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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목소리 : 뮤지션 민수 × 윤지영
약속 없이 만나서 ‘행복은 뭘까’, ‘영원은 뭘까’ 하는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사이. 민수는 지영에게 지난 자신을 묻고 지영은 이런 질문이 싫지 않다고 답한다. 어쩌면 이 사소한 대화 속에 그녀들의 노래가 담겨 있을지 모르겠다. 네가 나이고 내가 너인 경험, 남들은 특이하다고 말하는 서로의 면면을 민수와 지영은 평범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두 분 모두 새로운 노래가 나왔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민수: 다음 앨범 작업을 하면서 ‘BUDDY’라는 곡의 데모 버전을 공개했어요. 우울한 친구를 위로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에요.
지영: 얼마 전에 ‘다 지나간 일들을’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나왔어요. 이미 지나간 과거에 묶여 힘겨워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에요. 얼마 전에 오토바이를 새로 사기도 했는데요. 아마 오늘 인터뷰 끝나면 보러 갈 것 같아요.
오토바이를 샀어요?!
지영: 최근에 완전 빠졌어요. 늘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탈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번에 봄도 왔고(웃음).
민수: 그렇게 말렸는데(웃음).
서로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대학교 동기였다고요.
지영: 맞아요. 언니의 첫인상은…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제가 낯가리는 성격이라 오리엔테이션에 안 갔는데 첫날 가보니 이미 모두 친해져 있더라고요. 그 덕에 정신 못 차릴 정도로 허둥지둥하느라 어땠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요(웃음).
민수: 나는 자세히 생각나. 지금의 지영이랑 많이 달랐어요. 더 세 보였다고 할까(웃음). 말도 험하게 할 것 같고. 항공점퍼를 입고서 조금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어요. 제 대각선에 앉아서 다 같이 밥을 먹는데 햄버거를 엄청 빠르게 먹는 거예요. 인상 깊었어요.
지영: 엄청 디테일하네(웃음).
둘이 더 가까워진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지영: 사실 졸업하고 나서 더 가까워졌어요. 언니가 고민이 있다고 상수로 와서 얘기하자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만날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었는데(웃음).
민수: 그때 지영이한테 고민을 털어놨어요. 혼자 노래 만들면서 공연 준비 할 때였는데 같이 작업실도 나눠 쓰면서 가까워진 거죠. 갑자기 불러냈는데 지영이도 한 번에 오겠다고 해서 신기하기도 했어요.
지영: 먼저 다가와준 게 고마워서 흔쾌히 갔던 것 같아요. 언니는 원래 좀 즉흥적이에요. 둘이 여행도 자주 가는데 매번 이런 식이에요. ‘한 시간 안에 나와’, ‘20분 안에 준비해’. 그럼 저는 또 따라 나가요. 정신 차려 보면 비행기 안이고요(웃음). 언니는 옆에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어요. 이번에 오토바이를 산 것도 작년에 같이 전기 자전거를 타다가 언니가 부추긴 것도 있어요. 결국 본인은 자전거를 팔아버렸지만.
민수: 한 달 이상 계획을 짜본 적이 없어요. 다른 친구들한테도 자주 그렇게 하는데 다들 지영이처럼 매번 받아주지는 않아요. 얘랑 있으면 제가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 같아요.
지영: 항상 한 시간, 몇 분 안에 준비를 해야 하는데 별로 당황하지는 않아요. 제가 늘 하는 말이 미지근하게 살기 싫다는 건데, 언니랑 있으면 그럴 틈이 없어요. 그래서 재미있고.
나중에 둘이서 가고 싶은 공간이 있어요? 요즘 상황 때문에 어딘가 떠나는 건 어렵긴 하지만요.
지영: 바다가 보이는 조용한 동네에서 여유롭게 같이 작업하고 싶어요.
민수: 나 지금 알아보고 있어. 강원도에(웃음). 작업을 넘어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어요.
이런 시점엔 위안이 될 무언가가 필요하기도 해요. 서로에게 위로받은 기억이 있나요?
지영: 원래 타인에게 힘든 이야기를 잘 안 하는 편인데, 이상하게 언니한테는 툭 털어놓게 돼요. 어려운 고민을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에요.
민수: 좀 이상할 수도 있는데, 저의 우울한 점을 지영이한테 말하면 제 고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요. 늘 지영이가 저보다 더 우울한 상황에 있어서, 나보다 네가 더 아프구나 하면서(웃음).
지영: 맞아(웃음). 바닥에 둘이 누워서 고민 이야기를 하다가 헛웃음 지은 적도 있어요. 서로 우울한 점을 이야기하다가 그냥 웃게 되더라고요.
보기 좋아요(웃음). 서로의 노래 중 가장 아끼는 곡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민수: 윤지영의 ‘꿈’. 청춘에 관한 노래인데 딱 그때의 지영이기 때문에 완성된 노래라고 생각해요. 아마 10년, 20년이 지나서 들어도 다시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줄 거예요. 잘 때 꾸는 꿈인지, 이루고 싶은 꿈인지 딱히 정의하지 않아도 되는, 그 모호한 느낌이 좋아요. 만약에 무인도에 지영이 노래를 하나만 가져갈 수 있다면 이 노래를 꼽고 싶어요.
지영: 얼마 전에 조금 우울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혼자서 ‘커다란’을 불렀어요. 지금 생각하니까 엄청 웃기지만, 부르면서 조금 울기도 했어요. 언니가 사랑에 관해서 얼마나 고민하고 쓴 건지 알아서 더 와닿는 것 같아요.
민수 노래를 듣다가 지영의 노래를 들으면 목소리가 참 닮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민수: 목소리를 넘어서 스타일도 닮은 듯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아무래도 취향이 비슷하니까요. 바이오리듬이나 감정을 느끼는 방식이라든가, 서로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든가, 신기하게 닮은 부분이 많아요. 회사도 같은 시기에 들어왔고 곡 발매도 비슷한 시기에 하고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비슷한 성장의 길을 밟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긴 해도 완전히 다른 부분도 있고요.
다른 점도 있다면, 서로에게 닮고 싶은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민수: 전 확실히 있어요. 살 안 찌는 체질인 거! 지영이는 살찌려고 노력까지 해요.
지영: 이런 답을 한다고(웃음)? 저는 너무 로맨틱한 답을 준비한 것 같은데…. 민수는 일단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에요. 제가 상수로 급하게 이사 왔을 때 작업실 환경이 좋지 않았는데 스스럼없이 자기 공간을 나눠주더라고요. 맨날 와서 씻으라고 하고 재워주고. 남한테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 진심인 게 느껴졌어요.
민수: 저도 조금 진지한 답을 해보면, 지영이의 어른스러운 면을 말하고 싶어요. 처음 고민을 털어놓은 날도 지영이가 나이 에 비해서 이해가 깊은 아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두 살 차이가 나는 동생이지만 평소에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요.
둘이서 ‘그녀’라는 곡을 불렀어요. 지영이 만들고 민수가 함께 불렀죠.
민수: 지영이가 학교 다닐 때 과제로 만든 노래였는데 제가 더 좋아했어요. 정작 자기는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그럴 거면 달라고 했더니 그냥 가지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자연스럽게 같이 부르게 됐는데 정식 발매까지 하게 된 거죠.
‘그녀’를 듣는 방법을 따로 일러두었어요. 곡이 가진 의미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거 같아요.
지영: 맞아요. 첫째는 ‘주위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 둘째는 ‘나 스스로를 사랑해 주는 것’이에요. 처음 가사를 쓸 땐 듣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와 누군가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을 아끼자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민수: 저도 가사에 공감했지만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평생의 숙제처럼.
곡을 같이 부른 뒤에는 어때요? 자신을 더 아끼게 된 것 같나요?
민수: 전이랑 똑같아요(웃음).
지영: 맞아 나도. 가끔 SNS에서 이 노래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보듬어주게 됐다는 글을 볼 때가 있어요. 정말 감사한데, 동시에 아차 하는 마음도 들어요. 정작 저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굳이 나아진 게 없다고 해도요. 앞으로 또다시 둘의 노래를 들을 날이 올까요?
지영: 예정된 건 없지만 언젠가 자연스럽게 부르고 있지 않을까 해요.
민수: 저희는 만날 때도 약속을 하지 않아요. 그냥 어쩌다 보면 항상 같이 있어요. 만날 때처럼 노래도 이런 식으로 같이 부르고 있지 않을까요.
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유래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