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raw What We Like

사사로운 기록의 근사한 쓸모
이나피스퀘어

좋아하는 걸 해나가는 데 이유가 있을까. 굳이 이유를 찾자면 ‘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닐까? 좋아하는 걸 그림으로 기록하는 삶, 그 안에 쌓여가는 이야기는 한없이 인간답다.

INA+P 박인아+최필선
INA 일러스트레이터 박인아
P 아트디렉터·디자이너 최필선

이나피스퀘어INAPSQUARE는 박인아INA와 최필선PS 두 분의 이름에 제곱을 의미하는 SQUARE를 합쳐 만든 이름이라고 들었어요. 독특한 이름이에요.

P: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자.’, ‘멋진 이름을 만들자.’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저는 자유로운 선으로 그려지는 이나의 그림이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이나의 작업을 종이 위의 낙서로만 남겨두기는 아쉬워서 이 드로잉들로 멋있고 재미있는 걸 해보면 어떨까 싶었죠. 이나피스퀘어는 이나의 그림이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한 저와 만나 제곱이 되어 세상 속으로 무한증식하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둘이 맥주 한잔하며 뚝딱 만들어낸 이름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작업한다는 게 참 좋네요.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만듭니다.’라는 모토로 꾸려오고 있죠. ‘우리’에 대한 소개도 들어보고 싶어요.

INA+P: ‘우리’의 작은 의미는 그림을 그리는 박인아와 기획과 디자인을 하는 최필선이에요. 저희 첫 프로젝트인 ‘98프로젝트’가 바로 ‘우리’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면 될 텐데요. 우리가 좋아하는 것 100개를 그리고 만들어서 둘이 하나씩 나눠 가지고 나머지 98개만을 작업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공유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프로젝트였거든요. 그래서 작은 의미의 우리는 이나피INA+P이고, 조금 더 큰 우리는 우리의 작업을 좋아하고 공감하는 분들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 그림이 어떻게 보이느냐를 먼저 생각하고 그린다면 그건 제 그림이 아니라 남의 그림이죠.”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품보다는 사사로운 기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INA: 그림을 그리는 건 직업이기 전에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좋아하는 건 늘 가까이 두고 행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영화나 음식을 자주 보고 먹듯, 제 일상에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그림이니 사사로운 제 삶을 담아내는 건 당연하다고 봐요. 좋아하는 일을 할 뿐, 특별한 마음을 먹고 작업하는건 아니니까요.

 

사람들은 땅이나 돌, 벽에 기록을 남긴 것을 시작으로 종이와 펜, 지금은 스마트 기기로도 기록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어요. 왜 우리는 이렇게 기록을 하는 걸까요?

P: 기록의 본질은 ‘삶’과 ‘기억’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무언가를 기록하지만, 결국 우리는 그걸 기록하고 있는 사람의 삶을 반영하고 그 삶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억해 나가는 거 아닐까요?

 

이나피스퀘어의 방식은 해시태그 #이나드로잉으로 설명해 볼 수도 있겠네요.

INA: 제 드로잉 작업을 인스타그램에서 #이나드로잉이라는 해시태그로 모으고 있어요. 좋아하는 데 이유가 없듯 기록을 하는 데도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어떤 목적을 위해 한다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제 삶을 쌓아가려는 거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그리다 보면,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보다 좀 더 여유롭게 그 순간을 즐길 수 있게 돼요. 기록은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기록하고자 하는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여 즐기게 해준다는 데서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저는 #이나드로잉 외에도 #이나바다 #이나접시 같은 해시태그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해시태그를 사용하는 것도 다른 이유보다 제가 보기에 편해지려고 만든 거예요. 드로잉을 모으는 건 사진첩에 사진을 쌓아가듯 제 삶의 순간순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방식인 거죠. 자연스럽게 쌓여가는 기록은 저희 작업의 새로운 시작점이 되기도 하고요.

 

주로 검은색 라인으로만 드로잉을 하는 것 같아요.

INA: 질감이 좋아서 연필 위주로 쓰다 보니 검은색을 많이 사용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검정의 매력을 점차 알아가게 됐죠. 연필만 사용하다가 어느 날 펜, 혹은 물감이랑 함께 사용해 본 적이 있는데요. 비슷한 검정이지만 질감과 농도가 달라서 겹치는 걸 보는 게 재밌더라고요. 별다른 색을 쓰지 않아도 검정 안에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단 것이 흥미로웠죠. 화장품 좋아하는 분들이 색조 화장품을 보면서 ‘이 세상에 같은 핑크는 없다.’고 하는 것처럼 저는 ‘이 세상에 같은 검정은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네요(웃음).

일기나 사진과는 다른 드로잉 기록만의 특징이 있을 것 같아요.

INA: 일기와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해요. 단순한 그림이어도 이전에 그린 그림들을 보면 신기하게도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날씨는 어땠는지,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그 당시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거든요. 제가 글 쓰는 걸 더 좋아했다면 아마 글로 이야기를 풀었을 거예요. 드로잉으로 기록하고 있는 건 제가 그림을 좋아하기 때문인 거고요. 기록은 수단이 무엇이냐에 따라서만 다를 뿐, 내용과 특징은 어떻게 기록하든 비슷할 것 같아요.

 

작업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SOSO FAMILY’나 ‘HATE COMICBOOK’처럼 드로잉이 하나의 작업이 되기도 했는데요. 어떻게 기획된 작업인지 궁금해요.

INA+P: 이나피스퀘어의 작업 소재는 매우 명료해요. 삶 속에서 보고,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이죠. 그 시작은 저희가 좋아하는 것들을 담은 ‘LOVE’ 시리즈 작업이었어요. 좋아하는 것들을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싫어하는 걸 비롯해 감정에 따른 시리즈를 여럿 기획하게 된 거죠. LOVE 시리즈가 단순한 형태로 표현한 작업이라면, SOSO와 HATE 시리즈는 감정이 투영된 캐릭터를 기획하면서 만들어진 작업이었어요. 각 캐릭터가 살아가는 SOSO한 삶, HATE한 삶을 기록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죠.

 

꾸준히 기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이나피스퀘어가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INA: 그림을 그리는 게 의무감이 된다면 강력한 원동력이 필요하겠지만 좋아하는 걸 제한 없이 기록하는 거라 어려울 게 없어요. 저는 제 그림 작업이 의무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아 경계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리고 싶지 않을 때는 그리지 않으려고 하죠.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만 그려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껏 작업해 온 드로잉들을 보면 어때요?

INA: ‘내가 이렇게나 많이 그렸구나….’ 싶어요. 좀더 확장하자면 내가 이렇게 다양한 순간을 경험하고 살아왔구나 싶기도 하고, 앞으로도 기록하고 싶은 더 재미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돼요. 종종 기록하길 잘했다 싶은 순간도 있는데 보통 여행 기록을 보면 그래요. 대충 그린 그림이어도 뭘 보고 그렸는지, 이때 기분은 어땠는지… 여행의 순간이 바로 머릿속에 펼쳐지거든요.

 

드로잉이 이나피스퀘어 이름으로 상품이 되기도 하죠. 여행기록을 묶어 독립출판을 하기도 하고, 티셔츠나 시계 등 다양한 오브제가 되기도 해요. 나의 기록이 물건이 되는 건 새로운 경험일 것 같아요.

INA+P: ‘작업이 전시장에 있어야만 의미가 있을까?’라는 작은 질문이 현재 저희 작업까지 연결되었어요. 저희에게는 작품을 담는 캔버스뿐 아니라 티셔츠도 책도 시계도 건물 외벽도 캔버스가 될 수 있어요. 아직 시도해 보지 못한 다양한 소재까지도요. 그렇게 작업된 것들이 누군가의 삶에 자리 잡고 조금이나마 즐거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기록의 확장이 저희에게는 다양한 실험이자 도전인 것 같아요. 저희의 도전을 보는 사람들이 ‘이나피스퀘어가 또 어떤 재미있는 걸 할까?’ 하고 궁금해해주면 좋겠어요.

 

이나피스퀘어의 기록을 한마디로 정의해 볼까요?

INA+P: ‘우리의 삶’. 이나피스퀘어의 작업과 기록은 지금까지 그랬듯, 세월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우리의 삶이 반영되고 기록될 거예요.

 

이나피스퀘어의 역사를 하나의 기록이라고 한다면, 가장 마지막 장에는 어떤 그림을 담고 싶어요?

INA+P: 평화로운 바닷가, 작은 마을, 우리만의 공간.

H. instagram.com/inapsquare

좋아하는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맑고 건강하다. 이나피스퀘어의 걸음걸음에도 말간 표정이 늘 함께하겠지. 그런 기록은 보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그래서 기록은 귀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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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

사진 이나피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