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You Call ‘Rahee’, You Smile

뮤지션 몬구

밴드 ‘몽구스’로 시작해 음악 신Scene의 한 축을 꾸려온 뮤지션 ‘몬구’. 라디오와 드라마 음악을 만들고 문화예술교육으로 음악적인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어느덧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가족과 사랑의 멜로디를 그리며 살아간다. 무릎에 앉아 있던 아이가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자 아빠의 목소리로 몬구가 말한다. “라희야, 너 하고 싶은 거 해. 발레 하고 싶으면 하고, 춤추고 싶으면 춰. 여기 안 앉아 있어도 돼.” 바로 그 순간, 공기의 흐름이 바뀐다. 라희가 경직된 몸에 리듬을 실어 아리따운 걸음을 걷고, 걸음과 함께 시작된 선율은 오래도록 집 안을 감돈다. 음악적인 아빠와 건설한 가족이란 세계, 그 안을 가득 메운 멜로디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유유히 흐르고 있다.

음악적이라는 건

몬구스럽다는 것

“저는 멈춘 걸 흐르게 하는 게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음악 자체가 흐르는 거기도 하고, 음악이 시작되면 멈춰 있던 공기도 흐르는 것 같거든요. 정체된 생각이나 고정된 마음이 음악으로 바뀌기도 하고요. 어떤 음악은 듣는 순간 우리를 과거로 돌아가게 만들기도 하잖아요.”

집에 풀잎이 참 많네요. 초대해 주셔서 고마워요.

몬구 집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음악 하는 몬구예요. 20년 가까이 음악을 하며 살았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밴드 ‘몽구스’부터 <커피프린스 1호점> 등의 OST, 라디오 로고송 작업, 문화예술교육…. 참 많은 일을 해왔는데, 그중 몬구를 대표하는 정체성은 어떤 거예요?

몬구 음… 하나의 직업으로 저를 이야기하긴 좀 어려운 거 같아요. 저는 음악 카테고리 안에서 그때그때 주어진 역할을 해나가고 있거든요. 음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유연하게 지내고 싶다는 제 의지도 있고요. 지금 드는 생각인데, 제 정체성은 직업이나 역할보단 ‘몬구스러운’ 모습을 계속 유지하는 일 같아요.

 

몬구스러움의 바탕은 음악일 텐데, 몬구와 음악의 첫 만남은 어땠어요?

몬구 너무 오래전이라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요. 저는 악기가 참 많은 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어요. 기타는 물론이고 풍금, 크로마하프, 오카리나, 만돌린 같은 악기들이 아주 많았거든요. 어릴 때부터 악기를 연주했단 서사를 기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웃음) 제 악기가 아니라 부모님 악기였기 때문에 이렇다 할 감정은 없었어요. 건드릴 때마다 ‘와 재밌다!’ 했던 기억은 나요.

 

어린 시절에 음악가를 꿈꾸지도 않았고요?

몬구 아유, 전혀요. 여느 아이들처럼 노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애였어요. 꿈도 매일매일 바뀌었고요. 생각해 보면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좀 아이러니하지만, 본격적으로 직업을 고민해야 할 시기엔 이미 데뷔해서 뮤지션이 되어 있었거든요. 특별한 계기 없이 흘러흘러 뮤지션이 된 거였죠.

 

그럼 처음 ‘내 악기’를 가져본 건 언제였어요?

몬구 고등학생 때요. 제 첫 악기는 10만 원 주고 산 중고 베이스였어요.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음악은 좋아해서 고등학생 때 축제에 나가려고 밴드를 만든 적이 있거든요. 근데 막상 결성하고 보니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멤버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웃음). 마침 친구가 베이스를 판다고 해서 구입한 건데, 연주하는 순간 ‘진짜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베이스 연주하다가 난생처음으로 밤도 새워봤죠. 칠 줄 아는 곡도 하나밖에 없었는데 밤새 그 곡만 연주하면서도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그 한 곡이 뭐였어요?

몬구 모든 스쿨밴드가 한 번쯤은 연주하는 곡,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요(웃음).

 

악기와 가까운 유년 시절을 보낸 게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조기교육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들어보고 싶어요.

몬구 음악에 있어 배움이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찍 음악적인 환경을 접하는 건 의미가 있다고 봐요. 집에서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만지며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음악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아빠로서의 저는 교육을 1순위로 두진 않아요. 요즘 집에서 화분을 몇 개 키우고 있는데 잘 키우고 싶으니까 처음에는 물을 정말 많이 줬어요. 그런 저를 보고 배우자가 하는 말이, 그렇게 많이 주면 오히려 뿌리가 썩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근데 구글링을 해보면 ‘물을 듬뿍 주어야 한다’고, 일주일에 두 번은 주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제 고집대로 해봤는데, 키우다 보니까 역시 식물을 좋아하는 배우자 말이 맞더라고요. 매일매일 습도도, 기온도 다르기 때문에 자라는 환경에 맞춰서 흙을 만져가며 물을 줘야 하는 거죠. 조기교육은 제가 화분을 대하던 방식과 비슷한 거 같아요. 이미 함빡 젖어 있는 흙에 물을 주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지 않을까요? 반면 음악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건 식물의 상태에 따라 가꾸는 것과 맞닿아 있는 것 같고요. 아이의 성향이나 성격에 맞춰 걸맞은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몬구는 문화예술교육도 하고 있어요. 음악 작업과는 좀 다를 것 같은데, 어때요?

몬구 처음에 시작할 땐 뮤지션과 문화예술교육은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하다 보니까 호환되는 게 보이더라고요. 내 음악적 세계관이 작곡이나 작사 작업으로 나오기도 하고, 연주로 나오기도 하고, 교육으로 나오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이젠 다 같은 분야처럼 보여요. 음악의 힘을 믿기 때문에 음악으로 많은 분야를 두루 오갈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음악의 힘을 믿는다고 했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거예요?

몬구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멈춘 걸 흐르게 하는 게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음악 자체가 흐르는 거기도 하고, 음악이 시작되면 멈춰 있던 공기도 흐르는 것 같거든요. 정체된 생각이나 고정된 마음이 음악으로 바뀌기도 하고요. 어떤 음악은 듣는 순간 우리를 과거로 돌아가게 만들기도 하잖아요.

 

문화예술교육은 음악 이론보단 그런 음악의 힘을 나누는 일같아요.

몬구 어! 맞아요. 일반적인 수업이 음악 하는 사람을 만드는데 집중돼 있다면 문화예술교육은 음악적인 사람을 발견해 내는 일이거든요. 흔히 ‘음악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가수나 연주자를 생각할 텐데요. ‘음악적인’ 사람은 꼭 음악을 하지 않더라도 음악적인 그림, 음악적인 글 작업을 할 수도 있어요. 음악적인 춤을 출 수도 있고요. 이처럼 어떤 영역에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게 문화예술교육이 아닐까 싶어요.

 

그동안 어떤 프로그램을 해왔어요?

몬구 다섯 살 유아부터 80세 노인까지, 대상은 아주 다양해요. 신기한 건 이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거죠. 문화예술교육을 해오면서 제게 세 가지 방법론이 생겼는데요. 첫째는 각자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도록 돕는 거, 둘째는 음악으로 시선을 옮기고 환기할 수 있도록 하는 거, 셋째는 요즘 관심이 생긴 건데 생태 활동과 음악을 접목해 보는 거예요. 얼마 전엔 여수의 장도에 가서 자연물을 이용해 ‘레인스틱’이란 악기를 만들었어요. 지관통 안에 솔방울이나 바스러지는 낙엽, 모래알 같은 걸 담아 기울일 때마다 빗소리가 들리도록 만드는 악기죠. 어떻게 보면 자연활동 같기도 하고, 미술 활동 같기도 하고, 음악 활동 같기도 하잖아요. 이렇게 모든 예술이 연결된다는 점이 문화예술교육인 것 같아요. 악기를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악기를 만들기까지 자기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특히 매력적이고요.

더불어 미소 짓는

우리의 멜로디

“뭐든 아이에게 바로 사 주기보다는 “왜 갖고 싶어?” 하고 한 번쯤 물어보면 좋겠어요. 기다리는 시간을 두면 소유에 대해 사고 실험을 할 수 있거든요. 왜 갖고 싶고, 왜 해보고 싶은지 고민하는 시간을 두면 창의성이 피어나요.”

(라희가 달려온다.) 어? 라희 머리를 새로 묶었네!

라희 엄마가 엘사 머리 해줬어요.

몬구 이야, 너 더 근사해졌다. 옆모습도 한 번 보여줘. (라희가 빙그르르 돈다.) 머리를 새로 묶으니 자신감이 확 올라가는구나(웃음)?

 

라희야, 이 집에 누가 있는지 소개해 줄래?

라희 나는 김라희예요. 여기는 김준수고, 엄마는 이은지! 나는 여섯 살입니다.

몬구 제 본명이 김준수예요(웃음). 이렇게 셋이 지내고 있어요.

 

라희 이름 뜻은 어떻게 돼요?

라희 빛나는 열매!

은지 동물원의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라는 노래에 이런 노랫말이 있어요.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에 빛나는 열매를 보여준다 했지” 티브이에서 이 노래가 나오는데 라희가 “이거 나야!” 그러더라고요(웃음).

몬구 불렀을 때 음악적이고 웃음이 나는 이름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지은 이름이에요. ‘김라희’를 발음하면 ‘희’를 말할 때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잖아요. 누군가 아이 이름을 불렀을 때 미소 짓는 게 좋아서 라희라는 이름을 골랐죠.

 

자꾸 부르고 싶은 이름이네요. 여섯 살 라희는 요즘 무엇에 관심이 있어요?

몬구 ‘시크릿 쥬쥬’나 ‘캐치! 티니핑’ 같은 여러 캐릭터에 관심이 많아요. 육아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새로운 세계가 있더라고요. 또 요새는 부쩍 사후세계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졌어요.

은지 어젠 유치원에서 네잎클로버 찾기를 했는데, 못 찾아서 세잎클로버에 소원을 빌고 왔대요. 무슨 소원을 빌었냐니까“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안 되게 해달라.”고(웃음).

라희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면 하늘나라로 떠나야 하니까 싫어요. 저는 엄마, 아빠를 좋아해요.

은지 다른 아이들보다 죽음을 빨리 접해서 그런지 벌써 이런 고민을 하더라고요.

몬구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도 많이 물어보고요.

 

음악가 아빠를 둔 라희는 음악을 좋아하는 편인가요?

몬구 아이의 마음은 모르는 거니까 단언하긴 어려운데요. 라희가 음악을 즐기는 건 확실해요.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 유치원에서 새로운 노래를 배워 오면 꼭 저한테 연주해 달라고 하거든요. 노래가 나오면 춤추기 바쁘고요.

은지 유치원에서 상 탄 걸 보면 전부 다 노래 잘하고, 춤 잘춘다는 내용이에요.

 

요새는 어떤 노래를 불러요?

몬구 라희야, 어제 같이 부른 노래가 뭐였지?

라희 ‘숲속 풍경’!

 

몬구가 어릴 때 배운 동요는 아닐 텐데, 새로운 동요를 어떻게 같이 부르는 거예요?

몬구 요새 동요는 저도 전혀 몰라요.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시대잖아요. 구글에서 동요 제목을 검색하면 악보랑 코드가 다 나오거든요. 그걸 보면서 라희 노래에 맞춰 반주를 깔아주곤 해요. 코드가 검색되지 않을 땐 노래를 들으면서 즉흥적으로 연주하기도 하고요.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음악 시간!

 

새로운 걸 시도하기 전에 아이가 유치원에서, 어린이집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물어보세요.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가족과 함께하는 건 새로운 경험이 될 거예요. 참, 집에 있는 실로폰이나 멜로디언, 캐스터네츠 같은 간단한 악기도 무척 근사한 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엄마가 하고 있는 디자인도, 아빠가 하는 음악도 자유로운 분야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생기곤 자유롭던 생활이 좀 바뀌었을 것 같은데 어때요?

몬구 으아….

은지 사람들이 결혼하면 생활이 완전히 바뀐다고들 하는데, 저는 결혼하고도 비슷했거든요. 같이 사는 사람만 바뀌었다는 느낌이었는데, 아이 낳고는 인생이 밭의 흙을 갈아엎듯 송두리째 바뀌었어요. 요새 주말농장을 하고 있어서인지 표현이 좀 자연 친화적이네요(웃음). 가장 큰 변화는 이 집의 중심이 라희가 되었다는 거예요. 고기를 사 오더라도 우리는 수입산을 먹고 아이는 한우로 해주고, 일과도 아이에게 맞추게 돼요. 유치원에도 종일반이라는 게 있지만 저는 어둑어둑할 때까지 아이를 유치원에 두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출퇴근시간을 조정해서 세 시 삼십 분까지만 일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라희가 생기고는 제 삶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요.

몬구 저는 정기적인 출퇴근이 아니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이 제각각인데요. 무조건 바깥일은 여섯 시 이전에 끝내려고 해요. 결혼 전까지 저는 ‘나’라는 사람이 아주 중요하고, 제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곤 했거든요. 근데 결혼하고부터는 가족 중심으로, 아니 라희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었어요.

은지 그래도 ‘몬구스러움’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니어서 아이를 중심에 두되 몬구스러움을 지키기 위해 패턴을 바꾸었어요. 이를테면, 아이한테 맞춰 밤 아홉 시에 잠드는 대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일을 시작하는 거죠.

 

새벽 다섯 시요? 으아…. 라희 성향도 궁금해지네요. 예술에도 유전적인 영향이 있나요?

은지 유전인지는 모르겠는데 셋 다 예민한 편이에요. 아주 작은 변화도 바로 감지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유전은 있는 것 같아요. 부부가 모두 수에 약한데 라희도 그렇더라고요(웃음).라희는 확실히 아빠를 많이 닮았어요. 아빠처럼 스토리가 있는 걸 좋아하고, 혼자 뭔가 하는 걸 즐기고, 노래랑 춤을 좋아하는 건 말할 것도 없죠.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집이 있어서 싫어하는 건 절대 안 해요. 제가 설득을 할 때도 꼭 논리적이어야 하죠. 보세요, 얼굴도 닮았잖아요. 몬구를 한 명 더 키우는 느낌이에요(웃음).

 

몬구랑 라희랑 둘 다 곱슬머리인 것도 똑 닮았고요(웃음).

몬구 맞아요(웃음). 그래서 이렇게 묶기만 해도 엘사 머리를 할 수가 있죠. 얼굴이 닮은 것도 그렇지만 어제는 라희가 펑펑 울 일이 있었는데 한참 울고 나서는 “우니까 시원해서 좋다.”는 거예요. 저도 그런 감정을 라희만 할 때 느낀 적이 있는데, 그런 한마디 한마디에서 꼭 저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은지 사실, 어제 1, 2, 3, 4…는 잘하는데 하나, 둘, 셋, 넷…은 좀처럼 못해서 혼을 좀 냈거든요. 1년 내내 가르쳐 주었는데 그게 안 되니까 속상하더라고요. 라희는 혼이 나면 엉엉 울면서 꼭 아빠를 찾아요. 어제도 남편이 조용히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선 하나, 둘, 셋, 넷…을 공부하고 나오더라고요.

몬구 저는 이 집에서 A/S 담당이에요. 사건이 터지면 수습해주는 사람(웃음).

은지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어서인지 라희를 가르치는 것도 잘해요. 라희는 자기 이름 쓰는 것도 아빠한테 배웠어요. 

몬구 아이를 혼낼 순 있지만, 화는 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는 아무리 좋은 경험을 많이 해도 자기한테 화낸 장면을 더 강하게 기억하거든요. 화 한 번이 모든 노력을 망가뜨리는 거죠. 결심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화낼 일이 아니다.’라고 계속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SNS에서 세 식구가 노래 부르고 악기 연주하는 사진을 봤어요. 무척 사랑스럽던데요.

은지 아, 밴드처럼 찍은 사진이요(웃음)? 새로운 노래를 배우면 틀어달라고 하는데, 그날도 몬구가 기타를 가지고 와서 치기 시작했거든요. 갑자기 저도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그마한 라희 건반을 쳐봤는데, 라희가 마이크를 들곤 가운데 서서 노랠 부르더라고요. 그 장면이 제가 보기에도 재밌어서 사진으로 남겼어요. 라희가 스타 기질이 있어서 꼭 가운데를 고집해요. 본격적으로 노래할 땐 무조건 드레스로 갈아입고요(웃음).

 

혹시 아빠 노래도 불러요?

몬구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웃음). 제 노래 중에서도 ‘돌고래의 사랑시’라는 곡을 종종 불러요. 제가 해온 밴드 몽구스의 ‘코스믹 댄서’ 뮤직비디오도 좋아하고요. 그 영상에서 큰 코브라한테 제가 막 잡아먹히거든요. 그 장면을 어찌나 좋아하는지(웃음). 지금도 노래 작업을 하면 라희한테 제일 먼저 들려줘요. 아이가 맛있다고 하는 게 진짜 맛있는 음식인 것처럼, 음악도 아이가 좋다고 하는 게 진짜 좋은 음악이거든요. 지금은 듣는 귀도 좀 생겨서 팝송을 듣다가도 “이건 아빠 노래 같은데?” 할 때가 있어요. 장르의 분위기 같은 걸 파악하는 거죠. 그런 걸 볼 때마다 참 신기해요. 라희가 제 노랠 부르면 기분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죠.

 

상상만 해도 참 예쁜 장면이네요. 많은 부모가 아이가 악기를 배우길 바라는데, 혹시 음악적인 아이를 판별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몬구 그런 게 있다면… 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될 텐데 (웃음)아무래도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일단은 ‘해보는’ 거죠. 저는 도전은 좋지만 뭐든 즉각적으로 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모든 아이든, 좋은 거든 나쁜 거든 바로바로 사 주고, 시켜 주고, 쥐여 주는 건 좋지 않다고 보는 거죠. 가령, 아이가 “우쿨렐레 갖고 싶어.”라고 했을 때, ‘음악에 관심이 있나 봐!’ 하면서 바로 사 주기보다는 “왜 갖고 싶어?” 하고 한 번쯤 물어보면 좋겠어요. 기다리는 시간을 두면 소유에 대해 사고 실험을 할 수 있거든요. 뭐든 왜 갖고 싶고, 왜 해보고 싶은지 고민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릴 때 시골에 살아서 장난감을 쉽게 가질 수 없었어요. 자동차 장난감이 너무 갖고 싶은데 바로 살 수가 없으니까 ‘왜 갖고 싶지?’라는 생각을 자주 하며 지냈어요. 어느 날은 걸으면서도 자동차 장난감 생각을 했는데, 길 위에 자동차랑 똑같이 생긴 돌이 보이는 거예요. 그걸 주워서 바퀴 그림을 그려선 한참 재밌게 가지고 놀았죠. 저는 이런 ‘기다리는 시간’에서 창의성이 생겨난다고 생각해요. 뭐든 상상해 보고, 부족한 건 어떻게든 내 방식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고요. 사고 실험은 우리의 생각을 더 유연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이런 경험 때문에 저는 시골에서 살아온 데 굉장한 자부심이 있어요. 라희랑 자연 활동을 많이 하는 것도 그런 영향이고요. 

은지 라희한테도 뭐든 바로 사 주지 않고 있는데, ‘캐치! 티니핑’ 장난감도 한참을 사달라고 졸랐거든요. 바로 사 주지않고 왜 갖고 싶은지 물어보는 시간을 두었더니 얘가 종이에 ‘캐치! 티니핑’ 장난감 그림을 그려서 색칠하고 오려서는 그걸 가지고 놀더라고요. 만약 장난감을 바로 사 줬다면 이런 상상이나 활동은 해보지 못했겠죠?

 

라희는 참 밝고 명랑하네요. 카메라만 들어도 포즈를 취하고(웃음). 라희네 가족을 한마디로 이야기해 보고 싶은데, 어떤 키워드로 소개할 수 있을까요?

몬구 우리 집 키워드는 역시 ‘라희’예요. 아이가 중심이어서 라기보단 라희를 통해 우리 부부가 얻는 게 참 많거든요. 부모가 아이를 키운다고 많이들 생각하실 텐데, 사실 육아는 함께 성장하는 거예요. 서로 큰 기쁨이 되어주는데 어떻게 부모가 다 해준다고 이야기할 수가 있겠어요.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희생이 아니라 상생이에요.

 

훗날 라희가 읽어볼 수 있게 한마디 남겨 주실래요?

몬구 쑥스럽지만 해볼게요(웃음). 라희가 앞으로 꼭 사랑하는 일을 하게 되면 좋겠어. 그게 무엇이 됐든, 내가 모르는 일이어도, 혹여 내가 반대하는 일이더라도 네가 사랑하는 일을 하게 되면 좋겠어. 아빠가 할아버지가 되면 내가 모르는 세상, 모르는 분야에 네가 뛰어들 수도 있잖아? 그렇다 하더라도 라희가 사랑하는 일을 해줘. 고집스럽게 꼭 그래 줘. 네가 행복한 삶을 영유하길 바라. 무엇보다 우리 가족 꼭 건강하자!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김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