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문장 시리즈
유유의 말들
시리즈에는 묘한 힘이 있다. 한 권이 재미있으면 시리즈의 다른 도서도 들여다보게 하는 힘, 자꾸만 소장하고 싶게 하는 힘. 도서출판 유유는 ‘-의 말들’이라는 제목으로 ‘문장’ 시리즈를 꾸준히 출간해 왔다. 시, 쓰기, 공부, 태도, 도서관, 습관, 여행…. 유유는 인생 전반에 녹아 있는 키워드로 시리즈를 기획하고, 저자들은 세상에 흩어진 문장을 모아 편편의 에세이와 짝을 맺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한 권의 책이 어느덧 십수 권의 시리즈가 되었다. 눈 밝은 유유만이 할 수 있는 사려 깊은 기획, 면면마저 아름다운 기획, 장장이 문장으로 빼곡한 문장 시리즈다.
같은 판형, 일관성 있는 디자인의 책등이 나란히 꽂힌 책장엔 안도감이 있다. 시리즈 목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책 제목이 대부분 ‘-의 말들’로 끝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질서 잡힌 책장은 한 폭의 그림 같기도, 답이 똑떨어지는 연산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마 가장 닮은 것은 깔끔하고 단정한 문장일 테다. 현재까지 출간된 열세 권의 문장 시리즈는 같은 형식, 나란한 흐름을 품고 있지만 저자마다 다른 뉘앙스로 엮어내기에 권권이 다른 매력을 엿볼 수 있다. 도서출판 유유는 문장 시리즈와 발맞춰 걸어온 독자들을 위해, 또한 새로이 만나게 될 독자들을 위해 문장으로 할 수 있는 근사한 모험을 선사한다.

눈길을 끄는 시 한 구절에 설렘을 안고 시집을 펼치지만 어쩐지 장벽이 느껴지는 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시를 가까이한 저자 김이경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시와 벗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모든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명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절친한 친구라고 해서 그 속을 다 알 수는 없듯이 시도 그냥 느낌으로 읽고 좋아하는 게 먼저다.”

독서에서 시작해 독학으로 글쓰기를 배운 저자 은유는 “인간을 부품화한 사회 현실에서 납작하게 눌린 개인은 글쓰기를 통한 존재의 펼침을 욕망한다. 그러나 쓰는 일은 간단치 않다.”라고 말한다. 글쓰기 덕에 내가 나로 사는 데 부족이 없었다는 저자가 이 책에 담은 건 “글을 안 쓰는 사람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과 “자기 고통에 품위를 부여하는 글쓰기 독학자의 탄생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줄곧 남의 글을 손보며 살아온 전문 교정자 김정선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종종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한다. 소설의 첫 문장이 담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독자들은 저자의 어느 처음, 그리고 나의 처음으로 향하게 될 테다. “소설의 첫 문장을 통해 내 글쓰기의 첫 문장으로 돌아가 볼 수 있다면, 더불어 내 삶의 첫 문장까지 다시 살펴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어쩌다 공돈이 생기면 꽃을 살까 책을 살까 망설이는 순간을 사랑하는 저자 박총에게 독서란“우리 생존과 번식에 기여하지 않으나 우리의 존재를 지탱해 주는 것, 우리를 무릎 꿇지 않고 꼿꼿하게 서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책은 책을 사랑하고, 사람을 아끼고, 무엇보다 나른하고 내밀한 책 읽기를 꿈꾸는 모든 독자에게 바치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이 책에는 우리 고전에 등장하는 공부에 관한 다양한 문장이 담겨 있다. 고전을 공부하는 저자 설흔은 박지원, 정약용, 이이 같은 조선 시대 학자들의 문장을 뽑아 자신의 공부하는 삶을 돌아보고 질문한다. 그러나 무작정 학자들의 말을 좇기보다는 그들의 문장을 비스듬히 바라보고 반문하면서, 그만의 시선으로 공부의 말들을 바라보려 한다. 책장을 넘기며 독자들은 공부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견지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엄지혜 기자가 인터뷰하면서 귀 기울인 태도의 말 한마디, 책에서 발견한 태도의 문장 중 “혼자 듣고(읽고) 흘려버리긴 아까운 말들”을 모은 책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태도는 일상의 사소한 몸가짐과 마음가짐으로, 작은 것들로 이루어지는 존중과 배려의 마음에 다름 아니다.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결국 나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일이라는 걸 섬세히 알게 해준다.

도서관 사서로 지내다 책을 만들기 시작한 저자 강민선은 사서로 일하던 지난 시간, 독자이자 이용자이자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 그리고 책의 말을 이 책에 차곡차곡 담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도서관이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과 그곳을 찾는 사람과 책을 꺼내 읽는 사람이 요란하게 웅성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곳이란 걸 알게 된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저마다의 도서관이 한 번씩 떠오를 테다.

자기만의 루틴을 마련해 놓은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기반 위에 서게 된다. 이 책은 습관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편집자이자 피디인 김은경 저자가 삶을 지탱할 뿌리를 내리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수집한 습관에 관한 문장들을 엮은 책이다. 책 표지의 나란한 사과 모양이 차곡차곡 쌓이고 반복되는 습관을 생각하게 한다.

서점에서만 할 수 있는 것, 서점만이 줄 수 있는 것, 서점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기에 사람들은 여전히 서점을 찾는다. 저자 윤성근은 오랜 시간 서점을 드나들며 그 안에서 오가는 말과 글, 사람들의 생각, 책방의 일상을 수집하고 기록해 온 15년 차 책방지기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서점을 더 깊이 경험하도록 안내한다.

‘질문하는 사람’ 류승연 저자는 이 책에서 배려가 필요한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며 타인의 입장에 서 보는 건 무엇이며, 선하지만 배려 없는 행동은 무엇인지, 단호하지만 충분히 배려한 말은 무엇인지 조목조목 짚어 나간다. 저자는 마음을 쓰되, 어떤 마음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아야 배려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배려의 말을 고민하는 일은 나를 둘러싼 관계를 두텁게 하고, 그 관계 속에서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다.

이 책에는 생각하는 힘을 단련시키는 생각에 관한 100개의 질문이 담겨 있다. 20여 년간 영어와 불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일을 해온 저자 장석훈은 ‘생각한다’는 행위 자체보다는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생각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때, 생각하는 힘과 삶의 격은 한층 더 단단해질 것이다.

눈길을 끄는 시 한 구절에 설렘을 안고 시집을 펼치지만 어쩐지 장벽이 느껴지는 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시를 가까이한 저자 김이경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시와 벗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모든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명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절친한 친구라고 해서 그 속을 다 알 수는 없듯이 시도 그냥 느낌으로 읽고 좋아하는 게 먼저다.”

《씨네21》 기자이자 작가인 이다혜 저자는 “인생을 바꾸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니라 매일을 잘 살아 내려고 떠난다.”라고 말한다. 일상 너머의 조금 다른 나를 꿈꾸는 데서 여행은 시작되지만, 지금 발 딛고 있는 이 땅을 떠날 수 있는지 없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 저편을 상상하고 머릿속으로 불러올 수 있는 힘을 쌓는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여행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조성웅 도서출판 유유 대표
유유의 의미는 <등황학루>라는 시에 나오는 표현이자 ‘유유자적’의 유유라고 했어요. 지금까지 유유라는 이름으로 책을 내오면서 이 이름이 어떤 힘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창업 초기에는 ‘유유’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분이 많았어요. 짧은 시간에 확실히 기억하실 수 있도록 우는 이모티콘 ‘ㅠㅠ’와 같다고 이야기하곤 했는데요(웃음). 지금은 책을 좋아하고 꾸준히 읽는 분들 덕분에 유유 출판사 이름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조금은 늘어난 것 같아요. 그렇다고는 해도 책 내는 일을 ‘유유’하게 하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만….
유유를 소개하는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가 ‘1인 출판사’예요.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많은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엄밀히 1인 출판사라는 건 없다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죠. 어떤 마음으로 책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해요.
‘내가 만든 책으로 세상이 좀더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하면 좀 거창하려나요? 책은 매체 성격상 결코 한 사람이 만들 수 없어요. 기획, 편집, 교정, 인쇄…여러 사람이 참여해서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오늘 소개할 ‘문장’ 시리즈나 ‘-법’ 시리즈를 비롯하여 계속해서 시리즈 도서를 기획하고 있어요.
유유처럼 작은 출판사를 지속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예요. 시리즈 속성상 한 권을 읽고 마음에 들면 시리즈의 다른 책을 찾아보게 하는 매력도 있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기본 틀이 짜여 있어서 저자를 섭외하고 책을 만드는 데 비교적 품이 덜 들거든요. 그래도 시리즈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개별 단행본 작업도 병행하면서 출간하고 있죠.
오늘은 ‘문장’ 시리즈를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인문학 붐이 불면서 특히 공부 쪽 도서가 많이 팔렸고, 그러면서 ‘읽기와 쓰기에 관련된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셨다고요. 특히 문장에 초점을 맞추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어요?
우리가 책을 읽으며 공부, 혹은 생각을 한다고 했을 때 그 시작점은 하나의 문장이에요. 엄청나게 두꺼운 책일지라도, 그 모든 건 문장으로 이어진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알파이자 오메가랄 수 있는 하나의 문장에 초점을 맞춰 보자고 생각한 거죠. 한 문장은 때로 한 사람의 삶을 바꿀 만큼 힘이 세요. 물론 어떤 상황과 형편에서 문장을 만나는지에 따라, 또 그 문장을 자기 삶에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고 적용하는지에 따라 다를 테지만요. 문장 시리즈는 하나의 주제에 관한 유명인의 문장 100개를 모으고 해당 문장에 대한 저자의 단상을 정리한 시리즈예요. 이 시리즈는 형식이 중요한데, 책을 펼쳤을 때 왼쪽에는 하나의 문장이, 오른쪽에는 저자의 단상이 들어가는 형태지요. 왼쪽 문장이나 오른쪽 단상의 분량이 한 페이지를 넘어가면 안 되는 게 일종의 규칙이에요. 정해진 이 엄격한 형식 안에서 저자는 문장을 엄선하고 해당 문장을 고른 이유와 자신의 생각을 펼쳐 나가요. 일정 수의 독자가 관심을 둘만한 주제라면, 어떤 것이든 책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요. 독자는 본인이 관심을 가진 주제에 관해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앞서 말한 문장을 접하는데요. 해당 주제를 보다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생각하는 기회와 함께 작은 지적 성취감을 얻을 수 있어요.
문장 시리즈 첫 책은 김이경 저자의 《시의 문장들》이었어요. 유유가 아닌 타 출판사에서 출간하기로 했던 원고였다고요. 문장 시리즈의 첫 책이 온전히 유유에서 시작된 게 아니란 점이 눈에 띄었어요.
도서 기획이란 게 참 재밌어요. 김이경 선생은 이전에 유유에서 《책 먹는 법》이라는 책을 내셨고, 선생의 단단한 사유나 아름다운 문장에 대해서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유유 전속 저자는 아니니까 다른 출판사에서 다른 편집자와 원고 작업을 하셨는데요. 이 편집자가 이직하면서 원고가 중간에서 붕 뜬 상태였거든요. 김이경 선생은 편집자와의 협업을 중시하는 분이라, 당신이 애써 쓴 원고에 관심 없는 다른 편집자가 맡아서 작업하게 되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을 하신 듯해요. 선생께서 이런 상황을 전하시면서 유유에서 검토해 볼 수 있겠느냐 문의하셨고, 저희는 기쁜 마음으로 원고를 받았지요. 그때 받은 원고가 평소 시를 좋아하는 선생이 좋아하는 시구절을 꼽고 그 구절에 대한 당신의 단상을 적은 형식이었던 거예요. 처음 원고 파일을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원고구나.’ 하고 심상하게 생각했는데, 본문 시안을 디자이너에게 의뢰하려고 형식을 궁리하다 보니 왼쪽엔 문장, 오른쪽엔 단상을 넣는 형식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디자이너가 타이포를 활용해서 멋지게 디자인해 준 시안을 받고 보니 불쑥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아, 이 형식은 이 한 권으로 그치면 안 되겠구나. 이 책은 시를 다뤘지만 다른 주제를 다루면 다른 책을 만들 수 있겠다.’ 그렇게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고, 다른 주제의 문장 시리즈로 이어지게 된 거예요. 물론 꽤 많은 독자가 읽어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지금 되돌아보면 문장 시리즈의 출발은 우연이지만 결국 필연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어떤 저자는 소개할 문장이 너무 많아서 추리는 데 힘들었다는 이야길 하시고, 또 어떤 분은 ‘권위 있는’ 문장으로만 채워나가는 게 어려웠다는 이야기도 하시더라고요. 저자마다 문장에 대한 기준이 다를 것 같은데 문장 시리즈의 규칙에 관해 좀더 들어보고 싶어요.
규칙이란 게 있다면… 저자가 자신의 단상을 자유롭게 펼치는 데 도움이 되는 문장을 고르되, 그 문장들이 일반 독자도 들어봤을 만한 전문가나 권위 있는 사람 쪽으로 권유한다는 점이에요. 책은 결국 저자의 것이지만 독자에게 읽혀야 하는 것이니까 독자가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장은 저자의 다양한 생각을 펼치는 매개이기도 하고,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콘텐츠이기도 해요. 그런 만큼 가능하면 독자가 인정할 만한 권위나 실력을 가진 사람의 문장인 편이 좋다는 생각이에요.
시리즈에는 장점도 있지만 어려워지는 지점도 있을 것 같아요.
형식이 정해진 덕분에 특정 주제로 책을 쓸 저자만 섭외하면 시리즈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그러나 저자에 따라 정해진 형식에 당신의 글을 담으면서 다양한 경우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해요. 《읽기의 말들》 같은 경우는 저자가 문장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단상 분량을 조절하지 못하여 포맷이 조금 바뀌기도 했고요. 이 사건 이후로는 단상의 분량을 엄수해 달라고 모든 저자에게 강력하게 말씀드리고 있어요(웃음). 저자들은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한 문장을 모으는데 대체로 애를 많이 먹는 편이에요. 단상을 적을 때도 문장시리즈 전체의 톤 앤 매너에 맞추어 쓰시길 권해드리는데, 그 감 잡기를 어려워하는 분들도 꽤 있고요. 포맷이 정해져서 쉽게 진행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다는 게 어려운 지점이에요.
키워드와 함께 출간을 제안받았다는 저자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저자가 직접 주제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자가 주제를 제안하는 방식인 것 같아요.
편집자들마다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저자들이 있어요. 신간이 출간될 때마다 따라 읽다 보면, 책이란 게 참 묘한 물건이라 자연스럽게 저자의 관심사가 드러나게 되거든요. 그런 관심사가 여러 번 되풀이되면 해당 저자가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이 가능해지죠. 그 주제가 일반 독자들도 두루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다 싶으면 해당 저자에게 출간을 제안해요. ‘해당 주제로 문장 시리즈를 써보실 의향이 있느냐, 시리즈의 기본 형식은 이렇고 앞서 이런저런 책들이 나왔다, 판매는 이 정도가 되었다.’ 등등의 정보를 알려드려요. 제안했을 때 저자가 한 번에 받아주는 경우도 있지만, 역으로 이 주제는 어떠냐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어요. 제안하신 주제가 유유 출간 기준에 부합하면 조율 과정을 거쳐서 그 주제로 진행이 되기도 하고요.
《습관의 말들》을 쓰신 김은경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습관이란 키워드는 사실 본인과 어울리지 않는 주제라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김은경 선생의 경우는 유유 출판사의 교정교열 작업을 해주시는 외주 편집자이시기도 해요. 글솜씨가 좋은 분이라는 걸 평소에 알고 있었고, 여러 주제에 해박한 데다 호기심도 넘치는 분이기 때문에 믿고 제안할 수 있었어요. ‘습관’이라는 키워드가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글을 써 주십사 제안을 드렸는데요. 처음에는 본인이 잘 모르는 주제라며 손사래 치셨습니다만 이번 기회에 해당 주제를 파보면 좋지 않겠느냐 꾀었고, 다행히 넘어가 주셨지요(웃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까지는 저희가 제안한 당초 주제에서 바뀌어 책이 된 경우는 없어요. 앞으로 준비된 시리즈 도서가 많으니 또 무슨 일이 생길지는 두고 봐야겠죠.
문장 시리즈 저자들의 직업은 각양각색이에요. 교수, 번역자, 북튜버, 도서관 사서, 기자…. 저자 직업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오, 이렇게 저자들의 직업이나 역할을 따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요. 그러고 보니 직업이 다양하네요(웃음). 앞으로는 더 다양해질 예정이에요. 저희가 저자를 고르는 기준은 직업이 아니라 그분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글 솜씨거든요. 저희가 관심을 두는 주제가 넓어질수록 저자의 직업은 더욱 다양해지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열세 권의 문장 시리즈가 출간되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시리즈가 있다면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이야기 아시죠? 아끼지 않는 책이 없습니다만… 사공영 편집자가 기획하여 만든 《배려의 말들》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저자가 쓰신 책이라 약자, 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가득 담겨 있어요. 개인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분야라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고정관념이 많이 깨졌거든요.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도 궁금해요.
아…. 이건 너무 어려운 질문입니다. 문장 시리즈 전체가 모두 문장으로 점철되어 있는걸요. 모쪼록 이 질문은 넘어가 주시면 안 될까요(웃음).
(웃음) 대개 ‘-의 말들’로 제목이 통일되어 있지만 두 책은 형식은 좀 달라요. 제목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처음에는 ‘땡땡의 말들’ 또는 ‘땡땡의 문장들’ 중에 책에 꼭 맞는 단어를 고르려고 했어요. 앞서 이야기했듯, 《시의 문장들》이 나온 이후에 문장 시리즈가 기획된 거라서 첫 책의 제목을 활용해 보려고 한 거죠. 앞으로 나오는 문장 시리즈 중에는 ‘문장들’이 제목에 들어가는 책도 있을 거예요. 아, 《소설의 첫 문장》도 제목이 조금 다른 형식인데요. 《소설의 첫 문장》은 이 제목 말고는 다른 제목이 불가능한 책이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초반 도서들은 대부분 문장과 작가의 원고가 앞·뒷장으로 연결된 반면, 최근 도서들은 대부분 문장과 작가의 원고가 양옆으로 연결돼 있어요. 편집 디자인이 바뀐 것도 눈에 띄네요.
예리하시네요. 처음에 앞·뒷장으로 문장과 단상이 배치된 이유는 아직 형식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시리즈라는 게 처음부터 완성된 형식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문장 시리즈는 우연히 시작되었고, 형식 부분도 조금씩 다듬어간 것이라 편집 디자인에도 변화가 있었어요. 문장시리즈의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왼쪽 문장의 타이포나 배치에 차별화를 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요. 다른 유유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편집 디자인은 이기준 디자이너에게 전폭적으로 맡기고 있고요. 물론 큰 틀을 흔들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서요.
반드시 조리 있는 문장만이 영향력을 가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눌한 아이의 말에 더 큰 힘이 있기도 하니까요. 좋은 문장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옳은 이야기예요. 문장이 힘을 가지려면 저는 문장이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고 믿거든요. 때로는 힘 있는 문장이 실행을 자극하기도 한다고 보고요. 좋은 문장은 읽는 사람이 좀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아닐까요?
좋은 책을 읽었을 때 성장했다는 기분이 드는 건 그런 이유에서 인 것 같아요. 앞으로 출간할 문장 시리즈에 대해서도 살짝 들어보고 싶어요.
《마녀체력》을 쓰신 이영미 선생이 《걷기의 말들》(가제)이란 시리즈를 준비 중이시고요.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쓰신 홍승은 선생은 《관계의 말들》(가제)을 집필 중이세요. 그 밖에도 《일의 말들》(제현주 외), 《드라마의 말들》(오수경), 《다큐의 말들》(김진영), 《카피의 말들》(이은정), 《영감의 말들》(김목인), 《번역의 말들》(김택규), 《편집의 말들》(김미래) 등등의 문장 시리즈가 준비 중이에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H. uupress.co.kr
에디터 이주연
자료 제공 유유