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로 쓴 시절 기록

One’s Time Record
정승환 — 뮤지션

한때는 밤이 깊으면 라디오를 켰다. 밤의 틈새로 목소리를 보내오는 어느 뮤지션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장난기 어린 말씨와 무해한 농담, 음악과 뮤지션의 또 다른 이야기, 담담히 읽어 내려가는 편편의 시, 청취자에게 보내는 정성 어린 답장…. 감정을 한 줌 덜어내 더 절절하게 이야기를 전하는 뮤지션 정승환은 음악으로, 시로, 말로, 글로 편지를 쓴다. 편지의 초안은 모두 두 개의 엄지에서 출발한다. 

기록은 많은 걸 잊지 않게 해줘요.

그리고 동시에 완전히 잊게 해주는 일이기도 하죠.

어떤 감정이나 상황을 억지로 붙들고 있는 게 아니라

놓아주는 일 같다고 느낄 때가 있거든요.

인터뷰 전에 간단히 식사하시던데, 오늘 바쁘셨군요.

시간 날 때 빠르게 김밥 두 줄 먹었어요. 소고기김밥이랑 멸치고추김밥(웃음). 곧 음원이 나올 예정이라 부지런히 작업 중이에요. 코로나19 때문에 3년 정도 팬들과 만날 자리가 없었는데, 모처럼 팬미팅도 준비하고 있어서 바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인지 컨디션도 좋네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알람 없이 깨는 게 행복”이라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는데 오늘은 알람으로 일어난 하루였겠어요. 

맞아요. 알람 없는 날이 그리워지네요(웃음). 보통 쉬는 날엔 알람 없이 한낮에 깨서 거의 집에만 있어요. 밤낮이 바뀐 편이어서 새벽 5-6시쯤 자고 2-3시에 일어나죠. 약간 정리벽이 있어서 집 청소를 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가요. 멍 때리고, 집안일하고, 유튜브 보면서 시간을 때우는 편이죠. 소소해 보이지만 저한텐 너무 큰 행복이에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꽤 흘렀어요. 그때 “틀에 박힌 교육이 싫어서 노래 배우기를 거부했다.”고 이야기하신 게 기억나요. 

디션 프로그램에 나갈 땐 음악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방금 하신 얘기는… ‘이불킥’감이에요(웃음). 틀에 박힌 교육이 싫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제가 받은 교육이 틀에 박혔다는 발언은 오만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엔 지금이랑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에너지가 넘쳐났어요. 그래서인지 음악은 무엇이다, 예술은 무엇이다, 정의 내리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했죠. 예술이 뭔지는 몰라도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으로 똘똘 뭉쳤었고, 매시, 매분, 매초 음악 생각만 했어요.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재미에 하루하루가 신나던 때죠.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음악에 대한 생각보다도 제 태도가 좀 바뀌었어요. 그땐 무언가 정의 내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했다면 지금은 정의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놓은 상태죠. 형식적인 정의는 있을지 모르지만 절대적인 정의가 과연 있을까 싶거든요. 있다 하더라도 제가 살아가는 동안엔 알 수 없을 것만 같아요. 그래서 규정된 어떤 것을 해나가기보다는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 맞다고 믿는 것들을 해보려고 해요. 혹시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되면 나중에 보완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음악뿐만 아니라 삶 전체에서요. 

 

그때와 변한 점이 있어서일까요, 지금 오디션 프로그램에 다시 나가라고 한다면 못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죠. 

제가 놀이기구를 겁 없이 잘 타거든요. 안전바가 있어서 무섭다는 생각이 잘 안 들어서 어릴 때부터 놀이기구 타는 걸 좋아했어요. 근데 놀이공원을 안 간 지 오래되다 보니까 요즘은 놀이기구 타는 상상을 하면 겁부터 나요.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많은 걸 알게 되는데, 그러면서 예전엔 느끼지 못한 공포도 느끼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겁도 많아지고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다시 나간다면… 그때보다 좀더 경직되고, 좀더 긴장하고, 좀더 어려워하지 않을까 싶어요. 당연히 그때보다 자연스러워지고 깊어진 면도 있겠지만, 지금은 음악이 업이 되었기에 그땐 몰랐던 두려움이 생겼어요. 그전에도 음악은 취미 이상이었지만 그래도 일은 아니었잖아요. 

 

람은 변하기 때문에 잘해오던 걸 어느 순간 못 하게 되고, 할 수 없던 일들을 갑자기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듯해요. 살아 있는 이상 완성형은 없다는 생각도 들고요. 

맞아요. 그래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 질문이 항상 어려워요. 답도 매번 바뀌고요. 찾아가는 중이라는 게 제가 답할 수 있는 최선이죠.

그럼 지금의 정승환을 이야기해 본다면요?

지금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겠지만,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해 보자면 게으르고, 무디고, 그러면서도 예민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늘 앞서는 사람이에요. 

 

어떤 걸 잘하고 싶어요?

너무 많아요. 그래서 그게 잘 안될 때 저한테 짜증이 나요. 실수하거나 그 실수가 반복될 때마다 제가 너무 못나 보이고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아, 이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후회할 때도 많아요. 제가 올해로 스물일곱 살이 됐는데… 물론 아직 어린 나이지만, 제가 살아온 날 중에선 가장 나이 먹은 때잖아요. 최근에는 ‘지금까지 난 뭘 해온 거지.’ 그런 생각을 자주 해요. 사실 돌아보면 제20대는 이러저러한 일들로 꽉 차 있거든요. 뮤지션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만 해도 굉장히 큰일인데, 왠지 모르게 공허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점에서요?

이제 20대 후반이 되었으니 ‘두 번 다시 나에게 20대 초반은 없구나.’ 싶어서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막막해지는 것 같아요. 바보 같은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생각이 떠나질 않아요. 머리로는 ‘그래, 지금도 어리니까 남은 20대 잘 보내고 30대에 더 멋진 일들을 해보자.’ 하는데 왜 자꾸 아쉬워지는 걸까요? 

 

10대 때는 이런 고민이 없었어요?

그때는 오히려 빨리 20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어… (침묵) 근데 생각해 보니 20대 초반에도 다시는 10대가 없구나, 생각하면서 며칠 정도 우울에 빠진 적이 있네요. 제가 좀… 느려요. 한 발도 아니고 몇 발자국씩 느려요. 뭐든 나중에 후폭풍이 밀려오는 편이고 반응이 더디죠. 시간이 지난 후에 뒤를 돌아보는 일이 많고, 그제야 감정이 밀려와요. 그럴 때 특히 아쉬워지곤 해요. 안 그러려고 하는데도 속수무책이죠. 

 

그게 음악으로 표현된다는 생각도 들어요. EP [다섯 마디]를 발표하면서 “음악은 하지 못한 한마디 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라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맞아요. 어떤 일이 벌어지던 당시에서 벗어나 바깥에서 바라보면 좀 차분해지고 냉정하게 보게 돼요. 예를 들어 사랑할 당시에는 잘 모르던 것들이 이별하고 나서야 보일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못다 한 말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 청춘이라는 단어도 그래요. 청춘을 보내고 있는 사람은 청춘이란 말에 감흥이 없어요. 청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그 시절을 지나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지 싶어요. 무언가 그리워하고 정의한다는 건… 그 세계를 벗어났을 때에야 가능한 게 아닐까요?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었을 때에야 못 한 말들이 떠오르는 거죠. 제가 스무 살을 계속 생각하는 것처럼요. 

 

계속 과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미래보단 과거를 좀더 생각하는 편이에요? 

안 그러고 싶은데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저 되게 미련이 많은 사람인가 봐요.

뮤지션 정승환을 ‘발라드 세손’이라고 소개하곤 해요. 발라드에 세손이란 단어가 합쳐지니까 더 진중하고 조용하고… 그런 이미지가 떠올라요. 직접 소개할 땐 “안테나의 메인 교태”라고 이야기하는데(웃음). 

발라드는 대체로 대화로 하면 너무 진지해져서 불편해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이미 진지한 장르라는 인식이 있어서 무리하게 솔직해져도, 조금 오그라지는 표현도 포용되는 장르이기도 하죠. 덩달아 발라더 역시 진지하고 고뇌에 차 있는 이미지가 된 것 같아요. 왜, 재미있는 이야기 중에 누가 갑자기 진지한 얘기를 하면 ‘분위기 깬다’고 하잖아요. 발라더는 그 포지션에 가까워요. 누군가 무시하고 지나쳐도 그 자리에서 진지하게 계속 얘기하는 사람. 하지만 이미지는 이미지일 뿐, 저는 장난치는 것도 되게 좋아하고 쾌활해요. 사실 진지한 순간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인지 발라더 특유의 이미지를 깨려고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발라더와 아이돌을 합쳐서 ‘발라도리’라고 하던데,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서서 발라더의 이미지를 깨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건 보는 사람의 몫이지, 제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의 편견을 깨기 위해서라기보단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다양한 제 모습을 보여줬는데도 하나의 시각으로만 저를 바라본다면 그건 그거대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양하게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다면 제 의도가 잘 통했다고 생각하죠. 발라도리라는 단어는 제 귀여움을 보여주고자 쓴 단어예요(웃음). 저 생각보다 굉장히 귀여운 사람입니다. 

 

그럼요, 귀엽습니다(웃음).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생산자보다 소비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비슷한 맥락에서,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건 중요하지만 누군가가 ‘진심을 담았네.’, ‘진정성 있네.’ 하고 이야기하는 건 어폐가 있다고도 했죠. 

사실 저는 진심이나 진정성이란 단어에 회의적이에요. ‘그걸 어떻게 알아.’ 약간 이런 주의거든요. 저 사람이 진짜 진심인지, 진심처럼 말하는 건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진심인 게 중요해요. 상대가 진심이라고 못 느끼더라도 제가 진심이라면 진심이 된다고 믿으니까요. 만약 제가 진심이 아닌데 누군가 “정승환 노래 진정성 있다.” 하면 그건… 민망한 땡큐고요(웃음). 근데, 제 욕심이랄까요, 개인적인 윤리랄까요, 전 항상 진심이고 싶어요. 특히 음악을 할 땐 그러고 싶어요. 그게 닿지 않으면 아쉽지만 별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진심이라는 건 누가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죠. 

그래서 진심인지 아닌지는 본인만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음… 저는 가끔 제 진심을 모르겠던데요. 

저도 잘 모를 때가 있지만 저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모르는 사람 중엔 제가 제일 잘 아는 거죠. 

 

혹시 내 진심을 모르겠다 싶던 순간 있어요? 

너무 많아요. 저는 시를 참 좋아하는데요. 안미옥 시인의 <한 사람이 있는 정오>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진심을 들킬까봐 겁을 내면서 / 겁을 내는 것이 진심일까 걱정하면서” 무척 와닿은 구절이라 잊지 않고 기억해요. 저는 평상시엔 제 진심을 안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요. 들킬까 봐 겁을 내는데… 겁내는 게 진짜 제 진심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저도 제 진심이 헷갈릴 때가 많거든요. 이게 진짜 내 마음일까, 하면서요. 

 

평상시엔 진심을 안 보이고 싶어 해요? 

네. 굳이 알려서 뭐 하나 싶기도 하고 창피해서요. 

 

진심이라는 건 창피한 마음일까요? 

꼭 그런 건 아닌데 저한텐 좀 유난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럼 진심을 보일 수 있는 상대가 따로 있나요? 

속마음을 다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어머니랑도 대화를 무척 많이 하는 편이고요.

 

어머니한텐 항상 진심이군요.

언제나요.

“노래할 때 말처럼 들리도록 연구한다.”고 했어요. 특히 가사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 중 뭐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우선순위를 두는 게 큰 의미가 없기도 하고요. 가사가 좋은데 멜로디가 별로면 그거대로 썩 좋진 않아요. 멜로디랑 음악은 너무 좋은데 가사가 별로면 그것대로 아쉬워지죠. 그래서 중요도를 따지지는 않지만, 제 역할을 생각하면 노랫말이 중요해지는 지점은 분명히 있어요. 저는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 중 유일하게 ‘언어’를 다루고 있잖아요. 연주자는 악기를 연주하겠지만 저는 노래를 부르니까요. 그래서 직접 언어를 다루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가사가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 발라드라면 가창력이나 좋은 소리도 중요하지만, 가사가 말처럼 들리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말에는 감정이 묻어 있잖아요. 기분이 좋을 땐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긴장하면 목소리가 떨리죠. 그런데 승환 씨 음악은 감정이 뚝뚝 묻어나기보다는 한 줌 덜어내는 것처럼 들려요. 그걸 세간에선 ‘담백함’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고요. 

곡의 정서나 가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되도록 드러내지 않는 거예요. 그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요. “너무 슬프다.”고 말해 버리면 공감대가 안 생기는 것 같거든요. 막 울고 있는 사람보다 꾹 참고 있는 사람이 안쓰러워 보이잖아요. 좀… 더 슬퍼 보이고요. 영화도 되게 슬픈 장면이지만 잔잔하게, 담백하게 풀어낼 때 여운이 더 남아요. 이건 제 취향 같은데, 전 음악도 그런 걸 더 좋아해요. 담백해서 더 슬픈 곡들이요. 감정을 일부러 ‘죽인다’고 말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분명히 다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 건 있어요. 

 

최소한으로 보여줬을 때 극대화될 수도 있다는 거네요. 

그렇게도 볼 수 있겠죠. 

 

말로 소통할 때와 노래로 이야기할 때 어떤 차이가 있어요? 

제 노래로 예를 들어볼게요. 누군가에게 “너였다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물으면 좀 창피한데요, 제 노래 ‘너였다면’을 부르는 건 전혀 창피하지 않아요. 그게 제일 큰 차이 아닐까요. 노래로 하면 다 수용되는 느낌, 솔직해져도 얼마든지 괜찮을 것 같은 느낌. 제가 일상에서는 그런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음, 노래로는 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잘 못한다면 노래하는 자아와 일상의 자아가 구분되나요? 

아니요.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같은 자아라고 생각해요. 옛날엔 경계가 없는 게 진짜 멋진 음악가라고 생각했어요. 무대 위의 모습과 아래 모습이 일치하는 사람이 멋지다고 여긴 거죠. 근데 뮤지션으로 살다 보니 꼭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요. 좀 이상한 말이긴 한데, 무대에서 노래할 때의 저와 평상시의 저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거든요. 결국 모든 게 다 저이지만 보여주는 모습이 다르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무대에 오르는 순간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저는 ‘나는 가수다.’라는 생각을 놓지 않아요. 근데 공연 끝나고 집에서 멍 때릴 땐 제가 가수인가 반문하게 돼요. 아침에 일어나서 눈곱 낀 얼굴, 부스스한 머리로 거울 볼 때도 내가 가수인가 싶죠(웃음). 

 

음악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 많이 고민한다고 했죠. 지금 관심을 두고 있는 것들이 주제가 되기도 할 것 같아요. 

요새는 ‘지나간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에 마음이 가거든요. 아까 말한 20대 얘기처럼요. 바깥에서 어떤 시절을 바라봤을 때 보이는 것들에 대해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죠.

 

아까 20대를 돌아보면서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고 했잖아요. 지금 이야기한 ‘지나간 것들’에 대해서는 어때요?

역시 후회가 많아요. 이렇게 해볼걸, 저렇게 할걸, 그렇게 말해 줄걸…. 근데 후회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국 고마움이 남더라고요. 메모장에 이런 문장을 기록한 적이 있어요. “그리움의 다른 말은 고마움이다.” 그립다는 건 후회를 하더라도 결국에는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고 믿으려는 것도 같고요. 지금 당장 그립고 고마운 건 스무 살이에요. 그땐 모든 게 새롭고, 모든 것에 서툴렀거든요. 처음 서울로 올라왔고, 안테나에 들어왔고, 가로수길도 처음 가봤어요. 물론 지금은 안 가지만(웃음). 그 시절이 가장 그립고… 또 결과적으론 고마워요.

음악 이야기를 좀더 해볼게요. 음악에는 ‘노래를 부른 뮤지션의 서사가 담긴 노래’랑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노래’가 있다고 했어요. 어느 쪽이 좀더 승환 씨한테 가까워요?

둘 다요. 이렇게 대답해야 제가 가수로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지극히 사적인 노래가 있는가 하면 조금 더 전형적인, 대중적인 곡이 있는 것 같아요. 내 이야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동시에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노래들이요. 지금까지 사랑받은 제 곡들은 후자에 속하는 편이에요. 사실 너무 개인적인 노래면 공감을 사기 어려울 거고, 공감이 안 되는 노래라면 사랑받기 힘들겠다 싶어요. 

 

지금 떠오르는 가사 있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갑자기 꼽기는 좀 어렵지만… 음…(정적), 음…(정적), 음…(한참 정적). 지금 막 머릿속에 떠오른 건 ‘안녕, 겨울’ 마지막 구절이요. (노래를 부른다.)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이든 그대로의 그댈 사랑해요 닿지 않겠지만 늦더라도 부디 행복해요.” 

 

갑자기 노랠 부르셔서 철렁했네요. 좋아하는 시구절은 바로바로 읊었는데 좋아하는 가사를 읊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어요. 

제가 쓴 게 다 너무 좋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서(웃음)…. 

 

(웃음)네, 알겠습니다.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휴대폰 메모장에 쓴 게 기록의 시작이라고요. 

어릴 때부터 공상을 많이 하곤 했어요. 생각도 많고 제 언어로 규정하는 걸 좋아해서 혼자 정말 많은 생각을 했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면 저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기도 했어요. 근데 자고 나면 자꾸 다 까먹는 거예요. 그래서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생각하는 것들, 생각하는 주제에 관해 이것저것 적어봤어요. 계기는 그랬는데, 점점 모든 걸 기록하게 되더라고요. 시를 좋아해서 시처럼 흉내 낸 글도 많이 썼죠. 지금도 꾸준히 쓰고 있고요. 그렇게 써온 메모가 벌써 10년이 쌓였네요. 기록은 전부 휴대폰 메모장에 해서 폴더도 엄청 많아요. 휴대폰에 기록하는 게 편하고 좋지만, 고장 나거나 잃어버려서 사라진 메모들도 있어요. 특정 시절에만 쓸 수 있는 문체나 화두가 있잖아요, 어릴 때 쓰던 말투는 지금 따라 하기도 어렵고요. 그걸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워요. 

 

지금 휴대폰에도 메모가 있나요? 

그럼요. 이 휴대폰은 3-4년쯤 된 건데요. 이 메모장에만… (휴대폰을 켠다.) 1,500개 정도 있네요.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자주 기록해요. 악필이라 노트보단 휴대폰 메모장이 편하고 좋아요. 글 쓰는 시간은 항상 즐겁고 자유로워요. 

 

‘시’라는 폴더가 있네요. 

쑥스럽지만 꾸준히 쓰고 있어요. 

 

처음엔 잊지 않기 위해 메모를 시작했지만 10년을 써오면서 새로운 의미가 생겼을 것 같아요. 

기록은 여전히 잊지 않게 해주는 행위예요. 그리고… 동시에 완전히 잊게 해주는 일이기도 하죠. 말하자면, 어떤 감정이나 상황을 억지로 붙들고 있는 게 아니라 놓아주는 일 같다고 느낄 때가 있거든요. 

 

기록함으로써 후련하게 보내줄 수 있다는 거군요. 

맞아요. 어떤 일들은 기록함으로써 응어리가 남지 않고 사라지기도 하니까요. 

 

글 쓰는 시간이 자유롭다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그래요? 

완전한 취미이기 때문에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고 형식도 정해진 게 없어서요. 의무와 책임이 완전히 배제된 행위여서 자유로워져요. 누군가를 배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고요. 제가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라디오 디제이를 하실 때, 게스트였던 김민정 시인에게 “죽기 전에 시집을 내고 싶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훗날 시집을 낸다면 그땐 마음가짐이 좀 달라질까요?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시집을 내고 싶다는 건 구체적인 목표라기보다는 꿈이에요. 죽기 전에 한 번, 꼭 한 번은 해보고 싶은 일이죠. 제가 정말 시집을 내게 된다면 읽을 사람을 생각하지 않은 지금 메모들과는 좀… 달라야 할 거예요. 

 

기록할 때 시처럼 썼다고 했잖아요. 실제로 시를 쓰기도 했고요. 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저는 시도 많이 썼지만, 시에 대한 글도 많이 썼거든요. 그때 “시는 시적인 것으로 향하는 것 같다.”라는 문장을 쓴 적이 있어요. 이상한 얘기인 것 같긴 한데, 그러니까… 시를 벗어나려고 하는 게 시 같아요. 

 

어렵네요. 

사실 시라는 게 명료하진 않잖아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 문장도 많고요. 시는 빈 공간에도 의미가 있는 장르가 아닐까 싶어요. 음악은 이 소절과 다음 소절 사이의 숨 쉬는 구간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시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행과 행 사이, 그리고 연과 연 사이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침묵에 주목하는 장르’? 정리할수록 어렵네요. 

 

행간까지 읽어야 하는 장르라는 데 동의해요. 승환 씨는 시를 왜 좋아해요? 

글을 오래 읽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요(웃음). 처음엔 짧아서 좋았고, 그다음엔 제 마음대로 생각해도 되는 것 같아서 좋아하게 됐어요. 엄청나게 열려 있는 장르잖아요. 물론 시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시는 제가 믿고 싶은 대로 믿어도 되겠다 싶어요. 시를 읽다 보면 어떤 땐 한 문장이 유독 와닿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제가 들통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런 것도 시를 좋아하는 이유예요. 

 

시는 시간을 들여야 의미를 알 수 있고, 그 의미 역시 누가 읽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도 들어요. 근데 승환 씨는 노래를 부를 땐 “말뜻이 바로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요. 

시와 노래가 자주 비교되긴 하지만, 저는 시와 가사는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노래, 특히 대중가요는 시보다 조금 더 친절해야 하는 것 같아서요. 직관적일 때 힘이 커지고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르가 음악 아닐까요? 반면 시는 직관적이기보단 시간을 가지고 빈 공간을 오래 들여다보아야 하는 장르예요. 문장 자체보다도… 활자의 맞은편을 봐야 하는 것 같죠. 

 

그러니까, 음악은 노랫말과 멜로디를 정면으로 보는 거라면 시는 행간을 보는 장르라는 거죠? 

제 생각은 그래요.

 

(잠시 침묵) 곱씹게 되네요. 기록 얘기를 좀더 해볼게요. 세상에는 행복할 때 기록하는 사람과 슬프고 우울할 때 기록하는 사람 두 부류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쪽이에요? 

행복하고 기분 좋을 때 기록한 적은 잘 없어요. 사실 구분 없이 쓰고 싶을 때 쓰는 사람인데요. 감정적으로는 조금 우울감이 있거나 슬플 때, 답답하거나 막막할 때 쓰게 돼요. 좋은 이야기를 기록해 놓으면 나중에 봤을 때 분명 다시 기뻐질 거예요. 근데, 좋을 땐 행복하기 바빠서 기록할 겨를이 없어요. 기록이란 상황이나 감정을 마주 보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어요. 슬프고 우울할 때는 좀더 나아지고 싶어지잖아요. 그래서 기록하고, 감정을 마주 보고, 끝내 놓아주려고 하는 게 아닐까요? 반면 행복은 놓아줄 필요가 없으니 기록하지 않게 되는 거고요. 그 안에서 오롯이 즐길 때가 가장 좋기도 하고요. 

 

최근엔 어떤 글을 썼는지 궁금해지네요. 

작년에 박준 시인님이랑 시 토크 콘서트를 한 적이 있어요. 출판사 난다의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송출되는 방송이었는데, 월별로 시인과 뮤지션들이 참여한 행사였거든요. 참여자 모두가 쓴 글을 엮어 잡지 형태로 만든다고 해서 글 한 편을 요청받았는데, 그때 쓴 글이 마지막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시 한 편과 그 시에 대한 소개를 적었죠. 최근엔 글 쓰는 빈도가 줄었어요. 쓰긴 하는데 전만큼 집중하진 않아요. 요샌 유튜브가 더 재밌거든요. 혹시 ‘숏박스’ 아세요? 안 보셨으면 꼭 보세요(웃음).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저는 꾸준히 쓰기야 하지만 더 많이 쓰는 시즌이 있어요. 잘 안 쓰다가 쏟아지듯이 쓰다가, 또 쉬다가, 마구 쓰다가….

이번에는 라디오 얘기를 해볼게요. MBC에서 2년 정도 <음악의 숲 정승환입니다>를 진행했어요. 처음 디제이를 맡을 때 부담감이 컸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겨내셨어요? 

결국에는 시간의 힘이 제일 컸어요. 하다 보니까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진 건데, 사실 그 안엔 제 노력이 엄청 들어 있겠죠.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시간만 때웠다면 극복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라디오는 사연으로 이어가는 프로그램이니까 디제이는 말을 잘하고 아는 것도 많아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유희열 선배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말을 잘하는 것보다 잘 들어주는 디제이가 되면 좋겠어. 그게 내가 생각하는 좋은 디제이야.” 그때 마음의 짐이랑 부담감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디제이는 표면적으론 말하는 역할처럼 보이는데, 들어주는 일을 잘하기 위해 어떤 점을 신경 썼어요? 

제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 중엔 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분도 물론 있을 거예요. 대부분 제 팬분들이겠지요. 하지만 라디오라는 매체를 좋아하는 청취자들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누군가의 사연에 더 귀 기울일 거예요. 자신의 상황을 대입해 보기도 할 거고요. 그걸 깨닫고 나니까 그런 의미에서 잘 들어주는 게 제 몫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군가의 사연을 잘 읽고, 잘 답해주는 일. 그 이후부터는 이 사람이 뭘 얘기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얘기하고 싶어 하는지 생각하면서 사연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사람 이야기를 들어온 시간이 쌓이다 보니 사람들의 감정을 좀더 깊게 헤아리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더 잘 듣는 행위로 연결된 것 같아요. 

 

저도 라디오 키드여서 어릴 때 사연도 많이 보냈는데, 그럴 때마다 편지 쓰는 기분이 들었어요. 

저 역시 매일매일 답장을 보내는 기분이었어요. 사실 겨우 이름만 아는, 아니 어떨 땐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의 사연을 읽고 대화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낯설고 붕 떠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한텐 그게 큰 매력이었어요. 그 사람의 나이, 성별, 직업 같은 건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이 사람이 사연에 어떤 감정을 담고 싶은지, 어떤 상황을 담았는지가 읽히니까 다른 정보는 몰라도 문제가 없더라고요. 그게 일반적인 편지와는 조금 다른 부분 같아요. 

 

결국 음악도, 라디오도, SNS도 전부 소통의 도구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자기만의 대화법이 있을 텐데, 승환 씨는 특히 어떤 점에 집중하려고 해요? 

무엇보다 속단하지 않으려고 해요. 뭐든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 의견만이 답이라고 단정 짓지 않으려고 하죠. 누군가 저에게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고 해서 늘 의견을 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떨 땐 들어주기만 하는 게 백 마디 말보다 나을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대화할 때도 최대한 성실하게 들어주려고 해요. 상대방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테니까요. 

 

그런 느낌이 노래에도 묻어나는 것 같아요. 메시지를 강조하기보단 천천히 전달한다는 느낌이 있거든요. 음악을 만들 때 “좋았던 작품에서 영감을 얻는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최근엔 어떤 작품을 눈여겨보았어요?

책에서도 영감을 많지 받지만 사실 가장 도움이 많이 되는 매체는 영화예요. 특히 대사가 그렇죠. ‘안녕, 겨울’ 노랫말도 영화 <그녀Her>(2013)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어요.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가 별거 중인 아내 캐서린한테 메일 보내는 장면이 모티프가 되었거든요. 

 

혹시 지금 떠오르는 영화 대사 있어요? 

마침 어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을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마지막에 남자 주인공인 츠네오가 한 말이 잊히지 않아요. “이별의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아니, 사실은 하나다. 내가 도망친 거다.” 츠네오 관점에서 조제와의 관계를 생각하 면 정말 많은 감정이 떠올라요.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면 처음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게 되잖아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조제가 안쓰럽다고 생각했어요. 음… 아마 저도 모르게 몸이 불편한 조제를 약자로 생각해 버린 게 아닐까 싶어요. 근데 두 번째 봤을 땐 츠네오가 더 안쓰럽게 느껴지더라고요. 어제는 조제가 츠네오보다 훨씬 강한 사람처럼 느껴졌고, 츠네오는 정말 연약해 보였어요. 그래서 유독 츠네오에게 감정 이입이 많이 됐어요. 더 불안하고 연약한 사람이어서…. 어떤 작품이든 내 상황과 감정, 가치관에 따라 감상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전에는 잘 와닿지 않던 노랫말이 어떤 상황에 갑자기 와닿기도 하고요. 

 

부르는 사람이 내 이야기처럼 불렀을 때 더 그럴 수 있을 것 같고요. 언젠가 가수 이소라 님을”자기 이야기처럼 노래 부르는 뮤지션”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죠? 

맞아요. 이소라 선배님은 제가 정말 존경하는 뮤지션인데, 저도 정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비긴어게인>에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를 같이 부른 적이 있는데, 함께 노래 중이라는 게 실감이 안 났어요. 저는 소라 선배님 노랠 들을 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계속 무너져요. 속수무책으로요. 

 

‘기쁜 마음으로 무너진다.’는 문장 정말 좋네요. 승환 씨는 어떤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 사람은 진짜 자기 얘기하는 것 같아.’ 그런 뮤지션이요. 

 

노래 들으면서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이 사람은 경험이 참 많구나 싶었거든요. 헤어지기 전에 꿈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어느 인터뷰에서 어릴 적 꿈이 ‘예쁜 집을 짓고 예쁜 동네에서 사는 거’였다고 이야기했죠. 그러면서 “계속 이 꿈을 꾸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건 여전히 제 꿈이에요. 꿈이라는 걸 항상 막연하게 느끼는데요. 저한테 꿈이라는 건 특별한 직업이나 목표보다도 그림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나중엔 아주 조용한 동네에 제가 설계한 예쁜 집을 짓고 싶어요. 단독 주택이면 좋겠고, 2층이면 좋겠고… 마당도 있으면 좋겠어요. 예쁜 창을 여러 개 두어서 해가 잘 들면 좋겠고요. 이게 제가 꿀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꿈의 모습이에요.

 

그 꿈이 이루어진다면 어떨 것 같아요?

또 다른 꿈을 꾸겠죠?

 

계속 꿈을 꾸면서 살아가는 거네요.

그러고 싶어요. 꿈은 내일을 기대하게 하고, 무료하지 않은 삶을 살게 하는 힘이거든요.

 

꿈이 있으면 덜 무료해질까요?

네. 뭔가 바라는 게 있는 거니까요.

 

계속 꿈꾸고 있을 근미래의 승환에게 한마디 해줄래요?

편지로 써볼게요(웃음).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