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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익숙한 집 이야기
다양한 도시의 집 풍경은 내 공간을 채우는 영감이 된다. 독특한 구조와 날씨, 흔하지 않은 소품, 조금 다른 인테리어 철학,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평소 궁금했던 해외의 집들을 여기에 모았다. 매우 다른 것 같지만 어딘가 닮은 공간 이야기가 흥미롭게 들린다.
이스트 런던, 샬럿 테일러
오래된 섬유 공장 건물 반가워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샬럿이에요. 저는 런던의 오래된 섬유 공장 건물에서 살고 있어요. 큰 창과 콘크리트 벽면이 있는, 산업 공간의 특징이 돋보이는 집이죠. 요즘은 밖으로 나가기 어려워서 집을 다양한 장소로 활용하고 있어요. 일터, 운동 공간, 사진 스튜디오, 때로는 펍이 되기도 해요. 고요한 런던의 아침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이에요. 보통 해가 밝기도 전에 일어나 따뜻한 조명 불빛 아래에서 커피 마시는 시간을 보내요. 책을 읽으며 런던의 침묵을 느끼는 시간은 신비롭죠. 시간을 두고 채워간 처음 이사 왔을 때 집은 텅 비어 있었어요. 몇 달동안 커피 테이블, 책, 스피커만 두고 살았죠. 큰 가구를 고르고 작은 소품을 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한 번에 모든 것을 정하려 하지 않고 천천히 좋아하는 물건을 고심해서 선택했어요. 잠깐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완벽한 나만의 공간을 원했죠. 가장 아끼는 가구는 렐라 비넬리 커피 테이블Lella Vignelli Coffee Table이에요. 몇 년 동안 사랑해 온 디자인 작품인데, 아직도 우리 집에 있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요. 상단 유리를 받치고 있는 대리석 조각들을 옮기며 변화를 줄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인 가구예요. 지극히 개인적인 집은 저에게 말 그대로 모든 것이에요. 아주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장소죠. 앞으로도 집이라는 나만의 공간에 좀더 나다운 색깔을 남기고 싶어요. 스스로 디자인한 요소들이 집 안 곳곳을 더 많이 채워가길 바라요.
방콕, 주이킴
9년째 이방인 안녕하세요, 아트 디렉터 주이킴입니다. 라이프스타일숍, 이너프 포 투데이Enough For Today를 운영하고 있어요. 방콕을 베이스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죠. 저는 한국에서 이곳으로 떠나온 이방인이에요. 처음엔 여행이었는데, 이곳에서 저 자신에게 집중하며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그렇게 이주를 결정했고 이 도시에 머무른 지 9년이 되었네요. 고양이와의 일상 제 방은 원룸 형태이기 때문에 가구를 이용해 공간을 나누었어요. 책상 한쪽에는 직접 제작한 티크 거울을 두었는데 저의 고양이, ‘뚱냥이 메르시안이’ 자기 얼굴을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네요. 태국어 배우기 타국에서 처음 집을 알아보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날마다 구글맵과 지도를 끼고 산 덕에 방콕의 지리를 한 번에 그리는 수준에 이르렀어요. 덕분에 태국어가 많이 늘기도 했어요. 수많은 이사를 거듭하면서 좋은 조건으로 나온 지금 집을 발견했죠. 이곳은 코너건물인데, 알고 보니 태국에는 코너 건물에 귀신이 많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비교적 저렴해요. 한국과 아주 다른 점이죠. 어릴 때처럼 엄마는 자신이 어릴 때 자란 시골집 이야기를 자주 해주셨어요. 그럴수록 아이에게 추억이 많이 생긴다는 것을 진작 깨달으신 거죠. 그렇게 저는 풍성한 유년 시절을 보내며 자랐고, 이 소중한 경험은 다른 나라에 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요. 저에게 집은 단순한 주거 기능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낯선 땅에서 주어진 작은 공간은 여전히 이방인인 저의 지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예요.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요.
홋카이도, 토미
느긋한 시골 생활 반가워요. 두 아이의 엄마 토미예요. 간호사로 일하며 아이들과 홋카이도의 풍경 사진을 찍고 있죠. 우리 가족은 산속에서 살고 있어요. 이제 막 수도와 전기가 연결된 듯한 한적한 동네예요. 첫아이가 태어나고 조용한 시골에서 육아를 하고 싶은 마음에 도시에서 이곳으로 옮겨 왔어요. 근처에 이웃들이 살고 있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죠. 이상적인 삶 집은 바라는 삶을 이루어 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이상적인 삶은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편안히 놀며 살아가는 거예요. 산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채소를 기르거나 벌레를 채집하고 창밖으로 날아다니는 새를 관찰하는 이 공간이 우리 가족에게 가장 집다운 집이죠. 요즘 홋카이도엔 눈이 많이 내려서 집 밖에서는 아이들과 눈놀이를 하고 집 안에서는 다 같이 요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나무로 만든 집 이 집에 이름을 붙이자면 ‘나무의 집’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산속이기 때문에 가능한 자연을 소재로 집을 지었어요. 나무의 부드러운 감촉이 있는 따뜻한 공간이랍니다. 일상의 소중함 지금은 자유롭게 집 밖을 나설 수도,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도 없는 힘든 상황이지만 일상의 특별함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어서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싶어요. 앞으로 아이들과 요리하는 시간이 더 늘었으면 좋겠네요.
에디터 김지수
사진 샬럿 테일러, 주이킴, 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