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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정리가 필요한 날
우리 집 옷방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덮치는 기분은 막막함이다. 큰맘 먹고 방문을 열었다가도 선반과 행거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옷들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옷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장본인인 나를 원망한다. 미루다 미루다 정리를 시작해도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애매한 옷들만 쌓여 간다. 《주말엔 옷장 정리》를 읽고 옷장 때문에 마음이 답답한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지금, 나를 위한 옷장 정리가 필요한 순간이다.
여성들의 행복한 옷 입기를 돕는 퍼스널 스타일링 전문가이자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일 코치. 쓴 책으로 《주말엔 옷장 정리》,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등이 있다.
《주말엔 옷장 정리》의 첫 페이지에 “옷, 행복하게 입고 계세요?”라는 문장이 쓰여 있어요. 지금껏 옷에 행복이라는 감정을 연결해본 적이 없어서 질문을 보고 바로 답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어떤 의미에서 이런 질문을 하셨나요?
옷장을 열었을 때 사람마다 처음 느끼는 생각이나 감정이 다를 거예요. 후회, 고민, 걱정을 느끼는 분들이 있는 반면 어떤 분은 즐거움, 기대, 당당함을 느끼죠. 옷장에는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이 공존하고 있어요. 이 두 가지가 어느 정도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너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치우쳐 있다면 뭔가 변화가 필요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긍정적인 감정의 대표격인 ‘행복’이라는 단어로 질문을 던진 거예요.
그 행복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옷장 정리를 권하고 계세요. 코치님이 말하는 ‘정리’의 뜻은 단순히 비우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말하는 정리는 ‘나에게 맞는 관리’에 가까워요. 나라는 사람에 맞게 옷을 잘 관리하고 있느냐가 정리의 개념인 거죠. 예를 들어 저는 실용주의자라 한 가지 아이템을 오래도록 사용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서른다섯 가지 아이템으로 한 계절을 날 수 있어요. 유행하는 아이템을 좋아하고 같은 옷을 몇 번만 입어도 지겨워하는 성향은 그렇게 살기 힘들 거예요. 그 사람에게 맞는 정리가 필요해요. 저는 무조건 비우라고 하지 않아요. 우선 내가 원하는 옷장이 어떤 옷장인지 파악한 후 ‘비우기-채우기’로 선순환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라고 봐요. 미니멀리스트이든 맥시멀리스트이든 옷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살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정리이자 관리라고 생각해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왔어요. 계절이 바뀌는 이 시점에 지금 당장 무엇을 시작하면 좋을까요?
먼저 겨울에 한 번도 안 입은 옷이나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아이템이 있는지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다음엔 봄 아이템 리스트를 작성해보는 거예요. 내가 현재 어떤 봄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지 적어보면 봄을 즐겁게 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보이거든요.
책에서는 옷장 정리의 단계를 ‘마음의 준비-비우기-남기기-매치하기-채우기’, 총 5단계로 나누고 있어요. 이 중 가장 중요한 단계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음의 준비’와 ‘채우기’를 꼽고 싶어요. 옷장 정리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무척 많아요. 옷이라는 물건이 부피도 크거니와 뭔가 내가 끝까지 잘해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동반되니까요. 내 취향과 스타일을 잘 알아야 정리도 쉬운데 그렇지 못한 분들이 많거든요. 옷장 정리를 시작하려면 부담감을 내려놓고 ‘오늘은 열 가지 아이템만 봐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 필요해요. 둘째는 채우기인데요. 제대로 산 아이템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훨씬 커요. 옷을 샀을 때의 뿌듯함, 그리고 그 옷을 입을 때마다 느끼는 자신감, 다른 옷과의 어울림에서 오는 평안함이 그런 것들이죠. 반대로 그렇지 못한 아이템을 샀을 때는 그 반대의 상황이 펼쳐져요. 채우기를 단순히 ‘쇼핑’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개인의 일상과 기분에 많은 영향을 주는 만큼 중요한 일이니까요.
좋아하진 않지만 자주 입는 옷도 분명 있더라고요. 취향보다 편리함을 택하다 보면 몸은 편해도 마음은 편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취향과 편리함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그 접점을 찾으려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해요. 예를 들어, 착화감에 예민한 분들은 운동화나 슬립온 등 무조건 발이 편한 신발을 찾아요. 그러다 보면 스타일이 점점 제한되고 마음에 들지 않게 돼요. 발도 편하면서 예쁜 플랫 슈즈나 스니커즈를 찾으면 되는데 없다고 여기고 마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저는 그 접점을 찾아드리려고 해요. 투박한 워킹화만 신다가 밝은색 스니커즈로만 바꿔도 느낌이 많이 달라지거든요.
취업, 임신, 육아 등 삶의 환경 변화에 따라 옷장도 달라져야 한다고 하셨어요. 임신과 육아의 단계를 거치는 엄마들의 옷장은 어떻게 달라지는 게 좋을까요?
기존에 입던 옷들과 임신과 육아의 단계에서 입는 옷들을 구분해야 해요. 생활이 아기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옷차림으로 나를 표현하는 데 제약이 많잖아요. 상황에 맞는 아이템으로 옷장을 채우면서 기분 전환용 혹은 자존감 회복용 착장 한두 가지는 잊지 말고 채워 놓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존감 회복용이라는 건 어떤 옷을 말하나요?
자존감 회복용 옷은 여행 같은 아이템이에요. 우리가 여행을 가는 이유는 일상에 지친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평소에 자기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자신에게 여행을 선물한다는 기분으로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외출하는 거죠. 길을 걷다가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을 때 마음에 드는 옷이 자존감을 주는 옷이라고 생각해요. 의도적으로라도 그런 아이템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괜찮은 기분을 선사하는 거죠.
옷장 정리를 할 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함께 옷 개기, 함께 좋아하는 옷 고르기요. 옷을 개는 건 아이들에게 하나의 놀이처럼 보일 수 있어서 상의 접는 법, 하의 접는 법 등을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고, 좋아하는 옷을 스스로 골라보게 하는 것은 엄마가 모르던 아이의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이 될 거예요. ‘이 옷이 왜 좋아?’, ‘어떤 점이 좋아?’라는 질문을 통해 생각하게 해보는 도구가 될 수도 있겠죠.
일대일 옷장 코칭을 하신 걸로 알아요.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요?
이사 간다고 사계절 옷장 정리를 한 번에 한 분이 있었어요. 옷 전체를 6등분으로 나눠 4등분은 남기고 2등분은 비우는 6:4:2분류법을 실행하면서 보았더니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이 30벌쯤 되더라고요. 이건 이래서 집에서 입어야지, 저건 저래서 집에서 입어야지 하는 옷들이 그렇게 많은 줄 의뢰인도 그때야 아신 거예요. 의뢰인과 2시간 동안 모두 150여 가지 아이템을 정리했는데 많은 옷을 정리해서 ‘아깝다’가 아닌 ‘후련하다’로 마무리해서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지금도 옷장 정리를 망설이고 있는 독자들에게 해주실 이야기가 있나요?
안 내키면 정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때 하세요. 단, 정리하면 몸과 마음이, 그리고 삶이 편해집니다.

글 이문연 | 그림 김래현 | 휴머니스트
1 걸어야 하는지 개야 하는지 헷갈릴 때
형태가 잡혀 있는 옷(코트, 재킷, 점퍼, 원피스), 구김이 가는 바지(정장), 상의(셔츠) 등은 옷걸이에 걸어야 합니다. 구김이 가지 않는 소재나 걸었을 때 축축 처지는 소재의 바지, 상의, 원피스는 접어서 보관하면 됩니다.
2 옷을 꺼내 입을 때마다 갠 옷이 흐트러질 때
서랍보다는 선반 정리를 추천합니다. 서랍은 맨 위의 옷만 보이기 때문에 중간이나 아래쪽에 있는 옷을 입고 싶을 땐 그 옷을 꺼내면서 다른 옷들이 흐트러지고 말죠. 선반에 정리해두면 내가 입고 싶은 옷이 어디에 있는지 잘 보이기 때문에 옷을 들어서 꺼내고 그 위에 그대로 놓을 수 있어 덜 흐트러집니다.
3 양말, 속옷, 모자, 스카프 등 작은 아이템을 정리할 때
A3 사이즈(대략 300x400mm, 높이는 100mm) 수납 바구니를 3개 준비하세요. 양말용, 속옷용, 스카프용 이렇게 나눠서 바구니에 정리하면 편하고, 모자는 차곡차곡 포개어서 선반에 올려놓거나 이케아 6걸이 행거를 사서 정리하면 좋습니다.
4 계절이 지난 옷을 보관할 때
세탁소 비닐을 그대로 둔 채 보관하지 말고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아올 때 비닐을 벗겨서 달라고 하시는 게 좋습니다. 옷 역시 통풍이 중요하므로 중요한 옷들은 부직포 옷 커버를 구매해서 보관하기를 추천합니다.
5 옷을 효율적으로 분류하고 싶을 때
옷을 라이프 스타일별로 나누어 보세요. 내가 자주 입는 옷일수록 자주 여는 옷장에 가깝게 배치하고 어쩌다 입는 포멀한 옷일수록 손이 잘 가지 않는 곳에 배치하는 거죠. 마치 책상 서랍에 가장 자주 쓰는 문구류와 어쩌다 쓰는 문구류를 정리하듯이요.
에디터 이다은
일러스트레이터 소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