울이 섞여 있더라고요. 지금도 겨울 소재에서 울이 안 섞인 걸 찾는 건 힘들어요. 한번은 시장에서 굉장히 마음에 드는 원단을 발견했는데, 판매자 말로는 울이 안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원단으로 샘플도 만들고 작업도 거의 마쳤는데요. 저는 직접 제작한 원단이 아니면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원단 시험 검사를 하거든요. 원단 세척 방법이나 소재 혼용률을 알기 위함인데, 판매자 말과 달리 울이 섞여 있는 거예요. 전량 반납했어요. 

 

대체 소재가 있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게 문제겠네요.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연결 고리가 생겼어요. 한번은 밀라노에서 지속가능한 패션 전시가 열린 적이 있어요. 아시아 최초로 초대받아 다녀왔는데, 그때 소재 회사나 외국의 비건 패션 브랜드를 알게 돼서 소통을 이어가게 됐거든요. 그 이후로 멕시코에서 선인장 레더도 나오고 점점 식물성 소재가 많아지기 시작했죠. 그래도 사용이 쉽진 않아요. 멕시코에는 선인장이 많아서 선인장 레더가 좋은 대체재가 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려면 수입 비용이 발생하잖아요. 저도 선인장 레더로 재킷이나 코트를 만들어봤는데, 소비자 부담이 너무 커서 지속적으로 제작하긴 어렵겠더라고요. 국내에도 이런 생산 라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알아봤더니 한지 레더를 만드는 업체가 있더라고요. 아직 패션 산업에 도입할 단계는 아니어서 인조 가죽 하시는 대표님께 한지를 실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어요. 글로벌적으로 비건 소재가 각광받고 있다고, 지속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득한 끝에 함께 개발을 시작했죠. 그렇게 완성된 실은 강직도를 위해 한지 90퍼센트, 나일론 10퍼센트를 섞어 만들었어요. 한지 레더로 비건타이거의 제품을 제작했고, 우리 브랜드 느낌을 살리고자 에코 라미네이팅을 더해 친환경 기준에 부합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2년 전부터 비건타이거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아이템이죠. 이번 파리 출장 때 한지 레더 제품을 갖고 다녀왔는데 해외 반응도 좋더라고요. 지금 입고 있는 이 코트도 한지 레더로 만든 거예요. 

 

네? 이게 한지예요? 

네(웃음). 가볍고, 가죽 같지만 동물 소재가 아니어서 더 만족스러워요. 

 

제가 생각하는 그 한지가 맞죠? 종이. 

맞아요. 닥나무에서 나오는 거니까 닥나무 레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저는 한지 레더라고 하는 게 친근하고 좋더라고요. 

 

노력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대체할 재료를 개발할 수가 있는 거군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는 해요. 저는 제가 비건 패션의 선두에 있다고 생각해요. 비건 브랜드의 모티프이자 롤모델이 되었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선인장 레더를 제작하기 시작한 한 국내 업체의 전화를 받았어요. 선인장 레더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는 비건타이거에 가장 먼저 연락해 주신 거죠. 그런 걸 보면서 이젠 좋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는 걸 느껴요. 지금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힘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거든요. 지치지 않기 위해서는 제가 행복하게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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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최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