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WEE Picture Book Awards

《고구마구마》 사이다 작가

©사이다

INTERVIEW

《고구마구마》

사이다 | 그림책 작가 

잘 안 보이는 세계에서 두 딸의 엄마로 살고 있어요. 날이면 날마다 엄청나게 위대한 일을 아무도 모르게 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작고 연약한 것들에게도 나름의 힘이 있다고 믿으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자 그림책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어요. 그동안 펴낸 책으로 《가래떡》, 《고구마구마》, 《풀친구》가 있습니다.

《고구마구마》는 어린이 독자들이 다섯 번째로 ‘좋아요’ 하고 뽑아준 책이에요. 축하드려요. 

사실 저도 투표했어요. 그래서 됐나(웃음)? 추천만으로도 기뻤어요.

 

작가 소개에 호기심이 일었어요. 잘 안 보이는 세계에서 두 딸의 엄마로, 엄청나게 위대한 일을 아무도 모르게 하고 있다고 했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잘 안 보이는 세계에서 산다는 건 ‘노바디Nobody’로서의 삶을 의미해요. 아무도 모르지만 저는 존재하고 있죠. 아무것도 아닌 저는 남들이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일들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있어요. 지금 이 말을 하는 제가 볼 수 없는 독자들처럼요. 이제는 그림책 작가로서 (부끄럽지만) ‘섬바디Somebody’가 되었어요. 그런 저를 소개할 때 제 인생의 모든 경력, 학업, 성취 위에 있는 것이 있더라고요. 바로 두 아이의 엄마라는 거예요. 제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하는 셈이거든요. 그림책도 아이들에게 읽어주다가 제가 더 빠진 경우예요. 함께 읽으며 예술성을 발견했고, 모든 사람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어요.

 

《고구마구마》는 리듬감이 경쾌하고, 의성어 의태어도 많아서 그냥 읽을 수가 없어요. 문장 하나하나 랩을 하면서 읽거나 감정을 넣어서 읽게 되더라고요. 스토리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아이들 학교 장터에서 고구마를 판 적이 있어요. 손수 그린 책갈피를 끼워가면서요. 그때 고구마 그림을 그리면서 ‘예쁘구마! 빛나구마! 용감하구마’를 만들었지요. ‘-구마’를 붙이는데 끝이 없더구마(웃음)!

 

재밌네요. 두 딸 덕분에 그림책의 세계를 알게 되고 《고구마구마》도 쓰셨으니, 그림책을 만드는 데 아이들이 큰 보탬이 된 거네요?

그렇죠. 누구라도 저의 사랑스러운 두 딸과 함께하신다면 그림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아이들이 벌써 많이 커버렸어요. 음… 요즘은 신랄한 평을 많이 해줘요(웃음).

 

음식에는 이야기가 있기 마련인데, 가래떡과 고구마는 시대, 문화적으로 한국의 정서에 잘 맞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소재에 매력을 느끼나요?

좋은 소재를 고르는 것은 작가에게 중요한 일이에요. 소설가도 아니고 약 32페이지에 함축적 표현을 해야 하는 그림책 작가에게 소재의 상징과 함축성은 중요해요. 가래떡은 새해 첫날 먹는 음식이며 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우리나라 대표 음식이잖아요. 첫 책의 소재로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어요. 가래떡처럼 작업들이 쭉쭉 나올 것이며 그 끝은 다디달 것이라는 개인적인 소망을 담고 있어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복의 기운이 전달될 거고요. 

《고구마구마》의 고구마들은 다양한 개성을 지닌 세상 사람들과 닮아 있죠. 마침 한국어의 종결어미인 ‘-구마’와 연결되니 멋진 ‘아재 개그’가 완성되었어요(웃음). 그 개그가 재미있는 건 문맥상 원의미와 동음이의어의 다른 의미가 머릿속에서 동시에 떠오르며 충돌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빛나구마’라고 말함과 동시에 빛난다는 문맥적 원의미만이 아닌 고구마의 노란 속을 함께 떠올릴 수 있죠. 근데 이런 소재와 재미는 한국인이어야 즐길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즐기고 있는 이 책은 굉장한 특수성을 지닌 책이라는 점에서 희귀하다고 볼 수 있죠(웃음). 이런 소재의 선택은 의도했다기보다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앞으로 어떤 소재에 매력을 느낄지는 저도 알 수가 없어요. 인연이 닿는 곳에 다음이 있지 않을까요?

 

요즘 관심사가 궁금해요.

환경 문제에 예민해요. 숨 좀 제대로 쉬고 싶어요. 마음껏 밖에 나가 뛰어놀아도 가슴 졸이고 싶지 않고요. 공기가 안 좋으니 마스크 끼고 공기청정기를 돌리라고 하잖아요. 밖은 위험하니 외출은 삼가하라는 말이 침몰하는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말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림책 작가로서 한 마리 나비처럼 작고 연약하지만, 책을 통해 날갯짓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에요.

 

《가래떡》, 《고구마구마》는 군중 안에서 개체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선, 면, 색, 질감 등으로 서로 다른 외모와 성질을 표현하면서요. 일상적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고 해석하는 힘이 놀라웠어요. 호기심이 많고 관찰을 자주하는 편인가요?

최근에 지인을 따라 송어 낚시를 갔다가 저는 낚시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지렁이 때문에요. 과하게 주는 양분을 배불리 먹고 사는 지렁이는 어느 날 환한 빛과 함께 허리가 끊기고 한 몸이 바늘에 꿰어진 채로 놀라운 속도로 물 안에 던져져요. 그 물속에서 자신을 노리는 물고기들, 그중에 제일 재빠른 무지개송어에게 한입에 삼켜져요. 노력 없이 주어지는 모든 것을 경계해야 했건만, 후회도 소용없는 송어의 눈을 봤어요. 이 과정을 보고 나니 그렇게 맛있다는 송어를 먹을 수 없더라고요. 이럴 때, 저는 어떻게 낚시를 하는가에 호기심이 생긴다거나 송어와 지렁이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관찰한다기보다는 그들에게 약간 과한 감정이입을 하는 편이에요. 처지를 바꿔 자주 생각하고요. 이런 사고방식이 《고구마구마》와 《풀친구》 같은 책을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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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구마》를 신나게 웃으며 읽다가, 마지막 무렵 ‘이제 끝이구마’에 놀랐어요. 다시 앞으로 가 읽어봤더니 그제서야 ‘작구마’가 보이더라고요. 작구마는 둘째 딸을 떠올리며 그린 거라고요.

맞아요. 《고구마구마》에 등장하는 고구마들은 나름 쓰임이 있어요. 구워지고 쪄지고 튀겨지면서 말이죠. 그러나 작구마는 너무 작기 때문에 그 어느 곳에도 속하기 어려워요. 그래도 작구마는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며 친구를 돕죠.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 끝나버린 게 아닌가 하는 시련 속에서 싹을 피워 고구마 밭의 진정한 어미가 되어요. 쉽게 상처받고 용기와 능력이 부족하지만 누구보다 고운 심성을 가지고 있는 작구마는 저희 둘째를 닮았어요. 《고구마구마》는 제 딸아이뿐만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작구마들이 자신을 믿고 힘내어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풀친구》는 명랑함에 진중함이 묻어 있는 작품 같아요. 앞의 두 책과 톤은 다르지만 비슷한 메시지를 받았어요. 마지막 민들레 홀씨와 잔디의 웃는 얼굴이 다시 이 자리에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는 듯했어요. 

《고구마구마》의 싹은 즐거운 희망이고요, 《풀친구》의 싹은 절망 속의 위로예요. 《고구마구마》의 결말은 싹이지만, 《풀친구》의 결말은 ‘아무도 없다’고요. 《고구마구마》와 《풀친구》 모두 사람의 개성과 다양성을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풀친구》에선 사람이 길러지는 방식까지 이야기했고요. 풀친구들은 잔디만 남기고 틀에 맞춰 재단되고 급기야 버려져요. 이런 잔디를 키우는 방식은 우리의 교육·정치·사회의 현실과 많이 닮아 있죠. 또 환경적으로도 넓은 잔디를 가꿔야 하는 골프장의 경우 ‘녹색 사막’이라 불릴 정도로 주변 지하수를 고갈시키고 토양을 오염시키며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어요. 골프장이 들어서면 그 주변의 친환경 농사는 모두 접게 된다고 해요. 지하수가 농약과 제초제로 오염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골프장은 마을과 농토를 피해서 지어져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 대비 골프장 비율은 세계 1위일 정도로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어요. 이렇게 한 가지만 기르는, 즉 다양한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은 우리의 삶 속에서 알게 모르게 먹는 것, 마시는 것, 숨 쉬는 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죠. 이런 생각을 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투지가 있었어요. 좀더 많은 사람들이 겉모습의 아름다움에 속지 않고 내면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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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아동도서전에도 다녀오신 걸로 알아요. 작가님의 그림책과 한국 그림책에 대한 반응도 궁금해요.

네. 《풀친구》가 웅진그림책 공모전에 당선되어 그 포상으로 말로만 듣던 볼로냐아동도서전에 다녀올 수 있었어요. 돌아다니다가 힘들면 벽에 기대 쉬는 다른 나라 작가들에게 은근히 말을 걸며 즐거운 경험을 많이 했어요. 제 그림책은 외국에서 설명하기는 무척 힘들어서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저 다음엔 좀더 보편성을 지닌 작업을 해야겠다 싶었죠.

 

개인적으로 《고구마구마》와 함께 연계해서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림책이 있나요? 

저는 아이들이 《고구마구마》를 읽고 궁극적으로 자신의 교실과 무리에서 또 다른 작구마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요.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야시마 타로의 《까마귀 소년》을 읽었을 때 소년의 교실로 얼른 달려가 까마귀 소년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또 저의 학창 시절 속 제가 지나쳐버린 친구들도 떠올랐고요. 앞만 보고 달린 게 후회되더라고요. 다시 돌아간다면 꼭 안아주고 싶어요.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열심히 작구마들을 찾아봐야겠어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를 소개해주세요. 

너무 많고 수시로 변하는데요. 지금 하얀 종이 위에 글을 쓰니까 브루노 무나리의 《하얀모자Little White Riding Hood》가 생각나네요. 이 책은 하얀 종이에 글만 나오지만 그림책이 틀림없어요. 너무 좋아요(웃음).

《고구마구마》 고구마들의 요즘

《고구마구마》의 마지막 장면, 작게 싹이 난 ‘작구마’를 기억하나요? 작구마를 찾아보세요. ‘무성하구마’ 밭의 고구마들도 반갑게 인사해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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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