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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자유롭게 거니는 가족들
바람을 느끼고 계절이 주는 변화를 경험하며 오늘도 함께 복닥복닥. 자연에서의 시간이 더욱 간절해지는 요즘, 저마다의 가족들은 그들만의 자연을 만들어 간다. 가까운 산을 둘러 산책하고 멀리 여행을 떠나 다채로운 자연을 마주하는 일.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작은 생명 하나의 소중함을 깨달아 간다.
엄마 서주리
나현우 13세, 나예준·나우진 10세
집 안 풍경이 참 따스해요.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 가족 모두의 몸과 마음이 편안하길 바라며, 집 안 곳곳을 가꾸길 좋아하는 ‘쭐’입니다(웃음). 저희 집에는 저와 남편, 그리고 삼 형제가 살고 있어요. 저희 부부는 각자 회사에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요. 현우와 예준이 그리고 우진이는 새 학기를 맞아 약간의 긴장과 기대감을 품고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조그마하던 아이들이 벌써 6학년, 3학년이 되었네요.
삼 형제라니, 요즘 보기 드문 가족이네요.
현우는 큰형, 예준이와 우진이는 일란성 쌍둥이예요. 우진이는 별로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예준이가 형이랍니다(웃음). 엄마 아빠에게 아이 셋을 키우는 재미를 주려고 했는지 셋의 성격이 정말 다르고 개성 있어요.
어떻게 다른가요?
아이들의 성향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볼까요. 현우는 ‘시크한 도시 남자’, 예준이는 ‘꼼꼼한 FM 스타일’, 우진이는 ‘다정다감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타일’이에요. 공통점은 셋 다 목소리가 크고, 궁금한 게 많아서 말도 많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몸으로 노는 걸 좋아해요.
SNS로 아이들 일상을 재미있게 살피고 있었어요. 세 아이의 육아를 하시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텐데요. 아이들은 서로 잘 지내나요?
사실 아들 셋이 저희 부부의 계획에는 없었어요. 쌍둥이라니! 그것도 남아 일란성 쌍둥이라니(웃음)…! 처음에 산부인과에서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눈앞이 깜깜했어요. 그런데 웬걸, 아들 셋이 정말 너무너무 예뻐요. 어릴 때는 쌍둥이 육아가 힘들었지만, 조금 키워놓으니 셋이 어찌나 알콩달콩 잘 노는지, 보고 있으면 늘 미소가 지어져요. 아이들은 사이가 참 좋아요. 물론 때로는 싸우고, 삐치기도 하지만 화해는 빠르답니다. 늘 셋이 이야기해요. 요즘은 게임을 즐겨 하는데, 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도 함께 이야기하고 의논하며 놀아요. 그것 또한 셋이 있는 장점이겠구나 생각하고 있죠. 게임 이야기, 만화영화 이야기, 책 이야기, 태권도 이야기까지, 소재가 끊임없이 툭툭 튀어나오죠. 가끔은 귀가 아프다고 남편과 이야기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저는 시끄러운 우리 집이 무척 좋아요. 아이들은 양보하고 대화하고 또 내 것을 쟁취하고 의견을 주장하면서 다양한 가치를 집에서 배우고 있어요.
복닥복닥 잘 지내고 있군요(웃음). 집 안 곳곳에 다양한 식물들도 눈에 띄어요. 삼 형제 모두 엄마와 함께 식물을 아끼고 있나요?
아이들과 함께 꽃집에 갈 때가 많아요. 각자 마음에 들어 하는 식물을 사자고 조르기도 하죠. 그 식물이 제 취향과 맞는다면 꼭 데려오는 편이에요. 아이들에게 수형을 물어보기도 하고요. 다행히 아이들 의견이 제 생각과 비슷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면 “역시 엄마와 같구나(웃음)!” 하고 기뻐해요. 얼마 전에도 식물을 데리러 갔는데 셋 다 ‘율마’를 너무 귀여워하더라고요. 제 취향과는 다르지만 아이들이 졸라서 파리지옥과 끈끈이주걱을 키운 적도 있어요. 아마 초등학생 아이를 둔 집은 꽤나 많이들 기르셨을 것 같네요(웃음).
아이들과 식물을 키우며 함께 알아가는 점들이 있나요?
생명은 돌보지 않으면 시든다는 것을 배우고 있어요. 너무 당연하고 기본적인 앎이지만, 아이들이 자연을 통해 터득할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도 해요. 식물이 시들시들하면 무조건 물을 안 줘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요. 사실 엄마가 식물을 키우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어떤 걸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저 어릴 때 우리 집엔 예쁜 꽃과 나무가 많았지, 하며 유년 시절의 우리 집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다면 그대로 좋은 것이 아닐까요. 제가 어릴 때 저희 집 모습을 추억하는 것처럼요. 아이들이 좀더 어릴 때는 식물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크면서 조금은 관심사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걸 느끼지만 괜찮아요. 작은 식물에게서 나오는 좋은 기운이 늘 아이들을 감싸고 있으니까요.
매일 묵묵히 자연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아 가고 있네요. 아이들과 자연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하시나요?
사실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쳐 주기 위해 큰 노력을 하지는 않아요. 저희 부부가 워낙 자연에 있는 시간을 좋아하다 보니 그저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커다란 자연이든, 집에서의 작은 자연이든 많이 보고 만지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외출할 때도 백화점이나 키즈 카페 같은 곳보다는 나무와 풀이 있는 곳에 가려고 노력해요. 그런 곳에서 아이들은 더 신나게 뛰어노는 게 눈에 보이고요. 흙, 작은 식물, 커다란 나무, 동물… 이 모든 자연은 어른과 아이 불문하고 지친 일상에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아이들과 식물을 키우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저는 현우의 ‘아레카야자’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학교에서 가위바위보에 이겨 신나게 식물을 데려왔다고요(웃음).
현우의 3학년 겨울 방학식 날이었어요. 직장을 다니면서도 아이들의 방학식과 개학식에는 휴가를 내고 꼭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요. 현우가 방학식을 마치고, 아레카야자를 들고 “엄마~!” 하면서 뛰어 들어왔어요(웃음). 반에서 친구들이 다 같이 키우는 몇몇 식물들이 있었고, 모두 집으로 가져가고 싶어 해서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저 아레카야자 녀석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우리 집에 오게 된 거죠. 플라스틱 화분에 이름까지 쓰여 있어서, 다른 화분에 옮겨주지도 않았어요. 그 플라스틱 화분 또한 아이에겐 추억이니까요. 얼마 전에는 예준이와 우진이도 교실에서 각자의 이름을 붙이고 키우던 다육이를 데리고 왔어요. 아이들은 가끔 식물에게 물을 주고, 계속 식물의 근황을 체크하고 있답니다.
삼 형제가 식물을 돌보는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따뜻해져요. 제주 여행은 어떠셨나요? 승마 체험을 했다고 들었어요. 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하나요?
제주도 여행에서 말타기 체험을 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 모두 무척 재밌는 경험을 했다며 만족했어요. 아이들은 찰나의 순간들도 모두 기억해요. 말이 엉뚱한 길로 갔다든지, 안 가고 풀을 뜯었다든지, 지금도 사진을 보면 그때 이야기들이 술술 나와요. 저희 가족 모두 동물을 좋아하지만, 동물을 키울 계획은 없어요. 전에 현우가 방과 후 수업에서 데리고 온 햄스터를 키웠었는데, 슬프게도 햄스터는 수명이 짧더라고요. 이름이 햄토리였는데, 햄토리가 아프기 시작하고 마침내 떠나던 날, 아이들과 함께 펑펑 울었어요. 다 같이 눈이 안 떠질 정도로요. 그 이후론 가끔 아파트에 사는 길냥이들을 보면서 아껴주는 것으로 만족하게 되었어요.
매년 아이들의 모습을 기록한 앨범을 만들고 있어요. 올해는 삼 형제의 어떤 모습이 담길까요?
1년에 서너 권의 사진 앨범을 만들고 있어요. 남편과 저한테 사진은 오래된 취미예요. 앨범은 우리 가족의 추억을 카테고리로 묶어서 기억하게 해줘요. 곧 잊힐 수도 있는 추억을 아이들은 종종 앨범을 꺼내 보며 아껴가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소소한 외출이 줄었잖아요. 그래도 우린 어디든 어느 순간이든 사진을 찍고, 앨범을 만들 거예요. 2022년 앨범에는 무릎에 구멍 난 내복을 입은 우진이, 피아노를 치는 예준이, 커다란 화분을 함께 옮겨주는 현우를 상상하고 있어요.
Let’s Make Our Time Natural
Place | 베란다 가드닝
식물에게 중요한 물, 통풍, 온도를 늘 기억해요. 월동 시기에 베란다온도를 맞추기가 가장 어려운데, 식물들은 생각보다 추운 환경에서 잘 버틴다는 걸 새롭게 깨달아 가기도 하죠. 그럼에도 너무 추운 영하로 떨어지는 날에는 출근할 때, 잠잘 때 베란다 문을 열어놓아야 해요. 아주 추운 날엔 물주기를 조금 미루고요.
Item | 아이들과 키우기 좋은 식물
키우기 쉽고, 꽃을 피우거나 열매가 열리는, 변화가 있는 식물이 좋아요. 아이들은 물 주는 미션을 굉장히 좋아하고, 조금이라도 시든 것에 크게 반응하죠. 그런 면에서 물을 좋아하는 고사리류가 아이들과 함께 키우기 좋은 것 같아요. 겨울에 예쁜 꽃을 피우는 동백이나, 사계절 내내 새잎을 계속 내는 페페 종류도 좋고요. 참, 얼마 전에 버킨콩고를 들였는데 아이들이 참 예뻐하더라고요. 강력 추천해요.
엄마 김율
이승우 8세, 이현서 4세
가족 소개로 시작할까요?
반가워요. 남편, 아들 승우, 딸 현서와 함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는 엄마 김율이에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지금 당장 보러 가자, 하러 가자, 타러 가자.’고 외치는 무계획의 엄마와 꼼꼼하고 계획적인 아빠의 보호 아래 균형 있게 살아가는 4인 가족입니다.
엄마 아빠처럼 승우, 현서도 성격이 아주 다르다고 들었어요.
승우는 집돌이에요. 현서는 떠돌이고요. 성향이 극명하게 다르죠(웃음). 둘은 네 살 차이 남매인데요. 승우만 키울 때는 아이가 집에서 레고 하고 책 보며 뒹굴뒹굴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항상 나가자고 설득을 해야 됐는데요. 요즘엔 “자전거 타러 나갈까?” 하면 대답하기도 전에 신발 먼저 신고 준비하고 있는 현서가 있어서 외출이 수월해졌죠(웃음).
현서가 있어서 가족 분위기가 더 활발해졌네요(웃음). 전라북도 고창에 살고 있죠. 고창은 어떤 곳인가요?
산과 바다가 모두 가깝고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에요. 도시와 다르게 여기엔 날것들이 많아요. 모래 놀이하러 바다에 가고, 놀다가 뒤돌면 산이 있고, 어디를 가나 논밭이 있고 습지가 있어요. 사계절을 넘어 매달 달라지는 하늘과 공기의 온도를 가까이 느낄 수 있죠. 아이들은 아직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거나 시골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알아채지는 못할 거예요. 이 아이들에게 자연은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니까요. 논에 물을 댈 때면 윤슬이 반짝반짝하는 모습, 밤이 오면 물가에 달이 비쳐 보이던 기억, 벼를 심고 자라고 수확하는 일까지. 논만 보아도 1년간 다채로운 이벤트가 일어나는 모습을 매일 보며 자라고 있어요. 감나무에서 홍시가 된 감을 떼어서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르게 온 얼굴로 먹는 모습들이 사랑스러워요. 고창은 이토록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들이 기록되는 곳이죠.
문을 열고 나가면 자연인 곳이네요.
그렇죠. 캠핑 의자, 테이블, 파라솔, 돗자리, 연, 원터치 텐트가 항상 트렁크에 있어요. 집에 있는 원목 장난감이나 원목상자, 뜨개 바구니를 꼭 챙겨 나가는 게 루틴이고요. 돌과 낙엽으로 동물 얼굴을 만들기도 하고, 큰 돌로 비석치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주워다 쌓기도 하고 목적 없이 땅을 파며 노는 게 일상이에요. ‘운곡저수지’를 둘러싼 긴 탐방로를 지나면 ‘운곡습지’가 있는데요. 거기 놀이터를 아이들이 좋아해요. 저는 거기까지 가는 탐방로 길을 좋아하고요. 보통은 전기차를 타고 반짝이는 저수지를 구경하며 습지로 들어가지만 걸어갈 때도 있거든요. 걷다 보면 뱀을 보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박물관에서 본 뱀은 무서워했는데 길에서 만난 뱀은 별로 두려워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게 새삼 놀랍기도 해요.
평소 환경과 소비에 관해 관심이 많으신데 어떤 생활 습관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해요.
지구에서 무료 임대로 잠시 살아가는 세대로서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아이가 생긴 뒤로는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렇다고 대단하게 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의식하려 노력해요. 불편한 마음을 가지는 거죠. 그 작은 마음이 배달 횟수를 줄이고 포장 용기를 가지고 다니게 하거나 쉽게 버릴 것들은 애초에 가지지 않게 만들어요. 모르면 모르는 대로 생활하지만 한 가지를 알고 나서부터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환경에 조금 덜 해로운 것으로 바꾸며 살고 있어요. 담양에 있는 ‘달팽이가게’에서 좋은 물건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소프넛’이라는 천연세제도 여기서 처음 알게 되어 사용했고, 아이들은 클레이 대신 밀랍 점토를 가지고 놀아요. 천연, 유기농, 공정무역 등의 단어가 들어간 제품은 늘 반갑게 여기고 있죠. 선택할 수 있다면 친환경적인 선택을 하지만 선택할 수 없다고 고집하진 않고요.
아이들과 ‘에코리움’에 다녀가셨던 기록이 눈에 띄더라고요.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의미 있는 하루였을 것 같아요.
에코리움은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이에요. 매표소 지나 바로 시작되는 야외 전시 구역에서는 자연 생태계의 모습을 재현해 야생 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데, 동물원이 동물들이 사는 아파트를 창문으로 구경하는 느낌이라면 이곳은 야생 동물 동네에 들어가 더 가까이 바라보는 경험에 가까웠어요. 들어가는 길과 나무들이 좋아서 걷다 멈췄다, 입장만 두 시간 걸렸지만(웃음)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오늘 대화를 나눠보니, 진정한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자유롭게 놓아주는 육아를 지향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연과 자연 속에서 만나는 생명들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어요. 도시라고 자연이 없는 게 아니니까요. 누구나 고개를 들면 하늘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을 보려고 하는 사람과 보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같은 나무와 하늘을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감탄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 길 가다 만난 고양이 앞에 쪼그리고 앉는 사람과 지나치는 사람이 있는 거죠. 결코 누가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희 아이들은 자연과 계절을 그 누구보다도 자연스럽게, 온전히 느끼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바람이 달라지고 계절이 바뀌고 생명이 나고 자라고 다시 돌아가는 순환을 신기해하고 궁금해하는 친구가 되었으면 해요.
Let’s Make Our Time Natural
Place | 책마을 해리
폐교를 개조해 복합 책 단지로 꾸민 곳이에요. 입장권은 입구의 작은 서점에서 구입한 책 한 권이고요. 학교에는 도서관 박물관이 있어요. 운동장 밖에는 얼마나 오래됐는지 모를 나무 위에 트리하우스가 있죠. 아이들은 몇 번이고 오르락내리락하며 좋아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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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고창군 해리면 월봉성산길 88
Item |《숲속의 자본주의자》
긴 설명 필요 없이,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을 소개할게요. “우리를 채워주는 것은 다 다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 다름을 탐구하고, 내가 행복해지는 맥락을 깨닫는 것이다. 나는 가족들과 낄낄거릴 시간이 많고, 틈나면 흙을 만질 수 있는 이런 환경이 좋다. 돈과 사회적 지위는 두 번째 문제였다.”
엄마 배해인
박서아 5세
얼마 전에 둘째가 태어났다고 들었어요. 축하드려요!
둘째 단아까지 이제 막 네 식구가 되었어요(웃음). 바쁜 와중에도 아내와 두 딸을 세심하게 챙기는 남편과 낯선 동생을 마냥 예뻐하는 서아 덕분에 새로운 일상에 잘 적응하고 있답니다.
서아는 어떤 친구인가요?
황금 개띠 아기인데다 태몽이 하얗고 작은 강아지여서 태명이 댕댕이였어요. 강아지처럼 뛰어노는 걸 좋아하고, 아빠랑 축구하는 것도 좋아해요. 부끄러움이 많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정이 넘치는 아이예요. 서아를 보고 있자면 쑥스러워하면서도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귀여운 강아지 같아요. 요즘엔 밖에 나가서 자유롭게 놀이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요. 언제 따뜻한 봄이 올지, 공기가 깨끗해질지, 코로나19가 끝날지 기대하면서요.
요즘 같은 상황엔 바깥 활동이 조심스럽죠. 그래서 오히려 자연 깊숙이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저희 가족은 아이가 아직 어려서 자고 오는 것보다 소풍 같은 캠핑을 선호해요. 숲속에 있는 한적한 캠핑장을 좋아하는데, 일요일 오후에 주말 캠핑족들이 떠난 자리가 딱이에요. 거창한 캠핑 음식을 준비하기보다는 간단하게 피크닉 기분 낼 정도만 차려 먹고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 아껴요. 봄에는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아보고, 여름에는 계곡물에 발도 담그고, 가을에는 밤과 도토리도 주워보고요. 소소하게 계절을 듬뿍 느낄 수 있죠.
서아는 할머니를 만나러 평창에 종종 간다고 들었어요.
서아가 자연과 함께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이 평창 할머니 댁이에요. 부모님께서 세컨 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에요. 가족들이 편안하게 와서 쉴 수 있도록 꽃과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에 예쁘게 지으셨어요. 처음에 집을 설계할 때부터 손주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하셨다고 해요. 서아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정성껏 가꾸신 정원을 둘러보는 걸 좋아하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식물 이름을 물어보고, 물도 주고, 잘 자라라고 예쁜 말도 해줘요. 할머니의 조기교육(?) 덕분인지, 꽃과 나무 이름은 저희보다 훨씬 잘 안답니다(웃음). 달걀처럼 생긴 구절초, 보라색 열매가 달리는 좀작살, 잎이 일곱 개 달린 마로니에 나무 등 조잘조잘 옆에서 설명하는 걸 듣고 있으면 얼마나 신기한지 몰라요. 서아는 할아버지가 정원 한쪽에 만들어 주신 모래 놀이터에서 하루 종일 모래성을 쌓기도 하고, 텃밭에서 방울토마토를 따 먹으면서 뛰어놀아요. 집에 잠깐 놀러 오는 마을 고양이와 햇볕을 쬐기도 하고요. 자연 속에서 신나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보낸 소중한 시간이 서아가 자라면서 아주 좋은 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 쌓이는 곳이죠.
해인 씨 가족의 집 공간도 멋지더라고요. 사계절을 뚜렷하게 감상할 수 있는 창문 풍경이 돋보이고요.
저희 집 뒤편에는 광교산 자락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어요. 처음에는 집 안 여러 구조물에 가려져 그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인테리어를 하면서 멋진 풍경을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어요. 여행하며 이따금 만나는 자연과, 고개만 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자연은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매일 바라보는 자연은 그 변화를 하루하루 온전히 느낄 수 있거든요. 눈, 비, 바람, 안개같이 맑은 날씨를 방해하는 요소들도 창밖 풍광에 더해지는 감미료처럼 느껴질 정도예요. 차를 마시며 제가 발견한 자연의 변화를 가족들에게 나눌 때 이 집에 이사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기예보가 있다고 한들 이제 저희 가족에게는 그저 ‘내일 아침에 우리 집은 또 어떤 모습일까?’ 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한 가지 요인이 되었답니다.
가까운 곳에 산이 있다니, 부럽네요. 그래도 도시 외곽으로의 이사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신혼 생활을 서울에서 시작했어요. 서울은 거주지로 많은 장점이 있지만 저희에게 도시의 공기는 무척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우리가 느끼는 이 답답한 감정을 서아가 이어받지 않았으면 했죠. 그래서 이사를 결심했고요. 거창한 이유도 아니었고, 사실 생각보다 큰 고민도 없었어요. 저희는 그저 천을 따라 산책하고, 예쁜 꽃을 발견하면 이름을 찾아보고, 조금 더 시원한 공기를 맡는, 그런 소소한 일들을 좋아하는 가족이거든요. 이곳으로 이사 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우리 가족이 아끼는 일들을 서울에 살 때보다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게 됐어요. 물론 그 작은 변화가 저희 가족에게 주는 만족감은 엄청나지만요(웃음).
자연과 한층 더 가까워진 일상이 서아의 성장에 어떻게 다가올까요?
아직은 자연과 가까운 삶이 서아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다만, 모든 부모들이 그런 것처럼 저희도 서아에게 늘 긍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고 긍정적인 환경이라는 건 결국 자연과 가까워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잔디밭에서 신나게 내달리는 일, 민들레 꽃씨를 후후 불어보는 일, 지나가는 멍멍이에게 괜스레 “안녕?” 하고 인사하는 일까지, 아이에게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는 일보다 좋은 영향을 줄 거라고 믿어요. 서아뿐만 아니라 저 역시 그럴 때 진한 행복감을 느끼고요.
훗날 서아네 가족은 어떤 집에서 살고 있을지 궁금해져요.
이제는 산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여건이 된다면 지금처럼 항상 자연을 곁에 두고 바라보고 만지고 냄새도 맡으면서 살고 싶어요. 방금 서아한테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물었더니 “매트가 바닥에 몽땅 깔린 집”이라고 대답하네요(웃음). 누구나 한 번쯤 꿈꾸듯이,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게 전원주택에서 시끌벅적하게 사는 건 어떨까, 그런 상상을 하고 있어요.
Let’s Make Our Time Natural
Place | 천제당 유원지
앞에는 평창강이 흐르고 넓은 잔디 축구장도 함께 있어서 평화로운 경치와 함께 뛰어놀기 제격이에요. 심지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캠핑장소이기도 해서 한적하게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정말 좋답니다. 자연이 흐드러지게 펼쳐진 곳이라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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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방림리 1863-12
Item | 구연산
자연과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양한 곳에 구연산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살림꾼이라면 응당 알아야 할 친환경 세제죠. 이거 하나로 각종 세제를 대체할 수 있어요. 주방과 욕실 청소, 얼룩 세탁까지. 청소와 구연산 키워드를 검색하면 바로 찾아볼 수 있답니다.
엄마 박미선
구로아 5세
요즘 어떻게 지냈나요?
저희는 저와 동갑내기 남편, 이제 막 다섯 살이 된 로아까지 세 사람이 함께 살고 있어요. 출산과 육아 휴직 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정보육을 시작했고, 그러다가 로아가 올해 3월에 첫 기관에 가게 되었어요. 아이가 첫 기관 생활에 적응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이름이 참 예쁘네요. 로아는 어떤 아이인지 궁금해요.
로아는 옹알이할 때부터 지금까지 재잘재잘 말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예요. 자신의 좋은 감정도 잘 표현할 줄 알고요. 어디서든 자유롭게 잘 놀고 잘 웃고,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잘 자는 아이기도 하죠. 풀과 꽃, 열매, 모래를 좋아하는 아이는 산책길이나 바깥에 나가면 혼자 몰두해서 잘 놀아요.
아이의 활발한 성향 덕일까요, 로아네 가족의 취미는 캠핑이죠?
캠핑을 좋아해요. 주로 포천, 가평 등 경기도 지역으로 다녀요. 가끔 강원도나 갯벌이 있는 태안 지역으로 떠나기도 하고요. 캠핑 갈 때 꼭 챙기는 건 압력밥솥과 로아의 책이에요. 즉석밥을 좋아하지 않아서 압력밥솥으로 밥을 해 먹거든요. 그리고 로아가 잠들기 전에 한 권이라도 꼭 책을 보는 습관이 있어서 잊지 않고 책도 꼭 챙기고요. 캠핑을 가면 자연에서 집을 짓고, 밥을 해 먹고, 놀고, 쉬고, 단순한 일상을 보내요. 매 순간이 다채로운 자연 속, 집에서 겪는 소소한 행복을 더 진하게 느끼고 있죠. 물과 불, 나무와 풀, 바다와 모래, 하늘과 별을 가까이에서, 그것도 아주 여유롭게 즐기는 거예요. 캠핑이 끝나고 돌아와서 로아에게 무엇이 가장 좋았는지 물어보면 “나뭇잎 따는 거, 꽃 따는 거, 바람맞은 거”라고 말해요. 로아는 캠핑을 하며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요.
꼭 자연으로 떠나지 않더라도 집에서, 일상에서 로아가 배우고 있는 자연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요.
지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고 이 지구의 자연환경이 더러워져서 지구가 아프면 우리도 아프다는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자주 해줬어요. 일상에서의 사소한 생활 습관도 자연과 환경에 연결해 설명해 줬죠. 밥을 남기면 지구가 아프다든가, 손을 씻거나 양치를 할 때도 수도꼭지는 계속 틀어놓으면 안 된다는 걸 먼저 보여주고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계속 이야기해 주었어요. 플라스틱 통에 담긴 손세정제 대신 비누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 꼼꼼히 일러주기도 하고요. 어느 날은 같이 시장에 장을 보러 가서 집에서 가져온 통을 꺼냈더니 로아가 사장님께 “비닐은 안 주셔도 돼요.”라고 먼저 말하더라고요. 길에서는 쓰레기만 보면 주우려고 하고요.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되지.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하면서요(웃음). 제가 플라스틱 물건이면 잘 사지 않으려 하는데, 로아는 제 말과 행동을 그대로 습득하고 인지하는 듯해요. 장난감이나 어떤 물건을 대할 때 자제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길러지고 있고요. 이 작은 습관과 실천은 사실 우리가 누리는 아름다운 자연을 더 건강하게 누리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조금의 수고스러움인 거예요. 이 중요한 가치를 아이들에게 도 천천히 쌓아주고 알아가게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아이 덕에 이 좋은 계절을 더 천천히 바라보고 담아본다. 가을의 열매들처럼 내 아이도 많이 영글었다.” SNS에 남겨 주신 문장이 인상 깊었어요.
아이들의 속도는 어른과는 많이 달라요.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엄마는 아이의 속도에 맞출 수밖에 없을 때가 많은데, 그래야 비로소 아이 마음도 읽을 수 있어요. 아이가 바라보는 자연과 세상에 맞추다 보면 내가 알던 자연과 계절의 아름다움을 더 느리게, 아름답게 볼 수 있고요. 천천히 보아야만 보이는 아름다움이 있는 거죠. 저희 가족은 소소하지만 일상 속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해요. 그런 삶의 방향을 찾게 된 계기도 어쩌면 로아 덕이죠. 제가 본 자연의 아름다움을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더 행복하고 안전하게 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바탕이 되었어요. 아장아장 걸음마로 내딛던 공원 산책길 속 아이의 뒷모습부터 종알종알 발음으로 집중하며 열매를 따던 모습,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뛰어노는 모습까지, 로아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저도 천천히 함께 성장하고 있어요. 절대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들이 아니죠. 어쩌면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처음이라 겁먹고 안절부절못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로아가 자라면서 저도 누군가를 위해 인내하며 살아가는 삶도 알게 되었어요. 사랑을 주고받는 행복감을 더 깊게 깨달아가고 있고요.
다가오는 봄에 로아네 가족이 만들어갈 추억이 궁금해요. 봄을 기다리며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있나요?
아마 캠핑을 더 자주 가겠죠(웃음). 처음엔 아빠가 좋아서 시작한 캠핑이지만 이제는 로아도 캠핑을 진정으로 즐기고 있어요. 우리 가족만의 캠핑도 좋지만 마음이 잘 맞는 다른 가족과의 캠핑도 좋아요. 로아가 좋아하는 언니, 오빠와 함께 캠핑장에서 더 신나게 놀고 있겠죠.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멈추고 있지만 로아가 다니기 시작한 공동육아 어린이집 가족들과의 교류와 만남이 또 기대되는 봄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저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나는 걸 기대하고 있고요. 혼자 배우고 싶었던 일에 도전해 보고, 가고 싶었던 공간들을 마음껏 다닐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상상만 해도 좋은 봄날이겠네요(웃음).
Let’s Make Our Time Natural
Place | 불암산나비정원
불암산나비정원에는 산책로가 있고 유아 숲 체험장도 함께 있어요. 나비온실, 곤충학습관 등 다양한 시설을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죠. 불암산 뒤로 카페가 생겼고, 작은 계곡도 있어 여름에 가족이 함께 가기에도 좋은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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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원구 한글비석로 12길 51-27
Item | 활동이 편한 옷
로아가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장소에 맞게 옷을 입히려 해요.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mardi AMBER’나 ZARA, COS 키즈 라인을 추천해요. 원피스는 가끔 ‘Apolina’의 옷을 구매대행 쇼핑몰을 이용하기도 해요.
에디터 김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