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보다 술이 좋은 사람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나는 술이 좋다. 사랑한다. 혀를 지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이 좋고, 술자리의 왁자지껄함이 좋고, 취중에 추는 개다리춤이 좋다. 난 매달 월급의 반을 알코올에 녹인다. 내가 비정상인가? 모르겠다. 제발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우유보다 술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내 주변의 그들도 나와 같기를 바라며 매일같이 술잔을 채웠다.

양은미 | 어린이집 선생님 | 맥주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10년 차 어린이집 보육교사예요. 곧 여름캠프를 앞두고 있어서 정신이 없네요. 가장 좋아하는 술집으로 이곳을 꼽았어요. ‘철판남’은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근처 성당에 갔다가 찾게 된 이자카야예요. 3차로 온 곳인데, 그날 갔던 술집 중에 가장 좋았어요. 

 

원래부터 성당에 다녔어요? 

그런 건 아니지만 경건해지는 느낌을 받고 싶었어요.


음, 철판남은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분위기가 따뜻했어요. 아기 예수 앞에서 회개도 했겠다, “왠지 좋아.”라는 느낌이랄까요. 

 

그날 먹은 안주는? 

가리비 철판구이요. 맥주 탄산에 녹아버릴 것처럼 부드러운 메뉴예요. 좋아하는 주종으로 맥주를 꼽았어요. 

 

매력이 뭐예요? 

청량감이요. 제가 에어로빅을 하는데 한 시간 열심히 땀 흘리고 맥주 한 잔 마시면 그렇게 개운할 수 없어요. 맥주 탄산이 목구멍을 타고 식도로 내려가 위까지 쓸어주는 느낌이 좋아요. 하루의 안 좋았던 일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생동감이 느껴지는 묘사네요. 주량은 어떻게 돼요? 

맥주 2,000cc 정도 마시면 기분이 좋아져요. 요즘에는 저만의 음주 사이클을 만들려고 하는데요.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 주 3일만 술을 마시려고 해요. 나이가 들수록 힘들더라고요. 

 

일주일에 3일도 적은 편은 아니잖아요? 

소주를 마시면 힘들지만 맥주는 부담이 많이 없어요. 

 

언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어요? 

스무 살 때 아빠랑 처음 집에서 술을 마셨어요. 탕수육에 고량주였죠. 

 

주사가 있어요?

예전에는 술만 마시면 울었는데 지금은 술자리에서 잠을 자요. 

 

함께 먹던 친구가 자버리는 건 좀 별론데. 

저는 양반이에요. 한번은 단둘이 술을 마시다가 집에 가버린 친구가 있었어요. 친구는 취해서 기억에 없다고 하는데, 경찰에 신고하고 난리도 아니었죠. 

 

본인도 자주 취하죠? 

말해 뭐해요. 친구랑 광장시장에서 막걸리 먹고 취해서 지하철역 계단에서 잔 적도 있어요. 둘 다 완전히 거렁뱅이 꼴이었죠. 경찰이 깨워서 겨우 일어났어요. 더 웃긴 건 일어나서 서점에 가서 책을 읽었다는 거예요. 그러다 또 잠들어서 서점 직원이 깨워줬죠. 여러모로 경찰에게 신세를 많이 지네요. 계단에서 함께 잠든 친구가 술 먹다가 사라져서 경찰을 불렀다는 바로 그 친구예요. 경찰 아저씨께 죄송합니다. 

 

그래도 함께 취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좋은 거죠? 

고등학교 때 옆자리에 앉던 친구인데 벌써 15년 넘게 함께 술을 마셨네요. 베스트 프렌드이자 선을 넘지 않는 친구 사이예요. 선을 넘지 않는다는 게 어떤 의미예요? 너무 친하다고 아는 체하지 않고, 또 너무 모르지도 않는 사이요. 간혹 심각한 얘기도 하지만 너무 깊게 파고들지는 않죠. 이래라저래라 강요하지도 않고요. 

 

오늘은 친구 대신 저랑 마시는데, 술맛이 어때요? 

동안 찾지 않던 단골집에 오랜만에 들른 기분? 좋아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뭐예요? 

어린이집에 계속 다닐지 장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데 크게 변화를 주기는 힘들 것 같고, 무엇이든 궁리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글쓰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글쓰기?

제가 가르치던 아이들이 매일같이 어린이집에 찾아와요. 여섯 살짜리들이 “선생님~” 하면서 뛰어오면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그 아이들이 열 살, 스무 살이 돼서도 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통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방법이 글쓰기 같고요. 제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겠죠. 

 

응원할게요. 끝으로 술에 대한 자기만의 철학이 있다면요? 

나한테 술은 쓰레기차다! 요일마다 정해서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게 해주거든요. 물론 버려도 버려도 무언가가 계속 쌓이겠지만, 일주일에 세 번은 저만의 쓰레기 배출일이 있다는 게 다행인 거죠. 좋아요. 

 

이 기사에서는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입혀줄 건데 어떤 게 좋겠어요? 

에어로빅 복장만 아니면 돼요. 

박권식 | 떡볶이 가게 사장 | 빨간 소주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교대역 근처에서 떡볶이 집을 운영하는 빨간 소주 애주가입니다.

 

자주 가는 술집은 어디예요?

사동에 있는 ‘해밥상달주막’을 좋아해요. 강남시장 안에 있는 술집이죠. <슈퍼스타K> 오디션을 보고 돌아와 밥집을 찾다가 발견한 곳인데, 뚝배기불고기가 4,500원이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소주 가격도 주변 가게들보다 500원 더 저렴해서 주변에 전파하게 됐죠. 

 

거기서 가장 좋아하는 안주는 뭐예요? 

인원이 많을 땐 부대찌개를 시켜서 라면사리(무제한) 추가로 배를 채우고, 육수를 리필해 남은 햄과 채소를 안주로 먹어요. 

 

빨간 소주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독하지 않아요? 

다른 소주에 비해 숙취가 덜한 편이에요. 요즘엔 파는 술집이 많지 않더라고요. 

 

얼마나 마셔요? 

주 6.8회, 연 350일 정도 마셔요. 주량은 빨간 소주 기준으로 2병, ‘참이슬 후레쉬’는 3병, ‘처음처럼’은 4병이요. 

 

언제부터 그렇게 마신 거예요? 

제대로 마시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부터예요. 당시에는 학생을 받아주는 술집이 있어서 생일 파티나 밴드부 뒤풀이를 자주 했죠. 맥주컵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온갖 잡다한 것들을 넣어서 더럽게 먹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그걸 다 먹은 친구들도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죠? 

 

버릇이 뭐예요? 

평소보다 말이 좀 많아지고 애정표현이 과해지는 편이에요. 하지만 저는 양반이에요. 이제껏 워낙 다양한 술버릇들을 봐 왔는데, 술만 마시면 소변을 보는 친구가 있어요. 우리 집에서 함께 자는데 아침에 보니 이불과 소파가 젖어 있는 거예요. 그때는 바로 몰랐는데, 후에 비슷한 상황에서 먼저 잠든 친구가 갑자기 싱크대에서 볼일을 보는 거예요. 그 친구의 술버릇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죠. 나도 그 친구 누군지 알지만 말하면 안 되는 거겠죠? 

 

그러고 보면 형의 취한 모습을 거의 못 본 거 같아요. 

많이 자제하는 편이지만 큰 행사가 있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 필름이 끊기기도 해요. 춤을 추고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더라고요. 지인들의 동영상을 통해서 확인 가능한 일이었죠. 

 

숙취 해소는 어떻게 해요? 

아침에 차가운 물을 많이 마셔서 화장실에 다녀와요. 그러고는 매운 음식을 먹고 또 화장실에 가죠. 마무리로 아이스커피를 먹고 세 번째 화장실에 다녀오면 거의 완벽하게 해장이 되는 것 같아요. 

 

자주 술을 먹는 친구는 누구예요? 

서성용이라는 친구예요. 룸메이트죠.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엠넷이나 예능 영상을 보곤 해요. 

 

혹시 아까 말한 그 술버릇의 소유자인가요? 

(노코멘트)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뭐예요? 

연애를 못한 지가 오래돼서 고민이에요. 정 안 되면 아이돌이나 응원해야겠죠. 

 

술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요? 

일단 술은 강요하지 않는다는 게 철학이에요.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만나 기분 좋게 마시는 게 최고죠. 술은 기분 좋은 만남이니까요. 

 

끝으로 좋아하는 코스튬을 말해주세요. 이유는 묻지 말고요.

개인적으로 제복을 좋아해요.

김종원 | 딸기 농장 농부 | 소맥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도시에서 생활하다 1년 전 충남 논산으로 귀농했습니다. 딸기 농장을 운영해요. 에디터 K의 아버지이기도 하고요. 

 

인생의 새로운 도전일 텐데 기분이 어때요? 

40년 만의 시골 생활이라 감회가 새롭네요. 

 

오늘의 안주는 뭐예요? 

숯불에 올려 구운 삼겹살과 장어구이예요. 장어는 특별히 3킬로그램을 준비했어요. 

 

3킬로그램이면 한 달은 먹겠는데요? 

귀한 손님들이 오셔서 특별히 신경 썼어요. 

 

선호하는 주종을 알려주세요. 

소맥을 즐겨 마셔요. 소주와 맥주의 비율은 1 대 3 또는 1 대 2를 선호해요. 

 

얼마나 자주 마셔요? 

도시에서는 일주일에 4일을 마셨는데, 귀농 후에는 일주일에 6일을 먹는 것 같네요. 

 

의외로 더 늘어났네요? 

다만 도시에서는 한 번 마실 때 그 양이 많았고, 이곳에서는 거의 매일 먹지만 양이 적어요. 일이 고되다 보니 하루의 끝을 소맥 한 잔으로 푸는 거죠. 소주 한 병에 맥주 두 병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진열장에 양주가 많던데. 

선물 받은 건데 거의 안 먹고 손님이 오면 가끔 꺼내 먹어요. 

 

처음 술 마신 때를 기억해요? 

중학교 때니까 1970년대였죠. 안중중학교 친구들과 호기심에 마셨는데, 힘들고 재밌던 기억이 있네요. 가장 크게 술에 취했을 때도 그 무렵인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쓰레기통 가득 오바이트를 했더라고요. 

 

술버릇이 있어요? 

모든 걸 내려놓고 술을 즐기지는 않아요. 취중에도 늘 실수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먹죠. 굳이 이야기하자면 감성적으로 변하는 것 정도? 슬픈 생각을 하며 혼자 눈물을 삼키죠. 

 

슬픔에도 종류가 있잖아요? 

가족에게는 미안함, 일에 대한 아쉬움, 나 자신에 대한 원망과 후회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질문인데, 술 취한 저는 어떤 모습이에요?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다. 상대 의견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본인과 다른 의견을 ‘결코’ 수용하지 않는다. 

 

잠깐만요. 목소리에서 따옴표가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인가요? 

그렇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가 늘 몸에 배어 있다, 정도로 마무리할게요. 

 

네… 고맙습니다. 본인만의 숙취 해소 노하우가 있나요? 

술 마시기 전에 우유를 많이 마셔요. 그리고 술 마시고 집에 오면 어떻게든 밥을 먹으려 해요. 그럼 다음 날 속이 덜 부대끼죠.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뭐예요? 

건강이에요. 내가 건강해야 자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 것 같거든요. 

 

자식이란 뭘까요? 

자식은 나의 업이다. 꼭 필요한 존재지만 상황이 좋지 않을 땐 내가 왜 이렇게 부족한 부모일까 생각하게 하거든요. 

 

저에 대한 실망도 있었어요? 

실망보다는 아쉬움이겠죠. 더 잘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 하지만 그건 제 입으로 말할 수 없는 거 같아요. 부모로서 항상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에요. 

 

이야기가 많이 빗나갔는데, 끝으로 술에 대한 자기만의 정의가 있다면요? 

술은 나의 슬픈 벗 같아요. 나이를 먹을수록 외로워지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는 술이 필요하고, 그런 슬픔을 함께하는 벗.

박준 | 글 쓰고 말하는 사람 | 막걸리

 

직업에 굳이 ‘글 쓰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써 달라고 했어요. 

네, 저는 서울 살고 4일 만에 금연에 실패했으며 글 쓰고 말하는 일을 해요. 그 외에는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글 쓰는 일은 시나리오 집필이고 말하는 일은 성우죠?

네. 맞아요. 

 

가장 좋아하는 술집으로 종로 피맛골을 골랐네요? 

피맛골의 ‘와사등’은 대학 시절에 좋아하던 형이 처음 알려준 곳이에요. 저는 어떤 공간을 생각할 때 제가 그곳에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공간이 저를 뱉어낸다고 생각하거든요. 와사등은 저를 뱉어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아까 보니까 주인 할머니가 욕을 하시던데요? 

아, 이번에 처음 뱉어내셨네요. 

 

좋아하는 주종은 뭐예요? 

막걸리가 제일 잘 받아요. 저는 수줍음이 많아서 평소에 못 하던 말을 편하게 하려고 술을 마시는데 막걸리는 말 그대로 어느새 취하게 되거든요. 저는 그게 술이 갖춰야 할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막걸리에 가장 어울리는 안주는 뭐예요? 

임연수어구이요. 다른 생선에 비해 가시가 잘 발리고 또 가시를 씹어도 금세 고소해지는 맛이 좋아요. 굽기는 조금 탄 듯 바삭하게 굽는 게 좋고요. 

 

한 번 마시면 얼마나 마셔요? 

막걸리 두 병 반을 조금 넘게 마시니까 그만 먹고 싶더라고요. 

 

술을 마신 건 언제예요? 

고등학교 때 문예부를 했어요. 한 번은 졸업한 선배와 술집에 갔는데, 선배가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는 거예요. 그걸 보고 문예부를 나가야겠다고 결심했죠. 제가 나간다고 하자 선배들이 저를 둘러싸고 겁박을 하더라고요. “니가 들어올 때는 씨발,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마음대로 안 되지.” 하면서요. 

 

와(ㅋㅋㅋ)너무 전형적이어서 웃음이 다 나오네. 

진짜로요. 

 

본인의 술버릇은 뭐예요? 

평소에 잘 못 하던 말을 극단적으로 하게 돼요. 최근 술 마신 친구가 자기 집안이 친일파라고 하더라고요. 이야기하다 보니 저랑 정치 의견도 많이 달랐어요. 나름 말을 아꼈는데 자꾸 저에게 말을 걸기에, 올해 들어 가장 심한 말을 했어요. “그냥, 가라. 친일파 후손이랑 어떻게 정치 얘기를 하냐.” 하고요. 그날 이후로 반성 많이 했어요. 

 

그런 술버릇이라면 응원할게요. 그럼 주변에서 본 인상 깊은 술버릇은? 

함께 마시던 친구가 너무 취한 거예요. 갑자기 앉은 자리에서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더라고요. 제가 본 모습 중에 가장 심한 경우였어요. 

 

그건 좀 심하네. 본인은 그런 적 없어요? 

저는 하룻밤 사이에 세 가지 물건을 다 잃어버린 적이 있어요. 아이팟 클래식이랑 정장 재킷이랑 가방까지. 눈 뜨니까 집 앞이던데요. 

 

오늘은 어때요? 취할 거 같아요?

어제 밤새워서 되게 피곤했는데, 막상 사람 만나고 얘기하니까 괜찮아졌어요. 바로 이게 막걸리의 장점 같아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뭐예요?

여동생이랑 함께 사는데 요즘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랑 자주 술도 마시고 영화도 보면서 사이좋게 지내는 편인데, 혹시 저랑 노는 게 재미있어서 연애를 못 하는 건지 고민이 돼요. 쿨럭쿨럭. 죄송합니다. 

 

울지 말고 얘기해요. 아주 눈물바다야. 

네…. 

 

보호자라는 생각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이겠어요. 오히려 과한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내다 보면 저절로 잘 풀리지 않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눈물은 닦고 술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말해주세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술도 살아가는 것과 똑같은 것 같아요. 타의에 의해 마시는 술은 좋을 수가 없잖아요. 오늘 내가 필요해서 마시는 술이 행복한 거겠죠. 혼자 엄청 망가질 때까지 마셔도 보고 후회도 하고 난 뒤에야 진짜 술을 즐길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예전에는 술에 먹혔다면 이제는 저 스스로 잘 즐기는 것 같아요. 

 

술과 상생하는 관계가 됐네요. 

그렇죠. 

 

끝으로 꼭 입어보고 싶은 옷이 있어요? 

저 인형 탈을 쓰고 싶어요. 제 외모는 거칠고 아저씨 같지만 영혼만큼은 귀엽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 속의 귀여움을 표현할 옷이 필요해요. 

 

좋아요. 소원 풀어줄게요.

우효성 | 위스키 포차 사장 | 위스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야관문’이라는 술집을 운영하는 골프선수입니다. 

 

이름이 의미심장한데, 야관문은 어떤 곳이에요? 

위스키에 닭발과 닭도리탕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대한민국에서 이곳이 유일하죠. 물론 소주와 맥주도 판매하고요.

 

가장 좋아하는 술과 안주 조합은 뭐예요?

몰트위스키Malt Whiskey 중에 라가블린Lagavulin을 좋아해요. 라가블린은 스모크 치즈 향이 강한 편인데, 감바스와 함께 마시면 특유의 향이 사라지지 않고 편하게 어우러져요. 

 

술집을 운영하면 술을 안 마실 수가 없겠어요. 

일주일에 여섯 번 정도 마셔요. 쉬는 날에는 운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 마시고요. 주량을 조절해요? 하루에 혼자 위스키는 세 병 정도 먹는 거 같아요. 

 

혼자서?

네. 매일 세 병씩, 주 6회, 10년 동안 그렇게 해왔어요. 

 

병원 안 가도 돼요? 

술 때문에 불편해서 병원에 간 적은 없어요. 

 

언제 처음 술을 먹기 시작한 거예요? 

집이 엄해서 서른 살에 처음 술을 마셔봤어요. 아는 형의 권유로 여의도 ‘치킨뱅이’에서 처음 맥주를 마셨죠. 사이다에 타서 먹었는데 몸이 따뜻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술맛을 잘 모르다가, 술집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위스키를 배우기 시작했죠. 거기서 눈이 뜨인 거죠. 

 

맥주와 위스키, 완전 극과 극인데요? 

그렇죠. 

 

술버릇은 뭐예요? 

많이 취하면 자요. 조금 취하면 ‘지금 이 순간’이나 ‘여러분’ 같은 노래도 부르고요. 

 

전용 마이크도 있죠? 

항상 준비돼 있죠. 금색 마이크예요. 

 

기억도 안 나도록 취한 적 있어요? 

술 마시고 취할 것 같으면 더 빨리 마셔요. 마지막 건배를 하는 순간 기억이 끝나는 거죠. 그렇게 자다가 일어나서 사람들이 아직 있으면 또 같이 먹고, 아무도 없으면 혼자서 남은 술을 마시고요. 

 

숙취는 없어요?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숙취가 없어요. 그래서 숙취 해소가 필요 없죠. 아침 10시까지 먹어도 샤워하고 2시간 자고 일어나면 정상으로 돌아와요. 아무래도 생활리듬이 그렇게 되어 있나 봐. 

 

귀신인가…? 

비결이 있어요. 소주를 먹지 않는다는 거예요. 보드카Vodka나 진Gin도 안 먹어요. 오직 위스키만 마시죠. 어쩌다 이자카야에 가게 되면 그나마 고를 게 없으니까 사케를 먹긴 하죠. 

 

숙취 방법을 찾지 않고 애초에 숙취를 안 만들면 되는 거네요. 

그렇죠. 

 

어떨 때 술이 가장 맛있어요? 

사람이죠. 사람들과 함께하려고 술자리를 갖는 거지, 술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람들과 술 마실 때 자기만의 의식이 있어요? 

술을 마실 때 항상 인사해요. 눈빛만 맞으면 건배를 하는 거죠. 다른 사람이 안 먹어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마시기 전에 인사하는 게 저한테는 중요해요. 

 

여기 빈 술병이 아주 많은데, 어제도 달렸어요? 

어제는 좋아하는 형이랑 주변 가게 사장님들이 찾아왔어요. 위스키 여섯 병은 먹은 것 같네요. 

 

이렇게 열심히 달리는 이유나 계획이 있어요? 

IMF. 

 

응? 지나갔잖아요. 

아니야. 언제 또 올지 몰라요. 그걸 대비해서 저 스스로 대한민국에 뭘 해줄 수 있는가 생각해봤거든요. 저는 이곳에서 리더들을 배출한다고 생각해요. 술을 가르치고 술집 문화를 가르쳐서 그들이 독립한다고 하면 가게를 오픈해주는 거예요. 그럼 그들이 또 사람들을 고용할 거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나라 경제가 돌아가는 거지. 

 

뭔가 이상하지만 반박하기 힘드네요. 

진짜예요. 

 

좋아요. 마지막으로 술에 대한 본인의 철학은? 

술은 스트레이트다. 온더록스로 인생을 사는 걸 안 좋아하거든요. 술도 마찬가지예요. 조절해서 먹는다는 것 자체가 취하려는 술의 원래 목적에 안 맞는 거지. 목적에 맞게 확실히 시원시원하게 먹는 것. 갈 때 가더라도 시원하게 가는 것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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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건태

일러스트 김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