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Free Workers

정답 없는 모험가들
모빌스 그룹

모빌스 그룹과 대화를 나누고 집에 가는 길엔 노동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나는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일과 내 인생은 얼마나 가까운지. 재미있고 유쾌하게 일하는 문화를 만드는 모빌스 그룹은 주체적으로 일하기 위해 노동에 끝없는 실험을 한다. “스몰 워크, 빅 머니!”를 외치면서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주체적으로 일하기 위해 내 안의 재미와 능력을 샅샅 찾아내는 사람들. 문득 세상에 없는 지도를 들고 나아가는 이들의 여정에 사뿐 뒤따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나도 내 일을 사랑한다고, 내 일과 인생도 나란하다고 외쳐보면서.

1 소호 프로듀서
모빌스 그룹의 기획자이자 제작자. 돈 관리를 담당한다. 정리하고 완성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2 모춘 유튜버
지옥에서 온 브랜딩 전문가이자 마스코트 ‘모조’의 아버지다. 주로 연기하고 가끔 디자인한다.

3 대오 누브랜더Nu-Brander
단단한 금의 사주를 타고난 남자. 창조력을 발휘해 브랜딩의 새로운(누Nu) 지평을 열고 있다.

돈이 따르는

재미를 찾아

요새 가장 바쁜 분들과 만나게 됐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소호: 반가워요. 저는 모빌스 그룹의 프로듀서 소호라고 해요.

모춘: 저는 모빌스 그룹의 모춘입니다. 디자인 작업도 일부 하고 있지만 주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역할이에요. 유튜버죠. 

대오: 누브랜더Nu-Brander 대오예요. 디자인도 하고 있고, 모춘과 비슷하게 유튜브 화면에도 나오고… 그렇습니다.

 

소개가 독특해요. 명함에도 ‘프로듀서’, ‘유튜버’, ‘누브랜더’라고 적혀 있네요.

대오: 표기가 좀 새롭죠? 직접 직종을 정해서 명함에 새겼어요. 저희는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어서 스스로 직종의 명칭을 정하면 더 재밌게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특히 제 직종이 낯설 텐데, 이름 정하는데 고민이 많았어요. 모빌스 그룹에서 제가 하는 일이 좀 다양해서 한 단어로 설명하기 애매했거든요. 디자이너지만 콘텐츠 기획도 하고, 영상 편집도 하고, 유튜브에도 나오고, 하다못해 아주 작은 잡무까지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그걸 한 바구니에 담을 이름이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렇게 정한 이름이 누브랜더예요. 누Nu라는 글자는 무언가 결합되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낼 때 쓰는 접두사인데, ‘브랜더’ 앞에 붙임으로써 새로운 방식의 브랜딩을 하고자 했죠.

모춘: 팀을 만들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자.’고 입을 맞췄고, 하고 싶은 걸 드러내면서 가장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어요. 그게 바로 직종이었죠. 회사를 끌고 가는 역할 정도인 거니까 제일 쉽게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계속 디자이너로만 지내와서 질린 것도 좀 있었고(웃음), 거리를 좀 두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서 유튜버라 정했죠.

소호: 저 역시 프로듀서라는 역할은 처음이에요. 감독은 물론이고 편집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도 프로듀서로 한번 살아보자 한 거죠. 어떤 사람들은 “쟤가 무슨 프로듀서야.”하면서 비웃을지도 몰라요. 어떻게 보면 선언 같은 거였어요.

 

세 분은 이전 직장에서 만난 사이라고 알고 있어요. 삼총사처럼 끈끈해 보이는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관계가 좋았어요?

대오: 저희는 2014년 즈음 라인LINE에 입사하면서 만났는데, 소호한테는 처음부터 동질감을 많이 느꼈어요. 제가 이전에 했던 업무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대충 어떤 작업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거든요. 같이 일하는 사이처럼 느껴졌달까요. 반면 모춘은… ‘저 사람 왜 저러지?’

소호: 약간 이단아…. 이상한 사람이었어요.

대오: 혼자만의 세상에 갇힌 사람이었죠. 저희가 만났을 때가 되게 바쁜 시즌이었거든요.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하던 때였죠. 내부 직원들끼리 끈끈한 뭔가가 오고 가는데도 모춘은 혼자 동떨어져서 일을 하더라고요. ‘저 사람 뭐지?’ 싶으면서도 자꾸 마음이 갔던 기억이 나요.

모춘: 서로의 첫인상이 이렇게까지 다른가(웃음)? 저는 두 사람 다 입사 첫날이 기억나요. 제가 가장 먼저 입사한 사람이라 둘의 첫날을 모두 보았거든요. 대오 같은 경우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그 당시엔 진짜 잘생겼었어요.

소호: 몸도 지금 절반 정도로 슬림했고.

모춘: 지금은 편안한 느낌인데 그땐 굉장히 깔끔하고 댄디했어요. 빈틈이 없어 보여서 저랑은 친해지지 못할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죠. 저희는 셋 다 브랜드 디자인 팀이었는데요. 소호는 저희 팀에 처음 기획자로 들어온 친구였어요. 사실 그때 저는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이 커서 ‘기획자랑 붙어 일한들 친해질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컸어요. 디자인이 아니라 기획만 한다는 데 의아함도 있었고 은근히 비웃기도 했거든요(웃음). 근데 점점 가까워져선 이렇게 사업까지 같이 하게 됐네요.

 

디자인 팀의 새로운 멤버였던 거네요.

소호: 제 위치가 좀 모호했죠. 입사했을 때 모춘이 정말 눈에 띄는 사람이었는데, 그땐 지금보다 덩치가 좀더 있었거든요. 엄청 큰 헤드폰을 끼고 ‘나한테 말 시키지 마.’라는 아우라를 뿜는 디자이너였어요. 점심시간에 회사 식당에 가면 “이모, 저 밥 많이요.” 하면서 밥만 엄청 받아 가던 사람이었죠. 자기만의 세계가 명확해 보이더라고요. 근데 그게 멋있지를 않고 좀…저 사람이랑은 친해지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모춘: 제가 생각해도 되게 구렸어요. 섞이기 싫은 부류.

대오: 혼자만의 세계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단체로 워크숍 갈 때도 혼자만 빠지곤 했어요. 회사 사람들이랑 어울리기 싫다는 게 눈에 다 보이는 사람이었죠.

소호: 반면 대오는 정반대 타입이었어요. 워크숍을 나서서 기획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오차 하나 없이 10분 단위로 기획하고 이끄는 편이었어요. 휴게소에서 통감자 사는 시간까지 분 단위로 쪼개는 스타일이요. 깔끔하고, 잘생기고, 인기도 많은 친구였죠. 군더더기가 없는 게 매력이었는데 전혀 다른 셋이 모여 이렇게 일을 벌일 거라곤 그땐 상상도 못 했어요.

그럼 어떻게 친해진 거예요?

대오: 다들 술을 좋아해서요. 저희가 회사에 다닐 땐 워낙 일이 많아서 자정이 되어서야 술자리가 시작되곤 했어요. 일이 안 끝났어도 대충 정리하고 나와서는 술 먹고 다시 들어가서 일하는 식이었죠. 그때 모춘이랑 제대로 대화를 나눠 보게 된건데, 진짜 웃긴 사람이더라고요.

모춘: 저는 두 사람과 친해진 포인트가 지금도 생각 나요. 술도 물론 큰 구실을 했지만 소호는 사실 팀에서도 도전이었거든요. 기획자라는 직군을 뽑는다는 게요. 디자이너만 있는 팀에서 좀더 깊이 있는 브랜딩을 위해 기획자를 뽑은 건데, 소호를 뽑은 사람도 디자이너니까 뭘 시켜야 할지 몰라서 난감해 하더라고요(웃음). 저도 그땐 업무 퍼포먼스가 잘 안 나서 이른바 짜바리 일들만 받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러니까 팀에서 ‘둘이 뭘 좀 해봐라.’ 하고 일을 맡기더라고요. 그때부터 친해지게 된 거였어요. 대오 같은 경우는 해외 프로젝트를 많이 맡는 편이었는데, 혼자 처리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저한테 S.O.S.를 보내왔어요. 그때 같이 일하면서 가까워진 거죠. 두사람 다 일하면서 친해진 케이스예요.

 

일하면서 가까워진 세 분이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는 거네요. 모빌스 그룹은 ‘모베러웍스Mobetterworks’, ‘모티비MoTV’등 다양한 일을 해나가고 있어요. 각각의 일들을 소개해 주실래요?

소호: 헷갈리는 분들이 계신 거 같아서 《프리워커스》 인트로에 소개해 두었어요. 여기 책이 있나?

 

저 있어요(책을 꺼낸다).

모빌스 그룹: 우와, 우와, 우와.

모춘: 이렇게 열심히 읽으셨다고요? 인덱스 테이프 어제 막 붙인 거 아니에요(웃음)?

소호: 요새 사람들 반응 보는 게 일상이어서 눈여겨보게 되는데, 감사한 책이네요(웃음). 우선은 모빌스 그룹은 팀이에요. “일하는 방식을 실험하는 크리에이트 그룹”이라고 소개하고있죠. 이 팀이 하는 자사 브랜드가 모베러웍스고, 이 팀의 활동, 즉 브랜드를 전개하는 과정을 담은 채널이 모티비죠.

모춘: 모티비는 모빌스 그룹의 활동을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이에요. 일종의 실험 보고서라고 볼 수도 있고요.

소호: 처음엔 저희 브랜드 제작기로 시작한 미디어인데요. 점차 확장되면서 ‘현실조언 시리즈’, ‘누브랜딩’, ‘신입디자이너 생존기’ 같은 다양한 콘텐츠가 생겼어요. 지금은 4만 명 정도의 구독자를 두고 있고요.

 

모티비에서 모춘 님이 “이름보다도 어떤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어요. 아무리 어려운 이름이어도 일을 잘하면 사람들이 불러 준다는 게 요지였는데요. 모빌스그룹이란 이름으로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일만큼은 자신 있다 싶던 게 뭐예요?

소호: 회사에 소속돼 있을 때도 칭찬을 많이 듣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정리였거든요. 그때만 해도 제가 정리를 잘한다는 게 그렇게까지 와닿지는 않았어요. 근데 모티비로 영상 편집을 시작하면서 정리 기술이 편집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제가 정리를 잘한다는 것도 깨닫게 됐죠. 정리 잘하는 걸 알고 편집을 시작한 게 아니라 편집을 하면서 정리를 잘한단 걸 알게 됐어요. 

모춘: 저는 디자인이나 그림을 오랜 시간 해왔기 때문에 잘한다고 하긴 좀 그렇고… 제 진짜 재능은 협업에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말하는 협업은 기업과 기업 간의 일일 수도 있고, 사용자와 생산자의 일일 수도 있고, 동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어요. 제가 잘하는 협업은 상대방의 멱살을 잡고 ‘야, 저쪽으로 가.’ 하고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여기 빵꾸가 났는데 어떡해?’ 하면서 제가 못하는 부분을 협업으로 메울 수 있도록 서로의 장점을 찾아가는 거예요. 저는 이런 시너지가 사용자와 생산자 사이에서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어요. 내친김에 단점까지 고백해 보자면, 사실 저는 정리가 잘 안 돼요. 디자인 바깥으로는 소호의 도움을 받지만 디자인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구멍이 생기곤 했거든요. 그런 한계를 깨달을 즈음 대오가 모빌스 그룹에 합류하게 된 거죠. 대오는 디자인규칙과 로드맵을 정해줘요. 디자인의 길을 잡아줘서 제가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사람이죠.

서로의 장점이 단점을 보완해 주고 있네요. 세 분이 모여 진짜 잘할 수 있겠다 싶던 건 뭐였어요?

소호: 누브랜딩 시리즈로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오가 들어오고 함께 꾸린 첫 프로젝트가 누브랜딩이거든요. 누브랜딩은 우리가 일하는 법의 정수를 담은 브랜딩 방식이에요. 대오는 모빌스 그룹을 브랜딩해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고, 우리의 개성과 성격을 보여줘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저희는 외주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데요. 누브랜딩을 하기 전까지의 외주 작업은 우리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사실 생계를 해결하는 수단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대오가 합류하면서부터 외주 작업에도 우리의 장점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파트너 워크의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는 움직임이 시작됐죠.

모춘: 대오가 모빌스 그룹에 합류하고 유튜브에 소개 영상을 올렸는데, 그 영상에서 대오를 ‘망상가’라고 표현해요. 망상가적 기질은 우리 멤버들이 전부 가지고 있는 부분이에요. 호기심이 많고, 사람과 일을 좋아하는 기질이죠. 그래서 우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늘 궁금해해요. 경험의 폭을 넓히고 싶어서 돈이 많은 기업이나 일을 진짜 잘하는 브랜드랑 도 협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 당시 우린 지금보다 훨씬 더 무명이라 그럴 수가 없었어요. 설득이 잘 안된 거죠. 그래서 우리가 진짜 잘하는 걸 보여줘야겠다 싶어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우리의 플로우를 누브랜딩으로 보여주게 된 거죠. 오뚜기와 롯데월드라는 큰 브랜드와의 협업은 누브랜딩으로부터 시작된 일이에요.

대오: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게 되면 그 일은 결과적으로 회사가 가져가게 돼요. 우리는 그런 당연한 틀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었어요. 저희는 그걸 ‘실험’이라고 표현하는데요. 그 이면엔 그런 게 있어요. 기존의 틀에 대한 반박? 틀을 벗어나 우리만의 방식으로 뭔가 해보고 싶었던 거죠. 모춘은 쭉 끌고 나갈 힘이 있고, 소호는 힘있게 뻗치는 맥락을 잘 잡고, 저는 뒤에서 밀어주는 체력이 있기 때문에 시너지가 났어요. 주류에서 벗어나 움직인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아요. 생각만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거든요. 꿰뚫어 보고 밀고 나가는 힘이 반드시 필요한데, 우린 그 밸런스가 좋았어요.

생계를 위한 외주 작업도 내 작업처럼 즐기며 할 수 있다는 건가요?

모춘: 네. 외주도 우리 작업처럼 여기고 받는다는 거죠. 저희는 주체적으로 일하기 위해 진지하게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했어요.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디자이너로서 업무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반성하게 됐거든요. ‘디자이너의 역할이 뭐지? 심미적으로 뛰어난 걸 만드는 건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 되는 건가?’ 근데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디자인 말고도 많잖아요. 파트너는 우리에게 큰돈을 투자하면서 일을 맡기는 거니까 우리는 좀 더 전문적이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파트너 마음에도 들고, 시장에서 워킹도 잘 되는 일을 꾸리고 싶었죠. 성공적인 협업은 우리의 전문성이 드러나는 플로우를 구성하고 파트너도 만족하는 경우라고 생각해요. 근데 여기서 뭐 하나라도 제대로 맞춰지지 않는다면 큰돈이 들어와도 고민하게 되죠.

 

그럼 외주 작업의 동력 1순위는 돈이 아닌 거네요?

모춘: 아니죠. 0순위죠(웃음).

대오: 근간은 일단 돈이에요(웃음).

소호: 사실 이건 밸런스 문제 같아요. 돈과 재미를 놓고 순위를 가르기보다는 어떤 가치가 얼마나 맞느냐가 중요한 거죠. 그래도 0순위는 생존이에요. 생존을 위한 돈이 있다면 그다음엔 재미를 얼마든지 추구할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돈과 재미가 우열을 가릴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오: 돈과 재미를 놓고 프로젝트 진행 여부를 결정하진 않아요. 오히려 직관에 가까운데, 제안이 들어왔을 때 이건 우리 흥미를 자극할 수 없겠다는 느낌이 있거든요. 타이틀만 봐도 느낌이 와요.

모춘: 맞아요. 그래도 운영을 해나가야 하니까 적자 상태라면 좀 재미가 없더라도 하려고 해요. 재미없는 프로젝트에서 ‘재미 좀 찾아볼까?’ 하는 마음으로요.

소호: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해요. 생존이 되면 재미를 추구할 수 있듯, 재미가 있으면 돈은 대개 따라오거든요.

 

재미가 있으면 돈이 따른다는 말 참 좋네요.

소호: 재미가 있어야 퍼포먼스가 나는데, 보통 퍼포먼스가 좋으면 돈은 따라오거든요.

모춘: 저희는 되게 즉흥적이고 감정적이에요. 재미있으면 한껏 오버하는 면도 있죠. 그런 저희 스타일을 보고 따라오는 무언가가 또 있는 것 같아요. 

소호: 노동절마다 저희만의 행사를 여는데, 이번 ‘501 워크숍’은 진짜 재미있게 준비했거든요. 진행하는 동안도 즐거웠는데 행사도 성황리에 마쳤고 그 덕분에 우리 생각보다 수익도 좋았어요. 이런 게 재미와 돈이 함께 오는 경우죠.

샛길에서 시작된

우리의 모험

‘일잘러’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사회적으로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 같아요. 세 분은 일잘러를 어떻게 정의하나요?

소호: 중요한 건 일머리죠. 아, 좀 꼰대 같나요(웃음)? 일머리는 일종의 센스와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이 일을 어떤 과정을 거쳐 결과를 낼 것인가’를 빠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일머리는 선천적인 감각과 후천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특히 후천적인 지점은 끈기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이죠.

모춘: 자, 다음 꼰대(웃음). 저는 일단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기능을 제대로 내 몸에 익히려면 담금질할 시간이 필요한데요. 멀리, 또 가까이 보는 시야를 획득하고,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동료가 어떤 게 필요한지 살펴보는 관점도 필요해요. 내가 실질적으로 맡은 분야는 하나일지언정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하거든요.

소호: 맞아요. 일을 잘하려면 프로젝트의 전체 맥락을 볼 수 있어야 해요. 그건 어찌 보면 통찰력이기도 하고요. 기능적으로 우수하다는 건 탁월한 능력이라고도 볼 수 있을 거예요. 어떤 분야에서 ‘이거 하나만큼은 내가 제일 잘해!’ 이런 거요.

대오: 앞서 두 꼰대가 좋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웃음) 제가 생각할 때 중요한 건 ‘하고자 하는 의지’ 같아요. 다른 건 다 못해도 의지가 있어야 일을 추진할 동력이 생기거든요. 저는 회사를 다닐 때 ‘이 프로젝트는 무조건 성공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항상 있었거든요. 그 덕분에 제 시야가 많이 트였다고 생각해요.

 

모빌스 그룹은 실험하는 팀이잖아요.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의미로만 받아들였는데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도 있는 거예요?

대오: 무조건 있어요. 욕망 이상으로요.

모춘: 저희 모토 중 하나가 ‘스몰 워크, 빅 머니Small Work, Big Money’예요. 저희는 팬분들을 ‘모쨍이’라고 부르는데요. 모쨍이 친구들에게 자주 “졸부 되세요!” 하는데, 그거 되게 진심이거든요. 우리가 말하는 실험이 성공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정확한 수치가 필요해요. 타율 좋고 열정 있는 야구 선수도 결국 계약금이란 숫자로 평가 받잖아요. 우리도 성공했다는 지표가 필요하니 부자가 되어서 눈으로 보여줘야 하는거죠. 그래서 《프리워커스》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우리에겐 의미가 커요. 출판 시장, 특히 경제·경영 분야는 완전 메이저 신Scene이잖아요. 잠깐일지라도 우리가 했던 이야기나 실험이 나름 의미를 가진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소호: 저희는 성공하고 싶은 열망을 드러내는 데 솔직하려고 해요.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이 왜 책을 쓰냐는 질문을 많이 해왔거든요.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라거나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주고 싶어서’ 같은 그럴싸한 말들로 대답할 수도 있었지만, 저는 딱 한 단어로 이야기했어요. “베스트셀러.”

모춘: 천박해(웃음).

소호: 다들 저렇게 비웃었어요. 근데 그게 지표가 될 거라 생각하고 계속 드러냈기 때문에 이렇게 결과도 좋게 나온 것 같아요

부자가 되면 뭘 하고 싶은데요?

소호: 음… 사실 부자가 돼도 지금 하는 일은 계속할 것 같아요. 다만 하기 싫은 일들, 청소나 세금 계산 같은 건 돈으로 해결하면서 여유 있게 지낼 수 있겠죠.

대오: 책임감이 좀더 생길 것 같아요.

모춘: 부자로서의 책임감?

대오: 그렇죠. 어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사회적 기여에 대해서 좀더 생각하게 되겠죠. 어깨가 무거워지겠지만, 저 역시 하던 일은 계속 해나갈 것 같아요.

 

복권에 당첨되면 일부터 그만두겠다는 사람도 많잖아요. 근데 세 분은 일을 무척 아끼는 것 같아요.

대오: 돈이 많아서 쉬고만 있으면 지루할 것 같아요. 게임에서 돈이 진짜 많았던 적이 있는데 전 그것만으로도 무료하고 허탈하더라고요. 저는 제가 직접 생산하는 과정을 즐기는거지, 돈이 많다는 걸로 행복해지는 것 같진 않아요. 그냥 조금… 편해지는 정도?

 

도대체 돈이 뭐길래 우리는 이렇게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걸까요?

소호: 돈은… 걱정을 덜어주는 거 같아요. 삶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최고의 수단이 아닐까요? 사실 이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돈돈돈’하는 거고요. 돈이 있으면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의 레벨이 좀 달라지거든요. 주머니에 100만 원이 있을 때랑 10만 원이 있을 때는 너무 달라요. 훨씬 여유로워지니까요.

대오: 전 요즘 들어 이데올로기에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희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는 돈을 다루는 방식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투자하고, 주식하고, 이 외에도 무척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불려요. 어린 인플루언서들이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몇억씩 벌어들이는 걸 보면서 놀랄 때가 많죠. 한정판 신발을 사서 프리미엄가로 리셀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기도 하고, 그림이나 코인 같은 걸로 큰돈을 벌기도 하더라고요. 일이라는 카테고리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노동만이 아닌 것 같아요. 우리 다음 세대가 생각하는 일의 카테고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팽창돼 보여요.

 

그럼 모빌스 그룹의 일은 그들과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대오: 네. 세대가 다르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일은 창작 활동이에요. 제 시간과 육체적인 리소스를 통해 생산해내는 활동을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소호: 그리고 자기표현이죠. 저에겐 일이 ‘나를 드러낼 수 있는 행위’거든요. 그래서 일은 제 삶에서 의미가 굉장히 커요. 인생은 나를 표현하는 거니까요.

모춘: 일과 삶은 거의 동의어예요. 눈 뜨면 일부터 생각하니까요.

 

그럼 워라밸은….

소호: 최근엔 균형이란 키워드에 관심이 많은데, 일이란 게 자기표현의 수단이지만 하다 보면 일에 매몰돼서 삶과 생활을 챙기지 못할 때가 있거든요. 그때 균형을 지키는 게 결국 워라밸 같아요. 쉬는 시간이 많을수록 워라밸이 좋다기보단 자기 삶 안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얼마나 지켜 나가는지에 대한 문제라고 봐요.

무엇보다도

일을 좋아하니까

지금까지 나눈 대화만 보면 사람을 좋아하고 같이 무언가 하는 걸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모티비에서 집순이, 집돌이였다는 이야기를 했죠.

소호: 저희도 스스로 이중적이란 생각을 많이 해요. 모베러웍스의 근간도 그렇거든요. ‘에즈 슬로우 에즈 파서블As Slow As Possible’이라고는 하지만, 그 누구보다 A.S.A.PAs Soon As Possible로 살고 있고, ‘스몰 워크, 빅 머니’라고 하면서도 빅 워크, 스몰 머니로 지내고 있죠. 이런 이중성이 저희 모습인 것 같아요. 이젠 저희가 모순적이란 걸 받아들이게 됐어요. 이것도, 저것도 다 저희 모습이니까요.

대오: 셋 다 일과 사람을 좋아하지만, 저희 중에 미팅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요. 다들 개인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거든요. 근데 또 막상 미팅 장소에 가면 즐겨요. 실제로도 재밌고요. 

소호: 설명하기 좀 어려운데, 너무 보고 싶어서 친구랑 약속을 잡고도 약속 장소에 나가기 전까지는 귀찮은… 그런 거죠.

 

계속해서 일을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좋아하는 걸 직업 삼아 일이 좋아지는 경우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일 자체를 좋아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소호: 일이 싫다는 것도 결국엔 좋아하는 범주 안에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싫은 점이 분명히 있잖아요. 근데 그걸 다 아울러서 좋아한다고 하는 거니까요. 마찬가지로 일도 좋은 면만 있을 수는 없다고 봐요. 하기 싫은 점까지도 더불어 좋아하는 거, 그런 개념으로 일을 좋아하고 있는 거예요.

모춘: 일을 좋아한다는 마음은 마약이에요. 나를 갉아먹는 것 같아요. 내 건강을 포기하면서까지 달성하고 싶어질 땐 좀 아찔하기도 해요.

대오: 일과 물아일체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 같아요. 너무 좋아서 집중할 수밖에 없는 거죠.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하겠지만, 물아일체만큼 좋은 경험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 중 하나가 일이고, 그걸로 돈을 벌면 더욱더 좋은 거죠.

 

어떻게 보면 모빌스 그룹이 말하는 일은 대중이 생각하는 노동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스스로 비주류에 속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고요. 모빌스 그룹이 말하는 주류와 비주류엔 어떤 기준을 두고 있어요?

소호: 으레 생각하는 거, 사회 통념에 반하는 게 비주류라고 봐요. ‘대기업은 당연히 안정적이다.’라고 생각하는 그런 거요. 처음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를 만들 때도 그럴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왜 브랜드는 한결같이 멋있어야 하는 걸까요? 브랜드는 그 이면의 거친 과정을 보여주면 안 되는 건가, 싶더라고요. 이렇게 청개구리처럼 질문하는 게 비주류 관점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우리여서 모빌스 그룹을 비주류라고 정의한 거고요. 그런데도 우리가 주류로 가고 싶다고 하는 건, 사회적인 지표랑 관련이 되는 것 같아요.

모춘: 이것도 이중적인 모습이고요.

소호: 맞아요. 우리는 사회적 통념을 거스르고 싶어 하면서도 베스트셀러에는 욕심을 내잖아요. 비주류의 방식으로 결국엔 주류 시장에 서고 싶은 거죠. 사실 처음에 《프리워커스》 표지에 저희 마스코트 ‘모조Mojo’를 쓰는 걸 출판사에서 반대했어요. 사람들은 이 새가 뭔지 모른다는 거죠. 근데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노동자의 상징은 모조가 아니면 안 되었어요. 비주류의 방식을 고집해서 주류 시장에서 먹혔다는 거, 그게 저희에겐 가능성을 본 일례였어요. 

이번 호 주제가 ‘돈과 소비’예요.

모춘: 돈, 좋습니다.

 

쓰기 위해선 벌어야 하고, 벌기 위해선 일을 해야만 해요. 돈은 일하고 받는 정당한 대가인데도 사람들은 속 시원하게 돈이야기를 하지 못해요. 왜 그런 걸까요?

모춘: 교육 때문이죠.

소호: 문화이기도 하고요.

대오: 학교에서는 돈이라는 걸 일부러라도 더 교육하지 않으려고 해요. 어릴 때도 돈 이야기를 하면 “그런 얘기 하지 마!”하면서 혼나곤 했잖아요. 아마 이런 쉬쉬하는 문화는 법을 정하거나 돈이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들을 편하게 컨트롤하려고 만든 게 아닐까 싶어요. 근데 저는 어릴 때부터 그런 게 너무 싫었어요.

모춘: 앞에서 말했다시피, 지금 세대 친구들은 돈 버는 방식이 다양해졌잖아요. 우리 때보다 정보의 양도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좀 다른 식으로 돈을 배울 수도 있을 거예요.

소호: 저는 그런 흐름을 긍정적으로 봐요. 옛날엔 주식 공부한다고 하면 일을 해야지 왜 주식을 하냐는 인식이 있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정보를 접하기 쉬워지니까 좀더 쉽게 주식 공부도 할 수 있고 그걸로 돈도 벌게 됐잖아요. 전혀 나쁠 게 없는 일을 돈이라는 이유로 터부시했던 이전 세대가 잘못된 거라고 봐요.

모춘: 저는 돈을 더 벌겠다는 걸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욕심이 있어야 먹고사는 건데, 욕심 좀 부리면 안 되나요?

 

되죠. 돈 욕심이 있어야 더 잘 벌 수 있는 걸요.

모춘: 당연하죠.

소호: 근데 그걸 돈 밝힌다고들 하잖아요.

모춘: 좀 밝히면 안 되나?

소호: 이젠 밝혀도 되는 거야. 지금 시대엔 오히려 밝히지 않는 게 더 어리석어 보이지.

 

그런 마음으로 진행한 프로젝트가 ‘머니 토크’였죠.

소호: 모빌스 그룹의 세 번째 시즌에 했던 행사인데, 오픈해서 돈 얘기를 유쾌하게 해보자는 취지였어요. 우리만의 방식대로요. 돈 얘기가 이젠 껄끄럽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돈 얘기를 터놓고 해보니 개인 이상의 문제도 보이더라고요. n년 차 출판계 연봉보다 대기업 신입 초봉이 더 높다는 걸 얼마 전에야 알았어요. 이건 업계 문제라고 봐야겠죠.

모춘: ‘현타’가 왔군요(웃음)? ‘내가 아침부터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소호: 그래서 각성이 무서운 것 같아요.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깨고 나가게 해주거든요.

모춘: 말씀하신 대로 연봉 차이는 업계가 다르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저는 신마다 스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이클 조던이 농구 신을 띄워서 전체 연봉을 올렸듯, 도끼가 언더그라운드 힙합계에서 이름을 알려 고급 외제 차를 몰게 되었듯, 스타 플레이어가 중요하다고 봐요. 아류가 신의 연봉을 띄운 게 의미가 있는 거죠. 편집이나 출판은 사양 산업이라는 이야기도 많잖아요. 근데 여기서도 스타가 탄생한다면 판도가 바뀔 거예요. 저희도 마찬가지로 브랜딩 신에서 스타가 탄생한다면(대오를 쳐다본다.)….

대오: 어?

(웃음) 어느 인터뷰에서 소비 패턴에 대해 언급한 걸 봤어요. 모춘 님은 브랜드의 ‘이야기’에 집중한다고 했고, 대오 님은 ‘디깅’하는 타입이라고 했죠. 소호 님의 소비 패턴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모춘: 소호는 쇼핑 왕이에요.

소호: 맞아요. 쇼핑을 되게 좋아해요. 회사 다닐 때부터 스트레스받으면 쇼핑으로 푸는 타입이었어요. 원체 뭘 사는 걸 좋아해서 옷도, 가전제품도, 소품도 예쁜 게 보이면 사들이곤 해요. 아, 먹을 것만 빼고요.

 

쇼핑으로 스트레스가 풀린다면 효율적인 소비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반드시 최저가를 비교하는 것만이 현명한 소비는 아닐 거란 생각도 드는데, 지혜로운 소비가 뭐라고 생각해요?

소호: 제 소비의 기준은 ‘이게 내 건가?’, ‘나다운가?’라는 데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옷장 어딘가에 있을 법한 옷들을 계속 사게 되더라고요. 남들 눈엔 똑같아 보일지 몰라도 저에겐 미묘하게 다른, 그러나 비슷한 옷들을 사 모으면서 제 스타일이 뚜렷해진다고 생각했어요. 소비 활동을 통해 나의 어떤 점을 뾰족하게 만들 수 있다고 느낀 거죠. 그래서 전 비슷한 물건을 사들이는 것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대오: 소비라는 건 그 당시 내게 필요한 걸 사는 거잖아요. 소비의 목적을 생각해 보고, 그 목적에 부합했다면 현명한 소비같아요. 소호가 물건을 사서 스트레스가 사라졌다면 그건 현명한 소비죠. 근데 스트레스가 풀렸다가 다음 달에 카드 값으로 타격이 온다면… 그건 완전히 현명한 소비는 아니에요. 이럴 땐 우선순위를 정해서 얼마나 달성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아요.

모춘: 대오가 100점짜리 대답을 했네요. 저는 보통 기념으로서의 소비가 많은 편인데요. 저도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예쁜 걸 좋아하지만, 못생겼더라도 기념할 만한 거라면 일단 사게 돼요. 디자이너 시각으론 전혀 예쁘지 않은, 이를테면 도시 이름이 커다랗게 적힌 티셔츠 같은 거요. 여행지에선 영어도 짧고 소통도 어려우니까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손해를 보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그 순간 말을 버벅대고 우물쭈물하게 된 저를 기념하고 싶어서 그냥 소비를 하게 돼요. 이렇게 따진다면 최저가는 소비에 큰 의미가 아닐 수 있는 거죠.

 

모빌스 그룹 이야기를 하면서 모쨍이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겠죠. 세 분에게 모쨍이는 어떤 존재예요?

대오: 매번 활동할 때마다 그렇지만, 특히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진심 어린 응원을 느껴요. 팬이라고 표현하는데, 사실 동업자처럼 느껴져요. 특히 항상 응원해 주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맙죠. ‘감사한 동업자’라는 게 개인적인 정의이자 소감이에요. 

소호: 저도 동료처럼 생각해요. 같이 일한다는 생각 정말 많이 해요. 책에 “머니 토크 행사를 통해 모쨍이와 모든 걸 함께 하는 게 욕심이란 걸 확인했다.”고 쓰기도 했는데요. 사실 동료도 합이 잘 맞을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잖아요. 모쨍이 역시 여기까지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네 하는 걸 알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알아가는 동료라는 것도 참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모춘: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요. 조심스럽거든요. 이번 501 워크숍 때 뵙고 특히 더 그랬어요. 진지하게 저희를 생각해 주시고 응원해 주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요.

 

이번 501 워크숍에선 모빌스 그룹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찾은 것 같아요?

대오: 찾았습니다. 찾은 거 정말 많아요. 그날 모쨍이가 해준 말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멘트는 “디자인이 수단으로만 쓰이는 시대에서 저변을 넓혀 주셔서 감사합니다.”였어요. 학생분이셨는데, 그 말을 듣곤 눈물이 날 뻔했죠. 디자인이란 산업이 최근엔 기능적으로 많이 기울고 있어요. UX/UI 분야가 특화되면서 이 버튼은 여기에, 사이즈는 이만하게, 하면서 기술만 있으면 컴퓨터로 대체할 수도 있을 법하게 정형화됐거든요. 동시에 디자이너의 역할은 협소해지고요. 근데 방금 이야기한 모쨍이는 저희가 하는 일들의 핵심을 파악하고 디자이너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주죠. 미래를 향한 긍정적인 신호를 본 것 같아서 기분이 엄청 좋았어요.

 

모쨍이만 해도 남녀노소 다양하잖아요. 근데 책에서 모빌스그룹의 대상은 점점 좁혀가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좀더 구체적인 이야길 들어보고 싶어요.

소호: 앞서 이야기한 비주류랑도 비슷한데, 물리적인 좁음도 있겠지만 남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나의 박자를 고수할 수 있는 게 저희가 생각하는 좁다의 기준 같아요. 세상의 소리보단 우리 목소리를 듣는 거, 그런 저희를 지지해 주시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거죠.

 

‘우리의 목소리’라는 게 정확히 뭐예요?

소호: 사회 통념과는 조금 맞지 않더라도 우리가 진짜 욕망하는 게 뭔지 생각해 보는 거요. 특히 저는 타깃의 중심을 ‘나’로 생각했을 때 오히려 모든 사람이 공감할 여지가 많아진다는 걸 여러 번 느꼈어요. 나에게 메시지를 던지면 대중에게 던지는 것보다 뾰족해지는데, 그럴수록 선명하게 가 닿는 것 같더라고요.

모춘: 501 워크숍에 온 모쨍이는 고등학생부터 60대 어르신까지 연령대가 다양했어요. 좁다는 기준이 연령대나 물리적인 기준으로 생각해선 안 될 것 같아요. 특정한 형태로 좁혀지는 게 아니니까요.

소호: 그러면서 타깃을 무리해서 넓히는 게 답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죠.

《프리워커스》에서는 ‘나다운 일의 모양’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요. 하지만 많은 사람이 ‘나답다’는 게 뭔지 잘 모르잖아요. 어떻게 하면 나다운 일의 모양을 찾아갈 수 있을까요?

대오: 기가 막히게 확실한 게 하나 있죠. 저희 브랜딩 프로세스를 담은 ‘누브랜딩 키트’를 사용하면 돼요. 여기엔 모빌스그룹의 정수가 담겨 있어요. 나를 알기 위해선 내 안의 것들을 꺼내 보는 작업이 필요해요. 이걸 머릿속에서만 끄집어내면 산발적이고 정리가 어렵거든요. 누브랜딩 키트는 내 안의 것들을 바깥으로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키트예요. 키트에 단어를 하나씩 적어가다 보면, 나다운 일이나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죠. 여기서 중요한 건 솔직함이라는 키워드예요. 솔직하게 나를 이야기할 수 있다면 꼭 누브랜딩 키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나다운 걸 찾아갈 수 있을 거예요. 

모춘: 누브랜딩 키트가 결코 저렴하진 않거든요. 비싸지만 꼭 사셔야 해요(웃음). 사기만 한다고 다가 아니라, 진중하게 적어보는 행동이 필요해요. 사실 좀 고급스럽게 만들어놔서 ‘싼마이’ 감성을 쓰는 게 좀 주저되실지도 몰라요. 아이돌에 빠져 있고, 시시콜콜한 예능 프로그램 좋아한다고 쓰는 게 저어될지도 모르지만 꼭 솔직하게 쓰면 좋겠어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돈 얘기 같은 것도 솔직하게 써보라는 거군요.

대오: 돈 이야기를 키트에 적다 보면 헐벗은 느낌이 들면서 ‘내가 이렇게 저질이었나.’ 싶어질지도 몰라요. 이번에 501 워크숍에서 누브랜딩 키트를 사용해 본 모쨍이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네 번 정도 쓰니까 그제야 좀 솔직한 말들이 나온다고요. 어떤 내용이든 나를 깊게 파고드는 게 중요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알게 되거든요. 

모춘: 저는 누브랜딩 키트가 어떤 목적으로 기획되었는지를 다 봐온 사람인데도 직접 써보려니 다섯 페이지도 채 못 썼는데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꼴도 보기 싫고(웃음). 이걸 제대로 사용하려면 꾸준히 써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소호: 누브랜딩 키트 중에 ‘어떤 걸 했을 때 성공했다고 느끼시나요?’라는 질문이 있어요. 그때도 제가 쓴 답은 ‘베스트셀러’였어요. 욕망도 솔직하게 써보는 게 중요해요. 그게 나다움을 찾아가는 포인트거든요.

 

무엇이든 말로 하고 드러낼수록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모빌스 그룹이 실험하는 여러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심엔 프리워커스가 있는 것 같아요. 이쯤에서 프리워커스를 정리해 볼까요?

모춘: 어떻게 보면 이 책의 부제도 프리워커스 그 자체예요. ‘일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 일이 생활이 되고,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 어느 순간 사회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과연 나에게 잘 맞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돼요. 그럴 때 우리는 질문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프리워커스에게 의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소호: 기존의 것을 자꾸 깨려고 하고, 관성을 부수려고 하는 태도가 프리워커스의 자세예요.

 

《프리워커스》에서 브랜드도 하나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없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죠. 만일 내일 모빌스 그룹이 해산한다면… 이유가 뭘까요?

소호: 잔고가 없어서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이 쌓여서 파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와서요. 그건 망한 거죠.

 

망하는 이유도 돈이네요(웃음).

모춘: 음… 근데, 솔직히 우리는 돈으론 망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그보다 건강을 잃으면 망할 것 같아요. 그건 진짜 끝이니까요. 건강을 잃으면 다시는 일할 수 없을 거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쾌함도 잃어버릴 것 같아요. 그러고는 다시는 찾을 수 없지 않을까요?

대오: 저희가 지금껏 정해놓은 틀이 무너지면 그땐 망할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일하는 방식이나, 의지나, 기존의 것들을 의심하는 시선이나…. 그런 게 사라지면 망하는 거예요. 해이해지고, 돈만 좇게 되겠죠.

모춘: 어? 돈만 좇아 부자가 되는 거면 망하고 싶은데(웃음)? 크게 망하고 싶은데?

소호: 타성에 젖고 싶다! (일동 폭소)

 

타성에 젖은 채로 끝나면 이상하니까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웃음). 책에서 테일러 피어슨Taylor Pearson이 인간의 핵심 동기로 돈, 자유, 의미를 꼽았다고 이야기했죠. 문장을 살짝 바꿔서, 세 분이 생각하는 일하는 핵심 동기 세 가지를 들어보고 싶어요.

소호: 저는 테일러 피어슨과 좀 비슷한데요. 돈, 재미, 의미요. 여기서 밸런스를 찾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모춘: 자존감? 아니, 이건 좀 말랑말랑하고, 좀더 강하고 센 단어로 표현하고 싶어요. 자존심! 저는 모빌스 그룹을 시작한 게 잘한 일이고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해요. 실험한다고 했지만 이 모든 실험이 사회 시스템 안에서 잘 작동할 거라고 믿고 있고요.

대오: 세 가지를 꼽으라고 했는데(웃음)? 저는 창작, 자유, 생존이요.

《프리워커스》
모빌스 그룹 | 랜덤하우스코리아

《어라운드》 독자들을 수줍다고 표현한다면 모쨍이는 와글와글하다고 이야기해볼 수 있을 테다. 언뜻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두 팀의 만남에 어떤 사람들이 흥미로워 할까 기대된다고 하니 이들이 말한다. “우리가 불쏘시개군요?” 어라운드만을 위한 마스코트 모조를 그려줄 수도 있다며 개구지게 웃는 모춘 님의 말을 꼭 붙잡고 은밀하게 물었다. “그럼 표지 그림 하나 그려 주실래요?”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