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a Space to Make a Chance

누울 자리를 만들려면 먼저 발을 뻗어라

위드룸 배지용, 이제호

이제 막 출발하는 이에게 크라우드펀딩은 동아줄이 된다. 그렇다면 출발선에서 멀리 온 이들에게 펀딩은 어떤 수단이 될까. 기성 회사라고 늘 익숙한 일만 한다는 법은 없다. 어디에나 젊은이는 있고, 차세대의 삶에 주목하는 이들이 있으니까. 도전은 스타트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SH컴퍼니에서 뻗어 나온 브랜드 ‘위드룸’. 와디즈 펀딩 프로젝트로 새로운 도약을 한 두 사람을 만났다.

  • (좌) 지용 General Manager 40대, 서울,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
  • (우) 이제호 Manager 30대, 서울, 침대 위에서 취미를 찾는 사람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배지용(이하 ‘배’) 위드룸의 총괄책임자 배지용입니다.
  • 이제호(이하 ‘이’) 위드룸의 MD와 기획책임을 맡은 이제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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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드룸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  위드룸을 설명하려면 먼저 모회사인 SH컴퍼니부터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 SH컴퍼니는 침구류를 다루는 회사예요. 제조사이자 개발사이자 유통사죠. 주로 대중적인 제품을 온라인과 홈쇼핑에서 판매하고요. 탄탄한 기업이지만 점점 새로운 아이디어에 목마르게 되더라고요. 잠시만요, 제가 너무 재미없게 얘기하나요(웃음)? 제호 님이 좀더 얘기해주세요.
  • 아니, 재미있는데 왜요! 지용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SH컴퍼니는 많은 사람이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요. 그렇다 보니 아주 새로운 소재나 미니멀한 디자인을 시도하진 않죠. 침구의 주 고객층은 40~50대거든요. 젊은 세대가 쓰고 싶은 제품은 적었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이 아쉬워서 ‘이제 우리가 사고 싶은 제품을 개발해보면 어떨까?’ 하고 시작한 게 위드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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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펀딩 프로젝트는 스타트업의 수단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규모가 작지 않은 회사의 펀딩 도전이라니 새로워요.
  • 이미 자리를 잡은 회사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꽤 힘들어요. 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었죠.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는 여유 자금도 계산해야 해요. 회사가 선뜻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 그래서 펀딩을 이용하게 됐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우리 프로젝트에 공감해줄 사람을 찾고 투자를 받아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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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펀딩 플랫폼 중에 와디즈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 와디즈는 테크와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느꼈어요. 저희 제품은 기능성에 가장 포커스를 두었거든요. 그러니 와디즈 서포터의 관심사와 잘 맞고, 가장 잘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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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에 진행한 ‘더 그래핀 발열 침구’가 세 번째 프로젝트죠?
  • 네. 처음에는 ‘코너샵’이라는 이름으로 여름용 토퍼를 소개했어요. 두 번째는 ‘전신냉감 콜드 슬립’ 프로젝트고요.
  • 지난 프로젝트에 이어 이번에도 결과가 성공적이었어요. 어렵게 얻어낸 도전의 기회였던 만큼 더 기쁠 것 같아요.
  • 네. 더듬더듬 덤빈 지난 프로젝트와 달리 이번에는 이전의 펀딩 데이터를 토대로 소구점을 잡았어요. 처음에는 어필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서포터와 소통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을 찾아가는 과정이 즐거워요. 리워드를 받고 좋아하는 분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기쁘고요. ‘저번 프로젝트가 좋았으니 믿고 펀딩한다’는 코멘트는 정말 뿌듯했어요.
  • 좋죠. 점점 더 잘되고 있고요. 물론 처음부터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에요. 첫 프로젝트에서 많이 배운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네요. 첫 프로젝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이 그때도 성공률이나 달성 금액은 나쁘지 않았어요. 그런데 리워드 발송 이후의 피드백이 좋지 않았어요. 평점도 많이 내려갔고요. 거기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 제품은 저희가 온라인 마켓에서 3년 동안 2만 장 넘게 판매한 거였거든요. 검증된 제품을 소개했는데 와디즈 서포터의 기준에는 한참 모자랐던 거예요. 그때 생각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기성품과 확실히 다른 제품을 선보이자고 방향을 정했죠. 시중에 없고 새로운 매력을 가진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씁쓸한 경험이지만, 덕분에 더 젊고 멋지고 유용한 제품이 탄생한 거네요. 게다가 위드룸의 스토리도 점점 더 서포터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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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에서 느끼는 필요와 감성을 자극하는 바람에 끝까지 읽고 말았어요(웃음).
  • 좋은 지적이네요(웃음). 생활의 질을 높여줄 제품이라는 걸 잘 설명하려고 스토리텔링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 부분은 제품을 개발할 때부터 제호 님이 주도적으로 진행했고요. 
  • 와디즈에 올릴 스토리를 제작할 땐 기존 방식과 다르게 접근했어요. 다른 채널에서는 제품의 장점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와디즈 스토리는 한 편의 글을 쓰는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이전의 와디즈 프로젝트 데이터에서 웹 페이지 체류 시간이 다른 매스 마켓의 제품 설명 페이지보다 10배 이상 긴 걸 봤어요. 서포터가 스토리를 정성 들여 읽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끝까지 읽어도 지루하지 않도록 흐름을 고민하며 작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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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편의 글을 쓰듯 만들었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스토리’라는 페이지 이름과 어울려요.
  • 이야기는 흐름이 중요하잖아요. 글만큼 영상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긴 글을 끝까지 읽어야 내용을 다 알 수 있는데, 글만 빽빽하면 지루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숨을 돌리는 영역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중간중간 영상과 GIF 이미지를 넣었어요. GIF 이미지는 꽤 효과가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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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바 ‘짤’의 효과군요.
  • 그렇죠. GIF 이미지는 차지하는 공간 대비 효과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이전의 콜드 슬립 프로젝트에서도 느꼈어요. 선풍기 바람에 제품이 펄럭이는 이미지가 인상 깊었는지 ‘제품을 선풍기와 함께 썼더니 정말 좋더라’는 피드백이 많았어요. 그런 시너지를 글로 설명하려면 아주 길게 썼어야 했을 텐데 말이에요.
  • 그럼 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요?
  • 내가 덮고 싶은 이불을 만들려고 고민해요. 흔히 살 수 있는 여름 이불은 생각보다 시원하지 않아요. 통기성이 좋지 않아서 몸에 들러붙거든요. 그런데 콜드 슬립은 말 그대로 ‘시원하게 잘 수 있는’ 원단이에요. 더 그래핀 역시 같은 원리로 개발한 제품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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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품을 직접 사용하기도 하시나요?
  • 이, 배 그럼요.
  • 기능성 제품을 개발하면서 ‘생활을 더 나아지게 하는’ 방법을 자주 고민하실 것 같아요.
  •  침대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관해 많이 고민해요. 사람이 가장 편안하게 쉬고 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곳이 바로 침대 위잖아요. 지금까지는 계절의 온도를 고려한 제품이었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삶을 나아지게 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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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드룸 프로젝트 서포터에게 반가운 이야기네요. 이 기회에 서포터에게 메시지를 전하면 어때요?
  • 펀딩이라는 게 직접 만져볼 수 없는 데다가, 먼저 경험한 사람의 후기도 없잖아요. 저희가 보여드리는 내용만으로 신뢰하고 펀딩하는 일이 얼마나 큰 선택인지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저희를 믿어주신 분 모두가 충분히 좋은 제품, 좋은 일에 펀딩했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 저는 늘 ‘가치 있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요. 스토리 내용이 단순히 이야기를 풀어낸 것만이 아니라 저희가 약속을 하는 거잖아요. ‘여름에는 덥지 않게 해드릴게요’, ‘이불 세탁을 좀더 편안하게 해드릴게요’라고요.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그런 약속들이 계속 지켜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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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디즈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플랫폼이 있어야 누군가와 만나는 장이 생기잖아요. 기존에 국내에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어요. 와디즈가 그런 장을 만들어주었죠. 와디즈 프로젝트를 통해서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고민해보고, 회사 내의 다른 아이디어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 와디즈 좋아해요. 저도 종종 펀딩을 하는 서포터이기도 하고요. 메이커로서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펀딩 배송 시스템을 업데이트해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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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쉬우니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한마디 할까요?
  • 저희가 참 많은 대화를 해요.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발전해 나갈 수 있어서 참 좋아요.
  • 저희가 비슷했다면 시너지가 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둘이 무척 다르거든요. 디테일한 면에서는 누구보다도 잘하시고 또 제가 사업적으로 멀리 보며 고민하는 것을 잘 들어줘요.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고마워요.

에디터 하나

포토그래퍼 윤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