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 Kids Market

이토록 따스한 시장이라면

사옥이 완공된 2017년 여름, 우리는 사옥에서 어린이 마켓을 열기로 했다. 《WEE》를 만들면서 놀이·예술·배움이라는 슬로건을 걸었는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린이들이 좋아하거나 원하는 무언가를 만들거나 가져와 파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신청자를 모집했고 기다렸다는 듯이 많은 어린이가 모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상품을 만들어 온 아이들을 만난 날, 적지 않게 당황했다. 직접 그린 식물로 손바닥만 한 식물도감을 만들어 온 정원사와 검은 펜으로 즉석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꼬마 화가, 알록달록 반지를 파는 공주님과 좋아하는 곤충 사진을 찍어온 ‘낭곡리 파브르’가 그곳에 있었다. 한 곳 한 곳 멈춰 들여다보니 꼬물꼬물한 글씨로 간판을 만들고 가격까지 적어놨다. 저마다의 색을 입혀 나만의 가게를 꾸리는 아이들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구경이나 해보자고 들른 어른들도 어느새 이것저것 품고 텅 빈 지갑을 든 채 ‘허허허’ 웃는다. 여러 웃음 뒤에 따스한 온기가 고였다. 자신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응답받은 아이들은 다음 마켓을 꿈꾸고, 손님으로 온 어린이들은 판매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이번엔 어떤 얼굴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를 품고 작년 겨울, 서울식물원에서 네 번째 WEE 어린이 마켓을 열었다. 그 현장을 소개한다.

KIDS SELLER INTERVIEW

마초

송지오, 7세

판매 물품: 마들렌, 초코쿠키

 

안녕하세요? 사장님. 왜 이걸 팔기로 했어요? 사람들이 배고파할 거 같았어요. 어떤 준비물이 필요했어요? 박력분, 소금 한 꼬집, 설탕, 버터, 베이킹 파우더, 코코아 가루가 필요했어요. 아 저울도요! 준비하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을 알려주세요. 요리를 할 때 무게 재는 게 재밌었어요. 말랑한 반죽이 오븐에서 맛있게 변해서 좋았어요. 반죽을 섞을 때 빡빡해서 힘들었어요. 그건 엄마가 도와줬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이룸이랑 이룸이 친구 룩이랑 지우 누나가 사줘서 좋았어요. 마초 가게를 꾸밀 때 신경 쓴 부분이 있어요? 제가 그림을 잘 그리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림 액자를 놓았고요. “사세요 사세요.” 하고 얘기했어요. 잘 팔릴 거 같아서요. 그리고 처음에는 2,000원으로 했는데 이모부가 너무 비싸다고 해서 1,000원으로 가격을 낮췄어요. 싸게 해야 빨리 팔릴 거 같아서요. 많이 팔고 싶었어요.

이룸 버니 비누

박이룸, 6세

판매 물품: 천연 비누

 

안녕하세요? 사장님. 왜 비누를 팔기로 했어요? 친구들이 손을 잘 씻었으면 좋겠어서요. 손 잘 씻는 법도 글씨로 썼어요. 세 장 벽에 붙였어요. 어떻게 만들었어요? 종이컵에 하고 싶은 색깔 가루를 넣고 저울에 올려요. 엄마가 베이스를 끓여주면 그거랑 색깔을 섞어요. 그리고 유니콘이랑 네모난 틀이랑 산타 할아버지 틀이랑 진저브레드맨 틀에 부어요. 이제 기다리면 돼요. 준비하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을 알려주세요. 비누가 굳어서 뗄 때 기분이 좋았어요. 여러 색깔을 섞어봐서 좋았어요. 마음에 드는 색이 나오면 소리 질렀어요. 좋아서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처음 사준 손님이요. 세 명의 이모들이었어요. 내 글씨를 알아봐줬어요. 유니콘 3,000원, 진저브레드맨 2,000원, 나머지 1,000원이라고 적었거든요. 그리고 비누도 세 개를 사줬어요. 가게를 어떻게 꾸미려고 했어요? 유니콘이 예뻐서 잘 보이게 놓고 싶었어요. 집에 있는 것들을 가져가서 거기에 같이 놓았어요. 비누를 사면 포장을 해줬어요. 제가 그림 그리고 글씨 쓴 거에 이모가 핑크색으로 스티커를 만들어줬어요. 포장해서 그걸 꼭 붙여줬어요.

© 정연화

시우네 사진관

맹시우, 9세

판매 물품: 즉석 사진과 액자


안녕하세요. 작가님. 어린이 마켓에서 ‘즉석 사진’을 찍어주기로 한 이유가 있어요? 엄마가 사진 찍는 사람이라 나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엄마가 “사진 찍어보면 어떨까?” 해서 찍게 되었어요. 준비 과정이 궁금해요. 종이 액자에 크리스마스 주제로 금색 물감과 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스티커를 붙여 포장지를 만들었어요. 준비물은 종이 액자, 붓, 물감,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필름이에요. 준비하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을 알려주세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색칠하는 게 재밌었어요. 근데 일일이 다 색칠해야 해서 좀 힘들었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처음 가족사진을 찍은 가족이요. 이룸이네 가족이었어요. 특별히 찍어주고 싶은 사진도 있었어요? 제가 찍은 사진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찍어보고 싶어요.

연종이

연하준, 9세

판매 물품: 종이접기 안내서와 미니 색종이

 

안녕하세요. 사장님. 왜 이걸 팔기로 했어요? 제가 종이접기를 너무 좋아해서 이걸 팔면 좋을 거 같았어요. 준비물이 뭐가 필요했어요? 준비물은 색종이랑 풀 또는 테이프랑 가위가 필요했어요. 준비하면서 좋았던 점과 힘든 점 말해주세요. 제가 준비물들을 사용하고 자꾸 다른 곳에 놔둬서 다시 만들려면 찾아야 해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사용하고 있던 곳에 놔뒀더니 좋았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미니카 종이 접는 법이 500원이었는데 5,000원이라고 실수로 말했어요. 다시 5,000원을 돌려주고 500원을 달라고 했어요. 연종이 가게를 꾸밀 때 신경 쓴 부분이 있어요? 가격이요. 저는 500원보다는 더 비싸게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싸라고 하라고 했어요. 다음에 또 할래요!

서율 그림

김서율, 11세

판매 물품: 그림으로 만든 스티커, 종이 오너먼트, 머리핀

 

안녕하세요. 사장님. 이 상품들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어요?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어서요. 어떻게 준비했어요? 생각날 때마다 동물 그림을 조금씩 그렸어요. 종이하고 펜, 풀로요. 준비하면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을 알려주세요. 어떤 물건을 만들어 팔지 생각하는 거,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 생각하는 게 좋았고요.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계속 그려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어요? 어떤 아기 엄마였는데, 한 번 두 번 세 번 와서 제 스티커를 많이 사준 사람이요. 판매할 때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어요? 제가 파는 제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설명하는 일이요. “매일 그리는 동물 그림을 모아 스티커를 만들었고요. 책, 별, 동그라미를 가지고 머리핀을 만들었어요.”라고 설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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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